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게 말을 걸다

꽃에게 말을 걸다 - 흰벌의 들꽃탐행기
백승훈 지음 / 매직하우스 / 2011년 4월

우선 이 책의 표지가 너무나 예뻤다.  얼음 속에 꽃이 있는 사진인데 이 꽃의 이름은 복수초이다. 봄이 온 것을 알리는 꽃. 이름이 복수초인 것은 복복에 수명 수. 좋은 뜻을 가졌다. 게다가 너무나 예쁘다.

기대를 가지고 책을 한장 한 장 넘겼다. 작가는 블로그에 자신이 풀꽃들을 관찰하고 풀꽃편지를 쓴 내용을 하나하나 책에 담아놓았다. 우리에게 이야기 하듯 자신의 마음을 조근조근 이야기한다. 블로그에 담았던 글이라 그런지 앞에 나온 이야기가 또 나오고 또 나오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고 그 이야기를 마음에 새기게 된다. 꽃에서 인생을 보는 이야기들이 그런 것이다.

 

이 책은 5가지 분류로 되어 즐거운, 설레임, 뜨거운, 눈물, 그리움 편지로 이루어져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하게 피는 꽃들을 설명하고 새로운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를 하는 겨울을 맞으며 이야기가 끝나는 느낌이다. 봄이라 봄꽃놀이를 갈 때, 벚꽃, 개나리, 진달래, 철쭉, 펜지 만 알고있는 내가 이렇게 많은 꽃을 알았다는게 너무 뿌듯하다. 이름만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꽃을 보고 온전히 마음으로 느끼고 즐기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지만 우선 이름은 알고 볼 일이다. 저번에도 아이들이 꽃 이름을 물어볼 때 모른다고 답하며 아주 민망했던 적이 있는지라 사진 혹시 내가 본 꽃이 있는지 하나하나를 살피며 읽었다. 그리고 책을 읽은 후에는 길 걷는 중간중간에 어느 꽃이 피었는지 살피게 되었다.

 

이 분은 편지를 쓰면서 꽃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신다. 꽃과 관련된 소설 이야기, 꽃의 이름이 지어진 이야기, 시 이야기 등등. 이 분이 이렇 다양한 분야에 대해 알고 있으니 꽃 하나로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중간중간 인생의 교훈들이 들어있다. '돌아보면 누구에게나 눈부신 시절이 있다.'는 이야기. 자신의 아버지 무덤에 핀 꽃을 바라보며 아버지 인생에서 눈부신 시절은 언제일까를 생각하고 꽃을 찾아가며 누군가가 올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친구를 찾아가고 그의 입장을 고려해보아야 한다는 이야기. 꽃을 만나면 꽃의 눈높이에 맞추어 가만히 오랫동안 보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 세상에 어느 꽃도 소중하지 않은 꽃이 없고, 예쁘지 않은 꽃이 없는 것처럼 우리네 인생도 모두 소중하고 어여쁘다. 꽃이 지고 열매를 맺고 다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면서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작은 꽃처럼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살아볼 일이다.

 

이 책을 읽으니 햇살이 맑은 날 푸른 언덕에 흔들리는 작은 꽃들을 바라보며 산들바람을 맞고 앉아있는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만큼 평화롭고 아름답고 마음이 맑아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