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영감 한길 헤르메스 7
장 그르니에 지음, 함유선 옮김 / 한길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장석주작가의 책에서 만난 장 그르니에는 어떤 작가일까 무척 궁금했다. 먼저 그의 추천작 <섬>을 읽고 싶었지만, 도서관의 서가에 책이 없었다. <지중해 영감>도 도서관의 문서보관실에서 찾았다.<지중해 영감>은 추석연휴 동안 시골가는 차안에서 좋은 벗이 되어 주었다. 좋은 책이란 이런 책이구나!  장 그르니에의 아름다운 시선에 감탄하면서..이해되지 않는 철학적인 시선에 답답해 하면서 읽었다.


 장 그르니에는 알베르 카뮈의 스승이자, 카뮈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아름다운 산문작가이다. 1961년 발간한 <지중해 영감>은 시인 폴 발레리가 어느 강연에서 발표한 산문의 제목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지중해를 떠올리면 작렬하는 태양과 청명한 대기, 짙푸른 바다와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지중해적 기질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장 그르니에 역시 일반인처럼 이런 지중해를 바라보면서 인간 세계와 비인간 세계를 아우르는 모습을 포착해 보여준다.

나는 기쁨으로 두근대는 가슴의 숨가쁜 고동소리가 가라앉은 뒤에야 숲의 넓고 깊은 숨소리를 들었다. 이리하여 음악과 같은 아름다운 소리는 때때로 우리를 느닷없이 스타카토에서 레가토로 옮겨놓는다. 처음에는 꽃다발처럼 묶여 있던 우리의 사고가 풀어졌다가 꽃처럼 행복하게 피어난다.어쩌면 나는 이 순간을 살기 위해서만 태어난 것이 아닐까. 푸르스트가 말한 '음악적 순간'이 바로 이런 것은 아닐까..p26

 마음에 와닿는 하나의모습, 이것이야말로 지중해의 정신이다. 공간? 그것은 어깨의 선, 갸름한 얼굴의 윤곽이다. 시간? 그것은 이 해변에서 저 해변으로 달리는 어느 젊은이의 경주이다. 햇빛은 그 특징들을 뚜렷이 드러내고, 수많은 것들을 나타나게 한다. 모든 것이 인간의 영광과 일치한다. 그 사라짐과도 일치한다.
 만일 인간이 어떤 가치를 갖는다면, 그것은 그가 풍경보다 훨씬 더 멀리 있는 죽음을 늘 자신의 배경처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죽음이 없다면 인간은 자기를 깨달을 수 없을 것이다. 언제나 존재하는 자신의 최후에 대한 첨예한 직감만이 오로지 욕망에 한계가 있음을 알려준다. 이 두 개의 힘에서 비극 철학이 태어났다.p111

 장 그르니에는 지중해의 모든 곳에서 과거와 만난다. 그는 산 피에트로 성당에서 살아 있는 것들과 함께 있을 때 오히려 더 많은 외로움을 느낀다고 말한다.그리스의 질서는 경험의 총체 다음에 온다고 말하며,그리스에서는 모든 것에서 어떤 인물의 흔적이나 도시 국가의 흔적을 발견한다. 이탈리아는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위험스럽게 걸려 들지도 모르는 덫을 놓고 있다고도 말한다. 장 그르니에의 시선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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