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마녀
마이굴 악셀손 지음, 박현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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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그림이 상당히 충격적이다.심리학에서 붉은색은 정열,억압,분노 등의 상징이다.붉은색 바탕에 자유를 상징하는 나비,형체가 없는 성충같은 모습의 여자는 환상적인 범죄소설 느낌이 와닿는다.600쪽 분량의 장편소설로,우리에겐 복지 정책이 가장 잘 된 나라로 알려진 스웨덴 작가의 소설이다.책 서두 부분부터 저자의 해박한 물리학적 지식에 경탄하게 된다.책 속의 물리학적 표현의 글들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다. 스웨덴에 대한 배경 지식을 쌓는 다는 생각으로 읽으면 될 것 같다.어려운 물리학적 배경지식을 쌓으면서 물리학과 챈해질 기회를 만들기에도 좋은 책이다.
 

 이 책은 우리에겐 너무 생소한 스웨덴 작가의 작품이다.1950년대 전후에 태어난 네자매(데실레,크리스티나,마르가리타,비르지타)와 의사 후베르트손이 엮어가는 몽환적인 이야기다.자신이 출산한 기형아 데시레를 입양기관에 맡겨버리고 건강한 세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는 엘렌의 실체.4월의 마녀가 보낸 익명의 편지 한 장으로 시작되는 네 자매의 과거로의 여행.

 

 주인공 나(데시레)는 뇌성마비와 간질증상을 가지고 태어난다.데시레는 움직일 수도 없고 말을 할 수도 없다.그러나 그녀의 의사소통 방법은 호흡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모니터에 문장으로 전환된다.그녀는 천문학과 물리학에 능하고,다른 사람의 몸 속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는 사월의 마녀다.

 

 크리스티나는 친엄마에게 학대당한 어린시절의 그늘진 기억이 있다.의사로써 성공적인 삶을 살면서도,치유되지 않는 어린시절의 기억은 결벽증,냉소,완벽주의적인 성격으로 나타난다.

 

 마르가리타는 물리학자로써 비교적 성공적인 삶을 살지만,치유받지 못한 어린시절의 기억은 자신을 별가치 없는 존재로 인식한다.그녀는 16세 때 교사에게서 롤리타가 되는 속성을 배운다.성인이 되어서야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그 어떤 공허감을 주체하지 못해서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들과 성관계를 갖게 된다.

 

 비지르타의 삶이 가장 처절하다.사춘기때 만취상태에서 집단 성폭행 당한후,거리의 여자로 전락한다.술꾼,마약중독자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이 책은 스웨덴의 역사를 조금은 알아야 재미가 있겠다.등장 인물은 스웨덴 왕실 여인들의 이름과 카톨릭 성녀의 이름으로, 스웨덴 사회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스웨덴 역사도 모르고,동양인인 우리에게 이 책은 중반부부터는 지루하다.P615 옮긴이의 말부터 읽고 소설을 읽는 것이 소설을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같다.

 

 스웨덴의 권위 있는 문학상 아우구스트상을 수상하며,40만부 이상 팔려 나갔고,전세계 23개국에 번역 출간된 책이다.하지만 동양인의 정서에는 맞지 않아서 지루한 부분이 많다.추리소설이나 공포영화 같아서 사월의 마녀 데시레가 뭔가 극적인 사건을 만들고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을 기대했지만,소설은 현재에서 과거 어린시절의 성장배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형식이다.그 어떤 클라이막스의 부재다.드러나는 네 자매의 인생이 너무 잔인하다.스웨덴의 복지 정책의 이면을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한 작품으로서의 의의를 두면 된다.

 

  물리학적 표현들

 *충분한 압력이 가해지면 진공상태에서도 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이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크리스티나는 점점 더 투명해졌다.그래서 그녀는 모든 순간을 해체시킬 수 있을 것처럼.그리고 단 한 번의 파동과 미립자의 운동으로 그 순간들을 그 순간들을 쫒아버릴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한 번 주어진 질량과 에너지는 형태가 새롭게 바뀌어도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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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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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은 모르면서 농담할 때"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말은 흔히들 쓴다.이웃 블로그에 놀러갔다가 이 책에 대한 독후감을 써 놓은 것을 보고 나는 이 책을 안 읽었으니,읽고 서평 끝낸후 그 독후감을 읽어야 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그런데 오늘 다 읽고 서평을 하려고 하니 어떻게 서평을 해야할지 너무 난감했다. 그래서 그 분은 어떻게 평을 했나 한두줄 읽어봤다.이 책이 나오기전 '프라하의 봄'이란 영화화 됐던 내용이라고 되어 있고,  그 분도 책이 너무 난해하다고 평을 하고 있다. 옳지,원래 난해한가보다.그럼 그렇게 서평하면 되겠다 싶어 다시 용기를 서평을 시작한다.
 

 P9~12까지는 주로 '영원한 회귀'라는 니체의 사상을 주로 다루고 있어서 철학서적이 아닌가 의문스러워진다.한 번 읽어서는 쉽게 그 뜻을 파악하기 어려워 두번 정도 읽으니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심오한 내용이다.그의 사상대로 영원한 회귀성을 받아들인다면,한 번 겪은 전쟁을 또 겪어야 하고 ,한 번 사라진 인생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하나의 그림자 같은것으로, 인생은 처음부터 무게도 없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적용되어 냉소적인 입장이 된다. 무거움 과 가벼움은 기원전 6세기 파르메니데스가 제기했던 문제로 모순의 개념이다. 이 책에서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이야기 틈틈이 적용하면서 끌고간다.

 

 이 책의 서두 부분은 체코 프라하의 토마스라는 의사와 체코의 보헤미아의 술집 종업원인 테레사의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룬다.테레사를 사랑하는 그의 감정은 P27~28 에서 설명된다.또 한번 철학 서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라틴어에서 파생된 동정(compassion)은 접두사<콤com->과 고통<-passio파시오>을 의미하는 어간으로 구성되고 ,고통스러워하는 이에게 공감을 느낀다는 뜻이다.영어pity,이탈리아어pieta는 고통받는 이에 대한 일종의 관용심을 암시한다.<감정sentiment>로 동정이란 단어가 형성될 때에는 동정심,환희,고통,행복,고민,등 다른 모든 감정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그의 테레사를 향한 감정은 sentiment로 표현된다고 할 수 있다.

 

 토마스는 한 여성에 만족하지 못하는 여성 편력이 있어서 그의 애인 사비나와 이야기가 얽힌다.이야기의 배경이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시대여서 자연스럽게 전쟁과 공산주의 체제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사비아를 사랑하는 프란츠,프란츠의 애인 마리클로드,토마스의 아들 시몽이 얽혀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어려워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다 파악하지 못했다. 그런데 고명섭님의 <광기와 천재>라는 작품을 통해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을만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는 두종류의 바람둥이를 이야기 한다.한쪽의 바람둥이는 '낭만적 집착형'이고,다른 한 쪽은 주인공 토마스와 같은 유형이다.'낭만적 집착형'은 그들이 여자에게서 찾는 것은 실상 애인이 아니다.애인 안에서 자신의 이상을 발견하기를 원한다.이상이란 결코 발견할 수 없는 유토피아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절대 만족하지 못한다.그는 자신의 이상에 갇힌 존재,'불행한 의식'이다.
 
 주인공 토마스와 같은 바람둥에게서 여자의 의미는 '여자와 여자 사이'에 있다.이여자 저 여자 사이의 미세한 차이를 찾아 탐닉하는 것이다.이상적 여성이 없으므로 실망도 없고 감동도 없다.토마스가 보여주는 것은 존재의 가벼움이다.그는 사랑의 참모습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사랑의 고통도 감동도 알지 못한다.감동이 없는 삶의 가벼움은 참을 수 없는 것이 되고 '무거움'으로 역전된다.
 
 밀란 쿤데라가 말하는 두 종류의 바람둥이는 사랑의 무능력에 관한 한 동일한 존재다.한쪽은 맹목적이고 한쪽은 공허하다.두 경우다 '불행한 의식'이며 '불행한 열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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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배
하야사카 마키 지음, 권남희 옮김, 야마구찌 하루미 그림 / 다우출판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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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서 일까? 책표지의 시원한 하늘과 바다 색상이 끌린다.저자 하야사카 마키는 실제로 일어났던 이야기가 영화화되면서 그것을 토대로 책을 써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고 픽션을 가미하여 이 책을 쓰게 된다.실화를 바탕으로 한 글은 처음인데,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야마구찌 하루미씨가 그림까지 곁들준다.하야사카 마키는 야마구찌 하루미씨를 그에게 구름 위의 존재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일본의 시마네 현 히라타 시 시오츠라는 바닷가 마을에 전교생이 겨우 열일곱 명뿐인 시오츠 초등학교가 있다.교실에서는 바다가 보인다.도시 초등학교에서 전근온 시즈카 선생님의 눈에 비친 이 곳의 아이들은 원초적인 순수함이 묻어나는 아이들이다.특히 이즈미 고헤이는 장난꾸러기이지만 똑똑하고 순수하며 착하다.고헤이는 수업시간에 항상 뭔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시선이 바다쪽을 향하고 있어서 그는 철학자같은 표정이 된다.그 아이는 너무 멀리 있어서 아무도 보지 못하는 하얀배를 발견하게 되고,그것이 원인이 되어 카페리호의 오타선장의 초청으로 아이들과 선생님은 최초로 마을을 떠나 만삼천톤의 커다란 레인보우 러브호를 타보게 된다.


 


 내가 다녔던 시골의 초등학교를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다.아이스 블루와 에메랄드 그린의 경계가 또렷한 바다 그림이 환상적이다.수채화 위에 콜라주를 표현한 듯한 그림들. 고헤이는 관찰력이 뛰어난 아이라는 생각이 든다.아이들의 꿈을 이루어 주려는 어른들의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멀리 있는 물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망원경을 사주는 교장선생님,선장님께 편지를 쓸 수 있게 해주시는 시즈카 선생님, 배타는 여행을 하게 도와주는 고헤이의 할아버지,아이들을 배로 초대하는 오타선장,신문에 이야기를 실어주는 취재원 모리와키씨.


 


 아이들 ,선생님, 가족들 모두 꿈에 부풀고 나역시 책 속에 빠져 희망에 부푼다.읽으면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아이들의 순수한 꿈에 감동하기도 한다.아이들의 꿈을 보면서 어른들은 첫사랑과 같은 설레임을 느끼기도 하고,어릴때 밖에 꿀 수 없는 꿈에 대해서도 뒤돌아 보게 된다.아이들이 꿈을 이룰땐 기쁨에 눈물이 난다.모두에게서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된다.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책속의 어른들과 같이 꿈꾸는 법을 알게 되고,꿈을 키워나가는 일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이 책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읽어도 좋은 책이다.


 


 내가 일본인 작가의 책을 읽을때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은, 우리와는 너무 다른 일본의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가끔 벽에 부딪힌다.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듯 일장기가 그려진 배들의 모습에서 깜짝 놀라는 나의 모습을 본다.졸업식에 입고 있는 고헤이의 교복을 보고 또 한 번 깜짝 놀란다.일제 감정기의 악몽이 떠오르기 때문이다.아직도 내겐 일본적인 것들이 낫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실화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감동적이다.


 


 표현이 아름다운 글들을 적어본다.


*그 순수함을 잡아보려 하면 손바닥에서 주르르 미끄러져 버린다.


*작은 자동차로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시즈카는 가슴 언저리에 빗방울이 떨어진 듯한 충격을 느꼈다.


*즈카사사 부는 피리 소리가 바닷바람에 녹아 떠내려간다.


*"저렇게 파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조금도 파래지지 않는 것이 신기하지 않니?"


*전근 온 이후 뭔지 모르게 자신감을 잃고 있었던 시즈카였지만,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손으로 더듬어 가면서 아이들을 대하고,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호수의 잔물결이 어릴 적 꾸었던 꿈을 떠올리게 해 줄지도 몰라.그 때 꾸었던 꿈의 끝에 지금 나는 있는 것일까...

*"봐,그 따스한 눈물도 하나의 선물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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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정원 Jimmy Fantasy 1
지미 지음, 백은영 옮김 / 샘터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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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리아오(Jimmy Liao)는 타이베이에 살고 있으며,글쓰기와 더불어 그림도 그린다.환상적인 색감과 마음을 울리는 아포리즘 (aphorism: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금언 ·격언 ·경구 ·잠언 따위를 가리킨다.)으로 평단의 극찬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그는 어느해 봄 혈액암에 걸려 투병하다 몇년 후 병이 나았다.
 

 혈액암으로 고통을 겪어서인지 그의 시에는 고통,아픔,희망이 공존하고 있다.그의 시를 들여다보면,사람은 아픔과 고통속에서 더 많이 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추락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끝이 보이지 않는 삶의 끝자락에서의 고통의 늪이 보인다.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자만이 느낄수 있는 공감이 가는 글들이 많다.

 

 그가 직접 그린 그림이 시를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그림이 웃음을 자아내게도 하고,그림이 너무 예쁘다.시집에서 그림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인생의 무게를 표현한 글조차도 그림이 유머롭게 표현해 준다.이 책은 시집이라기 보다 철학서를 읽는것 같다.매번 울림이 있는 시들,너무 어렵지 않은 시,여러번 읽을수록 더 진한 맛이 나는 시들.그의 시를 읽다보면 수많은 나와 우리를 만나게 된다.그의 시에는 인간만이 아닌 자연과 동물들도 동참하여 재미를 더해 준다.이 시집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도전의식,버림의 자유,창의력,발상의 전환,희망,절망,달관,자유에의 갈망,아픔,고통,방황,외로움,허무...희노애락만이 아닌 수없이 많은 정서를 포함한 글들을 만나게 된다.

 

 내 나름의 독서를 통해서 알게된시를 이해하는 방법을 간략하게 소개한다.1. 시를 읽으면서 바로 눈앞에 그림을 그리듯 풍경이 그려지게 감상하면 이해하기 쉽다.2.한 번 읽어서 이해가 안되는 시는 여러번 읽으면 이해가 된다.3.1차적인 뜻이 아닌 시가 내포하고 있는 2차적인 의미를 생각해 본다.이 책의 많은 시 중에서 내게 감동으로 다가온 시 한편을 소개한다.

 

              상 대 론

사람은 물고기가 아닌데,어찌 물고기의 슬픔을 알 수 있을까?

 

물고기는 새가 아닌데,어찌 새의 즐거움을 알 수 있을까?

 

새는 사람이 아닌데,어찌 사람의 무지를 알 수 있을까?

 

사람은 새가 아닌데,어찌 새의 자유를 알 수 있을까?

 

새는 물고기가 아닌데,어찌 물고가의 깊이를 알 수 있을까?

 

물고기는 인간이 아닌데,어찌 인간의 유치함을 알 수 있을까?

 

너는 내가 아닌데,어찌 나의 이중성을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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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새
에쿠니 가오리 지음 / 문일출판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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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작가의 소설은 사춘기 때 많이 읽고 성인이 되어서는 거의 안 읽었다.그래서 읽고는 싶지만 서평이라는 난관에 부딪혔다.우리와는 조금 이질적인 문화권의 책을 서평하려니 덜컥 겁이 났기 때문이다.그러다 널리 알려진 작가의 얇은 책부터 시작해 보자는 용기가 생겼다. 대충 훓어 보니 쉽게 다가온 책이 바로 에쿠니 가오리의 '나의 작은새'이다. 이 책은 111페이지 분량의 얇은, 철학동화쯤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
 

 어느날 느닷없이 창틀에 불시착한 작은새 한마리.아,깜짝이야! 죽은줄 알았던 새가 말을 하네! 디자인 회사 다니는 주인공 남자와 그의 여자친구,작은새가 엮어가는 참 황당한 이야기다.아니,이럴수가! 새가 말을 하고,차를 마시고,기도도 하네.영화도 보고,빨래하는 걸 지켜보길 좋아하고,영양제도 먹는다. 주인공과 같은 공간에서 사람과 똑같은 생활을 한다.주인공에게서 여자친구와 똑같은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새가 아프고 질투도 하는 이야기.웃어야 할지,놀라야 할지...

 

 책을 읽다 보니 난 어느새 내 가슴에 예쁘고 사랑스러운 작은새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그 새는 나와 같은 공간에서 숨쉬고 사랑하며 어린아이로 자라나고 있었다.처음엔 의구심으로 읽기 시작하여 책의 중간부분 부터는 어느새 작가의 의도대로 푹 빠져버린다. 자꾸 귀엽게 다가오는 나의 작은새.새에게 스케이트를 만들어 주고 , 대야에 물을 얼려서 아이스링크를 만들어 주는 모습에선 작가의 창의력이 돋보인다.스케이트를 타고 싶은 작은새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부분에선 우리들의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으로 다가온다.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을때는  , 어느새 정이 들어버린 작은새를 내 맘에서 날려 보내야 하는 시점이 된 것 같아서 슬퍼진다.

 

 이 책에서 작은새는 무엇을 상징할까? 책을 덮고도 의문이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옮긴이는 느닷없이 찾아 오는 그 무언가의 만남이라고만 할 뿐 ,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둔다. 책 속의 작은새는 단순한 새 한 마리가 아닌, 철학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것 같다.책 표지에는 '누구나 잃어가는 희망에 대하여'라고 표기 되어 있다.그럼,작은새를 우리의 맘 속에 키우고 있는 희망으로 생각하며 이 책을 읽어도 될까? 그렇게 받아들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나는 이 책 속의 작은새를 우리 모두 각자의 맘 속에 키우고 있는 꿈,희망,사랑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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