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하는 나날들 - 조현병에 맞서 마음의 현을 맞추는 어느 소설가의 기록
에즈메이 웨이준 왕 지음, 이유진 옮김 / 북트리거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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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에 맞서서 삶 살아가는 어느 소설가 기록 "

 

에즈메이 웨이준 왕조율하는 나날들>을 읽고 

 


“오늘도 조현병에 맞서 마음의 현을 맞추고 있습니다."

-조현병에 맞서 마음의 현을 맞추는 어느 소설가의 기록  -


조현병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조현병을 사이코패스와 광기와 연결시킨다. 끔찍한 살인사건의 범인이 조현병 환자일 경우도 많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조현병이란 망상, 환각,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대인관계 회피, 의욕 상실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정신질환이다. 이 증상들이 6개월 이상동안 계속된다면 조현병으로 의심해도 된다.

 

흔히 파멸의 병, 광기의 병이라 일컬어지고 완치도 치유도 없는 병인 조현병에 맞서서 한 소설가는 오늘도 그녀의 삶을 붙들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 『조율하는 나날들』의 저자 에즈메이 웨이준 왕은 소설가이자 패션기고가이자 스탠퍼드대 뇌 영상 연구원이다. 그리고 그녀는 무엇보다 조현병 환자이다. 그녀 자신이 조현정동장애로 진단받았다. 어쩌면 이 병에 비하면 조현병은 정신장애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병일지 모른다. 하지만 저자가 진단받은 조현정동장애는 일반인들에게 상대적으로 낯선 병이며 이 병은 조현병과 조증, 혹은 조현병과 우울증이 결합한 결과라고 한다. 이런 심각한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는 저자 자신이 일반인들의 조현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위해 이 책 『조율하는 나날들』을 집필하였다.

 

이 책 속에는 저자가 처음에 양극성장애 진단을 받고 8년 만에 조현정동장애라는 새로운 진단을 받기까지의 과정과 조현병 환자로 살아가는 고뇌, 정신적 질환으로 인해 예일대에서 쫓겨나고, 병에 따라 계급이 정해지는 정신병원의 현실 등을 다루었다. 저자는 조현병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에서 더 나아가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정신질환을 겪는 학생들을 위한 대학의 시스템 부재, 정신질환자에 대한 비자발적 치료, 정신의학의 바이블인 DSM 체계에 의한 진단의 한계점 등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다.

저자 자신이 조현병 환자이고, 정신적 질환을 앓는 사람으로 사회에서 차별을 몸소 체험하였기에 저자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며 저자에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우리는 정신질환자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특히 조현병이라고 하면 사이코패스와 광기로 연관시켜서 그들을 무서워하고 멀리해왔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로서의 저자의 삶의 기록을 통해 '그들 또한 우리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기혼자이고, 치료를 잘 받는 환자이고, 사업가임을 말하려고 애쓴다. 더불어 조현정동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정신에 문제가 있는 환자이지만, 나도 그저 '당신들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p. 71

 

「예일대는 널 구해 주지 않아」에서는 저자는 자신이 예일대 재학 중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정신질환을 이유로 결국 예일대에서 퇴학당한 일화를 들려준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정신질환을 앓는 학생들이 병을 이유로 하여 궁지에 몰려 구제받지 못한 채, 학업을 결국 포기하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저 예일대 다녔어요" 라는 말은 '나는 조현정동장애가 있지만 가치 없는 인간은 아니에요'의 줄임말이다.

-p. 55 

 

또한 「병동에서」에서는 저자는 병에 따라 계급이 정해지고 비자발적인 입원으로 정신병원에 한 번 들어가게 되면 절대 나올 수가 없는 정신병원의 폐쇄적인 측면에 대해 비판한다. 

 

정신병원에서 지내는 일이 어떤 것인지 가장 잘 보여 주는 특징은 아무도 환자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는, 사람들이 당신에 관해  전혀 사실이 아닌 것들을 사실로 믿는다는 것이다.

-p. 150

 

조현병 환자로서 저자는 끊임없이 거절과 외면 속에서 살아왔다. 이 책을 읽으며 사회적 부정적인 시선과 외면 속에서도 꿋꿋히 견디며 살아가려는저자의 강한 의지를 느끼게 된다. 저자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으로서,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정신적 질환과 싸우면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그들이 자신들의 속도에 맞추어 삶을 살아가도록 돕고 있다. 저자의 경험을 통해 정신질환은 얼마든지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잘 돌보면서 살면 얼마든지 일상 생활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그들 또한 우리들과 다름 없고 함께 삶을 살아가는 존재임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말해준다. 

 

"어떤 초자연적인 이탈이 발생할 때, 나는 내 리본을 찾아 손목에 묶는다. 망상이 찾아오거나 환각이 내 감각을 다시 어지럽히면, 그 무감각의 혼란 속에서 감각을 도로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라 되뇌어 본다. 이렇게 스르르 빠져나가는 정신을 가지고 살아야만 한다면, 나는 그것을 붙들어 둘 수 있는 방법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스스로에게 되뇐다."

-p. 296-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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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기타 - 딩가딩가 기타 치며 인생을 건너는 법 날마다 시리즈
김철연 지음 / 싱긋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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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와 함께 인생 유쾌하게 사는 법 "


김철연< 날마다기타>를 읽고 



“기타는 이 정도만, 노래도 이 정도만 그냥 나의 삶에 있기만 하면 된다."

-딩가딩가 기타 치며 인생을 건너는 법-

 

날마다 기타를 딩가딩가 치며 사는 법은 어떨까.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 속에서 딩가딩가 바이올린을 연주했던 베짱이가 생각이 난다. 비록 베짱이는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지 않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놀았지만, 어쩌면 베짱이야말로 음악과 함께 인생을 즐겼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베짱이처럼 음악의 낭만을 누리며 즐겁게 기타를 딩가딩가 치며 즐겁게 인생을 사는 사람이 있다. 바로 뮤지션, 배우,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 선생님인 김철연씨는 그렇게 딩가딩가 기타를 치며 인생을 허우적거리지만 나름 유쾌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 책 제목인 '날마다 기타' 처럼 날마다 기타를 치며 인생을 나름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이 책 『날마다, 기타』는 “지금도 음악만큼 아름다운 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며 음악을 최고로 여기면서 한때 음악을 삶의 전부라도 생각하며 살았던 한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 선생님인 김철연씨의 인생 이야기이다. 음악이 삶의 전부이고 음악을 하며 살고 싶었지만, 현실은 결코 김철연씨에겐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음악으로 돈을 벌어야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음악을 좋아하면 할수록, 음악을 놓지 못할수록 더욱더 가난해지는 것이었다. 음악이 전부인 그가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는 삶과 타협하면서 음악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음악을 내 삶의 전부에서 일부로 만드는 건 정말 쉽지 않았다. 좋아할수록 힘들어지고 같이할수록 가난해지는데도 음악을 놓지 못하는 내가 싫었지만 놓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음악은 내게 매력적이었다. 지금도 음악만큼 아름다운 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음악은 내 삶의 전부가 아니다. 음악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난 순간 삶이 편안해졌다. 이제는 기타의 테크닉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고, 유행하는 노래를 급하게 카피하지 않아도 된다.
-p. 8, 「프롤로그」중에서

 

어렸을 때부터 그는 음악과 춤을 좋아했고, 음악이 너무 좋아서 서울예대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했다. 열심히 기타를 치며 꾸준히 밴드 활동을 해나갔지만, 20대 젊은 청년에게도 음악만으로 먹고 살기는 힘들었다. 열심히 알바하면서 틈틈히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밴드 활동을 했지만, 마음껏 공연을 할 클럽 무대도 별로 없었다. 또한 공연을 한다해도 무료 공연이나 재능 기부처럼 전혀 공연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렇게 저자는 자신의 음악과 관련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너무나 솔직하고 진솔한 그의 이야기가 참으로 웃고프다. 

어쩌면 그가 말하는 인생이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인생 아닐까. 우리들 또한 살면서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자꾸 포기하고 그 현실에 실망하게 되더라도 끝내는 그것을 포기하지 못하지 않는가. 그것이 저자에겐 기타이고 음악인 것이다. 그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이가 들어서, 바쁘고 시간이 없어서 기타를 치고 음악을 할 시간이 없더라도 그 꿈은 결코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 책 『날마다, 기타』의 저자인 김철연씨의 말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인생을 즐겁게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저자 김철연씨가 기타를 딩가딩가 치며 즐겁게 인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들도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 것들을 다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또는 나중에 ‘방구석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는 기타’라 할지라도 다시금 그 기타와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될 것이다. 몇 년 동안 기타를 치지 못하고 있다는 그 학생도 바쁜 일들이 다 지나가 다시금 기타와 함께 새로운 여행을 떠날 수 있길 바라본다.

-p, 161, 「“기타 이름이 뭐예요?”」중에서



이 글은 교유서가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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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 정상 영업합니다 - 끝내기 실책 같은 상황이어도
쌍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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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 경기처럼 인생 유쾌하게 사는 법 "

 

쌍딸< 우리 인생 정상 영업합니다>를 읽고 




“영업 종료만 피하자. 인생사 어떤 모양이든 영업만 지속하면 된다.

-쌍딸의 좌충우돌 굴러가는 인생 이야기-

 

"당신의 인생은 정상 영업 중인가요?" 누군가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어떻게 말해야할까. 지금 내 인생은 정상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 걸까. 그래도 최소한 아직 망하지는 않고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으니 정상 영업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야구 경기로 따지먄 지금은 9회 경기 중 몇 회말일까. 이미 중년의 나이니깐 5회는 넘은 것일까.

인생을 살아보면 좌절과 실패를 자주 겪게 된다. 그때는 인생이 다 망한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역전 만루 홈전처럼 한방에 찌릿한 기쁨과 행복을 경험하기도 한다. 9회말 경기가 다 끝낼때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야구처럼 인생도 그렇게 끝까지 살아봐야 아는 것 같다. 

 

이 책  『우리 인생 정상 영업합니다』의 저자 쌍칼은 전작인 『죽어야 끝나는 환장 야구 라이프』에서 야구팬들에게 웃음으로 눈물 닦는 야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이번 책 『우리 인생 정상 영업합니다』에서는 9회 야구 경기와 같은 우리 인생의 희로애락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생이 야구 경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인생도 야구 경기처럼  승패가 결정되면 어떨까. 야구에서는 역전승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데, 우리 인생에서는 그런 역전같은 순간이 많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이런 역전승도 있는 복잡한 야구 경기인 우리 인생을 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도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인생을 사는 것 같다. 우리처럼 회사에 출근하고, 업무에 시달리고, 상사의 갈굼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게 저자인 쌍딸은 자신의 평범한 일상 속 이야기들을 끄집어 내어 우리에게 들려준다. 야구 팬으로서 야구애 대한 애정이 담긴 유쾌한 야구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공감받은 이야기라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처럼 평범하고,우리처럼 일상을 살아가기에 그녀의 맘에 200% 공감할 수 있다. 유쾌하고 쿨하게 쓰여진 문장들 속에서 전해지는 인생의 지혜도 발견한다. 그래서 왠지 저자의 글을 읽으면 '인생 뭐 있어.' 까짓거 하면 되지.' 머 이런 빼째라 행동도  할 수 잇는 자신감을 얻는다.  

 

다른 사람들처럼 열심히 직장 생활을 했고, 일을 미친듯이 했지만 결국은 퇴사와 망가진 몸이었다. 무엇 하나 뚜렷하게 이룬 것이 없어보이는 삶이지만, 결코 저자는 자신의 인생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고의 야구 선수들도 1군에서만 경기하지 않고 2군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처럼 얼마든지, 우리 인생에서도 2군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2군으로 갔다고 해서 인생 망한 것은 아니다. 언제든지 우리는 2군에서 1군으로 올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차피 그딴 짓을 저질러놓은 나와 내일도, 모레도, 앞으로도 쭉, 눈 감을 때까지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 내가 나를 싫어하면 진짜 답이 없다. 나랑 좀 친하게 지내야 살만해진다. 과거의 나도 나고, 실수한 나도 나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내 추한 모습까지 사랑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런 부분들만 쏙 뽑아내고 싶을 때도 있다. 근데 그런 것들을 하나둘 뽑아내다 보면 이것도 별로고, 저것도 별로인 것처럼 느껴져서 다 빼고 싶어진다. 그러다가 끝내 와르르 무너진다. 사람이란 게 절대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것들로만 쌓아 올려진 존재가 아니다. 괜찮은 것들과 별로인 것들이 다 차곡차곡 쌓여서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온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바보 같고, 덜떨어지고, 아는 척하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까지 인정해야만 완전한 나를 마주할 수 있다.
---「2장 살다 보면 2군도 가고 그러는 거지」중에서

 

'나 아직 안 망햇어" 라고 자신있게 말하며, 자신만의 유쾌한 인생을 살아보자. 아직 당신은 9회말에 와 있지 않으니, 얼마든지 즐겁게 인생을 살 수 있다. 끝까지 가봐야 그 승패를 알 수 있는 야구처럼 당신의 인생도 끝까지 가봐야 하니 자신있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보자.

이 책이 그런 당신의 인생 길에 지치고 힘든 어깨를 다독여주고 '할 수 있다' 라고 말하며 웃음을 주길 바래본다. 

 

"큰 실수를 저질렀어도, 그게 심지어 끝내기 폭투일지라도, 그걸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오늘의 경기는 졌어도 내일의 경기는 모르는 법이다. 오늘 하루는 엉망진창이었어도, 내일은 모르는 법이다. 다 무너진 것 같아도, 어떻게 저렇게 하면 됩니다. 그러니깐 샷다 올리고 우리 인생 정상 영업합시다."

-p.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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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당신을 위하여
김다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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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당신을 위한 이야기"

 

김다윤의 <불행한 당신을 위하여>를 읽고 


"누군가를 불행하게 한 사람은 벌받아야 하잖아."

- 2022 STORYUM×NOVEL 스토리움 소설 공모전 당선작-
 

 

"당신은 불행한가요 아니면 행복한가요? 만약 당신이 피해를 당해 불행하다면 가해자를 처벌하고 싶나요?" 라고 누군가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우리는 우리가 당한 피해에 대해 보상을 받고 그 가해자를 처벌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된다.

"누군가를 불행하게 한 사람은 벌받아야 하잖아" 라는 이 책 『불행한 당신을 위하여』에 등장하는 다온이의 말처럼 말이다. 가해자는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과연 처벌만이 최선의 방법일까. 마치"눈에는 눈, 이에는 이" 처럼 내가 피해를 당했으니 너도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에 대해 이 책   『불행한 당신을 위하여』을 통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평범한 대학생 다온이에게 도착한 붉은 색깔의 <불행한 이들을 위하여> 라는 제목의 책, 과연 이 책은 무슨 책일까. 처음에 다온은 이 책이 다른 여느 책들과 비슷한 평범한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곧 그 책을 이용하면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던 현장으로 가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이 책을 사용하는 방법은 숫자가 적힌 페이지에 손바닥을 올리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당신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는 이들이 받을 벌을 정해주시면 됩니다. 이러한 당신의 헌신에 대해 마땅한 보상이 주어질 것입니다.
-p.7


이 책은 마치 심판관처럼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들을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 숫자가 적힌 페이지에 손을 올리면 가해자가 피해자를 괴롭히는 현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 현장으로 이동한 다온은 파란 빛이 나는 피해자와 붉은 빛이 나는 가해자의 모습을 보게 된다. 거기서  가해자는 피해자를 때리거나 괴롭히고 있다. 택배 기사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한 20대 여성의 살인 현장을 목격하게 된 다온은 이 책을 통해 얻은 정보를 통해 마침내 살인자를 검거하고 그 죄에 합당한 벌을 내리게 된다. 이렇게 이 붉은 책을 통해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하는 사람들에게 벌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그 가해자 속에는 그녀 자신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시간은  8년 전 그 때로 돌아간다. 8년 전 그 때,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빠가 저지른 방화에 의해 다온의 엄마가 죽게 된다. 다온은 자신의 엄마가 죽은 것이  폭력적인 아빠를 신고하지 못하게 말린 연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 이후로 연우는 다온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다온이 해달라는 대로 해주게 된다. 당연히 자신은 피해자이고 연우가 가해자인 줄 알았던 연우는 이 붉은 책을 통해 자신이 연우에게 가해자임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사실은 자신이 연우가혹하게 괴롭히고 있고 힘들게 하고 있음을 말이다. 여전히 죄책감과 우울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연우는 다온이의 붉은 책을 통해 조금씩 서로가 피해자였음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자신들을 구속해왔던 죄책감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된다. 그들의 관계가 조금씩 개선되면서 8년 전 멈추었던 시간은 다시 흐르게 된다.

 

붉은 책이 불행하게 만든 자들을 처벌하는 책이라면 푸른 책은 행복할 자들에게 축복을 내려주는 책인 것이다. 붉은 책의 세 번째 피해자인 해준은 불행한 자를 처벌하는 다온과는 달리 행복해야 할 사람들에게 축복을 준다. <행복한 이들을 위하여>란 책 제목또한 붉은 책의 <불행한 이들을 위하여>과 대조적이다. 

마치 착한 일을 하면 상을 주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자는 처벌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에겐 축복을 내리는 것이다. 다온과 해준은 각자 자신들이 가진 붉은 책과 푸른 책을 통해 그들 주변의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고,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생의 모든 일들도 이렇게 선과 악의 판단이 명확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이 세상에 잘못을 저지르고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처벌을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정작 잘못을 저지르고도 전혀 그 잘못에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고 없던 일로 넘어가거나 어영부영 흘러가버린 적이 얼마나 많은가. 아니면 다온과 해준처럼 착한 일을 하면 축복을 주고 나쁜 일을 하면 처벌을 하는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 속에서 그런 정의가 잘 이루어지고 있나 생각해보게 된다.

 

또한 잘못에 대한 처벌이 능사가 아님을 다온과 연우의 관계를 통해 보게 된다. 가장 최고의 처벌은 상대방의 잘못을 진심으로 용서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  『불행한 당신을 위하여』을 통해 내 주변 사람들을 돌이보게 되었고, 혹시 내가 다온이 연우에게 가해자였던 것처럼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 않을까. 우리 또한 그들의 잘못을 용서해주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줄 아는 사람이 되어주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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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박물관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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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서 희망으로 시선을 돌린 작가 첫 해피엔딩 단편집"

 

김동식의< 인생 박물관>을 읽고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따뜻한 이야기 모음집-

 

2017년 『회색 인간』으로 데뷔한 작가는 인간의 본성의 선악적인 면에 주목해왔다. 인간의 이중적인 본성에 초점을 맞춘 작가는 그동안 선과 악 중 주로 인간의 악한 면에 치중해서 글을 써왔다. 그런데 이번에 작가는 "이 책은 내가 인간을 사랑하기 위해 탐구한 글들이다." 라고 말할 정도로 인간의 선한 측면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마치 작가가 '인간은 선하다' 라고 성선설을 주장하듯이, 인간 내면에 깃든 선한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 책 『인생 박물관』은 '공포'에서 '희망'으로 시선을 돌린 작가의 첫 해피엔딩 단편집이다. 그래서 이 책 속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25편의 따뜻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전작들은 주로 인간으로 인한 공포와 절망적인 상황을 보여주었다면,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밝고 희망적이며 인간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담겨 있다.

 

희망도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작품 속 주인공들은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작가는 삶의 동기를 잃어 자살하러 가는 상황에 직면해서도 그들은 결국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발견한다. 정말 "어떤 상황 속에서도 죽으란 법은 없다." 라는 명제가 맞는 것 같다.

 

<벌금 10만원>에서 분유값이 없어서 동창회에 10만원을 빌리러 가는 주인공이 등장하고. <자살하러 가는 길에>에서는 삶의 동기를 잃고 자살하러 가는 주인공이 나온다. 그들이 처한 현실은 절망스럽고 슬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삶은 여전히 살아갈 만하다고 나중에는 깨닫게 된다. 표제작인 <인생 박물관>은 한 편의 판타지 소설 같다. 꿈 속에 존재하는 자신의 인생 박물관이라는 판타지적 소재를 사용하여 인생의 값진 교훈을 깨닫게 한다. 

 

또한 이 책 속에서는 은둔형 외톨이로 외롭게 사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커튼 너머의 세상>에서는  커튼 너머의 남들의 세상을 엿보다 결국은 자신의 세상 속에서 삶을 살아갈 이유를 발견한다. <할머니를 어디로 보내야 하는가>에서는 자살한 딸을 만나기 위해 지옥으로 보내달라고 하는 할머니가 등장한다. 천국으로 갈 만큼 선행을 한 할머니는 자신 때문에 딸이 죽었으니 자신을 지옥으로 보내달라고 한다. 이에 대해 천국과 지옥에서는 열심히 협의한 결과 할머니를 환생시키기로 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니 영화 <신과 함께>가 생각이 나서 더욱더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는 선한 본성과 악한 본성을 나타내기 위해 천사와 악마를 소재로 사용하여 이야기를 구성하기도 했다. <좋은 일을 하면 다 돌아온다>에서는 천사가 등장하여 주인공에게 선행을 베풀라고 한다. 이에 주인공은 천사의 요청을 받아들어 선행을 베풀게 된다. 이에 대해 천사는 나중에 다 보상을 받을 거라고 말한다. 평생 그렇게 천사의 요청에 한 번도 거절하지 못하고 선한 행동을 한 주인공은 나중에 깨닫게 된다. 자신은 이미 보상을 받았다는 것을 그리고 선을 행한 본인의 삶이 정말 잘한 행동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이 그에게 최고의 보상이었음을 말이다.

 

이처럼 작가는 25편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해 알려준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언제나 인생은 장미빛일 수는 없다. 고통없는 삶도 없다. 하지만, 여전 히 인간의 선한 본성이 있기에, 삶은 살아갈만한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절망적이고 극한 상황 속에서도 죽으란 법은 없는 것이다.

 

지치고 힘든 일상 속에서 작가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손길이 우리를 여전히 살아있게 만든다.  그동안 작가의 글을 통해 "사람이 제일 무섭다" 라는 느껴온 사람들에게 이 책은  “사람이 제일 무섭다뇨?” 라고 반문을 던질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한 믿음이 담겨 있는 작가의 첫 해피엔딩 단편집인 것이다. 25편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힘들고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었다. 

 

과거, 내가 인간을 탐구한 이유는 공포 게시판에 어울리는 글을쓰기 위해서였다.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그 말만을 철썩같이 믿고, 인간의 어두운 부분을 어떻게 드러낼지를 궁리하며 애썼다. 이번에는 정반대다. 이 책은 내가 인간을 사랑하기 위해 탐구하여 쓴 글들이다. 실제로 난 인간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 책도 좋다. 좋아하는 책을 낼 수 있어 기쁘다. 조금 욕심을 내보자면, 독자분들도 이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읽는 동안 독자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움직이기를, 내가 글을 쓰면서 느낀 감정과 같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p. 303,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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