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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취향 - 교유서가 소설
김학찬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익살과 유희가 가득한 사소한 이야기"
김학찬의 <사소한 취향>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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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은 존중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 6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가 김학찬이 그리는 익살과 유희의 세계-
여기 웃다 보면 배가 아파지고, 달콤하다 싶다가 뒷맛이 맵게 느껴지는 사소한 이야기들이 있다. 이 책 『사소한 취향』 속에 담긴 10편의 이야기들이 모여서 익살과 유희의 세계를 창조한다. 일상 속 소재와 생각을 가져와서 별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별나게 만들고 평범한 일상 속에 숨겨진 값진 지혜를 찾아낸다.
어떻게 보면 이 책에 제시된 10편의 이야기들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우리와 대화하는 듯한 문체를 사용해서 재미를 한층 더 높인다. 무미건조하고 툭툭 내뱉는 문장 구성을 통해 익살의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10편의 이야기 중 <우리 집 강아지>는 동생을 괴롭히는 맛에 사는 형과 형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복수의 칼날을 가는 동생의 이야기이다. 동생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전개되고 "모든 형들은 개새끼다"라고 시작하는 첫 문장이 형에 대한 동생의 마음을 잘 대변해주는 듯하다. 다소 직설적이고 도발적인 문장을 통해 작가는 형제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승자독식의 경쟁 사회를 비판하고 있는 것 같다. 자신과 형의 대결을 카인과 아벨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마치 신의 특권을 누리는 자와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라는 신화적 도식을 통해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별과 갈등을 해학적으로 표현하였다. 아마 형제간의 갈등으로 고통을 당하는 동생 입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에 많이 웃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형들은 개새끼다. 나는 동생이니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형을 개로 만들면 아버지도 개가 되고, 나도 개일 수밖에 없지만, 할 말은 해야 한다.
-「우리집 강아지」중에서
<시니어 마스크>는 강사 자리를 잃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히 글을 쓰는 작가의 이야기이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어 많은 대학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은 현실을 반영해서 그런지 이 이야기는 우리의 씁쓸하고 슬픈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가 또 뭘 해야 할까, 할수는 있을까, 조용히 털고 일어날까.
우선 저는 계속 써보겠습니다.
읍읍, 여전히 하지 못한 말이 더 있습니다.
-p. 74
마치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투영된 듯하다. 특히 작가는 대한민국예술원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아마도 그 기관과 어떤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약간은 소위 자리 다툼이나 밥그릇 싸움이 연상된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대학과 대한민국예술원법에 대한 작가의 부정적인 시각과 생각이 잘 드러나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이 이야기 속에 담긴 해학을 통해 대상에 대해 강하게 풍자하고 비판하고 있는 것 같다.
문학은, 아직까지 죽지 않았어! 대학은, 그래도 교육하는 곳이야! 하면 폼나지 않겠습니까. 다 같이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여야 멀찍이 구경만 하던 사람도 한판 낄 마음이 들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꼬셔서 자리에 앉혀야지요. 인싸끼리만 해먹으면 오래 못 갑니다.
-「시니어 마스크」중에서
아마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이 세 번째 이야기인 <고양이를 찾>를 읽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작가는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무시되는 존재 중에서 반려동물에 대해 다루었다. 어느 날 집 앞에서 유기된 고양이를 발견하고 키우면서 집사가 되는 과정을 통해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유기견의 문제를 드러내고, 우리가 함께 사는 동반자로서 어떻게 개와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로 잘 살아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한다.
"고양이는 제 겁니다." 라는 문장으로 작가는 시작하면서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던 화자인 내가 유기된 고양이를 키우면서 달라진 화자의 모습도 잘 보여주고 있다.
착하다는 말도 이상합니다. 어떤 사람이 착한 사람입니까. 어떤 고양이가 착한 고양이입니까. 어떻게 생긴 고양이가 귀여운 고양이고, 어떻게 생긴 고양이가 못생긴 고양이입니까. 적응을 잘했으니 착한 고양이입니까.
-「고양이를 찾」중에서
취향은 존중받아야 하는 것일까. <프러포즈>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시스템 속에 익살스러운 말들을 늘어놀거나 '사소한 취향'들을 가득 담아놓았다.
인터뷰 원고는 인천공항 출국장 무빙벨트 근처 쓰레기통에 있으니 보고 싶으면, 알아서 찾아가라고 했다. 취향은 존중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도 사소한 취향이 있다니까.
-p.168, -「프러포즈」중에서
우리는 10편의 이야기들을 통해 평범함 속에 담긴 익살과 해학의 미학을 배웠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환멸과 멸시도 동시에 보게 된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 싶은 웃고픈 마음이 느껴져서 마냥 이 이야기들에 웃을 수만은 없는 것 같다.
본 소설은 깨끗하게 손을 씻은 후 경건한 마음으로 제조되었습니다. 개봉 후 하루에 한 편씩 규칙적으로 반복해서 일 년간 복용하세요. 제품 특성상 유통기한이 지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선도 유지를 위해 작가의 최선을 갈아 넣었으나 인체에는 무해합니다. 소설읽는 고운마음, 사서읽는 밝은마음.
'사소'의 열편은, 열편의 '사소'는 흐드득흐드득, 세게에 대한 흐드드득흐드드득한 이야기니까요.
_「작가의 말」에서
이 글은 교유서가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