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만의 꽃을 피워라 - 법정스님의 무소유 순례길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법정 스님이 돌아가신 뒤 책을 절판하시라고 하셨을 때 그 분의 책을 사 두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지나간 후 후회하면 무엇하리. 이렇게 책으로나마 그 분의 생활을 알 수 있게 되어 참으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책은 법정 스님의 제자였던 정찬주님께서 그 분이 기거하셨던 절과 태어나신 집 을 돌아보며 그 분을 그리워하며 쓴 책이다. 제목들부터 너무나 예쁘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제목이라 생각들지만 다시 한 번 읽어보고 그 뜻을 새기면 이 이야기가 이런 느낌을 주는구나 한다.
각 장의 처음에 큰 사진이 나온다. 흑백으로 되어 더 운치있고 색을 입힌 장면을 상상하게 되는 그런 사진들.. 그리고 글 속의 길을 내 머릿속 산으로 걸어들어갈 수 있게 된다.
 
법정 스님을 만나고 싶다면 불일암으로 가라. 많은 산과 절을 가보았지만 가서 사진만 찍고 구경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 사시는 스님들의 인생, 삶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 산 속의 꽃들과 나무.. 그 분의 발자국 같은 후박나무 잎들의 사진을 보니 정말 그 분이 계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빠삐용 의자, 스님이 벗어놓은 고무신, 태풍의 대변인 등등 하나하나 보고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내 책상을 살펴보면 다양한 필기도구와 책, 화장품, 달력(2개)까지 정말 많은 것들이 있다. 뭔가 하나를 찾을래도 한참을 둘러봐야 한다. 그런 나에게 무소유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만년필도 1개만 있다가 2개가 되니 소중함을 모르게되어서 하나를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시다니.. 작은 것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혼자 꽁꽁 싸매는 내가 너무나 옹졸해 보인다. 자신이 가진 것들 중 필요한 것만 최소로 가지고 남은 것들은 널리 베풀며 살으라고 하신다. 그것만이 내가 될 수 있다.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데 왜 그리 움켜쥐고 살려 하는 것일까. 멀리 돌아볼것도 없이 나를 돌아보게 된다.
 
텅빈 충만. 소음 공해속에 살고있는 지금(나는 음악이나 TV가 없으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ㅠㅠ) 조용한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다. 환경이 나빠지면 새들만 떠나는 것이 아니라 수행자도 떠난다. 세속의 때가 묻은 이들의 출입은 분주해질지 모르지만 깨달음의 숲은 적막해지고 만다. 자신의 거처에 수도도, 전기도, 전화도 놓지 말라는 스님. 그 분의 그런 결단이 정말 대단하다. 입과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원숭이 상을 보니 나도 나쁜 것에 대한 모든 것을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말아야겠다.
 
종교가 달라도 그들을 돕고 포용하려 애쓰신 분. 올곧은 기개로 세상을 살아가신 분. 참다운 사람으로 살길 원하셨던 분.
봄이어서 꽃이 핀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서 봄이 온 것이다. 자신만의 꽃을 피우고 남을 부러워하며 따라가려 하지 말아라.
밤하늘의 별처럼 혼자 있어도 전부인 것처럼 살자.
 
차인이 아닌 다인이 되기 위해 말을 아끼고 여러번 우려내도 진실된 사람이 되자.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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