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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평점 :
"따뜻한 위로와 사랑의 말들"
박완서의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을 읽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203/pimg_7526911564176794.jpg)
"시간이 지나도 빛을 잃지 않는 위로와 사랑의 문장들"
-박완서 작가의 두번째 에세이-
작년에 박완서 작가의 추모 12주기 공연이 있었다. 2011년 1월 22일 박완서 작가가 타계한 지 벌써 12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등단작인 『나목』을 포함하여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엄마의 말뚝』등 박완서 작가의 소설 작품들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읽혀지고 있다. 암투병 생활 중에도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산문집을 출간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영원한 현역'으로 불리기도 했다.
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지성, 따뜻한 어머니였던 박완서 작가 추모 13주기를 맞이하여 박완서 작가의 따뜻한 위로와 사랑의 말들이 가득한 이 책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를 읽어보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비록 그녀는 갔지만, 그녀의 마음과 생각이 담긴 산문과 소설이 우리 곁에 있어서 간접적으로나마 이렇게 박완서 작가님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이 책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은 전작인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잇는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 두번째 결정판이다. 인간애와 사랑이 넘치는 세상을 꿈꾸었던 박완서 작가의 삶과 그녀가 남긴 삶의 궤적을 이 책에 수록된 46편의 이야기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딸로서, 작가로써, 박완서 그녀 자신으로써,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를 살아오면서 가슴 속에 웅어리진 말들, 그녀의 따뜻한 마음, 현시대 상황에 일침을 가하는 말들, 자식을 사랑하고 교육하는 부모의 마음 등 인간 박완서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지금까지 박완서 작가의 소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작가의 삶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을 통해 인간 박완서를 더 잘 알게 되었으며, 작가의 모습보다는 아내로서, 딸로서, 그녀 자신으로서의 모습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독자로서 박완서 작가님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격동의 70, 80, 90년대를 살면서 그녀가 느끼고 생각한 경험, 생각들을 읽으며 솔직하고 담백하고 애정어린 그녀의 말들을 통해 마음이 따뜻해졌다. 고향이 경기도 개풍이지만, 더 이상 그 곳은 갈 수 없는 땅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글 속에는 한국전쟁의 분단 상황과 고향에서 보낸 유년 시절 이야기들과 고향의 자연 풍경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시골 마을에서 흙을 만지면서 이웃의 정을 느끼면서 자랐기에 아파트 생활 속에서 느끼는 삭막함과 외로움에 좀처럼 적응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낯선 동네의 낯선 사람들의 무관심에 담박 주눅이 든 나는 이사도 오기 전에 벌써 구식 동네의 그런 촌스러운 풍습과의 결별이 아쉽게 여겨졌다. 내가 이 새로운 아파트 동네에 정이 들 것 같지 않은 까닭은 이웃의 무관심 말고 또 있었다.
-p. 27
세월이 흐르면서 문명이 발달하고 과거에 비해서 살기 편해졌지만, 오히려 자본주의, 물질 만능주의를 물근 세상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리고 문학 지성인으로써, 열린 시각을 가진 여성으로서 여전히 여성을 차별하는 가부장 사회에 대한 일침도 가한다.
70년대 장발단속, 미니스커트 규제 등 시대 상황과 생활 모습들도 엿볼 수 있다. 그녀의 글들을 통해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2부의 제목이기도 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부분 글도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마라톤 경기에서 보통 우리는 1등 선두주자에만 관심을 갖고, 꼴찌에게는 어떤 환호도 주지 않는다. 그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1등만 우대하는 세상, 1등만 기억되는 세상 속에서 과연 1등도 아닌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이렇게 점점 파인 플레이가 귀해지는 건 비단 운동 경기 분야뿐일까. 사람이 살면서 부딪치는 타인과의 각종 경쟁, 심지어는 의견의 차이에서 오는 사소한 언쟁에서까지 그 다툼의 당당함, 깨끗함, 아름다움이 점점 사라져가는 느낌이다.
-p. 166,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중에서
따뜻한 어머니이자, 문단의 어른인 박완서 작가, 그녀의 글들을 통해 부모로써 자식을 어떻게 교육시켜야할지, 어떻게 현시대를 살아갈지 배우게 된다. 이 책의 표제 제목이기도 한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를 통해 어머니로서 자식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뭉클해지기도 했다.
이런 큰소리를 안 쳐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 꼭 그만큼만 아이들을 위하고 사랑하리하는 게 내가 지키고자 하는 절도다. 부모의 보살핌이나 사랑이 결코 무게로 그들에게 느껴지지 않기를, 집이, 부모의 슬하가,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바랄 뿐이다.
-p. 380-「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중에서
박완서 작가님은 마지막 몇달을 감동과 사랑으로 장식하고 싶어했었다. 과연 그녀의 죽음도 그렇게 생의 순간 순간 감동을 느끼는 편안한 죽음이었을까. 그녀의 죽음이 안타깝지만, 여전히 박완서 작가님은 우리 마음 속에 살아계시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과 인간에 대한 사랑의 마음 등은 그녀의 작품 속에서 아로 새겨져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와 벅찬 감동, 삶을 살아갈 용기를 주는 듯하다.
나는 내 마지막 몇 달을 철없고 앳된 시절의 감동과 사랑으로 장식하고 싶다. 아름다운 것에 이해관계 없는 순수한 찬탄을 보내고 싶다. 내 둘레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는 계절의 변화, 내 창이 허락해 주는 한 조각의 하늘, 한 폭의 저녁놀, 먼 산빛, 이런 것들을 순수한 기쁨으로 바라보며 영혼 깊숙이 새겨 두고 싶다.
-「그때가 가을이었으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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