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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의 처형자가 되기 싫다 - 실존심리치료, 개정판
어빈 D. 얄롬 지음, 최윤미 옮김 / 시그마프레스 / 2014년 2월
평점 :
자주 가는 서점 길목에 중고서점이 있지만 들어가 볼 용기를 내보긴 처음이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처음엔 사람이 많아서,그 다음엔 생각보다 책이 많아서 놀랐다. 너무 많아서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우선은 내 발걸음이 안내하는 대로 따랐다. 그리고 심리학서가에서 발길이 멈췄다. 그 중 끌리는 책을 한 권 집어들었다. 얄롬박사의 <치료의 선물>을 읽어봤기 때문에 이 책도 기대가 됐다. 대충 훓어보고 의외로 내용이 맘에 들어 더 자세히 읽기 시작했다.그리고 책값의 3/1 가격에 구입했다. 횡재했다.
나는 일반인이다. 그래서 정신과의사인 심리학전문가가 쓴 책을 좋다 나쁘다 평할 아무런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 그냥 일반독자로서 이해하기 쉬웠고, 흥미진진했다고 느낌 그대로 평할 뿐이다. 오히려 전에 읽었던 <치료의 선물>보다 더 쉽고 재미있으며 흥미진진했다. 심리학전문가가 다루는 문제들이 아주 잘 드러나 있어서 치료자의 입장을 이해하기도 쉬웠고, 내담자의 입장을 이해하기도 쉬웠다. 특히 이번책에서는 치료에 꿈이 잘 활용되고 있어서 놀라웠다. 치료의 성패가 치료자와 내담자의 관계에 기초함은 책 전반에 흐르고 있는 주제다.
얄롬박사는 책에 열개의 사례를 싣고 있다. 젊은 치료자와 사랑에 빠졌던 8년전의 삶을 살고 있는 70대의 노인이야기를 다룬 사례. 만약 강간이 합법적이라면 그 일을 저지르겠다는 암환자가 변해가며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는지를 다룬 사례.110KG의 여인이 심리치료와 더불어 다이어트에 성공하게 되는 사례. 잃은 아이에 집착하여 남은 아이들을 소홀히 하게되는 여인의 사례. 지갑을 소매치기 당한 사건을 계기로 모든 것이 변해버린 미망인의 사례. 치료자에게 자신의 지난 연애편지를 보관해 달라고 하는 내담자의 사례.남편 사망후 모든 삶의 흐름이 얼어버린 여인의 사례.뜯지 않은 세 통의 편지로 인해 어려움에 빠진 내담자의 사례.경계선 장애를 앓고 있는 여인의 사례.편두통과 성생활의 관계 이면의 문제가 드러나는 내담자의 사례등이다.
나는 사랑에 빠져 있는 내담자와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는 어쩌면 나 역시 매혹적이고 싶은 부러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좋은 치료자는 어둠과 싸워 불빛을 찾는 것인데, 낭만적인 사랑은 신비로워야 지속이 되고 그 사랑을 자세히 살펴보면 신기루가 되어 날아가 버린다. 나는 사랑의 처형자가 되기가 싫다.. 사랑이란 항상 고통과 어우러져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델마의 고통은 사랑과 고통 사이에 전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그녀의 사랑에는 기쁨이 전혀 없고 오로지 삶을 고문만 하는 것이었기에 나는 놀라고 있었다.(p17)
책에서는 전이, 역전이, 라포,내담자와 관계맺는 다양한 방법,치료자의 윤리문제,꿈해몽의 방법등 다양한 심리학적 상황을 만나볼 수 있다. 얄롬교수는 치료 상황에서 역전이의 문제와 부딪히기도 한다. 다양한 문제들의 표층을 제거하고 나면 그 내면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들을 만나게 된다. 또한 치료자는 매순간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서는 것 같은 긴장감이 느껴진다. 얄롬교수가 다양한 꿈들을 실제 치료에 적용하는 것을 보면서 감탄사가 절로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