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기생충 제국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생물의 세계를 탐험하다
칼 짐머 지음, 이석인 옮김 / 궁리 / 2004년 8월
평점 :


클로이 모레츠 주연의 '제5침공'이라는 흥행에 실패한 조금은 지루한 영화를 얼마전 보았다.
외계인들이 인간의 머리에 기생하면서 인간을 조정하고 지구를 침략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이런 류의 영화에 상당히 익숙하다. 영화 '에일리언'처럼 독립된 개체로, 또는 바이러스 형태로 인간에게 기생하며 인간을 조정하고 죽음으로 몰아가는 공상과학영화들 말이다.


이런 류 영화들의 공통점은 그 외계 기생충들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이다. 영화의 시작부터 결말까지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고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또 하나는 그것이 무엇이건간에 인간의 몸에 기생하면서 인간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세계까지 통제하고 조정한다는 것이다.
영화 '에일리언'에서 외계생물의 숙주가 된 인간은 '잘 먹는다'. 이는 몸 속의 외계 기생충이 '잘 성장하도록'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5침공'에서는 외계생물의 숙주가 된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그는 그냥 '외계인'이다.
마지막으로 그것들은 공포의 대상이다. 무엇인지 모르는 미지의 생명체 그리고 나의 몸 또는 함께 있는 누군가의 몸 속에서 육체와 정신을 조정하고 결국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존재임을 감안하면 공포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기생충'하면 혐오스러운 '것'으로 취급한다. 누군가에게 '기생충같은 XX'라고 하면 상대방에게는 엄청나게 모욕적인 발언이다.
하지만 이런 통념을 접어두고 실제 우리가 기생충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는가 하고 생각해 보면 실제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금세 알수 있다. 어쩌면 사회적으로 형성된 근거없는 단순 편견만을 가지고 우리들은 기생충이라는 존재를 평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성향은 기생충이라는 존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특별한 이유없이 그냥 무작정 남들이 싫다고 하니까 나도 싫은 식의 태도는 쉽게 우리 삶 속에서 찾아볼수 있다. 단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을 뿐.


이 책은 '기생충'이 무엇인지, 자연 그리고 인간과 어떠한 관계를 이루고 있는지 말하고 있다.


기생충은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생명체 역사의 중심에 서 있는 복잡하고 매우 잘 적응된 생물'이다. 모두가 진화하는데 반해 퇴화하고 있다는 기생충에 대한 불편한 편견은 일부 진화론자들에 의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기생충은 동식물의 몸이라는 매우 특이하고도 어쩌면 상당히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진화되어왔다. 이러한 진화는 동물 또는 식물,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에서 서로간에 생존의 우위를 점하고자 경쟁적으로 진행되었고 이러한 존재를 위한 경주는 결국 양자 모두를 진화하도록 부추기는 결과가 되었다.


최근에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기생충이라는 존재는 생태계에 아주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 존재이다.
동식물의 암수 양성으로의 진화, 개체수의 조정 등이 상당부분 기생충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정한 기생충의 소멸은 특정한 생태계 부분의 파괴의 증거로 활용되기 한다.
또는 화학비료로 인한 환경파괴가 심한 이 시점에서 천적 기생충을 활용한 해충 조절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저자는 기생충에게 생명체는 하나의 섬이라고, 그것도 아직도 탐험할 곳이 많은 섬이라고 말한다.
기생충은 어떤 숙주에 살면서 그 숙주로부터 삶에 필요한 것들은 얻는 것이라고 볼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어쩌면 지구에 살고 있는 수백만의 생물들은 지구를 숙주로 기생하고 있는 기생충과 같은 존재이다.
그리고 그 수백만의 생물 중에 인간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통념상 혐오스러운 이미지의 기생충만을 생각할 때 이런 연결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지구에 살면서 지구의 생명력을 의지해 살고 있다는 것은 어쩔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인간만큼 이 지구의 생명력을 깎아먹고 있는 존재도 솔직히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기생충은 스스로 파멸하지 않기 위해 숙주를 돕기도 한다. 비록 숙주를 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를 위한 결정이겠지만 결국은 숙주와의 공존을 선택한 것이다.


인류도 어쩌면 결정을 해야 할 시점이다.


개인적으로 많은 영화들이 인류의 과거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더불어 미래에 대한 다양한 예측을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이를 우리는 단순히 재미로 보고 있지만 만약 그것이 현실이 될 때는 더이상 재미가 아닌 심각한 현실이 될 수 있다.
실제 공상과학영화의 많은 부분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만약 그렇다면 ...


영화에서 지구를 침공해온 대부분의 외계인은 첨단과학의 발달과 전쟁 등으로 자기들의 별이 파괴되어 새로운 삶의 터전 마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 반대로 인류가 핵전쟁으로 지구를 파괴하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우주로 떠나기도 한다.


어떤 유형이든 결국은 지구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지금.
숙주인 지구의 죽음은 곧 인류의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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