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종말 - <테레즈 테케루> 15년 후의 이야기 펭귄클래식 107
프랑수아 모리아크 지음, 조은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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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는 근사했는데 갈수록 시시해진다. 테레즈가 3년 만에 본 딸 마리와 대화를 나누고서부터 이상할 정도로 볼품이 없어진다. 딸 마리를 통해 종교적인 깊이도 없고 변덕스럽고 요란하고 치기어린 '요즘 젊은이'를 묘사하려고 한 게 아닌가 싶다. 테레즌 여자였지만 또 그저 여자다운 여자가 아니기도 해서 어떻게든 고립된 아웃사이더로서 그 내면에 넓이와 깊이를 -그것도 전작 <테레즈 데케루>에서! -마련할 수 있었겠지만, 이 작품에서 두 모녀가 나누는 대화는 리얼리티도 떨어지고 좀처럼 납득이 안된다. 전작을 읽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지 전작에서 셋팅된 상황 설정을 주저리주저리 입으로 주워섬기는 게 상당히 어색했고 대가 답지 않아 보였다. 무서운 청년 뉴웨이브 시절, 싸르트르가 평문을 통해 통렬하게 까댔던 작품도 이 작품이었다. 개인의 자유로움을 회개와 운명론 운운하는 대목으로 자기기만 하는 게 싫어서 그랬겠지만 특별히 이 작품을 지목했던 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겠기도 했고, 정말 흠 잡히기 좋게 볼품이 없기 때문이다. 


테레즈의 내적 수다도 사람을 질리게 하는 데가 있다. 마치 꿀을 너무 많이 간직한 꿀벌이 그러하듯이 하강(몰락)을 한다던 짜라투스투라처럼, 전작에서 이미 성녀전의 반열에 오른 마흔 다섯의 여자 테레즈는 이제 하산하여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든다. 첫 제자는 마리의 남친 조르주, 첫눈에 테레즈에게 반하고 사랑한다고 고백하지만 그건 단순히 남녀간의 염정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다른 한편 여전히 인간이기 때문에 테레즈는 오랜만에 사랑받는 독신 노처녀처럼 흔들리고 재잘대고 피해망상에 사로잡히고, 딸을 통해서 (끈적끈적한 모성애가 아닌) 무조건적인 헌신을 실천하려 하고, 이 혼란통의 수습이 조화롭지 않아 보인다. 심리적인 암시의 달인 답게 간혹 날카로운 디테일들이, 통찰들이 눈에 띄지만 페허에 흩뿌린, 끈떨어지고 조각난 보석 가루들 같다.



모리악의 다른 작품들에 대해선 깊이 감동했기 때문에 더욱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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