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위안 - 불안한 존재들을 위하여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명진 옮김 / 청미래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여러 철학자의 사상을 중심으로 우리들의 인생의 문제를 되집어 보고 철학을 통한 위안거리를 찾고자 한 책이다.


몇 가지 기억의 자취를 더듬어서 남은 흔적들을 적는다.


< 너무도 명백한 것이라거나 "당연한" 것으로 선언된 것들 중에서 실제로 그런 것은 거의 없다.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중심으로) >
가끔 어떤 문제의 해결점을 찾는데 있어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분명 논리적으로는 이것이 해답이나 환경적인 요소가 이를 용납하지 않을 때이다. 또는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현재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누군가로 인해서 이다. 전자는 그 타협점을 찾아 적절히 해결이 가능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도무지 해결점을 찾을 수 없고 결국에는 그대로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러한 결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 하는 불합리함도 겪게 된다.


세계의 역사는 너무도 명백하고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들을 부정하면서 발전해 왔다. 유발 하라리는 '사이엔스'를 통해서 인간은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통해 발전해 왔고 또다른 혁명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인간은 현재를 부정하는 힘에 의해서 발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의 긍정은 현실의 문제점을 덮게 한다. 그리고 현실의 부정과 새로운 해결점의 모색은 강한 반발에 부딪친다. 때문에 많은 혁명들이 과격한 폭동 등을 동반했던 것 같다.


<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의 우선 순위를 왜곡하고, 행복의 물질적 환상을 높이 평가하는 한편, 잘 팔리지 않는 것은 경시하게 만드는 것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의 생리이다. (에피쿠로스의 사상을 중심으로) >
최근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오래된 미래'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라다크라는 세상에 공개되지 않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던 지역이 개방되어지고 서구화되면서 겪게 되는 폐해를 소개하고 지속가능한 개발과 전통문화와의 조화를 찾아 가는 내용이다.


나는 항상 삶의 공허함 속에 살고 있다. 가족이 있고 나름 괜찮은 직장과 수입이 있지만 그 공허함을 떨쳐낼 수가 없다. 한 때 직장 속에서 업무에 죽도록 매달리며 이런 공허함을 떨쳐낼려고 했고 일상의 바쁨은 공허함을 없애주지는 못하지만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 가혹함을 선물로 주었다.
최근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며 이런 공허함이 다시 큰 파도처럼 밀려왔다. 주위에서는 "너는 이전처럼 일이 많은 자리에 가야해... 일이 없으니 그런거야."라고 말한다.


우리의 삶 속에서 진정 필요한 것들은 무엇일까? 세상은 좋은 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좋은 직장과 좋은 배우자라고 말한다. 그리고 직장에서 승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돈을 벌게 되면 모든 필요가 채워진다고 말한다.
그러니 열심히 살아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필요를 충족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진정 필요를 해결하고 행복해 지는 유일한 방법일까?
한병철교수의 '피로사회' 표현 나는 성과를 위해 스스로를 착취하고 결국 다 타버리고 영혼만 남은 존재이다.


새로운 삶을 위해 스스로의 삶을 보는 벽들을 깨부수고 일어나야 할 시기가 왔다.


< 무조건 모욕으로 판단하는 그들의 성향 뒤에는 자신이 조롱당할 만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세네카의 사상을 중심으로) >
나는 자존감이 무척 약하다. 때문에 완벽하지 않은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잘 공개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조롱당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세네카는 이런 성향을 ' 스스로가 조롱당할 만한 존재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는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객관적인 사실에서 찾기보다는 자신의 감정 속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대부분 스스로를 너무 사랑하고 때문에 보호하고 싶은 자신의 감정은 다양한 스토리를 개발해서 모든 원인을 상대방에게 돌린다. 상대방이 잘못했기 때문에 내가 이런 피해를 보는 거라고 말한다.


이런 자격지심은 관계를 무너뜨리고 스스로를 더욱 큰 자격지심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이전 대학생 시절에 같은 학과에 너무나도 박학다식한 동기생이 있었고 나는 그 친구를 너무나도 대단하게 생각한 나머지 가까이 접근할 수도 없었다. 그런 똑똑한 친구가 나와 친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였다.
그러던 중 정말 우연찮게 그 친구와 저녁을 함께 하게 되었고 그 친구로 부터 재미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친구는 내가 너무 대단하게 보여서 가까이 접근하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이후로 우리는 상당히 친해졌다.


스스로를 너무나도 잘 아는 자신은 스스로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혹시 상처라도 받을까봐 과도하게 스스로를 보호한다.
실제로 그는 너무나도 빛나는 존재인데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자아 속에 꼭꼭 숨겨서 빛이 새나가지 않도록 한다.

고아성, 박성웅 새 영화 <오피스> 스틸컷.jpg (알싸인 가족도 나옴)

<오피스> 영화의 한 장면 : 과도한 성과주의로 인한 단체 광기를 통해 우리 시대상을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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