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고 명백한 자료 정리와 비교 배치에서 참고할 사항이 있지만 너무 아카데믹하고 고지식한 문체라 핵심을 향해 직입하는 시원함을 기대하기 어렵다. 논리적으로 헤메는 데도 보이고 절충해서 좋게 좋게 상투화해서 봉합하는 부분도 보인다. 잠시 헤매다 조난당할 위험 없이 날이 저물기 전 서둘러 집으로 귀환하는 호흡으로는 평생 가봐야 어쩌다 가닿는 심원한 촉지는 어렵다.
작가의 개인 트라우마가 깃든 꿈의 구조의 주변부와 '이 모든 것'으로 통칭되는 자폐적인 시스템의 탐구. 피드백 loop로 형해화되어 있어서 분량도 슬림하다 못해 앙상하긴 하다.
결국 작자에게 가장 깊은 상흔을 남긴 파더 피겨의 언저리에서 계속 맴돈다. 데이빗 린치의 <트윈 픽스>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가 연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