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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즈 데케루 ㅣ 펭귄클래식 106
프랑수아 모리아크 지음, 조은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5월
평점 :
서문의 글은 잘못된 배치였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처음 읽는 사람이 거의 알아먹을 수 없을 정도로 모리아크의 다른 저작들에 대한 배경 지식을 전제하고 있고, 게다가 프랑스 문필가 특유의 문장으로 곡예를 하듯 비비 꼬아대는, 내겐 불필요하게 보이는 간접 화법과 재치가 여기저기 터져 나와서 피곤했다.
서술자가 테레즈의 심리 상태에 밀착해있었다. 시처럼 펼쳐지는 풍경도 상징적인 암시처럼 열리고서 닫는다. 종교를 보편적인 코드로 내밀 수 없는 오늘날에 어울리는 성녀전의 네거티브 필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골 유지의 딸인데 정략 결혼을 했다가 후회하고 남편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다. 실제 사건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책을 많이 읽고 줄담배를 피우는 예민한 여자다. 깡촌의 편협한 맥락 속에서 적절한 대안적인 삶의 모델을 얻지 못했는 건 물론이다. 게다가 파리에서 도시물 먹고 젊은 문화인 다운 허풍이 들어간 장 아제베도라는 여드름투성이 청년을 만나 불꽃이 튀고 탈출을 꿈꾸게 된다.
재산관리와 결혼이라는 세속적인 정체성 공정으로 들어가 보려 하지만, 그 안에서 내처 잠들지 못하고 버둥대는 자의식이 묘사되어 있다. 고전의 반열에 오를 만하다. 서술이 간결하고 템포도 급작스럽지 않으면서 속도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