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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9월
평점 :
현대인은 누구나 불안을 경험한다. 불안의 증상은 안절부절, 초조,복통, 두통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추석날 나는 일생일대의 커다란 불안을 경험하게 되었다. 폐암말기의 의식이 없는 아버지의 앙상한 모습을 보고 온 후 눈물이 나고 토할 것 같은 불안에 떨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계속 여기로 저기로 왔다갔다 하거나 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이틀 후 아버지는 돌아가셨다.그 후 나는 딸아이가 자주 토하는게 불안의 한 모습 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책은 독특하다. 저자가 30년 동안 앓아온 불안이라는 질병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치고 있다. 저자는 불안이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이며, 불안이 오히려 예술이나 창의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정신분석학의 프로이트 이론들 , 심리학의실험들 ,유아교육학의 존볼비의 애착이론,정신 약리학의 역사등 다방면으로 해박한 지식을 총망라해서 불안을 규명한다. 일부 이론만을 신봉하다보면 부모들은 자책에 빠질 수 있는데, 저자는 그런 맹점을 잘 보완해서 불안의 원인과 결과를 밝혀낸다. 그래서책은 불안의 역사이자 불안의 치유책이다.
"사람들은 대상이 아니라 그 대상에 대해 갖는 생각 때문에 불안해한다"
"우리에게 해를 가하는 것 보다는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게 훨씬 더 많고 우리는 현실의 고통보다 불안의 고통을 훨씬 더 많이 겪는다"
p29
찰스 다윈에 따르면 "옳은 두려움을 갖는" 종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p37
저자는 불안이 무엇인지, 불안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밝힌다.스콧 스토셀은 자신의 병에 대한 수수께끼를 해결하기 위해 불안이라는 개념이 세상에 드러난 역사부터 불안의 치료제와 치료방식등 모든 것을 더듬어 간다. 저자의 불안증상들을 보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저자는 잘버텨 왔다. 불안이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점과 불안이라는 병명보다 치료약이 먼저 개발 됐다는 점등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다. 다윈이 온갖 병증에 시달리면서 <종의 기원>을 썼다는 것에 놀랐다. 많은 유명인들이 불안에 시달렸지만 불안이 오히려 그들의 수행능력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놀랍다.
알랭드 보통의 <불안>을 감명깊게 읽었다. 그래서 이 책도 분명 뭔가 특별한 것이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읽었다. 책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프로이트의 이론이나 존볼비의 애착이론부분에서는 내 잘못으로 아이에게 불리불안이 생겼다는 죄책감이 생기지만, 같은 조건이라도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사실에 딸아이의 불안에 대한 자책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책을 읽고 과민성대장증후군이 불안의 한 얼굴임을 알게 되었고, 아이들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