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취향 - 교유서가 소설
김학찬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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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 유희 가득한 사소한 이야기"

 

김학찬의 <사소한 취향>을 읽고 



"취향은 존중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 6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가 김학찬이 그리는 익살과 유희의 세계-

 

여기 웃다 보면 배가 아파지고, 달콤하다 싶다가 뒷맛이 맵게 느껴지는 사소한 이야기들이 있다.  이 책 『사소한 취향』 속에 담긴 10편의 이야기들이 모여서 익살과 유희의 세계를 창조한다. 일상 속 소재와 생각을 가져와서 별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별나게 만들고 평범한 일상 속에 숨겨진 값진 지혜를 찾아낸다.

 

어떻게 보면 이 책에 제시된 10편의 이야기들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우리와 대화하는 듯한 문체를 사용해서 재미를 한층 더 높인다. 무미건조하고 툭툭 내뱉는 문장 구성을 통해 익살의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10편의 이야기 중 <우리 집 강아지>는 동생을 괴롭히는 맛에 사는 형과 형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복수의 칼날을 가는 동생의 이야기이다. 동생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전개되고 "모든 형들은 개새끼다"라고 시작하는 첫 문장이 형에 대한 동생의 마음을 잘 대변해주는 듯하다. 다소 직설적이고 도발적인 문장을 통해 작가는 형제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승자독식의 경쟁 사회를 비판하고 있는 것 같다. 자신과 형의 대결을 카인과 아벨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마치 신의 특권을 누리는 자와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라는 신화적 도식을 통해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별과 갈등을 해학적으로 표현하였다. 아마 형제간의 갈등으로 고통을 당하는 동생 입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에 많이 웃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형들은 개새끼다. 나는 동생이니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형을 개로 만들면 아버지도 개가 되고, 나도 개일 수밖에 없지만, 할 말은 해야 한다.
-「우리집 강아지」중에서

 

 <시니어 마스크>는 강사 자리를 잃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히 글을 쓰는 작가의 이야기이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어 많은 대학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은 현실을 반영해서 그런지 이 이야기는 우리의 씁쓸하고 슬픈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가 또 뭘 해야 할까, 할수는 있을까, 조용히 털고 일어날까.

우선 저는 계속 써보겠습니다.

읍읍, 여전히 하지 못한 말이 더 있습니다.

-p. 74

 

마치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투영된 듯하다. 특히 작가는 대한민국예술원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아마도 그 기관과 어떤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약간은 소위 자리 다툼이나 밥그릇 싸움이 연상된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대학과 대한민국예술원법에 대한 작가의 부정적인 시각과 생각이 잘 드러나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이 이야기 속에 담긴 해학을 통해 대상에 대해 강하게 풍자하고 비판하고 있는 것 같다.

 

문학은, 아직까지 죽지 않았어! 대학은, 그래도 교육하는 곳이야! 하면 폼나지 않겠습니까. 다 같이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여야 멀찍이 구경만 하던 사람도 한판 낄 마음이 들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꼬셔서 자리에 앉혀야지요. 인싸끼리만 해먹으면 오래 못 갑니다.
-「시니어 마스크」중에서

 

 

아마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이 세 번째 이야기인  <고양이를 찾>를 읽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작가는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무시되는 존재 중에서 반려동물에 대해 다루었다. 어느 날 집 앞에서 유기된 고양이를 발견하고 키우면서 집사가 되는 과정을 통해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유기견의 문제를 드러내고, 우리가 함께 사는 동반자로서 어떻게 개와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로 잘 살아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한다.

 

"고양이는 제 겁니다." 라는 문장으로 작가는 시작하면서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던 화자인 내가 유기된 고양이를 키우면서 달라진 화자의 모습도 잘 보여주고 있다. 

 

착하다는 말도 이상합니다. 어떤 사람이 착한 사람입니까. 어떤 고양이가 착한 고양이입니까. 어떻게 생긴 고양이가 귀여운 고양이고, 어떻게 생긴 고양이가 못생긴 고양이입니까. 적응을 잘했으니 착한 고양이입니까.
-「고양이를 찾」중에서

 

 

취향은 존중받아야 하는 것일까. <프러포즈>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시스템 속에 익살스러운 말들을 늘어놀거나 '사소한 취향'들을 가득 담아놓았다. 

 

인터뷰 원고는 인천공항 출국장 무빙벨트 근처 쓰레기통에 있으니 보고 싶으면, 알아서 찾아가라고 했다. 취향은 존중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도 사소한 취향이 있다니까.

-p.168, -「프러포즈」중에서

 

 

우리는 10편의 이야기들을 통해 평범함 속에 담긴 익살과 해학의 미학을 배웠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환멸과 멸시도 동시에 보게 된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 싶은 웃고픈 마음이 느껴져서 마냥 이 이야기들에 웃을 수만은 없는 것 같다. 

 

 

본 소설은 깨끗하게 손을 씻은 후 경건한 마음으로 제조되었습니다. 개봉 후 하루에 한 편씩 규칙적으로 반복해서 일 년간 복용하세요. 제품 특성상 유통기한이 지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선도 유지를 위해 작가의 최선을 갈아 넣었으나 인체에는 무해합니다. 소설읽는 고운마음, 사서읽는 밝은마음.

'사소'의 열편은, 열편의 '사소'는 흐드득흐드득, 세게에 대한 흐드드득흐드드득한 이야기니까요. 
_「작가의 말」에서

 


 이 글은 교유서가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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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스 탐정 길은목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아직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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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스 탐정과 함께 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

 

김아직의< 노비스 탐정 길은목>을 읽고 


 



"다섯 명은 왜 죽어야만 했을까?"

-노비스 탐정과 함께 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코로나로 인한 전염병의 창궐은 어쩌면 이 책 『노비스 탐정 길은목』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작은 종말의 전조 현상일지도 모른다. 3년 간 지속된 코로나로 우리의 일상이 멈추었지만, 이제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만약 코로나가 더 심해졌다면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미래 사회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이 책 『노비스 탐정 길은목』은 이러한 작은 종말이 온 후 변화된 미래 세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대규모 침수와 전염병에 의해 인구의 삼분의 일이 죽게 되자, 국가는 전염병과 각종 폐허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고자 새로운 사회인 '메기시티'를 건설하게 된다. 이 메가시티는 선택받은 자들의 도시이고 선택받지 못한 자, 일명 잔류인들은 국가로부터 버림받고 전염병과 폐허 속에서  난민촌과 침수 지역에서 살아간다. 이 책의 주인공 노비스 탐정 길은목 또한 온갖 악취와 폐허의 침수지역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메가시티에서 온 정회장을 만나고 그가 길은목의 후견인이 되면서 그녀는 침수지역으로 벗어나 메가시티에서 살아가게 된다.

 

이 책은 길은목이 노비스가 되어서 수도원에서 말썽을 일으켜 벌을 받고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길은목은 원장 수녀로부터 난민촌과 침수지역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 사건을 수사하라는 미션을 받는다. 난민촌과 침수지역에서 다섯 명이 투신해서 죽었고 모두다 두개골이 박살이 났다. 그리고 그 다섯 명의 공통점은 그들 모두가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착한 '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사 결과 투신 현장의 주검에는 백작약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목격자에 따르면 젊고 키가 큰 남자가 놓고 갔다고 하는데, 과연 이 5명의 죽음과 이 백작약 꽃다발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또한 길은목은 수사 과정은 10년 전 죽었다고 생각했던 친구 한윤수를 만나게 된다. 10년 전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죽었다고 생각했던 한윤수가 살아있음에 길은목은 기뻐하는 것도 잠시, 한윤수는 길은목에게 이 사건을 더이상 수사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 윤수의 말을 통해 그가 뭔가 알고 있으면서 사건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경고했잖아. 여긴 위험한 데라고! 너나 할 것 없이 죄다 미쳐버리는 곳이라고!"

-p. 193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수사하는 것을 포기할 수 없었던 길은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밝혀진 진실 속에 담긴 인간의 추악함과 이기적인 모습에 놀라움과 충격을 금할 수가 없다. 그 진실과 충격적인 반전이 궁금하다면 이 책 『노비스 탐정 길은목』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다섯 명은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일까? 죽임을 당한 것일까?
왜 죽어야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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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나기
비벌리 엔젤 지음, 정영은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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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학대, 보이지 않는 감옥에서 탈출하기"

 

비벌리 엔젤의 <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나기>를 읽고 




"왜 나는 당신을 떠나지 못했을까?"

-정서적 학대에서 탈출하는 방법-

 

요즘 들어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우울증이나 폭력으로 인한 피해가 많고 극단적으로 가스라이팅 폐해로 인해 자살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가스라이팅이란 스스로의 판단력을 의심하도록 만들어서 판단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도록 만드는 행위를 나타나는 말이다. 가스라이팅은 정서적 학대의 심한 경우이지만, 이런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정서적 학대에 시달리고 고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러한 정서적 학대는 어느 날 갑자기 난데없이 나타나기도 해서 예측불가능할 때가 많다. 다정했던 배우자가 갑자기 돌변해서 난폭하게 변하기도 한다. 이런 정서적 학대는 누구나, 언제든지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정서적 학대가 무엇인지, 학대의 증상은 무엇인지, 해결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  『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나기』의 저자는  35년 동안 수없이 많은 학대 피해자들을 면담해왔다. 저자는 그동안 '정서적 학대'를 다룬 책들을 네 권이나 펴냈지만,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아마도 내가 지금까지 쓴 책 중 가장 중요한 책이 될 것이다' 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 속에서 저자는 그동안 수없이 자신이 학대 피해자를 면담해오면서 만난  정서적 학대 사례들을 모아서 치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래서 이 책은 그 피해자들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에 대한 메뉴얼과도 같은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정서적 학대를 당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수치심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사실 이 수치심으로 인해 이 보이지 않는 감옥인 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을 통해서 많은 학대 피해자들이 자신의 건강한 내면을 찾고 자존감있는 삶을 살아가길 바래본다.

 

“정서적 학대가 물리적 학대만큼이나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안겨줄 수 있는지를 우리 모두 깨달아야 한다.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억울하겠지만 이제라도 당신이 용기내서 벗어날 수 있다고 위로를 건네고 싶다. 이 책을 통해 학대의 피해자들이 수치심과 분노로 가득한 머릿속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하여, 햇살이 가득한 지금 오늘의 나를 만나는 여정이 되기를.” - 나해란(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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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 양조장집
도다 준코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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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을 잇기 위한 한 소녀 성장 스토리"

 

도다 준코의< 대나무 숲 양조장집 >을 읽고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슨 의미일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가족사 소설-

 

요즘에도 가업으로 이어서 자손 대대로 하는 일이 있을까. 기계화, 산업화. 다양한 직업군, 교육의 질 향상 등으로 인해 가업으로 이어가던 일들이 줄여들고 있다. 도자기, 민속공예 등과 같이 전통기술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가업으로 이어져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 『대나무 숲 양조장집』의 중심 소재가 되는 간장 양조장은 요즘 현대 사회에서 조금은 낯설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양조장에서 간장을 사다먹지 않고 간편하게 마트를 통해 간장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장을 직접 양조장에서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수작업과 정성과 시간이 드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한 병의 간장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많은 수고와 정성이 들다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남들이 보기에는 간장 한 병이지만, 이 책 속 스즈메 간장을 만드는 대나무 숲 양조장집 사람들에게는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온갖 정성과 사랑, 피와 땀이 들어간 간장인 것이다. 

 

이 책 『대나무 숲 양조장집』은 4대에 걸쳐서 이어온 간장 양조장을 운영하는야마오 가문을 배경으로 해서 야마오 긴카라는 소녀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성장과 그린 가족사소설이다. 유서 깊은 간장 양조장을 이어가게 된 긴카의 성장 스토리를 통해 가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처음에는 긴카와 간장 양조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긴카는 화가인 아버지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하는 어머니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존재조차 전혀 몰랐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게 되고, 이로인해 긴카의 아버지는 가업인 양조장을 물려받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고향인 나라현으로 가게 된다.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그 실력을 인정받아 화가로 성공하고 싶은 꿈을 꾸었던 긴카의 아버지는 양조장을 물려받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긴카 또한 대나무숲이 펼쳐진 양조장과 오래된 살림집에서 엄격하고 무서운 할머니와 열한 살짜리 고모와 사는 삶이 힘들기만 했다. 긴카의 어머니 또한 좋아하는 요리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엄한 시어머니의 모습에 불안해하고 무서워했다.

 

이렇게 긴카네 가족들은 양조장집에 오게 되면서부터 힘든 시간을 겪게 된다. 억지로 양조장을 떠맡아 외아들이라 가업을 계승해야한다는 책무감에 매일 양조장에서 간장 만드는 일을 하지만, 긴카의 아빠 나오타카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 어떻게 하면 그림을 그리면서 살 수 있을까. 그림으로 성공하면 양조장을 이어받지 않아도 될텐데 하며 온통 머릿속엔 그림에 대한 생각뿐이다. 긴카 또한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 엄마 역할까지 하면서 할머니를 도와드리며 지내느라 몸과 마음이 너무나 힘들다. 무엇보다 긴카를 힘들게 하는 것은 긴카 엄마의 도벽으로 인한 도둑질이다. 여기에 와서도 설마 엄마가 도둑질을 하랴 싶었지만, 엄마의 도둑질은 자주 발생해서 긴카가 도둑으로 몰리고 거짓말쟁이가 되어 학창시절 내내 왕따를 당하면서 힘겨운 학교생활을 해나간다. 긴카는 그녀의 엄마 때문에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따돌림을 당하면서 어린 시절을 우울하고 외롭게 보낸다. 엄마의 잘못까지도 자신이 대신 뒤집어 써야 하고, 엄마 때문에 집안 일, 양조장 일 등 모든 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 현실은 긴카를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럽게 한다. 더군다나 자신이 아버지의 친딸이 아닌 의붓딸이라는 출생의 비밀도 긴카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요소이다.

 

그러던 어느 날, 긴카는 양조장에서 '좌부동자'를 보게 된다. 전설에 따르면 이 좌부동자는 양조장을 지키는 수호신이며 그 좌부동자는 양조장의 당주 눈에만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깈나는 그 좌부동자를 보게 되고, 사람들에게 자신이 좌부동자를 보았다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양조장의 당주인 긴카의 아빠도 보지 못한 좌부동자를 의붓딸인 긴카가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격자무늬 기모노를 입은 남자아이인데 실은 아빠도 본 적이 없어. 좌부동자를 볼 수 있는 건 야마오 가문의 당주뿐이지. 요컨대 좌부동자를 본 사람만이 당주 자격이 있다는 소리다."

-p. 31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양조장의 당주였던 아빠는 갑작스럽게 사고로 죽게 된다. 이제 긴카에게 항상 선물을 주면서 밝게 미소지어주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아빠도 그녀 곁에 없다.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긴카는 아빠의 죽음에 대해 보답하고,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빠 대신 양조장을 물려받고자 한다. 

 

하지만, 야마오 가문의 피가 섞이지 않은 긴카를 할머니인 다즈코는 쉽게 허락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모든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긴카는 포기하지 않고 할머니를 도와 묵묵히 양조장을 운영해나간다. 긴카가 양조장을 이어받아 가업을 잇게 되는 과정이 긴카의 인생과 함께 전개된다. 그녀가 양조장을 운영하는 당주가 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인생 스토리를 통해 그녀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양조장 가업을 잇기 위해 그녀가 무엇을 잃고 또 얻게 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또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가 세상의 잣대로 보면 부족하고 비정상적인 사람들이다. 자신의 피붙이도 아닌 긴카와 그녀의 엄마를 기꺼이 사랑해주고 챙겨주는 긴카의 아버지 나오타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요리사 못지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도벽이 있어 어린 딸 긴카를 힘들게 하는 긴카의 어머니 미노리, 어떤 상황이 닥쳐도 밝게 헤실헤실 웃으며 힘든 것을 이겨내지만 마음 속으로는 엄마에 대한 원망이 가득한 긴카. 엄격하고 반듯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은 엄청난 비밀을 가지고 있는 긴카의 할머니 다즈코,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출생의 비밀을 안고 열등감을 가진 채 엇나기만 하는 긴카의 고모 사쿠라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으로 인생을 망치게 되는 쓰요시까지 모두가 도움이 필요한 불완전한 모습을 보인다. 그들의 숨겨진 사연과 그들의 인생 스토리도 펼쳐진다. 1968년부터 2018년까지 50년의 시간 동안 긴카를 포함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유구한 세월과 함께 한 편의 대하소설처럼 펼쳐지고 있다. 그 이야기를 통해 긴카라는 한 소녀의 성장과 발전도 보게 된다. 

 

수많은 시련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결국 가업을 계승하고 새로운 가족 관계를 이루어 낸 긴카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꼭 핏줄이 같아야 가족인 것인가. 생물학적인 가족도 좁은 의미에게 가족이겠지만, 함께 같은 공간에서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도 넓은 의미의 가족인 것이다. 의붓딸인 긴카에 다즈코에게 비로소 가족으로 인정받고, 사쿠라코의 아이들을 키우며 그들을 자신들의 진정한 자식들로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이 진정한 가족으로 하나로 묶이고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은 무한한 감동을 주었다. 또한 가족의 해체와 함께 좌부동자 전설에 얽힌 과거 또한 청산함으로써 보다 더 새롭고 밝은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바람이 불어와 대나무가 운다. 양조장에서는 간장 냄새가 난다.

쓰요시가 감을 따면서 손을 흔들었다. 긴카도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보였다. 좋은 가을이었다. 

-p. 450

 

이 책 『대나무 숲 양조장집』을 통해서 긴카의 가족사 속에 담긴 사랑, 믿음, 성장, 수용, 이해, 포용. 열정, 노력 등 다양한 인성적 요소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무한한 감동과 재미가 있는 가족사 소설이서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이 글은 소미미디어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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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니시드
김도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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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즘 미스터리 스릴러 "

 

깁도윤의< 배니시드>를 읽고 




"연기처럼 사라진 남편, 10년 뒤 사라진 아들

아들 방에서 발견된 피 묻은 칼!"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콘텐츠 & 필름마켓 선정작 -

 

평범한 일상 생활 속에서도 미스터리는 존재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평범해보이는 부부이지만 그 부부의 일상 속에서도 미스터리와 스릴러적 요소가 있을 수 있음을 이 책 『배니시드』를 통해 알게 된다. 평상시대로 남편은 출근했지만, 그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연기처럼 사라진 남편과 남겨진 가족, 그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왜 그 남편은 사라진 것일까.  그렇게 이 책  『배니시드』는 시작을 한다.

 

그날도 여느 날과 같았다. 세안, 식사, 배웅 순으로 진행되는 가족의 아침 의식을 마치고, 남편은 출근했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p.11, 「프롤로그」중에서

 

프롤로그에서 남편의 갑작스러운 실종으로 시작을 하면서 작가는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마주치는 앞동 여자에 대한 주인공 정하의 불쾌감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60평형 아파트에 사는 앞동 여자와 달리 주인공 정하는 22평형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빈부격차에 따른 자격지심 때문에 앞동 여자에 대해 불쾌하다고 느끼는 걸까. 아니면 앞동 여자에게 숨겨진 미스터리가 있는 것일까. 

 

두 아이를 키우는 정하의 일상은 여느 전업주부의 일상과 다름 없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을 돌보랴 챙기랴 여느 전업맘처럼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 이렇게 육아에 찌들어사는 정하와 달리 남편은 밤늦게 들어온다. 그런데 어느 날 밤, 남편 원우가 피투성이가 되어 집에 들어온다. 그리고 정하는 다음 날 남편이 남긴 피의 흔적과 증거를 남김없이 인멸한다. 곧이어 뉴스에서 호프집 살인사건 소식이 들려오고 며칠 후 남편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다음 날, 남편은 평소처럼 출근했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p. 84

 

왜 그녀의 남편은 연기처럼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일까. 혹시 남편이 호프집 살인사건과 관련있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남기며 여전히 그녀의 남편은 돌아오지 않은 채 정하는 두 아이들을 키우며 힘겹게 매일매일을 버텨나간다. 그러던 중, 평소 불쾌하게 생각했던 앞동 여자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죽게 되고 앞 동 남자 우성과 만나고 서로 위로하면서 친해지게 된다. 

서로 배우자를 잃었다는 공통점과 앞 동 남자 우성의 자상함에 정하는 그와 재혼을 하게 된다. 남편의 실종 후 10년이 지난 어느 날 아들 상원이가 갑작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아들 방에서 피 묻은 칼이 발견되면서 10년 전 남편의 실종과 함께 그날이 다시 떠오르게 된다.

 

갑작스런 남편의 실종, 10년 뒤 아들의 실종과 아들 방에서 발견된 피묻은 칼 과연 이들 사이에는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 것일까. 과연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과연 이 모든 것이 우연인 것일까. 아니면 치밀한 계획에 의한 범죄인 것일까.

 

겉보기에는 서로 관계없이 보이는 일들도 사실은 모두 관련이 없는 없음을 알게 된다. 정말 이 세상에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실종도, 10년 뒤 아들의 ㅛ사라짐 또한 모두 예견된 일이며 그 모든 것 이면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더 큰 의도와 계획이 숨어있었다니 놀라웠다.

마지막 부분을 읽고 나서야 퍼즐의 한 조각 한 조각들이 비로소 맞아들어갔음을, 이 모든 것이 한 여자를 향한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때문이었음을 알게 된다. 스릴러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결말은 무슨 러브 스토리같다는 느낌이 든다.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들이 각자 행복해지는 결말을 작가가 취한 듯 하다. 

이 스릴러 사건 속에 숨겨진 빅 피처가 궁금하다면 이 리얼리즘 미스터리가 궁금하다면  이 책 『배니시드』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존재하는 미스터리이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서 더욱더 그 공포와 스릴은 컸던 것 같다.

 

만약 당신이 소설 속 정하처럼 나중에 그 모든 진실을 알아버렸다면 진실을 밝힐 것인가. 아니면 아무 일도 없이 살 것인가. 소설 속 정하의 마지막 선택과 그 이유를 보면서 나에게 질문해본다. 만약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며 책장을 덮는다.

 

"테아트럼 문디,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무대 위의 배우들이니까.

-p.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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