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변용란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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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라는 작품의 제목만 알고 있었는데 그 원작자의 초기 작품들을 보게되니 신기한 기분이었다. 초기 작품들 중 단편만 모아 놓은 책으로 대프니 듀 모리에가 25세 이전에 쓴 글들을 쓴 순서대로 실어 놓았다. 유명 만화가 할아버지, 유명 연극배우인 부모님 아래서 자랐으니 예술가가 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삶이 행복하진 않았던듯 하다. 아버지의 장례식도 안갔다 하고 그녀의 어머니와의 관계가 드러난 '집고양이' 작품을 봐도 그렇다.

 

 읽어내려가며 100년전에 쓰여진 것이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현실적이고 심리 묘사가 너무나 뛰어났다. 어쩜 이렇게 잘 표현하는 것인가! 동풍에서는 평화롭던 세인트 힐다섬에 큰 범선이 태풍으로 머물게 되면서 그 잠시동안 일어난 일로 거스리는 부인을 잃어버리게 된다. 둘다 얼마나 허무할 것인가.. 책 제목과 같은 인형을 보고는 너무 충격을 받았다. 남자의 사랑과 그것을 대하는 여인과 인형!! 그 시대에 이런 것이 있었던 것인가 아니면 작가가 상상한 걸까?  성직자가 그렇게 점잖고 사람들을 위해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신발에 구멍난 보좌신부의 슬픔은 모르고 있었다는 것... 정말 슬픈일이다.

 '성격차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둘 다 자신의 마음은 숨기고 날이 선 말들만 주고 받다니.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한다면 서로 더 행복해질 수 있을텐데. 나에겐 그런 모습이 없을까 생각해보게 하였다. '절망'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는데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신혼여행을 간 텐트는 폭우로 무너지고 결혼반지는 하수구로 들어가버리고 ㅠㅠ 서로 직장을 찾았는데 완벽하게 엇갈리다니! 여자는 9시부터 7시까지, 남자는 7시부터 9시까지다 오 마이갓!

  '피카딜리'에서는 한 여자의 인생이.. 계시를 따라 살아가던 여자의 삶이 들어있다. 이렇게 인생이 흘러가기도 하는구나.. 씁쓸했다. '집고양이'는 너무 충격이었는데 어른이 되어 행복을 기대한 그녀에게 어머니가 해준 말이란.. 그리고 뒤늦게 깨닫고 충격에 휩싸였는데 존 삼촌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착각속에 빠져있다. 참으로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있나 싶고 현재에도 이런 뉴스를 본 기억이 나서 씁쓸했다.

 '오래가는 아픔은 없다'는 어쩜 부인의 마음을 이리 잘 표현한 것인지 감탄했다. 자신의 행복에 겨워 힘들어하는 친구를 곁에 두고도 속마음은 그렇다는 것. 친구에게 해준 위로가 사실은 자기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는 것. '주말'에서는 그 짧은 시간 둘은 서로를 찍찍이, 까칠이라 부르며 죽고 못살것 같다가도 어려운 상황이 닥치자마자 돌변하여 이제 원수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것. 그들의 대화가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점점 차가워지는 그의 편지'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보내는 편지를 통해 둘의 사이가 모두 보였다. 남자가 먼저 열렬히 사랑하고, 여자는 받아들이고, 사랑을 하고 그 후엔 여자가 매달리는 흑흑.. 여자가 불륜이 아니었다면 해피엔딩이었을까..

 '내 인생의 훼방꾼'은 보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몇마디 말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새로운 인생을 막았고, 건강을 염려하게하여 아무 이상도 없는데 검사를 받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이모와 어머니는 전쟁을 피해 이사갔는데 거기서 폭탄에 즉사하고 그녀가 따라다니는 남자들은 모두 그녀를 피하는데 그녀는 헌신적이었고 자신이 받은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헐.. 이런 사람을 피해 신분까지 속이고 떠난 에드워드를 이해한다. 그러고도 정신 못차리고 의사에게 접근하는 딜리스. 그녀에게 잘못걸려 술중독이 된 케네스, 다행히 이혼했지만 그녀의 시누이 로즈는 평생 옷도 공짜로 주고 사업은 딜리의 뒷담화로 신문에 오르내리게되어 인기가 떨어지게 된다. 오.. 그녀는 왜 모르는 것일까. 이런 못된 사람에겐 왜 착한 사람만 걸리는 것인가!

 아무튼 짧으면서도 충격을 주는 책!! 100년전 이야기지만 현실과 전혀 괴리감없는 책! 이었다. 25세 이전의 나이에 이런 심리를, 이런 이야기를 썼다는 것이 다시한번 놀랍고 그녀의 다른 이야기들 단편이든 장편이든 미스터리, 서스펜스 이야기들 더더 읽어보고 싶다. 한참 이런 이야기 좋아했었는데 다시 빠져들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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