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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 ㅣ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인본주의 1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김희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월
평점 :
기대에 훨씬 못미쳤다. '새로운 리얼리즘' 운운하지만, 자연주의로부터 생활세계를 수호하자던 1930년대 후기 훗설의 현상학적 기획과 해석학의 지평론으로 흡수되기에 저자의 캐치프레이즈처럼 그리 새롭지는 않다.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과격한 언사를 내지르는데 실제로는 세계 전체를 하나의 세계상(世界像,Weltbild)으로 아우르고 붙잡을 수 없다는 뜻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이 저자는 현상학과 해석학의 방법론에 빚진 바가 커 보이고 포장지만 바꾼 그걸 포스트모던의 대항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문장에서 불필요한 약을 많이 팔고 단칼에 질러갈 수 있는 얘기인데도 어정거리며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 같은 대중문화 타이틀을 인용하는 게 필연적인 밑받침 같아 보이진 않는다. 1급 네임밸류들로부터 추천사를 많이 받아내는 걸 보니 인화력은 상당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