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는 그림 - 숨겨진 명화부터 동시대 작품까지 나만의 시선으로 감상하는 법
BGA 백그라운드아트웍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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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감상하는 걸까. 이해하는 걸까. 비슷한 말 같지만 막상 그림 앞에 서게 되면 그 구분이 명확해진다. 그림을 좋아해 전시회에 자주 가는데 경험상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보는 것과 아무 정보 없이 보는 경우, 많게는 관람 시간이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면 그림에 대해 모르면 그림을 이해할 수 없냐는 질문을 할 수 있다. 당연히 아니다. 미술사조가 화가의 의도를 몰라도 내가 보고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다. 내 눈에 아름답고 의미 있어 보이면 된다. 그래서 책의 부제도 '타인이 아닌 나만의 시선으로 작품을 읽는 새로운 미술 감상법'이다.


책은 어려운 미술사조나 화가에 대한 설명 위주가 아닌 나만의 감상법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같은 장소의 건물을 그려도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빛이 담기고 같은 건물을 그려도 화가마다 다른 화풍으로 그리듯. 그림도 그렇게 바라보면 된다. 무엇을 그렸는지 잘 보이지 않으면 우선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바라보고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기. 이건 그림 감상뿐 아니라 그림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도 적극 추천하는 방식이다. 한 발작 물러나 보면 전체를 보고 더 객관적으로 그림을 볼 수 있어서다.

보통 전시장에 가면 정면에서 눈으로 한두 번 흘낏 보고 다음 그림으로 넘어가는 관람객이 대부분인데, 하나의 그림을 여러 방식으로 바라보기부터 시작해 보면 좋다. 전시장에 있는 그림을 꼭 다 볼 필요는 없다.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 앞에서 다른 각도로 바라봐보자.


책은 유명 화가들의 숨겨진 명화부터 성수, 서촌, 을지로, 한남, 청담, 압구정 갤러리에서 가장 핫한 한국 작가들의 최신 작품들 121편을 수록해 고전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면서 그림에 친숙해질 수 있게 한다.

고전 명화들은 여러 매체에서 접해서 익숙한 반면 젊은 화가들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접할 기회가 적어서 아주 반가웠다.

몇몇 아티스트들이 미술 콜렉터로 전시 정보를 쇼셜 미디어에 올리면서 요즘에는 예전보다 젊은이들이 많이 전시장을 찾는다. 그러나 인증샷을 찍기위한 전시장 방문이 아니라 역사의 기록이자 예술가들의 예술혼이 담긴 그림을 보는 나만의 시선을 만드는 것도 그림을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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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영국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3
나카노 교코 지음, 조사연 옮김 / 한경arte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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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술이 발명되기 전까지 역사를 배우는 방법은 글과 그림을 통해서였다. 특히 그림은 당시의 복식과 생활상을 생생하게 알려주는 좋은 교재이자 역사책이다.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인 『명화로 읽는 영국 역사』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며 세계의 패권을 쥐었던 영국의 역사를 들려준다.


사실 영국이라는 나라는 없다. 영국의 공식 국명은 ‘그레이트브리튼 및 북아일랜드 연합왕국(약자로 UK)’이며,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로 이루어진 연합 국가다. 연합국가인 건 알지만 정확하게 어떻게 구분되는지 혼동이 됐는데 몇 년 전 영국이 유럽 연합을 탈퇴하면서 네 나라의 탈퇴 의견이 갈리 걸 보면서 확실히 연합 국가임을 알 게 됐다.




연합국가라는 말은 그만큼 복잡한 역사를 가졌다는 의미다. 유럽 변방의 작은 섬나라에 불과한 영국은 어떻게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세계의 패권을 잡을 수 있었을까. 15세기 절대 군주제를 확립하기까지 영국이 걸어온 역사를 명화들과 함께 따라가보자.


우리나라는 고려 500년에 이어 조선 500년간 단일 왕조였기에 계보가 복잡하지 않은 편이지만 강력한 왕권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권력 투쟁을 해온 유럽은 여러 왕가들이 존재했고 권력암투가 끊이지 않았다. 튜더, 스튜어트, 하노버, 윈저 왕조는 영국을 통치해온 대표적인 왕가들로 책은 장미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영국의 위상을 알리기 시작한 리처드 3세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튜터 왕조의 왕과 여왕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 연극. 뮤지컬 등으로 제작되며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왕가지만 유명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치 시기는 짧았다. 그럼에도 튜터 왕조가 인기인 이유는 왕족들의 드라마틱한 삶 만큼이나 영국이 대영제국으로 가는 발판을 만들어서다. 해적 여왕이라고까지 불리는 엘리자베스 1세는 어머니의 비극적인 죽음과 온갖 수모에도 살아남아 조국의 부흥을 이끌며 영국은 여왕의 치세에 번성한다는 믿음을 만들었다.






왕가를 중심으로 한 역사라 더 치열한 영국의 권력다툼과 결과들을 접할 수 있다. 흥미로운건 왕가의 혈통이 끊어지게 될 경우 혈연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정적에게도 왕좌를 넘겨줬다는 사실이다. 엘리자베스1가 왕좌강화를 위해 사형시킨 메리 스튜어트의 아들을 후계자로 지목한 걸 보면 왕권유지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강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영국역사는 물론 세계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엘리자베스 1세와 빅토리아 여왕 모두 왕이 될 확률이 극히 적었음에도 행운의 여신은 그녀들의 편이었고 위대한 왕으로 기록된 것들을 보면 왕좌는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내린다는 옛말도 맞는 것 같다.


명화들과 함께 배우는 영국역사라 더 쉽고 재미있게 영국역사를 접할 수 있다. 글만 읽어도 좋지만 시대를 상징하는 명화들과 함께보니 더 친근하게 다가와 술술 읽을 수 있는 역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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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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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백과사전』은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징과도 같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읽다 보면 늘 이 사전에 대한 언급이 되어 있는데, 소설 〈고양이 3부작〉(『고양이』, 『문명』, 『행성』)을 읽어 본 독자라면 사육장에서 태어나 실험실에서 '제3의 눈'을 이식받은 후, 세상의 모든 지식을 습득하게 된 고양이 피타고라스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을 자주 언급하는 것을 봤을 것이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고양이 백과사전의 존재 여부가 궁금했는데, 진짜로 존재하는 책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이 책의 저자는 고양이 피타고라스다. 피라고라스는 자신이 습득한 지식을 집대성해 고양이의 선조부터 인간과 공생하게 된 현재까지의 모든 정보를 들려준다.

개의 역사는 잘 알려진 바에 비해 고양이가 어떻게 반려동물이 되었는지 궁금했는데 고양이는 약 7백만 년 전에 지구상에 등장했고 진화와 분화를 함께 하며 인간이 정착생활을 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한 1만 년 전부터 인간과 함께 살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곡식을 쥐로부터 구해주는 구세주 같은 존재였고,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격화되어 살아서는 인간들의 추앙을 받고 죽으면 미라로 만들거나 장례식을 치러주기도 했다. 이후 고양이는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배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처음에는 배에 실은 곡식들을 쥐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였고 뒤를 이어서는 군인들에 의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2부에서는 고양이의 골격, 음식, 수면, 청각, 후각, 야콥슨 기관, 혀, 등 고생이의 신체적인 특징들에 대해 알려준다. 강아지는 키워본 적이 있지만 고양이는 키워보지 않아 고양이의 몸에 대한 지식이 적은 편이었는데, 고양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특징들을 알고 나니 고양이의 행동들이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주인에게 헌신적인 개에 비해 고양이는 집사도 직접 고르고 독립적인 존재로 알고 있는데, 확실히 신체조적들도 훨씬 더 독립생활에 특화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는 더 돈독해지는 것 같다. 서로의 독립성은 존중하면서도 함께 살아가는 존재. 충분히 매력적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고양이 시리즈의 주인공 고양이들이 소개되어 있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고양이 3부작의 일독도 권한다.

고양이를 기르는 집사에게도, 고양이를 키우지 않지만 관심이 있는 독자들 모두에게 고양이에 대해 가르침과 고양이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고양이가 쓴 백과사전을 어디서 또 만나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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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리커버 에디션)
토머스 해리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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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은 심리 스릴러의 걸작으로 꼽힌다.

소설은 FBI 연수생인 클라리스 스탈링과 식인 살인마인 한니발 렉터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해결이라는 단어가 적절한 표현은 아닐지 모르지만, 스탈링은 헥터와의 면담을 통해 사건들의 단서를 찾아낸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렉터가 저명한 정신의학 박사기 때문이다.


그는 보통의 살인마와는 다르다. 살인을 하고 식인을 하는 야만적인 자지만 실력 좋은 정신과 의사라 수사관들도 농락을 당하기 일쑤다. 심지어 그의 심리분석을 한 의사를 세계적인 멍청이로 만들 만큼 용의주도하고 똑똑한 인물이다. 분명 한 번도 현장 경험이 없는 연수생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인물이지만 스탈링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식인 살인마이자 정신과 의사’라는 타이틀은 모두를 겁에 질리게 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가 완벽하게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지적이며 냉철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스탈링과의 첫 만남에서 렉터는 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향수와 화장품을 맞추고 옷차림으로 그녀의 심리와 자란 환경까지 정확하게 맞추는 모습을 보면 희대의 살인마라는 호칭이 과장되어 보이지 않는다.


스탈링이 렉터와의 면담을 하게 된 계기는 살가죽이 벗겨진 채 유기된 젊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어서다. 그 살인의 공통점은 시신 여섯 구에서 검은 마녀 나방이 발견된 것. 연쇄살인마는 연쇄살인마가 알아본다고. 스탈링은 사건 해결을 위해 렉터와의 면담을 이어간다.



렉터는 분명 전무후무한 캐릭터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살인마나 범죄자와 거리가 멀다. 사이코패스보다는 소시오패스에 가까워 보이지만, 주변 사람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평가한다는 점에서 소시오패스라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한마디로 너무나 뛰어난 지능범이라는 점이다. '버팔로 빌'이라 불리는 연쇄살인범도 렉터와 비슷한 부류의 살인범일까.


소설은 연쇄살인범을 밝히려는 수사와 렉터와 스탈링의 관계를 촘촘하게 담아낸다.




오래전 영화를 봤을 때 느꼈던 섬뜩함이 원작을 읽으며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살인마일까. 우리 안에 내재한 욕망과 트라우마로 인한 공포일까.


소설의 배경은 삽 십 년도 더 전의 일이지만 인간의 욕망이 부른 범죄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기에 렉터나 버팔로 빌과 같은 살인자가 우리 주변에 없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이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언제나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단지 살인자를 추적하는 스릴러가 아니라 심리 스릴러의 교본 같은 소설이다. 행위 자체보다 심리에 집중하면서 결말이 예측되는 이야기도 특별하게 만드는 소설의 힘이 담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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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뷰
존 르 카레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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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영국이다. 영화 '007'과 '젠틀맨스 가이드' 등으로 스파이들의 고향 같은 느낌이다. 할리우드 영화나 소설을 통해서도 실력 있는 스파이들을 많이 접했지만 영국의 스파이는 클래식한 느낌이 강하다고 할까. 여하튼 내게는 스파이의 정석 같은 느낌을 준다.


주인공 줄리언 제레미 론즐리(J.J 론즐리)는 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으로 해변가에 작은 서점을 운영하며 안락한 삶을 살고 있다. 젊은 그가 한적한 삶을 꿈꾸게 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성공회 목사인 아버지는 끊임없이 여성들과 스캔들을 일으켰고 예배 도중 신은 없다는 폭탄선언을 하고 목사직에서 해고된다. 갑자기 목사관에서 쫓겨난 줄리언은 스스로 학업을 마치고 증권 거래인으로 큰 성공도 했지만, 조용한 삶에 대한 욕구로 해변가 작은 서점의 주인이 된다.


조용하고 무료하기까지 한 서점 주인의 삶은 갑작스러운 노신사의 방문으로 변화를 맞는다. 노신사는 자신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동창으로 이름은 에드워드 에이번. 도시 외곽에 위치한 대저택 실버뷰의 주인이라 소개한다. 서점을 둘러보던 그는 지하에 빈 공간이 있음을 발견하고 뜻밖에 '문학 공화국'이라는 비밀스러운 모임을 만들자는 제안을 한다.

때마침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줄리언은 에드워드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점점 친근한 사이가 되고 실버뷰에 초대 되어 가족들과도 왕래하는 사이가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첩보기관에서 줄리언을 찾아오고 줄리언은 에드워드의 정체를 알게 된다.


스파이의 삶은 어떨까. 많은 책과 영화를 통해 정체를 숨기는 사는 사람들의 고충을 접하며 어떤 사람들이 스파이가 되는 걸까. 궁금증이 들 때가 있다. 두뇌가 명석하거나 무술이 뛰어나다고 다 스파이가 되는 건 아닐 테니까. 수십 년간 스파이로 활약하며 가정을 이룬 에드워드와 가족들과의 관계를 보면서(심지어 에드워드와 부인 데보라는 부부 스파이다.) 아무나 스파이를 하는 건 아니구나 싶다.

줄리언은 우연치 않게 전령사 노릇을 하며 스파이들의 세계에 발을 내딛고 복잡한 정치 상황에 휘말리지만 그를 통해 접하는 스파이들의 세계는 마치 고전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마지막 또한 열린 결말처럼 사라진 에드워드의 종적을 쫓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개인적으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스파이들의 평범한 일상과 개인적은 모습들을 만날 수 있어 재미있었다.


저자인 존 르 카레 역시 전직 스파이라 자신의 경험도 많이 녹아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읽으니 평범한 듯 비범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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