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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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위로와 사랑의 말들"


박완서의  <사랑 무게로  느끼게> 을 읽고 



"시간이 지나도 빛을 잃지 않는 위로와 사랑의 문장들"

 

-박완서 작가의 두번째 에세이-

 

작년에 박완서 작가의 추모 12주기 공연이 있었다. 2011년 1월 22일 박완서 작가가 타계한 지 벌써 12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등단작인 『나목』을 포함하여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엄마의 말뚝』등 박완서 작가의 소설 작품들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읽혀지고 있다. 암투병 생활 중에도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산문집을 출간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영원한 현역'으로 불리기도 했다. 

 

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지성, 따뜻한 어머니였던 박완서 작가 추모 13주기를 맞이하여 박완서 작가의 따뜻한 위로와 사랑의 말들이 가득한 이 책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를 읽어보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비록 그녀는 갔지만, 그녀의 마음과 생각이 담긴 산문과 소설이 우리 곁에 있어서 간접적으로나마 이렇게 박완서 작가님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이 책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은 전작인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잇는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 두번째 결정판이다. 인간애와 사랑이 넘치는 세상을 꿈꾸었던 박완서 작가의 삶과 그녀가 남긴 삶의 궤적을 이 책에 수록된 46편의 이야기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딸로서, 작가로써, 박완서 그녀 자신으로써,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를 살아오면서 가슴 속에 웅어리진 말들, 그녀의 따뜻한 마음, 현시대 상황에 일침을 가하는 말들, 자식을 사랑하고 교육하는 부모의 마음 등 인간 박완서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지금까지 박완서 작가의 소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작가의 삶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을 통해 인간 박완서를 더 잘 알게 되었으며, 작가의 모습보다는 아내로서, 딸로서, 그녀 자신으로서의 모습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독자로서 박완서 작가님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격동의 70, 80, 90년대를 살면서  그녀가 느끼고 생각한 경험, 생각들을 읽으며 솔직하고 담백하고 애정어린 그녀의 말들을 통해 마음이 따뜻해졌다. 고향이 경기도 개풍이지만, 더 이상 그 곳은 갈 수 없는 땅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글 속에는 한국전쟁의 분단 상황과 고향에서 보낸 유년 시절 이야기들과 고향의 자연 풍경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시골 마을에서 흙을 만지면서 이웃의 정을 느끼면서 자랐기에 아파트 생활 속에서 느끼는 삭막함과 외로움에 좀처럼 적응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낯선 동네의 낯선 사람들의 무관심에 담박 주눅이 든 나는 이사도 오기 전에 벌써 구식 동네의 그런 촌스러운 풍습과의 결별이 아쉽게 여겨졌다. 내가 이 새로운 아파트 동네에 정이 들 것 같지 않은 까닭은 이웃의 무관심 말고 또 있었다.

-p. 27

 

세월이 흐르면서 문명이 발달하고 과거에 비해서 살기 편해졌지만, 오히려 자본주의, 물질 만능주의를 물근 세상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리고 문학 지성인으로써, 열린 시각을 가진 여성으로서 여전히 여성을 차별하는 가부장 사회에 대한 일침도 가한다. 

70년대 장발단속, 미니스커트 규제 등 시대 상황과 생활 모습들도 엿볼 수 있다. 그녀의 글들을 통해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2부의 제목이기도 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부분 글도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마라톤 경기에서 보통 우리는 1등 선두주자에만 관심을 갖고, 꼴찌에게는 어떤 환호도 주지 않는다. 그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1등만 우대하는 세상, 1등만 기억되는 세상 속에서 과연 1등도 아닌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이렇게 점점 파인 플레이가 귀해지는 건 비단 운동 경기 분야뿐일까. 사람이 살면서 부딪치는 타인과의 각종 경쟁, 심지어는 의견의 차이에서 오는 사소한 언쟁에서까지 그 다툼의 당당함, 깨끗함, 아름다움이 점점 사라져가는 느낌이다.

-p. 166,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중에서

 

따뜻한 어머니이자, 문단의 어른인 박완서 작가, 그녀의 글들을 통해 부모로써 자식을 어떻게 교육시켜야할지, 어떻게 현시대를 살아갈지 배우게 된다. 이 책의 표제 제목이기도 한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를 통해 어머니로서 자식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뭉클해지기도 했다.

 

이런 큰소리를 안 쳐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 꼭 그만큼만 아이들을 위하고 사랑하리하는 게 내가 지키고자 하는 절도다. 부모의 보살핌이나 사랑이 결코 무게로 그들에게 느껴지지 않기를, 집이, 부모의 슬하가,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바랄 뿐이다.

-p. 380-「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중에서

 

박완서 작가님은 마지막 몇달을 감동과 사랑으로 장식하고 싶어했었다. 과연 그녀의 죽음도 그렇게 생의 순간 순간 감동을 느끼는 편안한 죽음이었을까. 그녀의 죽음이 안타깝지만, 여전히 박완서 작가님은 우리 마음 속에 살아계시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과 인간에 대한 사랑의 마음 등은 그녀의 작품 속에서 아로 새겨져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와 벅찬 감동, 삶을 살아갈 용기를 주는 듯하다. 

 

나는 내 마지막 몇 달을 철없고 앳된 시절의 감동과 사랑으로 장식하고 싶다. 아름다운 것에 이해관계 없는 순수한 찬탄을 보내고 싶다. 내 둘레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는 계절의 변화, 내 창이 허락해 주는 한 조각의 하늘, 한 폭의 저녁놀, 먼 산빛, 이런 것들을 순수한 기쁨으로 바라보며 영혼 깊숙이 새겨 두고 싶다.

-「그때가 가을이었으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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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감찬과 고려 거란 전쟁
박성종 지음 / 북오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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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를 구한 영웅들"

 

박성종의  <강감찬 고려 거란 전쟁> 을 읽고



"명재상 강감찬은 어떻게 고려를 구했을까?"

 

-역사가 쓴 승전보, 당신의 손에서 펼쳐질 전설의 서사시-

 

 

한국사에 있어서 전쟁 영웅 중 이순신과 더불어 고려의 강감찬 장군이 있다. 그는 고려의 전쟁 영웅이자, 귀주 대첩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고려를 거란의 침입으로부터 구한 절세의 영웅이다. 1차 고려 거란 전쟁에 이어, 2차 고려 거란 전쟁, 3차~5차 고려 거란 전쟁, 6차 고려 거란 전쟁에 이르기까지 8년 이상의 기간 동안 고려는 전쟁을 계속했고, 많은 사람들이 죽고 고려의 운명 또한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이 책 『강감찬과 고려 거란 전쟁』은 1018년 거란의 6차 침입에 맞서 결사항전의 각오를 가지고 오로지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싸운 고려의 영웅들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오로지 내 나라, 내 땅, 내 가족을 구하겠다는 일념 하에 싸우고 고려를 위기로부터 구해낸 병사들의 애국심과 투혼 또한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고려의 전쟁 영웅 강감찬 장군이 있다. 10만 대군의 거란 침입에도 결사항전과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위대한 장군인 강감찬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다. 

비록 강감찬은 무관 출신이 아닌 문관 출신이며, 무예가 출중하거나 전장 경험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에게는 누구보다 강인한 정신력과 굳건한 신념, 강한 애국심과 충성심이 있었다. 

 

또한 그는 각종 병법에 통달해 있었기에 각종 계략을 구상하는데 최고의 실력을 발휘했다. 이 책 속에서 보여지는 귀주 대첩을 비롯한 각종 전투에서 그의 지략과 병법은 빛을 발해 모든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거란의 침입으로부터 고려를 구한 것은 비단 강감찬 혼자만의 힘은 아니었다. 거란의 침입에 맞서 몽진을 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고 지키겠다고 결심한 현종을 비롯하여, 강감찬을 도와 목숨을 걸고 싸운 장수들, 내 가족, 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싸운 병사들, 집과 곡식을 불태워 모든 것을 잃었지만, 끝까지 왕의 뜻을 따라 싸운 백성들, 그들 모두가 고려를 구한 영웅들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내 나라, 내 땅, 내 가족을 지키 위해 죽을 각오로 열심히 싸우고 죽어간 사람들의 희생을 생각해본다. 그들은 비록 역사 뒤편에 있어 그들의 희생이 드러나지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고려의 숨은 영웅들이며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오늘도 있음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게 된다.

 

작가는 거란의 6차 침입을 시작으로 해서 귀주대첩에 이르기까지 고려와 거란의 운명을 가른 역사적 대결의 현장을 우리에게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고려의 위기를 구한 영웅들의 서사시가 펼쳐진다. 그 역사적 현장 속으로 들어가면서 내 나라, 내 땅, 내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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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속의 여인 아르테 오리지널 28
로라 립먼 지음, 박유진 옮김, 안수정 북디자이너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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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당한 여성 야심 그려낸 정교한 범죄 소설"


로라 립먼의  <호수 속의 여인> 을 읽고 



"내가 호수 속의 시체로 발견되었을 때 세상은 조용하고 무관심했다.

평범한 주부였던 메디가 어느 날 나와 관련된 사건을 들쑤시기 전까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로라 립먼의 최신 화제작-

 

 어느 날 호수 속에서 한 여인의 시체가 발견된다. 하지만 세상은 조용하고 사람들은 그 사건에 무관심했다. 하지만 한 당당하고 야심에 찬 여성이 그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세상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일명 호수 속의 여인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책 『호수 속의 여인』은 범죄 소설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평범한 주부였던 주인공이 결혼 생활을 끝내고 자신의 꿈인 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여정이 담겨져 있다.

1960년대 당시 전통적인 여성 역할인 아름답고 지루한 주부로 살아가던 주인공 매디는 진정으로 의미있는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20년 동안 지속되었던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남편과 자식을 떠나 홀로서기를 한다. 어느 날 우연히 실종되고 살해된 11세 소녀를 찾게 되면서 그녀는 볼티모어 신문사인 <스타>에 취직하게 된다. 하지만, 기자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았고 아무도 그녀를 기자로서 특종을 쓸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공원 호수 분수대에서 한 여인의 시신이 발견된다. 메디는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특종 기사를 써서 기자로 인정받기 위해 젊은 경찰관 퍼디와 비밀스러운 관계를 지속하면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호수 속에서 한 여인의 시신이 발견되었지만, 세계는 조용했고 사람들은 무관심했다. 11세 소녀의 실종과 살인과 비교해봤을 때 반응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그 여성은 흑인이었고, 클럽에서 일하는 접대부였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11세 소녀인 테시의 죽음에는 안타까움과 연민을 느꼈지만, 호수 속 여인인 클레어의 죽음에는 연민조차 보이지 않았다. 작가는 이 부분에서 당시에 인종차별, 성차별, 사생활 문제까지 담아놓았다. 만약 클레어가 백인 여성이었다면, 그녀의 죽음에 대해 사람들은 관심을 가졌을까? 비록 클레어가 클럽 접대부였더라도 말이다. 

또한 젊은 흑인 경찰관 퍼디를 통해서도 직장에서의 인종차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인종차별로 인해 메디는 퍼디와 비밀 연애를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들의 사랑은 결코 이루어질 수도 없었다.

 

그런데 그 당시 여성은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성차별을 받았다. 메디는 사건을 파헤치면서 특종을 잡아서 기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으려고 하지만, 그녀의 상사들은 그녀를 무시하고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호수 속의 여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결국엔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메디는 과연 기자로 인정을 받았을까?

 

사건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어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게 된다. 어쩌면 작가는 호수 속의 여인의 정체와 사건의 진실보다는 그 과정을 통해 평범한 주부였던 메디가 당당하고 야심찬 여성 기자로 성장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범죄 소설이자 성장 소설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살인 사건, 미스터리, 사건의 범인과 함께 마지막에 작가는 충격적인 반전까지 준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결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그 반전이 무엇인지는 이야기 속 클레어의 생각을 따라가다보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이미 애플 티비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나탈리 포트만이 주연을 맡았다고 하니 너무나 기대가 된다.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너무나 궁금해진다.

또한 작가는 이 책 속 주인공 메디를 통해 앞으로 우리 여성들이 어떻게 이 시대를 살아갈지 묻고 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지, 자신의 꿈을 이루며 당당하게 살아갈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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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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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신세계 어디에"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를 읽고 



"<멋진 신세계> 속 냉혹한 미래상은 이미 진행 중이다."

 

-충격적인 미래 문명 비판 문학의 고전-

 

 

인공지능(AI)와 사물 인터넷(IoT), 빅 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발달로 인해 기존의 경제, 산업, 사회 전반에 걸쳐서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생명과학의 발달로 인해 유전자 조작, 인공수정 등을 통해 인간의 탄생 과정에도 관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멋진 신세계』 속에서 그려지는 미래 사회가 이미 진행 중에 있는지도 모른다.  

 

 

획일화되고 통제화되는 문명사회와 개성이 존중되는 인간적인 야만 사회 중 당신은 어느 사회를 선택할 것인가? 어느 사회가 당신에게 '멋진 신세계'인가? 

당신의 유토피아는 어느 사회에 가까운가? '멋진 신세계'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포드 기원 미래 사회에서는 수정란에서부터 계급이 나뉜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이렇게 5개 계급이 출생 전부터 나뉘어져 계급이 결정된다. 모체 태생이 아닌 시험관의 수정란으로부터 자라고 산소 공급에 차등을 주어 계급을 결정한다. 알파 계급을 제외한 나머지 계급은 일란성 쌍둥이의 모습으로 모두 똑같은 모습으로 태어난다. 마치 수십 명의 복제인간처럼, 수십명의 쌍둥이들이 각 계급에 맞는 옷을 입고 살아간다.

 

 

선천적인 계급의 형성과 차등적인 계급 제도에 의해 획일화되고 통제된 상태에서 미래 사회는 운영이 된다. 그 운영의 중심에는 절대자이자 전지전능한 신과 같은 권력을 휘두르는 포드님이 있다. 마치 조지 오웰의 <1984> 속 빅 브라더와 같은 존재이다. 계급, 제도, 문화, 생활 모든 것은 오직 포드님에 의해 통제되고 조절된다. 그렇기에 각 계급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면서 포드님의 명령과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가면 된다. 그렇기에 책도, 종교도, 어머니, 아버지 라는 가족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고통도, 번뇌도 없다. 오직 '소마'라는 신비의 약물만 있다면 말이다.

 

"세계는 이제 안정이 되었어요. 사람들은 행복하고, 원하는 바를 얻으며, 얻지 못할 대상은 절대로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모두가 잘살고, 안전하고, 전혀 병을 앓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늙는다는 것과 욕정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즐겁습니다. 어머니나 아버지 때문에 시달리지도 않고, 아내나 아이들이나 연인 따의의 강한 감정을 느낄 대상도 없고, 마땅히 따르도록 길이 든 방법 이외에는 사실상 다른 행동은 하나도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리고 혹시 무엇이 잘못되는 경우에는 소마가 기다립니다.

-p. 333~334

 

 

'소마'에 조정되는 인간의 감정과 행복! 그것은 정말 진정한 행복일까? 약에 취해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고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삶! 그것은 마약에 중독되어 환상 속에 빠져있는 것과 같다. 마약 중독자처럼 약물에 중독되어 사는 삶을 우리는 과연 행복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멋진 신세계' 속 사람들은 소마에 중독되어 현실의 고통과 슬픔도 모두 잊고 꿈과 같은 환상 속에서, 쾌락 속에서  '행복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야만인인 '존'이 말했던 것처럼 '독약'인줄도 모르고 말이다.

 

 

이렇게 획일화되고 소마에 의해 감정까지 통제된 소위 '문명 사회'는 야만인 사회 속에 살아온 '존'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인다. 처음에 존은 문명의 편리함에 취했으나, 그는 점차 그 사회는 인간의 존엄성이 존재하지 않는, 인간은 없는, 죽어있는 사회임을 말이다. 처음에는 그 사회가 정말 멋진 신세계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멋진 신세계가 아닌 불행한 사회임을 말이다.

 

"하지만 난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p. 362

 

 

“늙고 추악해지고 성 불능이 되는 권리와 매독과 암에 시달리는 권리와 먹을 것이 너무 없어서 고생하는 권리와 이(?)투성이가 되는 권리와 내일은 어떻게 될지 끊임없이 걱정하면서 살아갈 권리와 장티푸스를 앓을 권리와 온갖 종류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워할 권리는 물론이겠고요.”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나는 그런 것들을 모두 요구합니다.” 마침내 야만인이 말했다. 

 

p. 362~363

 

 

 모든 것아 통제되고, 갈등이 없는 안정되고 안락한 사회, 위험도, 자유도, 죄악도 없는 사회가 결국은 우리가 바라는 '멋진 신세계'가 아님을 존의 마지막 선택을 통해 알게 된다.

야만 사회 속에서도, 문명 사회 속에서도 살아갈 수 없는 존은 결국 '죽음'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다. 존의 죽음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세지를 준다. 

 

인간의 생명, 죽음, 노화, 행복, 불행, 위험, 고통 등을 모두 제거하고 통제한다고 해서 우리는 결코 행복하지 않음을, 오히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그런 고통, 슬픔, 괴로움, 걱정, 불안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 고통과 괴로움같은 것들은 단순히 소마와 같은 약물의 도움이 아닌 인간 스스로 이겨내고 극복해야 하는 것임을, 그 극복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더 인간다워지도 강해질 수 있음을 말이다.

 

또한 획일화된 사회가 아닌 개성적이고 인간적인 사회가 우리가 바라는 멋진 신세계는 아닐지, 인간이 기계처럼 통제되고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닌,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인간이 진정으로 '살아가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 『멋진 신세계』를 통해 94년 전 올더스 헉슬리가 그린 미래 사회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데 왜 그 미래 사회가 왠지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것만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정말 어쩌면 '멋진 신세계' 속 사회가 진행중에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 사회는 결코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임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제는 이 책을 통해 작가가 던진 경고의 메세지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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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고 바라옵건대 안전가옥 FIC-PICK 7
김보영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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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고 괴이한 신수 이야기 "

  <원하고 바라옵건대> 를 읽고 




"기묘하고 괴이한 다섯 편의 신수 이야기"

-신령스러운 짐승들을 소재로 쓴 단편집-

 

예로부터 '백호', '용', '맥','진묘수', '곤' 등은 신령스러운 짐승들로 간주되어 왔다. 그 영험한 능력과 기이함으로 '신수'로 떠받들어져 왔다. 

 

이 책 『원하고 바라옵건데』에는 5명의 작가들이 쓴 '신수'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들은 신수 중 '백호, 용, 맥, 진묘수, 곤을 선택해서 그들의 스타일과 개성에 따라 독창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SF 요소와 환상문학, 역사소설, 모험 소설의 장르적 특징이 가미되어 기묘하고 괴이한 독창적인 이야기들로 탄생한 것이다.

이 책 속에서 작가들은 또한 영험한 힘을 가진 '신수'가 인간과 함께 지내기도 하고, 인간 또한 신수에 의해 단순히 구원을 받는 존재가 아닌, 신수와 상호작용하며 능동적인 역할을 하는 모습들을 그려놓아서 흥미로웠다. 

 

여러 작품들 중에서  김보영 작가는  「산군의 계절」 에서  신수인 '백호'를 소재로 하여 고구려의 역사적 내용까지 가미하였다. 동천왕의 어머니인 '후녀'와 산군 밀우인 '백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산천의 주인인 산군이 훗날 후녀가 되는 한 아기를 키우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비록 백호가 신수이고 산군이지만, 후녀를 잡아먹지 않고 젖을 먹여 키우고 멀리서 지켜보며 그녀를 구해주는 모습은 감동적이기도 하다.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의 후예인 신상왕과 소서노의 후예인 왕후 우은현의 왕위 쟁탈전 등이 펼쳐져 역사적인 내용까지 가미되어 더욱 흥미로워진다. 

 

두번 째 작품인 이수현 작가의 <용아화생기>는 신수인 '용' 소재로 하여 용이 될 자징을 타고난 짐승인 용아와 청년 '규'와의 만남과 규의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몇 백년 전에 도마뱀으로 태어난 '용아'는 수련에 수련을 거듭하여 용이 되는 마지막 단계인 승천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수련해도 승천이 잘 되지 않고 결국엔 승천에 실패하여 하늘에서 떨어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청년 '규'를 만나게 된다. 용아와 규의 만남을 통해 나중에 용아는 용이 되고 규는 용아의 도움으로 마을의 가뭄을 벗어나 행복하게 잘 살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마지막의 비극적인 결말을 통해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역시 신수는 신수이고 인간은 인간이란 말인가. 신수와 인간은 결국 이렇게 다른 것일까 허탈감을 느끼게도 된다. 

 

나머지 작품인 '맥'을 소재로 한 위래 작가의 <맥의 배를 가르면>, '진묘수'를 소재로 한 <죽은 자의 영토>, '곤'을 소재로 한 이산화 작가의 <달팽이의 뿔>도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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