서울 엄마들
조지은 지음 / 달고나(DALGONA)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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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성적순일까"

조지은 <서울 엄마들>을 읽고



"너 서울대 못 가면 인생 완전 꼬이는 거야. 알지"

"너희를 위해 모든 걸 희생했는데, 왜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을까...."

-자녀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세 엄마의 교육 분투기 -


지금, 우리나라 교육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왜 대한민국의 교육은 파국과 소멸의 길로 가고 있는가? 서울대 가면 인생 성공하고 서울대 못 가면 인생 완전 꼬이는 것일까? 왜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서울대일까? 그렇게 서울대, 서울대라고 외치는 동안 교사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 학교는 떠나고, 학부모들은 더 이상 학교와 선생님을 불신하고 학원만을 맹신하며 사교육에 더욱더 몰두하고, 우리 아이들은 입시의 노예가 되어 점점 더 꿈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우리가 바라는 교육의 모습인가? 성적 비관 때문에 죽어간 아이들이 외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라는 말이 더 이상 지켜지지 않고 있고 있다. 점점 더 아이들은 성적에 따라, 명문대 진학에 따라 평가되고 그들의 인생도 결정이 되어 가는 것 같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챗GPT 등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 학점제가 전면적 시행, 대입논술 부활, 위대증원, 유보통합 등 다양한 교육적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2025 대한민국 미래 교육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책 『서울 엄마들』 속에 드러난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과 민낯을 보며 씁쓸한 마음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자녀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해온 세 엄마의 교육 분투기를 보면서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교육 시키는 학부모로써 반성을 하게 된다. 인공지능 개발과 다양한 교육 정책으로 교육이 발전하고 개선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드러난 우리 나라 교육의 민낯을 보면 오히려 과거로 퇴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초등 의대반의 아이들'처럼 의대 진학을 위해 많은 어린 초등학생들이 밤 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창 밖에서 친구들과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입시의 노예가 되어 웃음을 잃어가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금묘 아파트 105동에 사는 세 엄마의 가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각기 출신도 다르고, 경제 사정도 다르지만, 그들의 교육열만은 하나같이 공통적으로 뜨겁다. 위아래로 나란히 사는 세 엄마들 그들은 중2 딸들을 키우고 서울대 의대 진학을 꿈꾼다. 105동 303호에 사는 서울대 출신 경단녀, 수지 엄마 봉선아, 105동 403호에 사는 억대 연봉 울트라 슈퍼맘, 민서 엄마 김진아, 105동 203호에 사는 학벌 세탁 돼지맘, 은주 엄마 안미아 세 명의 엄마들의 이야기가 번갈아서 교차되어 전개된다.

금묘 아파트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교육 성지 속에서 금묘영유, 금묘 인스티튜트 금묘중학교 등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거치면서 최종 목적지인 서울대를 향해 나아가는 아이들과 엄마들, 과연 그들에게 그 길만이 없는지, 왜 그들은 서울대, 서울 의대 진학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질문을 하고 싶다. 아니, 소설 속 세 엄마가 아닌 실제 대치동 학원으로 아이들을 픽업하며 아이들을 입시 지옥으로 보내는 우리 엄마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왜 그들은 어린 아이들을 대치동으로 보내야 하는지, 왜 서울대 못 가면 인생이 꼬이는 것인지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높은 교육열과 일명 '서울대 병'은 그들의 잘못이 아닐지 모른다. 학벌 중심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좋은 학벌을 가져야 하고, 그 좋은 학벌의 끝판왕이 서울대인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아이들보다 선행 학습을 일찍부터 해야 학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이며 부끄럽지만 우리 교육의 민낯인 것이다. 그 경쟁 구도의 교육에서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은 없고, 너 아니면 나 라는 라이벌 구조만 있을 뿐이다.

“엄마, 나 의대 안 가면 안 돼?”

“뭐?왜?”

“싫어. 그냥 가기 싫어.”

아빠에 이어 딸까지 진짜 세트로 이것들이 정말… 참아보려고 해도 말이 마음보다 먼저 나간다.

“박! 민! 서!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너 초등의대반 다니면서 들어간 돈이 얼만데!”

“그건 엄마가 다니라고 한 거잖아. 나한테 물어본 적 없잖아. 난 피만 보면 심장이 두근거린단 말야.

수학 문제 푸는 건 잘할 수 있어. 근데 피 보는 건 진짜 싫어.”

변명도 참 구질구질하다.

“야! 너를 위해서 이 엄마가 얼마나 희생을 한 줄 알아?

다 너를 위한 거라고. 너의 장래, 너의 노후! 의사만 한 직업이 우리나라에 또 있는 줄 알아?”

“엄마의 노후 아니고? 내 노후는 내가 알아서 할 거야!”

「PART 5, 그냥 너네 엄마랑 살아」 중에서

그 누구를 비난할 수 있다는 말인가! 작가의 말처럼 "어떤 여성도 서울 엄마가 되겠다고 자원하지 않는다." 그런 서울 엄마를 만다는 것은 그것을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사회인 것이다. 경쟁을 유도하고 오직 학벌만을 중요시하는 세상에서 아이들도 엄마도 더 나아가 우리 모두는 행복할 수 없다. 다행히 마지막에 가서야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성적보다, 좋은 대학보다 더 나은 소중한 가치와 인생의 목표가 있음을 알게 되고, 진짜 교육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어서 다행인 것 같다.

'금묘'라는 왜곡된 우상을 맹신하여 잘못된 교육을 추구해온 사람들이 진정한 행복을 찾아서, 진짜 교육의 의미를 찾게 되는 좌충우돌 교육 분투기 과정들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졌다. 웃고픈 우리 교육 현실에 씁쓸함도 남았다. 대한민국의 현실과 미래를 세 명의 엄마들의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재미와 유머를 곁들여서 구성한 한 편의 블랙 코미디같이 느껴졌다. 다소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리얼하고 재미있게 구성해서 우리로 하여금 대한민국의 교육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깨달을 수 있게 한 작가의 필력에 경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차인표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을 읽으며 학부모로써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성공에 대한 허상과 왜곡된 욕망이 만들어낸 대한민국 교육의 일그러진 얼굴들...이제는 그만하고 싶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가라고 말해야 하는 이 교육적 현실이... 너무나 슬프다.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 가면 인생이 바뀔 줄 알았어.

내가 원하는 모든 걸 손에 쥐게 될 줄 알았어.

그런데.....

"인생을 잘 사는 비결은 공부가 아니라 다른 데 있는 것 같아.

지금 나는 밥순이, 경단녀 아줌마 이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나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303호 수지 엄마 봉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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