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매 소녀 안전가옥 쇼-트 14
박에스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입시 문제 오컬트 판타지 결합된 기묘한 이야기  "

 

박에스터의< 영매 소녀 >를 읽고 



"좋은 진학률을 유지하기 위해선 하나가 필요했다. 3년에 한 명씩"

-입시문제, 오컬트, 판타지 3가지 요소가 결합된 기묘한 이야기  -

 

오늘 포함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3주 정도 남았다. 올해의 수능은 어떨까. 불수능이어서 고3 학생들이 힘들어하게 될까. 왜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교육은 제자리이고, 왜 아직도 우리는 입시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오직 수능을 잘 봐서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찹살떡, 엿 등과 같은 합격기원 상품들과 백일기도, 백일부적 등 무속적인 요소도 끼여들었다. 이런 현상을 보면 수능은 실력보다는 이런 무속적인 신앙과 운이 더 중요해보인다. 

 

이 책 『영매 소녀』는 이런 대한민국의 입시 문제와 오컬트 판타지 요소가 결합하여 만들어졌다. 대학 진학률이 높아서 광역시가 아닌 지방 도시의 평범한 고등학교처럼 보이는 Y여고는 주인공 최은파 학생이 다니는 학교이다. 타로 점을 잘 보기로 유명한 그녀는 사실은 남이 보지 않는 '그 어떤 것'을 보는 능력이 있다. 그녀가 무당의 딸이라서 이런 신묘한 능력을 가진 것일까. 이런 이유로 그녀는 남들이 보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것까지도 볼 수 있다.

 

은파는 자신의 신적 능력을 이용하여 점괘를 토대로 같은 학교 학생들의 문제 해결을 돕는다. 이런 사건 해결을 통해 그녀는 다른 학생들에게 관심을 얻고 돈도 번다. 이런 은파를 도와주는 학교의 마스코트인 검은 고양이 이채이 있다. 겉모습은 까만 고양이처럼 보이지만, 이채는 이미 죽은 존재인 잡귀이다. 이채가 비록 잡귀이긴 하지만, 이채는 제령 솜씨가 은파보다는 뛰어나고 잡귀들을 잡아먹는 맛에 푹 빠져 은파의 숨은 조력자로 자처하면서 은파를 도와준다. 은파와 이채는 여러 건의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 속에 학교에 전해 내려오는 오랜 전설에 대해 알게 된다. 

 

"소문인즉 이러했다. 우리 학교는 이 도시에서 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았다. 광역시가 아닌 지방 도시의 평범한 고등학교에서 이렇게 높은 입결을 보이는 건 드문 사례긴 했다. 그 좋은 진학률을 유지하기 위해선 하나가 필요했다. 3년에 한 명씩.

 

옛날이나 지금이나 미신적이고 무속적인 요소는 수능과 관련해서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 속에 등장하는 Y여고에는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3년에 한 명씩 누군가가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 한 명이 죽으면 그 해 수능을 잘 볼 수 있는데, 만약 제물로 바칠 사람이 없다면 그 해 수능은 망치고 되고 그와 관련해서 사람이 다친거나 죽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도 안 나왔다는 말이잖아."

"그래서 저런 미친 짓까지 한 거지."

 

소문에 따르면 그 전설이 실현되지 않은 때도 있었다. 피를 본 '누군가'기 나오지 않은 지 3년 째가 되는 해의 입시는 그야말로 전멸 수준이었다. 성적 비관 자살이 이어졌고 재수를 준비하다가 미치광이가 된 사람이 생겼고 수시 시험을 보러 가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까지 나왔으니, 수험생들은 불운으로 줄줄이 엮어 들어갔다.

p. 98~99

 

이 책은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각각 에피소드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처음에는 각각 다른 내용을 가진 에피소드일 거라 생각했는데,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학교의 오랜 전설, 은파 엄마의 죽음의 비밀, 이채의 정체 등을 통해 하나로 연결된다. 에피소드 1. 금기, 택일 에서는 은파와 검은 고양이 이채는 의뢰받은 학생의 문제 해결을 해준다. 그러나 에피소드 2.청신에서는 오랜 전설과 인공 연못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학생들은 오랜 전설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에 떨게 되고, 급기야는 인형들 머리를 죽 매달아 놓고 축원을 하게 된다. 대학 진학이라는 목적 아래, 자신의 큰 목적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이런 무속적이고 미신적인 행위까지 서슴치 않는 것이다. 또한 다른 학생들이 그들의 대학진학을 위해 제물로 바칠 희생양이 나오길 바라는 모습에서는 과연 인간으로서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물론 학생들에게 입시가 중요하고 어느 대학에 입학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과 성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 가능하기도 하다. 물론 어찌 이렇게까지 인간이 잔인하고 이기적일 수 있는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전설을 완성하기 위해 피해자를 물색하는 은밀하고도 바쁜 시선들의 얽힘이 내는 소리는, 알아챌 줄 아는 자의 귀에만 들렸다.

-p. 161

 

이 책에서 입시 문제도 중요하지만, 은파의 엄마인 '한경이'의 죽음의 진실도 중요하게 다룬다. 은파의 엄마는 은파가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죽은 것으로 나온다. 왜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은 채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은파가  이채와의 관계를 파악하고 졸업앨범 속 낡은 사진을 통해 엄마의 죽음의 진실을 밝혀나간다. <에피소드 3. 송신> 부분을 통해 서서히 밝혀지는 은파 엄마 한경이의 죽음의 진실은 다소 충격적이긴 하지만, 한경이와 이채와의 관계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그동안 은파는 엄마의 죽음에 대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엄마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조차 알지 못했는데, 엄마인 한경이와 이채와의 우정을 통해 엄마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죽음이 친구였던 이채와 관련있음을 알게 된 은파는 비로소 엄마의 진심과 죽음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어쩌면 학교에 오래도록 내려오는 전설은 엄마의 죽음과 과거에 이르는 온갖 비밀을 밝힐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이 과정 속에서 주인공 은파의 마음을 흔들고 현혹시킨 사람이 있는데, 그는 바로 김지율, 즉 지율 선배이다. 처음에는 은파는 지율 선배를 선배로서 존경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나 또한 이 지율 선배라 불리는 인물이 이채와 같이 은파의 조력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은파를 조종하고 은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이었던 것이다. 마치 악마처럼 은파를 현혹시켜 나쁜 행동을 하면서 주어진 업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은파는 학교에 전해오는 오랜 전설의 핵심에 접근하게 되면서 그 전설은 각자의 운명과 깊게 관련이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의 가진 신적 능력에 자신감과 확신을 가지지 못했는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신과 교류하는 영적 능력을 가진 '영매 소녀' 로서의 자아정체감을 확립하고 성장하고 발전해간다.

 

이 책 『영매 소녀』가 오컬트 판타지 요소가 결합된 소설이긴 하지만, 학교에 전해져오는 오랜 전설로부터 현행 입시 시스템의 문제점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이제 곧 수능이 다가오고 그에 따라 전국의 고3 학생들은 불안과 긴장감에 잠조차 편하지 자지 못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것이다. 3년에 한 명씩 죽는 것을 통해 대학 진학이라는 요행을 바라기 보다는실력을 통해 당당히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 책 속에 나타난 오컬트와 판타지 요소를 가지고 입시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고, 이런 요소들로 인해 작품을 읽는 재미도 한층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진 여자들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세 명의 여자들 실종 둘러싼 미스터리"

 

메리 쿠비카의< 사라진 여자들 >을 읽고 

 



"여자가 사라지던 날, 또 한 명의 실종자가 발견됐다!"

-정유정 작가가 추천한 메리 쿠비카의 신작 미스터리 스릴러 -

 

폭우가 쏟아지던 밤, 세 명의 여자가 실종이 되었다. 그리고 11년 전이 지난 후  세 명의 여자들 중 한 명의 여자가 나타났다. 그 여자들은 왜 사라져버린 것일까. 그녀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세 명의 여자들의 실종 사건으로부터 시작하는 메리 쿠비카 작가의 신작 미스터리 스릴러인 『사라진 여자들』이 출간되었다. 

 

'스릴러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미스터리 작가로 유명한 메리 쿠비카는 2021년  『디 아더 미세스』로 인간 본연의 공포 그려낸 심리 스릴러로 극찬을 받았다. 그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인 지금 메리 쿠비카는  『사라진 여자들』로 또 한번 그녀의 독자들을 극심한 공포와 긴장으로 몰아넣었다.  이 책 『사라진 여자들』은 이미 드라마로 제작이 확정이 되었고, 이 책 출간 이후 <뉴욕 타임스>, <아마존> 에서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세 명의 여자들의 실종으로 시작된 사건은 처음에는 각각 관련이 없는 실종 사건으로 보였다. 이 책의 시작은 한 여성의 실종을 언급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프롤로그 부분에 언급된 한 여성의 불륜과 그 여성의 실종은 앞으로 전개될 여성들의 실종 사건의 시작을 암시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 부분이 작품 내용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책을 읽어가는 과정 속에서 작가가 프롤로그 부분에 언급한 어떤 여성의 실종이 다른 실종 사건을 푸는 열쇠가 됨을 알게 된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지하에 감금된 한 소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11년 동안 어두운 지하실에 감금되어 햇빛도 못 보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학대 당하고 살아온 한 소녀는 11년이 지난 후 목숨을 건 필사의 탈출을 하게 된다. 그 소녀의 이름은 '딜라일라'이며 그녀는 11년 전에 실종된 소녀였다. 

 

왜 그 소녀는 11년 전에 실종되어 지하실에 감금되어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궁금증에 답하듯, 작가는 11년 전 소녀의 실종 당시 상황을 보여준다. 소녀와 이웃집에 살던 동성애 커플인 케이트와 비의 시점에서 실종 사건과 진행과정, 그들의 생각 등을 보여준다. 11년 전 이 소녀는 소녀의 엄마인 메러디스와 함께 실종이 되었는데, 결국 그 엄마는 죽은 채 발견이 되고 소녀는 11년 동안 실종 상태에 있게 된다.

 

작가는 그들의 실종 당시 그녀의 가족인 조쉬와 소녀의 남동생인 레오의 시점에서 보여준다. 특히 레오는 11년 후 극적으로 돌아온 소녀인 딜라일라의 상태와 소녀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생각 등을 들려준다. 레오의 이야기를 통해 딜라일라가 실종 전과 얼마나 달라졌고, 11년 동안의 감금과 학대로 인해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11년 동안 찾아 헤매던 딸이었고, 누나였지만, 떨어져있던 시간만큼 가족간의 거리감은 더 커졌다. 

 

한편 11년 전, 메러디스와 딜라일라의 실종 사건을 조사하던 케이트와 비아는 마을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실종에 대한 목격 정보를 모은다. 그들이 실종되었던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들을 목격한 이웃은 없었는지 등 실종과 관련된 정보를 모으지만, 탐문을 계속할수록 평상시 그녀에 대해 알 수 없는 증언들을 듣게 된다. 메러디스는 평소 출산 도우미로 활동하면서 산모들의 출산을 돕고 요가 강사도 하면서 열심히 살아왔지만, 사실은 그녀가 동료들에게 출산 도우미 일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요가 강사 휴무가 잦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메러디스가 셀비라는 산모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사실을 그녀의 동료로부터 듣게 된다. 드디어 메러디스의 실종 사건과 셸비라는 여성과 관련이 입증된다. 어쩌면 셸비의 실종과 메러디스의 실종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왜 메러디스는 실종이 되고 끝내 죽은 채로 발견이 된 것일까. 메리 쿠키바 작가는 참신한 플롯으로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 작품인  『사라진 여자들』에서도 왜 그녀들이 실종이 된 것인지, 그녀들을 납치하고 죽인 범인은 누구인지, 왜 범인은 그녀들을 죽였는지 등 그녀들의 실종에 대해 궁금증이 끊이지 않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범인의 실체와 충격적인 반전으로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드디어 사건의 실마리를 잡았고 범인의 실체를 알았다고 느끼는 순간, 마치 그런 나를 비웃듯 작가는 정교한 트릭과 반전으로 다시 한번 나를 좌절시키면서 거듭되는 충격적인 반전에 정신을 못차리게 하였다.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탄탄한 구성과 밀노 높은 서사를 가지고 겉으로는 행복해보이는 부부와 친구들 간의 악의 없는 비밀이 얼마나 예상치 못한 끔찍한 비극을 초래하는지를 우리는 이 책  『사라진 여자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사라진 여자들』 또한 전작인  『디 아더 미세스』만큼 '역시 메리 쿠비카 답다'라는 평가가 저절로 나온다.미스터리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서스펜스,  충격적인 반전이 돋보이는 메리 쿠키바의 『사라진 여자들』을 일독해보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어링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8
조규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따뜻한 위로 응원 목소리  "

 

조규미의< 페어링 >을 읽고 



“너는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잖아.”
 

-누군가 들어주길 바라는 순간 찾아온 목소리 -

 

'입시'라는 주제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이다. 어쩌면 이 입시 문제가 우리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일지 모른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일때도 이 입시문제는 나의 삶과 생각을 지배하고 나를 괴롭히던 것이었는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입시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성적에 비관하고 좌절하고 괴로워한다. 지금까지 교육은 이 입시라는 틀에 갇혀서 앞으로 전진하지도 못하고 후퇴만 거듭해왔다. 더군다나 3년 간 계속되어온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인해  학교교육이 정상화되지 못하여 학생들의 기초학력은 더 떨어지고 입시 문제는 더욱 심화되어 왔다. 

 

그런 우리의 교육 현실 속에서 이 책 『페어링』을 읽어보면 조금이라도 입시 문제로 힘들어하는 우리 청소년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책  『페어링』은 입시 문제를 수상한 목소리가 들리는 이어폰이라는 판타지 소재로 가지고 재미있게 풀어내었다. 그저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청각이 예민한 소녀인 수민과 모든 게 완벽해보이지만 위태한 모습을 보이는 세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학기 첫날부터 아끼는 이어폰을 잃어버린 수민은 그 일 때문에 반 친구들에게 미움을 산다. 그래서 친구들은 오랜 명성과 인기를 누리는 학교 방송부에 입부 신청을 하려는 수민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결국 친구들의 미움과 시선에 부담감이 커진 수민은 면접을 망쳐서 탈락하게 된다. 

한편 공부도 언제나 전교 1등을 하고 학급의 반장이기도 한 세진은 수민에게 봉사활동과 심화 보고서 작성을 함께 하자고 한다. 세진은 '다차원' 멤버이며 스펙 형성을 위해 그 멤버들과 보육원이나 양로원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함께 간 봉사활동에서 세진이를 비롯한 다차원 멤버들의 형식적이고 거짓된 봉사활동의 실제 모습을 보며 수민이는 크게 실망한다.

 

한편 봉사활동을 다녀온 후 심화 보고서 작성을 위해 방송실에 들른 수민은 거기에서 잃어버린 이어폰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수상한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이 목소리는 누구의 목소리인 것일까. 

 

이어폰을 꽂고 플레이리스트를 누르려다가 멈추었다. 노래로 세상과 최소한의 담을 쌓으려는 순간, 누군가 그 경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경계에 선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 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조그맣게 속삭였다.
“내가 여태까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뭐라고 말 좀 해 봐요.”
한마디를 했더니 용기가 생겼다. 조금 더 크게 말해 보았다.
“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 주지 않아서 그래요.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혼자 중얼거리다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서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내 한숨 소리에 타인의 한숨 소리가 섞여 들렸다. 휴우우우, 그 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처럼 울리면서 마치 파도가 온몸을 휘감은 것처럼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누가 있다. 이어폰 너머에 누군가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나의 모든 감각이 얼어 버린 것만 같았다.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귀를 기울이는데 드디어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렸다.
“쯔쯔, 밥도 안 먹고 뭐 하니?”
- p.70

 

수상한 목소리를 통한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 그동안 외롭고 힘든 수민은 마음의 위로를 받게 된다. 이렇게 수민을 위로하는 수상한 목소리를 따라가다보면 스스로를 위로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 『페어링』을 읽으면서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격동의 역사를 겪으며 이 땅에 살아온 우리의 이야기  "

 

김주혜의< 작은 땅의 야수들 >을 읽고 



"저 멀리 작은 땅에 살았던 한국인에 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전 인류의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기다려온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세계적인 이야기 -

 

요즘 들어 K-팝, K-드라마 등 한류 열풍이 전 세계에 불고 있다. 2022년 3월부터 불어닥친 애플 드라마 『파친코』의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이민진 작가가 쓴 원작소설인 『파친코』 책이 제고까지 바닥이 나서 부랴부랴 인쇄에 들어가서 올 여름에 개정판이 새로 나왔을 정도이다. 그 한류열풍에 맞춰서 나도 『아리랑』시리즈, 『태백산맥』 시리즈 등을 읽으면서 우리가 걸어온 격동의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추어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의 출간 소식이 반갑다.

 

김주혜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넓은 미국 땅에 살면서도 한국이라는 작은 땅의 역사를 온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며 이 책 『작은 땅의 야수들』의 집필 동기를 밝히고 있다. 독립운동을 도왔던 외할아버지의 무용담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한국의 역사에 관심이 생겼고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한국이라는 작은 땅의 역사와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전 세계에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6년이라는 오랜 집필 기간을 거쳐 드디어 그녀의 꿈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 책 『작은 땅의 야수들』에서 저자는 1918년 일제 강점기 시대를 거쳐 1964년 박정희 정권까지 우리 민족이 걸어온 길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격동의 역사를 거쳐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부유하고 학식이 높은 사람들이 아니라, 가난하고 헐벗고 못 배운 평민들이었다. 1919년 한일합방으로 일제 강점기에 들어간 이후 1945년 광복이 되는 그날까지 그 고통의 26년 간의 시간 동안 고통과 고난의 시간을 견뎌오면서 나라를 되찾으려는 노력을 해왔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독립적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토와 주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마 지금까지 그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그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작은 땅의 야수들』에 등장하는 기생 옥희, 걸인같은 생활을 하는 정호, 가난한 고학생 한철, 옥희의 친구이자 기생의 딸인 연화와 월향, 독립운동을 돕는 기생 은실과 예단 등과 같은 너무나 보잘 것 없는 힘을 가진 우리와 같은 소시민 덕분인 것이다.  김주혜 작가는 이 책에서 그들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이어진 독립 투쟁과 그 격동의 세월 속에 휘말려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야말로 바로 우리 민족의 살아있는 역사인 것이다. 왜 옥희는 기생이 될 수 밖에 없었을까. 사냥꾼인 아들인 정호는 왜 구걸과 동냥을 통해 다른 소년들과 함께 다리 밑에서 살 수 밖에 없었을까. 왜 기생인 은실과 예단은 독립자금을 만들어서 비밀리에 독립자금을 전달한 것일까. 나는 지금 그들에게 '왜 그렇게 살았냐'라고 질문을 던지지만, 그들에겐 '왜' 라는 질문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굳이 그 이유를 이야기하자면 '살아남기 위해서' 라는 대답이 가장 적절한 것이다. 

 

1917년 겨울 평안도 깊은 산 속 눈 속을 헤매는 사냥꾼의 이야기로부터 이 책은 시작하고 있다.  극한의 추위와 배고픔과 싸우며 표범을 쫓던 사냥꾼은 일본 장교를 호랑이의 공격으로부터 구하게 되는데, 이 만남으로 인해 그들은 인연의 소용돌이에 갇히게 되고 그들은 운명처럼 연결된다. 바로 그들의 인연으로부터 반세기에 걸친 그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냥꾼, 기생, 학생, 사업가, 독립운동가, 군인 등 각자 살아가는 모습은 다르지만, 격동의 세월과 역사 속에서 그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펼쳐지며 그들의 인연은 마치 사슬처럼 연결된다. 우연하게 만나게 된 옥희와 정호처럼 그들은 우연히 만나고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나며 질긴 인연을 보여준다. 

 

그 질긴 인연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그들은 반세기 역사동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서로 만나게 되는 것일까. 이 책 『작은 땅의 야수들』의 등장인물과 함께 나도 함께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 시간이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일제 강점기 시대로 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 시리즈를 읽으면서 우리 민족이 겪은 고통과 고난에 가슴이 먹먹해져왔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들의 고통스럽고 힘겨운 삶의 모습이 안타깝고 마음이 참 아팠다. 이미 우리 민족이 겪고 그 시간은 어느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은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은 옥희, 정호, 예단과 같은 우리 민족이 있었음을 말이다. 

 

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 p.6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
경민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투명인간이라는 기발한 소재를 가진  K-미스터리  "

 

경민선의< 나는 실수로 투명인간 죽였다 >을 읽고 

 



“이것은 내가 어느 날 투명인간을 죽이게 된 이야기이다.”
-제 1회 K-스토리 공모전 미스터리 최우수작-

 

이 세상에 '투명인간'이 있을까. 영화 속에서 있을법한 이야기인데 만약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서 존재한다면 어떨까. 사람을 죽이듯 투명인간도 죽일 수 있을까. 투명인간의 존재도 낯선데, 하물며 투명인간 살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책 『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을 보았을 때, 말도 안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투명인간의 등장과 활약으로 인한 SF 소설일거라 생각했는데, 그 속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있었다. 특히 투명인간인 묵인(默人)은 이 책에 대한 심사평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주변의 소외당한 이들을 빗대어 나타낸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 『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은 제 1회 K-스토리 공모전 미스터리 부문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아마도 소외된 이웃을 투명인간으로 빗대어 표현한 소재의 기발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것 같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투명인간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면 훨씬 더 스토리를 실감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 한수는 1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고등학교 동창인 기영에게 기묘한 문자 메시지를 받는다.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 라는 내용의 메시지에 한수는 우스갯소리하는 줄 알았지만, 기영의 집에 가본 한수는 그 내용이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정말로 보이지 않는 사람의 시체가 있었던 것이다. 친구 기영은 보이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죽인 것일까. 일명 이 투명인간은 눈에 보이지만 않을 뿐 만질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사람의 시체 처리를 함께 해달라는 기영의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한수는 기영과 함께 그 시체를 야산에 파묻는다. 그런데 그 시체를 파묻은 후 2일 후에 기영은 목을 매서 자살한다. 기영의 자살 소식에 한수는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건강해 보이기만 했던 기영은 왜 갑자기 죽었을까. 그의 죽음이 보이=이런 기영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투명인간의 시체와 관련이 있을까. 기영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있던 한수는 기영의 발자취를 쫓게 되고, 살아 있는 또 다른 투명인간의 습격을 받게 된다. 

 

과연 한수는 투명인간의 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수는 기영이 숨겨왔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도대체 이 투명인간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런 무수한 궁금증을 가진 채 이야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추격전으로 긴강잠을 더하고 마지막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했다. 그리고 이 투명인간의 정체의 진실 속에서는 꿈을 좇기 힘든 한국 사회의 민낯과 투명인간로 표상되는 우리 사회 속에서 소외된 자들의 모습이 있다. 청년 백수인 주인공 한수의 꿈을 좇기 위한 과정과 돈과 명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직업과 경제적인 생활 등은 아마도 우리가 직면하게 되는 한국 사회 현실일 것이다.

 

"살아보니까 배경이 진짜 중요한 것 같아. 지훈이처럼 근본부터 관료 가문이거나, 기중이나 윤환이처럼 아버지가 임원이라 확실히 끌어주거나, 하다못해 한수 봐봐. 부모님이 빵빵하시니까 저렇게 놀면서 살아도 걱정 없잖아. 배경이 없으면 기영이처럼 재능이 있어도 못 펴."

-p. 17

 

소외된 자로 표상되는 투명인간은 어쩌면 우리 곁에 예전부터 존재해왔던 것일까. 소외되어 그 존재조차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과 같은 사람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에 대해 저자는 투명인간과 우리와의 경계를 구분짓고 서로의 삶을 간섭하거나 방해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국정원이나 아람 목재 같은 기득권 세력이 그 묵인들을 이용하고 노예처럼 부리는 것처럼 국가 권력은 그들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왔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런 함축적 의미를 빼놓고서도 투명인간의 추적과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재미와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수는 죽은 기영의 뜻을 받들어 투명인간 사사녀와  함게 투명인간을 가두어놓은 곳을 찾아 투명인간인 묵인을 풀어주게 된다. 그 과정 또한 악한 투명인간의 습격과 방해로 인해 순탄치는 않았지만, 한수는 투명인간에게 자유를 주고자 최선을 다하게 된다. 나는 단순히 묵인들이 갑자기 나타난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오랜 역사와 함께  우리 곁에 있어왔다는 것이 놀라웠다. 놀랍게도 투명인간은 한두 명이 아니라 무리지어서 그들만의 사회를 이루며 오래 전부터 인간과 함께 이 땅 위에 존재해 온 것이다. 정말 이 사실이 진짜라면 어떨까. 단순히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존재일지 모르지만, 나는 왠지 그들이 실존하고 있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쪽은 정체가 뭔데요? 귀신? 투명인간? 초능력자?”
“우릴 부르는 명칭이 있지. 좋아하는 이름은 아니지만.”
“뭔데요, 그게?”
“묵인. 사람 할 때의 인이다.”
묵인. 이름을 붙인 이가 누군지, 부르는 이가 누군지는 몰라도 그들이 불리는 이름이었다. 침묵과 묵언, 묵살 할 때의 묵과 사람의 인이 합쳐진 기묘한 합성어인 것 같았다. 그 이름 자체가 으스스한 느낌을 줬다.
- p.68

 

갇힌 묵인들 해방, 적들의 기습, 납치 사건 등 묵인들과 관련해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숨을 돌릴 틈도 없이 거침없이 몰아친다. 투명인간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묵인의 존재, 묵인들의 특징 및 그들의 공동체, 그들을 이용하고 조종하려는 배후 세력 등의 요소들과 합쳐져서 스릴있고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가 되었다. 또한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의 추악한 이기심과 탐욕도 보게 된다. 재미와 스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민낯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책  『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을 추천하는 바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주변에서 보이지 않는 듯 보이지만, 소외받고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들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본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있다. 우리와 비슷한 크기로, 우리와 같은 언어를 쓰며 살아가지만 눈앞에 있어도 볼 수 없는 존재들, 투명인간이라고 불러 마땅한 존재들이 기척을 숨긴 채 우리 사회에 섞여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내가 어느 날 투명인간 한 명을 죽이게 된 이야기이다. 증거도 목격자도 없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말하기 위해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p. 7, <프롤로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