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공존 - 하랄트 뮐러의 反 헌팅턴 구성
하랄트 뮐러 지음, 이영희 옮김 / 푸른숲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사뮤엘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1997년)'에 대한 반박으로 하랄트 뮐러가 '문명의 공존(2000년)'을 발표한다.


헌팅턴에 따르면, 세계사는 국가간의 대립과 이데올로기 간의 대립을 마치고 이제 '문명'간 대립 단계에 들어섰다.

서구가 제국주의의 우월감을 즐기는 동안 그 밖의 세계는 회한을 쌓아왔다. 이는 공동의 적인 공산주의가 붕괴된 현재, 서구 가치에 대한 격렬한 비판의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
문제는 아시아의 경제 성장, 이슬람의 인구 성장 등 세력 관계가 비 서구 세계에 유리하게 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이러한 비판이 더욱 거세지는 현상이다.
비 서구권인 아시아, 이슬람, 일본 등 각각의 문명들은 문명별로 핵심국을 중심으로 연합하고 이러한 연합된 문명간의 갈등은 제3차 대전의 도화선(특히, 이슬람의 피의 경계선)이 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가 변화된 새로운 국제질서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서구에 대한 비 서구의 반격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헌팅턴은 특별히 이슬람문명을 가장 위험한 문명으로 지적하는데 최근 IS의 테러 등이 빈발하고 있는 시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뮐러는 이런 헌팅턴의 주장을 1)현대사회의 '탈신화화'와 2)국제협력과 교역 활성화를 통한 '세계화'라는 관점에서 반박했다.

1)현대사회의 탈신화화

헌팅턴은 문명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종교를 들었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탈신화화' 경향은 더이상 종교를 통한 연합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최근 이슬람국가를 외치며 민간인들을 향한 무차별 테러를 일삼고 있는 이슬람권조차도 종교적 연합은 소수 근본주의자들에 국한된 주장이다.
1991년 제2차 걸프전쟁 당시 이슬람 국가들은 '거대한 사탄' 미국에 저항하는 손가락질 한 번 하지 않았고, 밉살스러운 경쟁자 이라크에 훨씬 힘이 센 서방 군대가 폭격을 퍼붓는 모습을 느긋하게 지켜보기만 했을뿐만 아니라 상당수는 '서방' 동맹에 참여하기까지 했다.

2) 국제협력과 교역 활성화를 통한 '세계화'

얼마전 저녁식사 중 브라질이 1930년대 대공황이후 최악의 경제침체를 맞이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브라질은 세계 9위의 남미 최대 경제 대국이다. 하지만 독재와 억압에 의한 비정상적인 근대화 과정과 이로 인한 부패와 빈곤은 GDP 세계 9위라는 경제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부채가 GDP 대비 66%라는 오명까지 함께 하도록 했다.
최근 국제사회는 영토확장을 통한 국가세력 확장보다는 경제와 복지에 몰두하고 있다. 때문에 국가간의 경제 교류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경계까지도 허물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국제사회는 더이상 종교 등의 요소가 연합의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특정 국가의 자국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 행사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문명내에 핵심국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한 국가가 같은 문명내 다른 국가들을 어떤 수단으로든 지배하거나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체제는 지배받는 국가들의 경제와 복지에 좋지 않는 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한 것이다.
예로서 아시아 보면 중국이 아시아의 전통적인 패권국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서구열강과 일본에 의한 쓰라린 경험은 자존심 회복과 확고한 지위 확보를 절실케 할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잠재적 패권 추구는 역내 다른 국가들을 긴장하게 하고 세력 균형을 위한 연맹, 미국과 같은 외부 세력과 연대를 형성하게 하고 있다. 중국의 오랜기간의 거대한 영향력도, 뿌리깊은 유교와 불교의 영향력도, 아시아권의 연합을 위한 고리가 될 것같지는 않다.

뮐러의 결론은 모든 국가들이 근대화의 과정과 특히 서구와의 접촉 및 교류의 결과 공통된 특징을 가지게 되었고 앞으로도 자국의 경제와 복지를 위해서는 서구와 지속적인 국제적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NGO 등 국제기구의 활성화는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뮐러는 서구의 사상이 최상의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괜찮은 이념이라고 말한다.
40년대 초부터 서구는 협력의 원칙을 근간으로 하는 연결망을 만들어왔다. 협력의 원칙은 자유 무역, 공동 경영, 국내 정치 안정과 복지, 성문화된 국제기구를 포괄한다.
뮐러는 이러한 서구의 원칙에서 벗어나 보호주의로 후퇴한다면 복지 효과가 크게 줄어들 것은 물론이며 국제 경제는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러한 뮐러의 서구 중심 사상은 서구의 이기주의적이고 비신사적인 결정들 조차도 쉽게 인정해 버린다. 물론 이를 비판하고, 이러한 행태가 이슬람권 등 제3세계가 서구를 쉽지 인정하지 못하게 하는 부분이라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서구가 비교적 더 우수하다는 것이 결론이고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한 세계화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견해로 보았을 때 서구의 형태는 비록 물리적인 침략은 아닐지라도 경제와 사상에 의한 제국주의의 돌연변이라는 생각이 깊게 든다. 현대는 비록 물리적인 영토의 경계는 공식적으로 명확히 그어져 있지만 서구의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은 이미 여러 국가들의 국경을 넘었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침략 행위는 위에서 언급한 브라질 같은 제3세계 국가들을 끊임없는 신음을 요구하고 있고 침체의 나락으로 추락하게 하고 있다.

헌팅턴도 뮐러도 결국 서구 중심의 견해이고 서구 중심의 세계질서 재편이라는 과제를 논하고 있다.
헌팅턴은 말했다.
비 서구가 부상하고 있다고...
뮐러는 말했다.
비 서구가 살 길은 서구화되는 것이라고...

우리는 말한다.
우리는 서구도, 비 서구도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아닌 누군가가 우리를 규정하고 우리의 미래를 규정해 주기를 원하지 않는다.
서구가 서구 중심의 세계를 재편하듯 우리는 우리 중심의 세계를 재편할 것이고 그것은 서로가 동등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