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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예전에 신경숙 님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나서 마음이 참 쓰렸다. 다른 소설은 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 같은데 그 책은 너무 마음이 아프게 끝났었기 때문이다. 왠지 이 책도 그럴 것 같아 쉽사리 책을 보지 못했었는데 오랜만에 소설을 읽고 싶어져 이 책을 읽었다. 여러 책을 동시에 읽는 편인데 다른 책과 처음 부분이 비슷해서 이 책부터 읽어야지 하는 마음이 들어 다른 책들보다 빨리 읽게 되었다.
8년만에 연락온 명서의 전화를 윤이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8년만의 전화에도 어디야? 라고 물을 수 있는 사이. 그 둘은 그렇다. 연락을 한 이유는 윤교수가 죽음이 가까워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그래서 난 윤교수와 정윤과 사귀었던 사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끝까지 읽으니 그런게 아니었다.
이명서, 정윤, 윤미루, 단이의 이야기.. 낙수장(채수)과 윤교수도 나온다.
윤이는 대학에 들어간 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돌연 휴학을 한다. 그리고 아버지와 1년을 지낸 후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맨 뒤에 앉은 이명서와 윤미루.. 윤교수의 타자를 쳐주게 된 윤은 그의 교수실에서 윤과 명서, 미루는 만나게 된다. (교수실에는 33살 이전에 죽은 작가들의 책을 뒤집어 꽂아놓고 있었다. 그것이 마지막 부분과 연결되다니.. 그땐 아무 의미를 몰랐었는데..) 그땐 그저 짧은 대화를 나누었을 뿐이지만.. 다른 학교에 다니는 미루는 윤교수의 시집을 읽고 윤교수의 강의를 듣고 싶어 이 학교로 왔던 것이다. 그녀의 손이 화상을 입은 것을 보고 교수는 손의 상처에서 벗어나라고 말해준다. 어쩜 저리 잘 말하는 걸까..
정윤은 다시 대학에 오면서 많이 걷기로 하고 집으로 걸어가기 위해 오는 길에 시위를 하는 사람들에 휩쓸린다. 무릎은 찢어지고 가방과 운동화를 잃어버린 상태로 명서와 마주하게 된다. 명서는 그녀를 업고 그녀의 집까지 간다. 그 길에 미루를 불러 신발도 신게 되고..윤의 집에 도착해서 같이 밥을 먹는다. 그때 미루는 자신이 먹는 것을 모두 적는다. 아주 자세하게.. 그 노트에는 나중에 그 셋이 이야기를 돌려적는 것도 되고 단이가 읽고 언젠가 그림을 그려준다고 하는 노트도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윤교수의 그 책꽃이에 꽃힌다.
그렇게 셋은 친해졌고 낙수장과 더불어 서울을 많이 걸어다녔다.
윤미루 - 그녀 손의 화상은 그녀 언니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미래는 발레를 하였는데 외할머니댁에 가던 날 아무도 없는 할머니댁의 문을 열려고 하다가 미루가 던진 송곳에 무릎을 찔려 다신 발레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후 대학교에 가서 에밀리라는 고양이를 키우며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 사람을 만나고 다시 활기를 되찾게 되었다. 그런데 미루와 명서와 저녁을 먹기로 한 날 그는 실종되고 만다. 그 후 미래는 그를 찾아 떠나게 된다. 그와 함께 실종된 여러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어느날 미래는 미루와 목욕탕을 다녀온 후 시위를 하는 곳 앞 건물 옥상에서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자살을 하게 된다. 그것을 보고 말리려던 미루는 손에 화상을 입게 된 것.. 그 후로 미루도 그를 찾아보게 되었던 것이다. 사계절 내내 언니가 입은 플레어 스커트를 입고서..
정윤 - 어렸을 때부터 단이와 지냈고 명서와 점점 사랑이 싹트게 된다. 하지만 단이와 미루가 죽은 이후 그들은 가깝지만 먼 사이처럼.. 그렇게 멀어진다. 항상 지키지 못할 약속들을 하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멀어진 후 8년만에 윤교수의 죽음 때문에 연락이 닿게되고 그가 준 갈색노트를 다시 꺼내보게 된다. 그 노트의 맨 마지막에 쓰여있는 글 언.젠.가.언.젠.가.는.정.윤.과.함게.늙.고.싶.다.는 그의 글을 보고 한 문장을 더 써 넣는다. 내.가.그.쪽.으.로.갈.게. 아마 그 둘은 그 후 만나게 되어 행복하게 늙어가겠지.. 하지만 그녀가 단의 편지에 답장하지 않은 것은 정말 원망스럽다. 친구라도 답장은 해줄 수 있었을텐데... 그가 죽은 후 쓴 그녀의 답장은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은가..
단 - 정윤의 어렸을 때 친구..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려고 한 것 같다.. 군대를 가기 전 윤과 미루, 명서와 며칠을 함께 보낸다. 그리고 윤을 사랑한 것 같은데.. 그를 면회온 윤과 하룻밤을 지냈으나 아무일도 없이.. ㅠㅠ 고백도 못한 단이 불쌍하다. 단은 군대 특전사에서 근무하다 허리를 잘못맞아 해변가의 군대로 나왔으나 총기 사고로 죽는다... 아.. 정말 마음이 아프다. 왜 죽음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 걸까..
명서 - 미루,미래와 한 집에서 살던 목욕탕집 아들. 번듯한.. 눈썹이 짙은.. 미래를 찾는 일을 하는 미루를 안타깝게 생각하다가 윤을 만나 사랑하게 된다. 여러 시위대에서 사진을 찍어대던 사람. 나중에는 사진작가가 되고 100명의 사람을 안아보는 것을 시도하다가 그것을 찍은 사진전을 연 사람..
미루 - 미래언니에 대한 죄책감이 컸던 것 같다. 언니가 죽은 후 자신이 그 사람을 찾으러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다. 나중에 윤을 만나 마음을 다잡고 윤과 명서, 미루 셋이 예전의 집에 살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그 집을 팔아버리면서 그 꿈은 날아가버린다. 그 후 미루는 자주 연락이 끊겼고 어느날 죽었다는 연락.. 그녀는 거식증에 걸려있었는데 예전 외할머니 집에 살면서 굶어서 죽은 것 같다. 그 동안 정윤과 명서는 무엇을 했는지 서로 또 죄책감에 시달린다. 미루가 그들과 윤교수에서 쓴 편지들은 읽히지 못한 채 미루의 노트에 붙여서 윤교수의 교수실에 꽃히게 된다. 미루는 윤교수를 사랑했으니 거기 있는게 더 좋을 것 같다.하지만 마지막까지 그녀의 편지를 읽지 못한게 안타깝다.
이 네 사람 중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싶다. 작가는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을 사랑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데 죽음 없이 오래 마음에 남는 행복한 이야기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이야기는 너무 흔해서 안 쓰신건가.. 어지럽던 시대에 만나 의문사한 남자와 단이.. 그들 때문에 목숨을 잃은 미래와 미루.. 마음이 아프다. 그들을 지켜본 윤과 명서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만난 윤과 명서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마지막엔 윤교수도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