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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슨 의미일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가족사 소설-
요즘에도 가업으로 이어서 자손 대대로 하는 일이 있을까. 기계화, 산업화. 다양한 직업군, 교육의 질 향상 등으로 인해 가업으로 이어가던 일들이 줄여들고 있다. 도자기, 민속공예 등과 같이 전통기술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가업으로 이어져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 『대나무 숲 양조장집』의 중심 소재가 되는 간장 양조장은 요즘 현대 사회에서 조금은 낯설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양조장에서 간장을 사다먹지 않고 간편하게 마트를 통해 간장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장을 직접 양조장에서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수작업과 정성과 시간이 드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한 병의 간장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많은 수고와 정성이 들다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남들이 보기에는 간장 한 병이지만, 이 책 속 스즈메 간장을 만드는 대나무 숲 양조장집 사람들에게는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온갖 정성과 사랑, 피와 땀이 들어간 간장인 것이다.
이 책 『대나무 숲 양조장집』은 4대에 걸쳐서 이어온 간장 양조장을 운영하는야마오 가문을 배경으로 해서 야마오 긴카라는 소녀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성장과 그린 가족사소설이다. 유서 깊은 간장 양조장을 이어가게 된 긴카의 성장 스토리를 통해 가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처음에는 긴카와 간장 양조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긴카는 화가인 아버지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하는 어머니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존재조차 전혀 몰랐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게 되고, 이로인해 긴카의 아버지는 가업인 양조장을 물려받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고향인 나라현으로 가게 된다.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그 실력을 인정받아 화가로 성공하고 싶은 꿈을 꾸었던 긴카의 아버지는 양조장을 물려받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긴카 또한 대나무숲이 펼쳐진 양조장과 오래된 살림집에서 엄격하고 무서운 할머니와 열한 살짜리 고모와 사는 삶이 힘들기만 했다. 긴카의 어머니 또한 좋아하는 요리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엄한 시어머니의 모습에 불안해하고 무서워했다.
이렇게 긴카네 가족들은 양조장집에 오게 되면서부터 힘든 시간을 겪게 된다. 억지로 양조장을 떠맡아 외아들이라 가업을 계승해야한다는 책무감에 매일 양조장에서 간장 만드는 일을 하지만, 긴카의 아빠 나오타카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 어떻게 하면 그림을 그리면서 살 수 있을까. 그림으로 성공하면 양조장을 이어받지 않아도 될텐데 하며 온통 머릿속엔 그림에 대한 생각뿐이다. 긴카 또한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 엄마 역할까지 하면서 할머니를 도와드리며 지내느라 몸과 마음이 너무나 힘들다. 무엇보다 긴카를 힘들게 하는 것은 긴카 엄마의 도벽으로 인한 도둑질이다. 여기에 와서도 설마 엄마가 도둑질을 하랴 싶었지만, 엄마의 도둑질은 자주 발생해서 긴카가 도둑으로 몰리고 거짓말쟁이가 되어 학창시절 내내 왕따를 당하면서 힘겨운 학교생활을 해나간다. 긴카는 그녀의 엄마 때문에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따돌림을 당하면서 어린 시절을 우울하고 외롭게 보낸다. 엄마의 잘못까지도 자신이 대신 뒤집어 써야 하고, 엄마 때문에 집안 일, 양조장 일 등 모든 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 현실은 긴카를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럽게 한다. 더군다나 자신이 아버지의 친딸이 아닌 의붓딸이라는 출생의 비밀도 긴카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요소이다.
그러던 어느 날, 긴카는 양조장에서 '좌부동자'를 보게 된다. 전설에 따르면 이 좌부동자는 양조장을 지키는 수호신이며 그 좌부동자는 양조장의 당주 눈에만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깈나는 그 좌부동자를 보게 되고, 사람들에게 자신이 좌부동자를 보았다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양조장의 당주인 긴카의 아빠도 보지 못한 좌부동자를 의붓딸인 긴카가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격자무늬 기모노를 입은 남자아이인데 실은 아빠도 본 적이 없어. 좌부동자를 볼 수 있는 건 야마오 가문의 당주뿐이지. 요컨대 좌부동자를 본 사람만이 당주 자격이 있다는 소리다."
-p. 31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양조장의 당주였던 아빠는 갑작스럽게 사고로 죽게 된다. 이제 긴카에게 항상 선물을 주면서 밝게 미소지어주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아빠도 그녀 곁에 없다.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긴카는 아빠의 죽음에 대해 보답하고,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빠 대신 양조장을 물려받고자 한다.
하지만, 야마오 가문의 피가 섞이지 않은 긴카를 할머니인 다즈코는 쉽게 허락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모든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긴카는 포기하지 않고 할머니를 도와 묵묵히 양조장을 운영해나간다. 긴카가 양조장을 이어받아 가업을 잇게 되는 과정이 긴카의 인생과 함께 전개된다. 그녀가 양조장을 운영하는 당주가 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인생 스토리를 통해 그녀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양조장 가업을 잇기 위해 그녀가 무엇을 잃고 또 얻게 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또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가 세상의 잣대로 보면 부족하고 비정상적인 사람들이다. 자신의 피붙이도 아닌 긴카와 그녀의 엄마를 기꺼이 사랑해주고 챙겨주는 긴카의 아버지 나오타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요리사 못지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도벽이 있어 어린 딸 긴카를 힘들게 하는 긴카의 어머니 미노리, 어떤 상황이 닥쳐도 밝게 헤실헤실 웃으며 힘든 것을 이겨내지만 마음 속으로는 엄마에 대한 원망이 가득한 긴카. 엄격하고 반듯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은 엄청난 비밀을 가지고 있는 긴카의 할머니 다즈코,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출생의 비밀을 안고 열등감을 가진 채 엇나기만 하는 긴카의 고모 사쿠라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으로 인생을 망치게 되는 쓰요시까지 모두가 도움이 필요한 불완전한 모습을 보인다. 그들의 숨겨진 사연과 그들의 인생 스토리도 펼쳐진다. 1968년부터 2018년까지 50년의 시간 동안 긴카를 포함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유구한 세월과 함께 한 편의 대하소설처럼 펼쳐지고 있다. 그 이야기를 통해 긴카라는 한 소녀의 성장과 발전도 보게 된다.
수많은 시련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결국 가업을 계승하고 새로운 가족 관계를 이루어 낸 긴카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꼭 핏줄이 같아야 가족인 것인가. 생물학적인 가족도 좁은 의미에게 가족이겠지만, 함께 같은 공간에서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도 넓은 의미의 가족인 것이다. 의붓딸인 긴카에 다즈코에게 비로소 가족으로 인정받고, 사쿠라코의 아이들을 키우며 그들을 자신들의 진정한 자식들로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이 진정한 가족으로 하나로 묶이고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은 무한한 감동을 주었다. 또한 가족의 해체와 함께 좌부동자 전설에 얽힌 과거 또한 청산함으로써 보다 더 새롭고 밝은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바람이 불어와 대나무가 운다. 양조장에서는 간장 냄새가 난다.
쓰요시가 감을 따면서 손을 흔들었다. 긴카도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보였다. 좋은 가을이었다.
-p. 450
이 책 『대나무 숲 양조장집』을 통해서 긴카의 가족사 속에 담긴 사랑, 믿음, 성장, 수용, 이해, 포용. 열정, 노력 등 다양한 인성적 요소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무한한 감동과 재미가 있는 가족사 소설이서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이 글은 소미미디어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