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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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사회는 극도의 통제사회다.
비록 우리는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모두는 감시자이고 더불어 감시대상이다.


같은 팀 직원이 얼마전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자유여행을 한 것이었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고 한다.
'구글'의 힘을 빌린 것이다. 구글서비스는 여행지 선택과 투어코스, 그리고 비행기시간을 고려한 출발시간까지 완벽한 가이드 역할을 대신해 주었다는 것이다. 다만 자신의 개인정보가 완전히 노출되고 통제되고 있다는 것이 조금 두려웠다고 한다.


'결정장애', 결정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정신장애다. 결정을 위해서는 제반상황들의 고려와 그에 따른 결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결정에는 책임이 함께 동반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인간은 사유하고 반성하고 개선하면서 스스로를 만들어간다.


하지만 이제 사회전반적으로 '결정'을 해야 할 일들이 없어지고 있다.
사회는 시스템화되어지고 우리는 시스템 속에서 이미 결정되어진 일에 충실하면 된다. 더이상 생각할 필요도 결정할 필요도 없다. 내가 할 일과 나의 미래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투명성은 모든 것을 공개한다. 더 이상 비밀은 없다. 이것이 신뢰성을 강화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투명사회에서는 더이상 신뢰가 필요없다. 신뢰는 상대방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신뢰하고 함께 하는 것이다. 하지만 투명성은 상대방에 대한 모든 것을 알게 됨으로써 더이상 신뢰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비밀이 없다는 것은 개인적인 영역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가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고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이 공간은 쉼과 재충전의 공간이다. 하지만 투명사회에서는 더이상 이런 공간은 없다.


만약 24시간 대중에게 공개된 투명유리 속에서 생활한다면 우리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극도로 피로하게 될 것이다.
투명유리 속의 우리는 보여지는 부분으로 대중과 관계해야 하고 이 보여지는 부분은 우리에게 지속적인 쉼없는 관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투명사회에서는 더이상 내면적인 요소가 중요하지 않다. 오직 보이는 부분이 중요하다.
헬스장, 다이어트, 그리고 성형수술 등 우리는 외적인 부분을 가꾸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외적인 관리는 곧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우리는 책을 읽고 이를 통해 세상과 분리된 자신만의 사유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이 미지의 세계는 평생 탐험할지라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와도 같다.
내가 책을 읽은 이유는 사유의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서이다.
가끔 본래의 목적을 잊고 읽은 책의 수를 하나 더 체크하기 위해 강박관념에 휩쌓이기도 한다.


책들은 그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고 시대의 방향에 맞는 사유의 길을 인도하는 안내자 역할도 한다.
모두가 지나간 길을 간다는 것은 편하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안내도 역시 '구글서비스'와 같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적 문화의 틀에 갇혀야만 하고 일탈은 불가능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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