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침묵 (리커버 에디션)
토머스 해리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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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은 심리 스릴러의 걸작으로 꼽힌다.

소설은 FBI 연수생인 클라리스 스탈링과 식인 살인마인 한니발 렉터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해결이라는 단어가 적절한 표현은 아닐지 모르지만, 스탈링은 헥터와의 면담을 통해 사건들의 단서를 찾아낸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렉터가 저명한 정신의학 박사기 때문이다.


그는 보통의 살인마와는 다르다. 살인을 하고 식인을 하는 야만적인 자지만 실력 좋은 정신과 의사라 수사관들도 농락을 당하기 일쑤다. 심지어 그의 심리분석을 한 의사를 세계적인 멍청이로 만들 만큼 용의주도하고 똑똑한 인물이다. 분명 한 번도 현장 경험이 없는 연수생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인물이지만 스탈링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식인 살인마이자 정신과 의사’라는 타이틀은 모두를 겁에 질리게 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가 완벽하게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지적이며 냉철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스탈링과의 첫 만남에서 렉터는 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향수와 화장품을 맞추고 옷차림으로 그녀의 심리와 자란 환경까지 정확하게 맞추는 모습을 보면 희대의 살인마라는 호칭이 과장되어 보이지 않는다.


스탈링이 렉터와의 면담을 하게 된 계기는 살가죽이 벗겨진 채 유기된 젊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어서다. 그 살인의 공통점은 시신 여섯 구에서 검은 마녀 나방이 발견된 것. 연쇄살인마는 연쇄살인마가 알아본다고. 스탈링은 사건 해결을 위해 렉터와의 면담을 이어간다.



렉터는 분명 전무후무한 캐릭터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살인마나 범죄자와 거리가 멀다. 사이코패스보다는 소시오패스에 가까워 보이지만, 주변 사람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평가한다는 점에서 소시오패스라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한마디로 너무나 뛰어난 지능범이라는 점이다. '버팔로 빌'이라 불리는 연쇄살인범도 렉터와 비슷한 부류의 살인범일까.


소설은 연쇄살인범을 밝히려는 수사와 렉터와 스탈링의 관계를 촘촘하게 담아낸다.




오래전 영화를 봤을 때 느꼈던 섬뜩함이 원작을 읽으며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살인마일까. 우리 안에 내재한 욕망과 트라우마로 인한 공포일까.


소설의 배경은 삽 십 년도 더 전의 일이지만 인간의 욕망이 부른 범죄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기에 렉터나 버팔로 빌과 같은 살인자가 우리 주변에 없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이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언제나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단지 살인자를 추적하는 스릴러가 아니라 심리 스릴러의 교본 같은 소설이다. 행위 자체보다 심리에 집중하면서 결말이 예측되는 이야기도 특별하게 만드는 소설의 힘이 담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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