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하는 나날들 - 조현병에 맞서 마음의 현을 맞추는 어느 소설가의 기록
에즈메이 웨이준 왕 지음, 이유진 옮김 / 북트리거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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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에 맞서서 삶 살아가는 어느 소설가 기록 "

 

에즈메이 웨이준 왕조율하는 나날들>을 읽고 

 


“오늘도 조현병에 맞서 마음의 현을 맞추고 있습니다."

-조현병에 맞서 마음의 현을 맞추는 어느 소설가의 기록  -


조현병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조현병을 사이코패스와 광기와 연결시킨다. 끔찍한 살인사건의 범인이 조현병 환자일 경우도 많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조현병이란 망상, 환각,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대인관계 회피, 의욕 상실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정신질환이다. 이 증상들이 6개월 이상동안 계속된다면 조현병으로 의심해도 된다.

 

흔히 파멸의 병, 광기의 병이라 일컬어지고 완치도 치유도 없는 병인 조현병에 맞서서 한 소설가는 오늘도 그녀의 삶을 붙들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 『조율하는 나날들』의 저자 에즈메이 웨이준 왕은 소설가이자 패션기고가이자 스탠퍼드대 뇌 영상 연구원이다. 그리고 그녀는 무엇보다 조현병 환자이다. 그녀 자신이 조현정동장애로 진단받았다. 어쩌면 이 병에 비하면 조현병은 정신장애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병일지 모른다. 하지만 저자가 진단받은 조현정동장애는 일반인들에게 상대적으로 낯선 병이며 이 병은 조현병과 조증, 혹은 조현병과 우울증이 결합한 결과라고 한다. 이런 심각한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는 저자 자신이 일반인들의 조현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위해 이 책 『조율하는 나날들』을 집필하였다.

 

이 책 속에는 저자가 처음에 양극성장애 진단을 받고 8년 만에 조현정동장애라는 새로운 진단을 받기까지의 과정과 조현병 환자로 살아가는 고뇌, 정신적 질환으로 인해 예일대에서 쫓겨나고, 병에 따라 계급이 정해지는 정신병원의 현실 등을 다루었다. 저자는 조현병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에서 더 나아가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정신질환을 겪는 학생들을 위한 대학의 시스템 부재, 정신질환자에 대한 비자발적 치료, 정신의학의 바이블인 DSM 체계에 의한 진단의 한계점 등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다.

저자 자신이 조현병 환자이고, 정신적 질환을 앓는 사람으로 사회에서 차별을 몸소 체험하였기에 저자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며 저자에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우리는 정신질환자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특히 조현병이라고 하면 사이코패스와 광기로 연관시켜서 그들을 무서워하고 멀리해왔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로서의 저자의 삶의 기록을 통해 '그들 또한 우리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기혼자이고, 치료를 잘 받는 환자이고, 사업가임을 말하려고 애쓴다. 더불어 조현정동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정신에 문제가 있는 환자이지만, 나도 그저 '당신들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p. 71

 

「예일대는 널 구해 주지 않아」에서는 저자는 자신이 예일대 재학 중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정신질환을 이유로 결국 예일대에서 퇴학당한 일화를 들려준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정신질환을 앓는 학생들이 병을 이유로 하여 궁지에 몰려 구제받지 못한 채, 학업을 결국 포기하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저 예일대 다녔어요" 라는 말은 '나는 조현정동장애가 있지만 가치 없는 인간은 아니에요'의 줄임말이다.

-p. 55 

 

또한 「병동에서」에서는 저자는 병에 따라 계급이 정해지고 비자발적인 입원으로 정신병원에 한 번 들어가게 되면 절대 나올 수가 없는 정신병원의 폐쇄적인 측면에 대해 비판한다. 

 

정신병원에서 지내는 일이 어떤 것인지 가장 잘 보여 주는 특징은 아무도 환자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는, 사람들이 당신에 관해  전혀 사실이 아닌 것들을 사실로 믿는다는 것이다.

-p. 150

 

조현병 환자로서 저자는 끊임없이 거절과 외면 속에서 살아왔다. 이 책을 읽으며 사회적 부정적인 시선과 외면 속에서도 꿋꿋히 견디며 살아가려는저자의 강한 의지를 느끼게 된다. 저자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으로서,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정신적 질환과 싸우면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그들이 자신들의 속도에 맞추어 삶을 살아가도록 돕고 있다. 저자의 경험을 통해 정신질환은 얼마든지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잘 돌보면서 살면 얼마든지 일상 생활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그들 또한 우리들과 다름 없고 함께 삶을 살아가는 존재임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말해준다. 

 

"어떤 초자연적인 이탈이 발생할 때, 나는 내 리본을 찾아 손목에 묶는다. 망상이 찾아오거나 환각이 내 감각을 다시 어지럽히면, 그 무감각의 혼란 속에서 감각을 도로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라 되뇌어 본다. 이렇게 스르르 빠져나가는 정신을 가지고 살아야만 한다면, 나는 그것을 붙들어 둘 수 있는 방법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스스로에게 되뇐다."

-p. 296-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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