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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광란의 일요일 (한글판+영문판) ㅣ 더클래식 세계문학 134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허윤정 옮김 / 더클래식 / 2013년 12월
평점 :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 '광란의 일요일', '오월제', '오 적갈색 머리 마녀!' 3편이 묶어진 책이다.
짧은 분량의 글에 모든 것을 축약해서 담아야 해서인지 단편소설들은 긴 시와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읽고 난 다음에도 왠지 찝찝함이 느껴진다. 아니 찝찝함이라기보다는 머리 속에 아직도 실타래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미완의 불쾌함'이라고나 할까...
'위대한 개츠비'의 저자로 유명한 피츠제럴드는 자신의 삶과 1차 세계대전 후 1900년대 초 시대적 분위기를 소설로 표현하였다.
그래서인지 각 단편소설마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축제와 같은 들뜬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런 흥분된 들뜬 분위기는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결국 각종 사건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오월제'에서는 전쟁 후 여전히 집단생활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못하고 떼지어 방황하는 군인들, 망나니같이 철없는 대학생들, 공산주의를 추종하는 지식인들 등 각각의 시대를 대변하는 다향한 캐릭터들이 오월제라는 하루밤의 축제 속에서 마치 퍼즐처럼 잘 이를 맞추며 이야기를 구성해 간다. 그리고 이런 흥분 속에 동참하지 못하고 도리어 극도의 좌절 속에 있던 한 대학생의 자살로 이야기를 끝마친다.
그 시대에는 중도란 없었을까? 극도의 흥분이 아니면 극도의 좌절이 그 시대의 모습이었을까?
'오 적갈색 머리 마녀!'에서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환상 속에서 살았던 나...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환상일 뿐이었다. 인간이란 결국 자기자신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인간들이 모여 만들어진 세상 속에서 자신이 스스로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면 결국 세상 속에서 이용당하거나 세상 속에서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주인공 멀린은 캐럴라인(멀린이 스스로 지은 이름으로 실제 그녀의 이름은 알리시아 데어였음)이라는 아름다운 여인에 대한 환상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인생을 마감할 때쯤 그녀의 실체를 알게 되고 그 환상이 깨어지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그녀는 너무나도 악명이 높아 멀린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실체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직 멀린만 40여년의 세월을 그녀에 대한 환상 속에서 외부와 단절된 자신만의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던 것이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나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 이야기이다. 우리는 누구나 어떤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환상이 깨어지면 낙담하고 방황하고 극단적으로는 생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있다.
멀린은 '이제껏 자신이 알고 있었던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고 비뚤어진 여성에 대한 자신의 낭만적인 동경'이 만들어낸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이미 젊음이 지나간 후'임을 후회했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냉철한 통찰을 가지고 철저히 이성적인 삶을 사는 것보다는 자신의 환상 속에서 뜨거운 열정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비록 그것이 자신만의 환상일지라도 그것조차도 없는 로보트같은 사람들보다는 훨씬더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