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말씀
성열 엮음 / 현암사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이전에 읽었던 고익진 선생의 <한글 아함경>보다 훨씬 더 마음으로 와 닿았던 편집본. (고익진 편지본은 석가모니의 생애사를 신화화해서 뻥튀기한 <수행본기경>, <불설중본기경>, <반니원경>이 전체분량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흐린 눈 속에서야 아스라하게 거대해지는 신앙심보다 교설의 명석함과 논리적인 얼개를 더 중시하는 독자에게는 군더더기처럼 여겨질 부분이 적지 않다. 게다가 내가 읽은 개정판은 인명, 지명을 한자어로 가차해서 음사한 표기와 범어 음사 표기가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기까지 했다..) 


이 판본의 독서는 개념별로 일목요연하게 분류된 원시불교의 핵심 가르침과 아울러, 이후 제작된 대승경전의 뼈대를 이루는 수사적인 어구들까지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던 계기였다


(불교를 주말 spa 온천이나 힐링 찍먹으로 취급하는 스노브한 구경꾼들의 입장과는 다르게) 윤회 사상이야말로 기성 브라만교의 영향과 기층 민중의 미개한 관성을 포섭하기 위해 석가모니가 교육적인 방편으로 수용한 게 아니라, 인간 고통의 실재를 파지하고 생의 남은 나날 동안 충족시켜야 할 수행의 큰 틀과 기준선을 가늠하기 위해서라도 회피할 수 없는 불교의 핵심부위라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절판되서 아쉬운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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