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그래비티 - 만화로 읽는 중력의 원리와 역사 어메이징 코믹스
조진호 글 그림 / 궁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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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운동장 트랙을 뛴다.한 발작 뛸 때마다 나는 내 다리 폭만큼은 중력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그마저도 중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에 묶여 있다는 것을.중력은 날고 싶은 나를 더 이상 날지 못하게 바닥으로 끌어당긴다는 것을 거부할 수 없다.바쁜 생활속에서 중력의 존재를 느낄 때는 이 때 뿐이다.
수학과 과학이 어려울 때 두 딸아이가 투덜거린다.
"엄마,도대체 이것을 어디다 써먹어요? " 많은 지식을 동원해도 아이를 감동 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나,
"원자폭탄 만들때 쓰려고 배운다!" 그 말에 두 아이와 나는 웃고 만다.
아이들의 질문은 거창한 답보다 자신들의 심정을 알아줬으면 하길 바라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중력에 대해 배워서 이것을 어디다 써 먹을까? 중력은 우리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느끼지도 못한다.그러면서도 뉴턴의 사과와 함께 중력의 존재는 상식이된지 오래다.책은 실체가 없는 중력 발견의 역사를 따라가 본다.그래서 중력의 발견은 어느 한 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인류전체의 사고의 누적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란 것을 알게된다.책은 중력을 발견하기까지의 과학자들의 사고의 과정을 재미있게 담아냈다.
 
 
 
 중력의 존재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 역사는 곧 인류역사와 함께 시작된다.과거 그리스철학은 과학과의 구별이 없었다.철학과 과학이 다른 학문으로 갈라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과학적 사고는 인문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시작된다.또한 과학의 완성은 수학적 증명으로 인정되었다.그래서 과학의 발전은 철학적 사고와 과학적 실험,수학적 증명의 토대위에서 이룩된 것이라 할 수 있다.인류의 궁금증은 먼저 지구 중심 우주론을 확립하게 되었고,인류의 사고력은 지동설로 확장된다.뉴턴은 다만 거인의 어깨에 올라탔을 뿐이다.뉴턴의 발견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까지 이어진다.그래서 책은 과학적 이론의 발전과정이기도 하다.
 
 
 
 컵처럼 위가 뚫인 물체들도 중력 덕분에 가능한 디자인이며,언어 안에도 '위,아래,떨어진다,올라간다'를 상징하는 단어가 수두룩하고 사용빈도도 또한 매우 높다.(p11)
 
 
 
 사과가 떨어지고 있다.'무엇이 가속하고 있느냐'라는 질문에 당연히 사과가 가속한다고 말한다면 아직 뉴턴식 가속으로 이해하는 것이다.아인슈타인식 가속의 개념으로는 가속하고 있는 것은 떨어지는 사과가 아니다.사과를 바라보는 사람과 땅 전체가 사과를 향해 가속하고 있다.가속을 느끼는 주체가 가속하고 있는 것이다.(p276)
 
 
 
 초등학교때는 생명공학자를 꿈꿀정도로 과학을 좋아했던 둘째 아이가 중학교에 와서 물리를 만나면서 과학을 쳐다보기조차 싫어하게 되었다.과학에 대한 상식이 부재한 필자는 이 난재를 어떻게 뚫고 지나가야 하나 고민에 고민에 거듭한 결과 참고서를 집어 치우고 청소년 과학도서를 찾았다.중력이라고 하면 뉴턴과 만유인력밖에 모르고 살았는데,우리 생활 속에서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중력은 무한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놀이동산에서 타봤던 자기부상열차 하나에도 온갖 과학적 법칙이 만들어낸 기술이었고,내 몸의 움직임까지도 중력이라는 신이 조종하고 있었다!
 
 
 
 책을 읽고 중력의 발견까지 얼마나 많은 과학자들의 사고가 있었는지 새삼 놀랐다.인간의 상상력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깨닫게 된 순간이다.하나의 결과물이 있기까지 수천년의 대를 이어 연결되어 온 인간 사고의 위대함이 경이롭다.환상스러운 중력과는 또 다른 인간의 사고력이 신비롭다.사고의 누적과 함께 거기서 약간만 비틀어 생각할 수 있는 관점의 차이가 과학적 사고의 시작임을 책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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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레시피 - 공자, 부처, 소크라테스, 예수를 식탁으로 초대하다
김경윤 지음, 최정규 그림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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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되는 딸아이에게 <더불어 나누는 철학>이라는 과목이 생겼다.작년까지만해도 철학교과서가 없었는데,올해는 변화가 생긴 것이다.그것은 바로 인문학의 위기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IT기술의 발달로 우리 생활의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변해간다.문제는 기술의 진보만큼 인간성의 진보가 함께 하지 않는데 있다.오히려 기술의 진보와 인간성의 상실이 함께하는 위험한 시대가 되었다.그래서 늦었지만 중학교 교과서에 철학이 추가된 것이 반갑다.
 
 
 
 인문학은 쉽게 말해 문학.역사.철학다.더 자세히 말하면 자연과학을 제외한 모든 분야는 인문학에 속한다.수학과 과학을 제외한 모든 학문이 인문학으로 일컬어진다.그래서 인문학은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이루고 있다.인문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 수 있다.하지만 인류 역사의 진보와 문명의 발달은 인문학적 사고의 토대에서 이루어졌다.그래서 인문학을 등한시하고서 인간성의 진보를 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책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성인인 공자,부처,소크라테스,예수와의 가상의 만남을 통해서 청소년들에게 삶의 의미를 음미해 볼 시간을 준다.
 
 
 
스토리는 열다섯 살 성준이와 열세 살 민주,아빠,엄마가 가상의 인물인 성인들을 식탁에 초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식탁은 인류 문명의 출발점이자 대화가 이루어지는 장소다.성인들도 식탁은 중요시 했던 장소다.그래서 레시피는 성인들이 좋아했던 음식이나 그들의 사상과 연결되는 메뉴와의 조합이다.구성은 스토리텔링 부분과 만화부분으로 나누었다.스토리텔링부분은 쉽지만 아이들에게 흥미를 끌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고,만화부분은 이해도 쉽고 재미있다.
 
 
 
먼저, 유교를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공자를 초대하여 그의 사상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준다.책은 공자가 지향했던 이상향의 사회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두 번째 초대인물인 부처는 우리 역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하지만 교회보다 절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부처가 지향하는 것을 불교신자가 아닌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한다.스토리를 통해서 우리는 부처가 지향했던 세계에 대해 가까이 갈 수 있다.인문학의 백미는 바로 세번째 초대인물인 소크라테스가 아닐까.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인 산파술은 바로 그 철학적 묘미를 제대로 알게 해 준다.네번째 인물인 예수는 우리가 잘 안다고 하면서도 모르는 부분이 의외로 많다.성경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알레고리이기 때문이다.책은 예수가 지향하는 세계를 쉽게 설명해준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고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영원한 것이란 있을까,없을까? 연기에 따르면 없겠지요.모든 것은 상대적이고 의존적이니까요...이 세상에 연원한 것이란 없단다.이를 불가에서는 무상(無常)이라고 해.-p100
 
 
 
 책은 전체적으로 성인들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잘 설명해 준다.그들은 각기 다른 것을 지향하면서도 공통점이 있다.그것은 바로 인류애,사랑이다.모두 물질적인 집착도 없었을 뿐만아니라 세속적인 명예도 버렸고, 공통점이 많지만 그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류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그래서 그들은 청소년들의 멘토로 부족함이 없다.특히 청소년들이 인문학적인 성찰과 함께 각 성인들이 살았던 시대나,사상을 통하여 이 시대를 반추해 볼 수도 있다.우리 시대는 무엇이 문제이고 우리가 나아갈 바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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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단편소설 40 -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개정증보판 수능.논술.내신을 위한 필독서
0. 헨리 외 지음, 박선희 엮음, 박찬영 옮김 / 리베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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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이 짧아서 서운했는데,봄방학이 길어서 그나마 다행이다.짧은 겨울방학을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부모가 조금만 신경쓰지 않으면 아이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빠져버린다.그래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아이들을 떼어놓기 위해 부모는 상당히 신경써야 한다.방학동안 아이들 수학 보충해주고 남은 시간은 어떻게든 책을 읽게 했다.그렇게 해서 아이는  많은 양의 책을 읽었다.<세계단편소설40>도 그런 의미에서 읽게된 책이다.

 

 물론 아이들이 읽는 책은 주로 청소년문학이다.책을 멀리했던 아이들에게 책에 다가가기에는 문학이 가장 쉽기 때문이다.청소년기에 읽어야 그 효과가 큰 것 또한 청소년문학의 특징이다.그런면에서 <세계단편소설40>은 청소년들이 접근하기에 좋다.특히 <세계단편소설40>은 교과서에 실린 작품 위주로 실었기때문에 아이들이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다.고전은 그 작품성이 이미 검증된 것들이다.특히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청소년들은 그들의 눈높이에서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

 

 차례는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독일,폴란드,중국,일본,스페인작가 순이다.수능.논술.내신을 위한 필독서이다보니 교과서 수록 작품을 우선 순위로 실었다.특히 전문을 실은 작품이 많아서 그 감동이 깊다.또한 '작가와 작품 세계,작품 정리,구성과 줄거리,생각해 볼 문제'로 나누어 작품의 이해를 돕고 있다.번역어 투의 외국 문학 작품은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다듬어 가독성을 높였다.

 

나는 희망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갑자기 무서워졌다.룬투가 향로와 촛대를 달라고 했을 때,나는 그를 속으로 우습게 여겼다.그가 아직도 우상을 숭배하고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한 인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내가 지금 말하는 '희망'이라는 것 역시 내가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우상이 아닌가? 단지 그의 희망이 현실적이고 절박한 것인 반면,나의 희망은 막연하고 아득하게 멀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나는 생각했다.희망이란 것은 있다고도 할 수 없고,없다고도 할 수 없다.그것은 땅 위에 난 길이나 마찬가지다.원래 땅에는 길이란 게 없고,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p594-고향/루쉰)

 

<인디언 부락>은 스토리는 알고 있었지만 헤밍웨이의 작품이란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노인과 바다>와는 그 느낌이 너무 달라서 또 놀랐다.<20년 후>도 스토리는 알고 있었지만,오헨리의 작품이란 것은 몰랐다.특히 청소년기에 가장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는 원칙과 융통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청소년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이 작품과 함께 <어린왕자>관계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함께 생각해 보기에 좋다.<이해의 선물>이나 <안내를 부탁합니다>는 현대인에게는 없는 순수를 보여주는 값진 작품이다.40편 중에서 어느 한 작품도 감동깊지 않은 작품이 없다.

 

 책은 청소년을 위한 도서지만 어른이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다.대부분 명작이란 것은 교과서로 만나보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책에 실린 40개의 작품 중에서 제대로 읽은 작품은 사실 몇 개 안 된다.그래서 전문으로 만나면 그 깊은 맛에 놀라게 된다.물론 지면상 전문을 실지 않은 작품도 있다.필자도 책에 실린 작품 중에서 반은 한번쯤 읽어본 것이지만 반은 못 읽어본 작품이었다.게중에는 풍문에 의해 들어 알고 있는 작품도 있었지만,실제로 읽으니 차이가 크다.세계명작은 그 특성이 결말이 깔끔하다는데 있다.그래서 감동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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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 훤해지는 역사 - 남경태의 48가지 역사 프리즘
남경태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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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침이 움직일때마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넘나든다.그래서 어쩌면 현재란 존재할 수 없는 시간인지도 모른다.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나는 역사와 미래 사이를 쉼없이 움직이고 있다.우리의 일상은 끊임없이 사건을 만들어낸다.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지구반대편의 사건이, 집에 가만히 있는 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그런데 나비효과는 세계화 이전에도 존재했다.인간의 문명은 그 나비효과를 입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을 항상 현재라고 믿고 살아가는 우를 범한다.그래서 과거는 잊혀지고 묻혀진다.그런데 까맣게 잊고 살았던 과거를 불러오게 만드는 사건들이 있다.그것이 바로  그 당시에 일어난 여러 가지 사회적 사건,시사(時事)다.모든 시사의 배후에 역사가 있다.그것은 현재의 사건들이 과거와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2013년 현재와는 전혀 상관없어보이는 기원전의 일도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그래서 과거는 현재로 이어진다.

 
 chapter는 인문학의 시선으로 보는 정치,역사에 숨은 경제,비판적 관점에서 보는 사회,동.서양이 공존하는 국제,성찰과 통찰의 문화,반성을 위한 교육으로 나뉜다.책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종횡무진한다.동양에서 서양으로,서양에서 동양으로 가로지른다.저자는 스무고개놀이 하듯 역사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작가는 보따리를 풀어놓자마자 역사에 거침없는 매스를 들이댄다.그래서 독자에게는 사고의 전환점이 만들어진다.
 
 사실 동양은 서양보다 훨씬 먼저 강력한 중앙집권적 체제와 안정된 사회를 이루었다.하지만 장점은 단점이 되기 쉽다.동양의 그 장점은 문명의 발생 이후 15세기까지 오랫동안 동양이 세계문명의 선두주자로 군림했던 이유이자 결국 그 자리를 서양에 내주게 된 이유가 되었다.(p18)
 
그런 차이가 빚어진 데는 역사적 이유가 있다.자축 시대에 중국은 제법 짜임새를 갖춘 국가 체제가 자리 잡았고 그리스는 도시국가라는 원시적 국가 체제의 단계에 있었다.그랬기에 그리스는 철학의 근본부터 다진 반면 중국은 이미 고도로 발달한 사회적 현실을 설명하기 위한 철학을 전개했던 것이다.하지만 그것은 철학적 결함이었으며,나중에는 문명적 결함이 된다.(p268)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역사와 인연을 맺지 않은 것이 없다.언어도 역사로부터 생성되고 이어져온 관계의 산물이다.하다못해 구르는 돌맹이도 역사를 가지고 있다.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역사를 보는 다양한 관점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우리가 무심코 넘겼던 모든 것들이 역사의 산물이었다.또한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역사는 얼마든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나에게는 긍정이 타인에게는 부정이 될 수 있다.유럽인들의 사고방식과 동양인들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각자가 가진 역사에 따라 사고방식까지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과거의 역사가 현재를 만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그런데 역사서는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먼저든다.필자도 중학생 딸아이가 역사를 어려워하지 않았다면 역사서를 다시 펼쳐볼 일은 없었을 것이다.책을 읽고 생각해보니 나의 사고력이 과거 어느 지점에 멈춰 있었다는 자각이 들었다.역사가 과거인 것이 아니라 나의 사고력이 과거에 매몰되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오히려 역사는 매번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는 사고의 전환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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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우화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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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작가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외딴방>을 감동깊게 읽었다.<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서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속으로 울음을 꼭꼭 삼키며 읽었다.남에게 눈물을 잘 보이지 않는터라 책을 읽으면서도 누가볼까 무서워 차마 드러내놓고 울지 못했다.<외딴방>을 읽으면서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놀랐다.신경숙작가가 걸어왔던 그 청춘의 시기를 필자도 좁은 땅덩어리 어딘가에서 걷고 있었다는 걸 책을 읽으면서 알았기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겨울우화>를 읽으면서 신경숙작가의 글다우면서도 글답지 않은 모습을 만나고선 많이 놀랐다.필자가 읽었던 두 권의 책은 장편소설이어서 쉽게 씌였고 가독성이 뛰어났다.그런데 단편인 <겨울우화>는 장편과는 다른 무게때문에 오히려 가독성이 떨어진다.그것은 11편의 단편이 저마다 상처를 가진 주인공들의 의식의 흐름을 많이 따르기 때문이다.문체는 장편보다 아름답기 그지없다.그녀는 아름답다못해 아린문장,극한의 멋을 담은 문장 만들어낸다.문장이 아름다워 가독성이 떨어진다? 이것이 바로 <겨울우화>가 가진 매력이다!
 
 
 
 11편의 단편은 모두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1980년대,시골 주를 이룬다.그래서 1980년대를 지나온 세대는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다.하지만 그부분이 20대에게는 현재와 유리된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될 수 있다.단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또한 우리가 살아오면서 일상에서 만났던 각양각색의 상처를 가진 보통 사람들이다.80년대는 대학가에 학생운동이 한창이었다.<겨울우화>에서 혁수는 학생운동으로 감옥에 가게 되고,그의 애인 명혜와 어머니는 그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는다.<강물이 될 때까지>의 은섭은 전경으로 복무하면서 학생운동하는 후배를 끝까지 쫒아가 잡아서 패준것을 괴로워한다.
 
 
 
 <밤길>에서는 유년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숙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죽게 되고,기차에서 만난 젖이 안나오는 여자와 그녀의 아이에게 자신의 젖을 물리는 여자가 나온다.수녀가 된 명실은 친구인 화자에게 다르게 살고 싶다고 고백한다.<지붕>의 원희는 전쟁의 피해로 온전치 못한 '곰배팔이'에게 강간당한 상처로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初經>에서는 학생운동하다 붙잡히는 오빠와  미쳐버린 언니가 등장한다.말기암을 선고받은<등대댁>,결혼의 희망이 사라지자 자살하는 <외딴방>의 희재언니까지 등장인물은 모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여름 햇살은 폭죽처럼 터져 묵은 먼지가 앉은 유리창에서 반짝 튀었다.-p15
지친 운동장으로 잘게 부서지는 마른버짐 같은 햇살 아니라,지친 모습으로 운동장을 바라보는 주름진 노인의 뺨에서 반짝이는 액체라는 것을-p22
그와 동료들이 햇살이 작살처럼 꽂히는 잔디밭 위에서 스크럼을 짜고 사박자의 구호를 외칠때,나는 화장실에서 최루가스에 매운 눈을 씻어내며 늪 속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p35
알 수 없는 내면 어디에서 어떤 힘이 자꾸 그녀 자신을 거울 앞에 세우곤 했다.그러나 아무리 들여다보아도,자신이 몸을 사리고 있던 그라는 껍질조차 툭 터져버린 그땐 어디에서도 그녀 자신이 보이지 않았다.p101
 
 
 
 누구나 아픔하나쯤 안고 살아간다.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시대적인 아픔,가정사.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80년대를 이렇게 건너왔구나'에 생각이 미친다.이 작품이 신경숙작가의 대뷔작이라니 깜짝 놀랐다.그녀 나이 20대 후반에 이런 문장을 썼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문장이 찾아올때 집으로 돌아간다던 그녀.신경숙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은 문장에 있다.너무 고와서 곱씹어 읽게 하는 문장들.역설적이게도 필자는 이 문장에 턱 걸려 넘어지고 만다.아이러니.나무를 보느라 숲을 보지 못해 자주 흐름을 놓친다.
 
 
 
<겨울우화>를 읽으면서 한 권의 책이 자꾸 겹친다.미술에서 트롱프 뢰유라는 눈속임기법을 문학에 도입한 <잉글리쉬 페이션트>가 그것이다.<겨울우화>는 다빈치의 스푸마토처럼 그 경계가 흐릿하다.하나의 풍경을 만날때마다 화자의 기억은 또 다른 기억을 불러오는 구조다.그래서 몽환적인 느낌을  불러옴과 동시에 갑갑하다.자꾸 80년대로 돌아가는 화자의 기억이,소설에 동화같은 느낌을 불어넣는다.그러면서도 해피엔딩은 없다.다만 작가는 '너,아프구나~그래 많이 아프지~'어루만져주는 느낌이 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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