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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
카렐 차페크 지음, 김규진 옮김 / 리브로 / 1998년 9월
평점 :
품절
추락한 비행기에서 발견된 신원불명인 초죽음의 한 남자를 둘러싸고 수녀의 꿈, 신통력을 가진 '보는 자'의 투시력, 사건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시인의 픽션, 이 세 가지 관점이 얽혀있다. 대화에 따옴표도 없으면서 수시로 관점이 바뀌고, 추상적이고 모호하고 메타적인 진술이 돌출하고, 전체적으로 일일이 떠먹여 주듯이 친절한 사실주의 소설 류는 아니다.
게다가 번역된 문장이 덜그럭대는 데가 한 두군데가 아니어서 몰입을 적지 않게 깬다.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진술은 왜 따로 표기하지 않는지 체코어로 출판한 체코어 작가의 의도였을 텐데 그것도 유감이다. 후기 글에서 확인되는 옮긴이의 문장도 감각이 떨어지고 성기게 느껴지긴 마찬가지다. 차페크 삼부작의 1부인 「호르두발」은 훨씬 매끈하게 이물감 없이 읽혔는데 말이다. 그 책의 번역자는 권재일 씨다. 이책은 김규진 씨고. 이 소설이 다시 번역된다면 권재일 씨 번역본으로 다시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