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탈출 - 건강, 부 그리고 불평등의 기원
앵거스 디턴 지음, 이현정.최윤희 옮김, 김민주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피케티 열풍에 브레이크를 걸고 싶어 한다.

책의 제목인 '위대한 탈출'은 인간 역사에서 빈곤과 죽음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한다. 하지만 모든 인류가 대탈출을 성공한 것은 아니다. 즉 여전히 빈곤이라는 거대한 수용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수용되어 있다.

과학과 경제의 발달로 모든 인류의 빈곤해결이 가능함에도 여전히 세상의 절반은 굶주고 있다.
더불어 빈곤에서 탈출한 인류내에서도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해 더 많은 소유를 두고 갈등이 끊이질 않는다.

이렇듯 불평등의 문제는 두가지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첫째는 생존의 기회에 대한 불평등이고, 둘째는 더 풍요로운 삶의 기회에 대한 불평등이다.

생존의 기회에 대한 불평등은 탈출한 그룹과 탈출하지 못한 그룹간의 불평등이다. 이는 이 책의 주제이다.

풍요로운 삶의 기회에 대한 불평등은 탈출한 그룹내의 불평등으로서 결국 인간의 탐욕에 기인한 불평등이라고도 할 수 있다. 더 풍요로운 삶이란 생존을 넘어 조금더 편한 삶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남과의 비교에서 우위에 서고자 하는 사치를 위한 삶일 것이다. 이것은 가진 자들에 대한 질투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질투는 선사시대부터 수십만년동안 형성된 '공평한 분배'에 대한 인간의 믿음이 겨우 300년 정도의 근대화과정을 통해 형성된 엄청난 불평등을 접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핵심은 생존의 기회에 대한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특히 이미 가진 자들의 역할 정립이 중요하다.

이 책의 결론은 가진 자들은 탈출하지 못한 자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말아야 하고 지금 하고 있는 것들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계가 '원조환상', 즉 부유한 사람 또는 부유한 나라가 가난한 사람 또는 가난한 나라에 돈을 더 주기만 하면 세계의 빈곤이 사라질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 원조환상은 빈곤을 퇴치할 처방이 아니라 실제로는 가난한 사람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 장애물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은 가장 가난한 사람이 많은 중국과 인도보다는 아프리카 여러나라 등에 대한 원조로 실제적인 원조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조는 대부분 국가 대 국가로 이루어지는데 실제 원조를 받는 국가의 지배층은 피지배층의 빈곤탈출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도리어 이러한 원조는 지배층의 독재권력 강화에 사용되어지고 이러한 체제를 더욱 곤고케 한다는 것이다. 권력 유지를 위한 자본이 내부 피지배층이 아닌 외부 원조에서 온다면 굳이 피지배층의 복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급속한 발전과 냉전체제의 붕괴는 세계를 하나로 묶고 있다. 하나의 생활권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큰 공동체 속에서 거대한 지배층이 등장한다. 이 책은 그들에 대한 합리화 논리다.

빈곤국가의 독재권력을 유지시키는 것은 이 책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원조'가 아니라 그러한 비정상적인 체제를 통해 이익을 얻고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세계 속의 거대한 지배층이다. 한정된 물질에서 누군가 대다수를 차지한다면 누군가는 소유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이치다. 대탈출에 성공하고 거대한 물질을 소유한 그들에게 새롭게 탈출에 성공하여 자신들과 같이 된 누군가를 맞이 하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닐 것이다.
자신들 이외 그들은 그냥 수용소에 있어야 한다.

세계 역사를 돌이켜 보면 공동체의 규모와는 상관없이 항상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존재해 왔다. 이러한 권력관계에서 지배층이 공동체의 현명한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고 실제 태생은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권력의 집중은 항상 부패를 낳는다.

대탈출의 시작은 현명한 리더들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태어난 지배층은 역사의 흐름에 따라 부패해 왔다.
자연이 바다가 오염되면 태풍을 통해 정화시키듯 그러한 부패가 극심해질 때면 항상 대혁명이나 전쟁을 통해서 정화되어지는 역사가 반복되어져 왔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찰나에 지나지 않는 현재를 사는 우리네 인생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현 지배층의 흐름에 편승해서 이 찰나를 편히 지낼려고 해서는 안될 것이다.

혁명의 물결은 시대에 맞추어 사는 사람이 아닌 시대를 자신에게 맞추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왔다.
그 물결은 우리네의 작은 변화의 물결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다.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