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리트와 시뮬라크르
박정자 지음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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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동안 내게 가장 어려운 분야인 철학책에 도전했다. 그리고 감명깊게 읽었기에 리뷰를 쓴다. 니체나 들뢰즈의 책들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기에, 도서관에서 청소년용으로 나온 철학책들을 먼저 한무더기 대여했다. 특히 만화책으로 나온 청소년 철학은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청소년용 철학책과 함께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마르리트의 그림들에서 읽을 수 있는 철학 코드를 쉽게 설명해 준다. 마그리트의 그림 한 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철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마그리트의 그림들에서 우리는  플라톤의 이원론,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장보르리야르의 시뮬라크르,데리다의 해체까지 철학의 역사를 읽어낼 수 있다.


 저저는 먼저 우리에게 친숙한 마그리트의 그림과 합성된 상업용 광고들을 보여준다. 어디선가 한 번은 본 그림들이다. 아무 생각없이 그저 봤던 그림들이다. 그리고 나서 마그리트의 작품 <이미지의 배반>의 한 부분을 이루는 문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를 보여준다. 처음에 그림을 대했을 때,분명 파이프 그림인데 이게 왜 파이프가 아니라는 거지? 의문이 든다. 또 다른 그림 <두 개의 신비>는 두 개의 파이프 그림과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라는 문구가 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그것은 철학의 역사와 시뮬라크르,엔디워홀의 팝아트까지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 푸코의 책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의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은 수수께끼의 담론으로 끝을 맺는다. "언젠가 무한한 계열체로 이어지는 상사에 의해 이미지가 자신의 이름과 함께 동일성을 잃게 될 날이 올 것이다.캠벨,캠벨,캠벨,켐벨."p97


 책을 읽고 마그리트의 그림들이 얼마나 많은 철학 코드를 표현하고 있는지 알고 놀랐다. 물론 나는 저자가 말한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내가 철학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부분이다. 그것은 계속적인 철학 공부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철학이 얼마나 위대한지 깨달았다.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과 동굴이론이 결국은 유사와 상사,시뮬라크르,엔디워홀의 팝아트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무지한지 알고 놀랐다. 또 한가지 현대미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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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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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누구나 불안을 경험한다. 불안의 증상은 안절부절, 초조,복통, 두통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추석날 나는 일생일대의 커다란 불안을 경험하게 되었다. 폐암말기의 의식이 없는 아버지의 앙상한 모습을 보고 온 후 눈물이 나고 토할 것 같은 불안에 떨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계속 여기로 저기로 왔다갔다 하거나 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이틀 후 아버지는 돌아가셨다.그 후 나는 딸아이가 자주 토하는게 불안의 한 모습 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책은 독특하다. 저자가 30년 동안 앓아온 불안이라는 질병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치고 있다. 저자는 불안이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이며, 불안이 오히려 예술이나 창의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정신분석학의 프로이트 이론들 , 심리학의실험들 ,유아교육학의 존볼비의 애착이론,정신 약리학의 역사등 다방면으로 해박한 지식을 총망라해서 불안을 규명한다. 일부 이론만을 신봉하다보면 부모들은 자책에 빠질 수 있는데, 저자는 그런 맹점을 잘 보완해서 불안의 원인과 결과를 밝혀낸다. 그래서책은 불안의 역사이자 불안의 치유책이다.


"사람들은 대상이 아니라 그 대상에 대해 갖는 생각 때문에 불안해한다"

"우리에게 해를 가하는 것 보다는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게 훨씬 더 많고 우리는 현실의 고통보다 불안의 고통을 훨씬 더 많이 겪는다"

p29

찰스 다윈에 따르면 "옳은 두려움을 갖는" 종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p37 


 저자는 불안이 무엇인지, 불안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밝힌다.스콧 스토셀은 자신의 병에 대한 수수께끼를 해결하기 위해 불안이라는 개념이 세상에 드러난 역사부터 불안의 치료제와 치료방식등 모든 것을 더듬어 간다. 저자의 불안증상들을 보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저자는 잘버텨 왔다. 불안이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점과 불안이라는 병명보다 치료약이 먼저 개발 됐다는 점등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다. 다윈이 온갖 병증에 시달리면서 <종의 기원>을 썼다는 것에 놀랐다. 많은 유명인들이 불안에 시달렸지만 불안이 오히려 그들의 수행능력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놀랍다.  


알랭드 보통의 <불안>을 감명깊게 읽었다. 그래서 이 책도 분명 뭔가 특별한 것이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읽었다. 책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프로이트의 이론이나 존볼비의 애착이론부분에서는 내 잘못으로 아이에게 불리불안이 생겼다는 죄책감이 생기지만, 같은 조건이라도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사실에 딸아이의 불안에 대한 자책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책을 읽고 과민성대장증후군이 불안의 한 얼굴임을 알게 되었고, 아이들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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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상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상수 옮김, 배미정 그림 / 신세계북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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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작품들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처럼 어둡고 무겁다.그런데 이 작품은 무겁지 않고 오히려 발랄한 느낌이어서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시작하기에 좋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외계인의 관점으로 인간을 관찰한  <인간>이라는 작품처럼  나쓰메 소세키는 고양이의 관점으로 인간의 행태를 재미있게 보여준다. 읽으면서 박장대소 하기도 한다. 또한 고양이에 대한 해박한 관찰은 다양한 고양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위장병에 걸린 주인인 교사와 그의 부인, 친구 메이테이,쿠샤미등의 대화가 주를 이루고, 주인의 생활모습이 펼쳐진다. 이런저런 세상살이의 모습이 보여진다. 주인의 행태는 괴팍하기 그지없다. 주인인 서생은 책을 상당히 많이 읽은 교사이면서 박봉의 생활의 빈한한 보습이다.그러나 그 지적해박함은 크다. 친구 메이테이는 장난스럽기 그지없다.


 나는 얌전히 세 사람의 이야기를 차례대로 듣고 있었는데 전혀 우습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시간을 죽이기 위해 억지로 입을 놀려서 우습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웃기도 하고, 재미도 없는 일을 가지고 좋아하는 것말고는 재주가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우리 주인이 고집 세고 괴픽하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는 워낙말수가 적어서 어딘지 헤아릴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처럼 느꼈었다.(p119)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시대를 비판하고 당시 인물들의 고독과 외로움을 고양이의 눈을 통해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이 쓰인 그 시대상을 잘 알지 못하는 나로써는 소세키 선생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하나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나에게는 어려운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해서 더 잘 알려주는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를 먼저 읽는게 이 책을 더 이해하기 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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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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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작가의 작품 중에서 그래도 많이 읽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이는 나쓰메 소세키다.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에쿠니 가오리,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을 읽었다. 일본 작품에 대해서는 독서편식이 심하다보니 작가의 명성에 비해 아쉽게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처음 접해 본다. 그래서 기대가 컸다.


 다섯개의 스토리중 <위장의 밤>은 대형마트를 경영하는 마사키 도지로의 죽음을 둘러싼 가족간의 유산분배를 둘러싼 암투를 다루고 있다. <덫의 내부>는 야마가미 고조의 죽음에 가려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의뢰인의 딸>은 고등학생인 의뢰인은 엄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려고 하고, 또 다른 이뢰인인 아버지는 비밀을 감추려고 한다. <탐정활용법>남편의 불륜 사진과 얽힌 살인사건을 <장미와 나이프>는 자매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사건은 두 가지 '왜'가 풀리면 해결될 것 같습니다. 우선,왜 범인은 도지로 씨의 시체가 필요했는가? 그리고 왜 현장이 밀실로 남았는가? p79 


살인사건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책은 재미있게 읽었다.책은 명탐정 홈즈를 읽은 듯 착각에 빠진다. 일단 탐정소설이란 점이 맘에 든다. 책의 두께도 부담없고, 가독성이 있어서 졸리지 않아서 좋다. 물론 살인사건이 많다보니 지루할레야 지루할 수가 없다. 다섯개의 소제목으로 된 작품이 모두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어서 미스터리를 해결해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물론 결과도 반전이 빠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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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머를 든 철학자
알랭 기야르 지음, 이혜정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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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책을 읽고 싶은데 어려워서 도중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철학입문서를 뒤적여보고 유명 철학자들의 책을 펼쳐보지만, 철학은 여전히 어렵다. 철학을 좀 쉽게 접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던 중 반가운 책을 만났다. <해머를 든 철학자>는 철학보다 소설에 더 가까운 책이다. 그래서 철학입문서도 어렵고 재미없다고 느끼는 분들이 읽기에 적당하다.


 내가 아는 철학이란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는 것이 잘 살고 잘 죽는 것인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철학이란 책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에 깃들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철학을 고리타분한 책 속에서 꺼내어 저런 곳에도 철학이 존재할 수 있을까 싶은 감옥이라는 곳으로 가지고 갔다.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든 감옥이라는 곳에도 삶이 있기 때문이다. 감옥에서도 욕망과 사랑이 있다.


  장돌뱅이 철학자 라자르 빌랭은 우연한 기회에 감옥에서 철학 강의를 하게 된다. 빌랭은 리치올리의 감언이설에 너머가 불법 매매,암거래,도박에 연루된 봉투를 전달하는 일을 하게 된다. 그는 감옥에서 레일라를 본 순간 사랑에 빠져버린다. 빌랭은 리치올리의 봉투를 전달하는 댓가로 레일라를 원한다. 결국 레일라도 빌랭을 사랑하게 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빌랭은 레일라의 신분을 위기의 순간에 알게된다.  

 

"현실주의자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

"자신의 망상 속에 있는 그 사람은, 그는 자신의 세계 속에 있죠. 그 세계를 믿는 사람은 그밖에 없어요....현실주의자는 자신의 세계 속에 있지 않아요. 그는 우리 모두의 세계 속에 있죠.그게 둘의 차이입니다."

"나쁘지 않은 의견이에요. 마음에 듭니다...거기에는 두 가지 차이점이 있어요. 우선, 믿음의 이야기죠. 망상 속에 있는 것,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믿는 겁니다. 한편 현실주의자는 믿지 않아요.믿음을 버리죠. 다만 정면에 있는 세상을 보는 겁니다. 그것이 어떤 세상인지를 볼 뿐, 그것이 어떤 세상인지 믿는 것은 아닙니다." p174


  철학입문서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책을 읽는 내내 철학용어의 등장이나 철학자의 사상등이 나오기만 바라며 읽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읽어도 내가 원하는 것들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 이상하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차라리 처음부터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읽었더라면 더 흥미진진했을 것이다. 스토리는 책의 후반부에 가서야 반전이 있었다. 후반부에 가서야 아! 이책은 완전한 소설이었구나! 깨달았다. 철학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사실만 빼면 완전한 소설이었다!


 일단은 철학자가 감옥에 들어가 강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기발하다. 그러니 철학자의 청중은 온갖 범죄를 저지른 죄수들일 수밖에 없다. 읽는 내내 죄수들이 지루하고 어려운 철학에 관심이나 가질까? 철학자는 어떻게 강의를 이끌어 갈 수 있을까? 걱정되었지만, 주인공 빌랭은 의외로 쉽게 강의를 이끌어갔고, 죄수들도 철학에 관심을 나타내는 쉬운 소설이 펼쳐졌다. 철학보다는 오히려 탐정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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