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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의 불확실성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평점 :
"불확실했던 그 해 봄에 대한 단상"
시그리드 누네즈의 <그해 봄의 불확실성> 을 읽고
"모든 게 불확실하다는 사실뿐이었다."
-전미 도서상 수상 작가 시그리드 누네즈 3년 만의 신작-
우리는 기억한다. 그 해 봄, 전 세계를 패닉 상태로 만든 팬데믹의 공포를...일상이 마비되어 모든 것이 'stop' 상태에 머무르게 했던 그 날을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 날 이후 나의 글쓰기가 시작되었고, 나의 독서가 한층 더 깊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확실한 건 모든 게 불확실하다는 사실만이 우리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었다. 불확실성의 시대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이 책 『그해 봄의 불확실성』을 통해 그해 봄, 불확실성의 시간이었던 일상의 단상을 쫓아 가보고자 한다.
이 책에서 작가는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사태에서 봉쇄 조치로 인해 봉쇄된 뉴욕 맨해튼에서 지인의 앵무새를 돌봐 주게 되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일상의 단상들을 담담한 필체로 서술하고 있다. 작가의 일상의 단상들의 조각들을 통해 우리는 그 해 봄 불확실했던 시간 속에서 느꼈던 불안, 공포, 외로움 등을 볼 수 있다. 그 단상들을 통해 그 당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일상을 보냈는지 되돌아보며 그 때 그 시간을 소환할 수 있었다.
모든 일상이 멈추어버리고, 모든 것이 불확실했던 그 때, 작가는 지인의 앵무새를 돌봐주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자기가 살던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버린 사람들, 왁자지껄하게 떠들썩했던 일상이 갑자기 멈춰버린 거리의 정적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꼈을까. 그 때의 기분에 대해 작가는 '애도하며 사는 기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왜 평생 애도하며 사는 기분인지 알고 싶다. 그 감정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고 도무지 사라지려 하질 않는다.
-p.20
서로 만나서 일상을 나누던 시간들이 정적만이 가득한 시간이 되어 버린 그 때에 작가는 지인의 반려 앵무새를 돌봐 주면서 관계의 단절과 인간성 상실로부터 오는 외로움을 치유 받는다. 친절했던 이웃이 차갑게 변하고 거리를 산책하는 개들마저도 볼 수 없었던 그 때 반려 앵무새와 함께 나누는 교감은 작가에게 크나큰 기쁨과 위안을 안겨준다.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에 대해 유레카가 느낀 고마움이 아무리 커도 나보다 더할 수는 없었다. 그 기이하고 불안했던 시기의 나에겐 유레카와 함께 있을 때 시간이 제일 빨리 지나갔다. 매일 아침 기대에 부풀어 눈을 뜰 수 있었던 건, 기괴하리만큼 인적 없는 거리를 몇 블록 걸어가서 나의 보살핌을 기다리는 깃털 달린 친구를 만나는 이 단순한 허드렛일 덕이었다. 그건 스스로에게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고 해낼 자신이 있는 몇 가지 안 되는 일들 가운데 하나였다.
-p. 105
그러나 앵무새 유레카와의 만남과 교감의 시간도 잠시, 떠나 버린 줄 알았던 이전에 유레카를 돌보던 베치가 다시 돌아왔다. 노년의 소설가와 대학생 그리고 초록빛 깃털을 가진 앵무새와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인간 혐오주의자이자, 에코 테러리스트이면서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베치와 한 집에서 사는 것이 불편하고 어서 그가 나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작가가 대낮에 낯선이로부터 기침테러를 당해 두려워 침대에만 지내다가 베치가 사온 아이스크림 한통을 다 먹어 치우게 된다. 베치는 그녀를 위해 아이스크림 네 통을 사오게 되고 함께 먹으면서 조금씩 그들 사이에는 친밀감과 유대감이 쌓여져 간다. 불확실하고 기이하고 기묘한 동거 속에서 노년의 소설가와 대학생 그리고 앵무새 한 마리는 기묘하지만 따뜻한 위안을 느끼게 된다.
또한 작가는 중간 중간 글쓰기와 문학에 대한 생각의 단상들도 들려준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서 소설가로서 글쓰기에 대한 고민과 생각들을 전해준다. 언급된 유명한 작가들 중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세월>과 조 브레이너드의 작품 <나는 기억한다> 속 문장들이 인상 깊었다. 그 두 작품 속에 나온 문장들을 인용하여 팬데믹 시대를 회상하자면 '나는 기억한다. 불확실한 봄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작가는 유명인들의 글쓰기에 대한 문장들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고민과 팬데믹 시대 글쓰기의 어려움도 표현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글이 잘 안 써진다고 말했을 때, 그럼 쓰지 말라고 하는 사람이 왜 아무도 없는 걸까?
편집자가 이렇게 말하는 걸 상상해 보라: 꼭 완벽한 글을 쓸 필요는 없어요.
「매우 불완전한 글이 될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새 소설을 시작하면서 일기에 쓴 말이다. 그럼에도, 열성적이었다.
-p.285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공포와 불안, 모든 것이 불확실했던, 무엇도 알 수 없는 세계 속에서 일상의 평범함에 담담히 건네는 안부, 인간과 동물의 교감과 기이하지만 따뜻한 연대, 문학과 글쓰기를 통한 사유를 통해 그 시기를 지나왔음을 깨닫게 된다.
아울러, 지금 내가 누리는 평범하고 평안한 일상의 소중함에 감사함을 표하게 된다.
도움을 베풀 대상을 찾아내는 것, 그게 많은 병들을 고치는 약이라고 한다. 그게 스트레스와 불안을 완화 시키고, 애도와 슬픔, 상실감을 어루만져 준다고 한다.
-p. 106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