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영국 여인과 대륙 에디션 D(desire) 10
앙리 피에르 로셰 지음, 장소미 옮김 / 그책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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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의 궁극은 환멸인가. 

해볼 만큼 해보고 다 헛것이라는 싸늘한 통찰에 도달하는. 

라파에트 부인의<클레브 공작 부인>이라든가 벤자멩 콩스탕의 <아돌프>,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 따위 

프랑스는 18세기에 나온 거부터 이런 계열의 걸출한 물건들이 많은데, 

이 작품도 그 흐름에 포함시키고 싶다. 

일기와 편지 글 조각들로 이루어졌고 작가의 자전적 작품인 듯.

자료도 젊은 시절의 기록에서 나온 듯 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해 징징 대는 말들 중에서 좀 늘어지는 대목이 있기는 하지만,

번역된 문체도 사근 사근 착착 달라붙는다. 

로맨스는 소금 소태의 뒤끝을 남기고 질식해 죽는다. 

그럼에도 남은 삶이 있다는 것. 견뎌야 한다는 것.

곧 끝난다는 것. 끝나기 전까지는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것.

곧 끝난다는 충고를 현자가 들려주지만 실감 나지 않는다는 것.

기억을 다 잃고 어리석음과 함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것.

윤회 전생이 다른 게 아니다. 

영혼에 새겨질 때까지 무의식을 반복하는 것이다.

턱밑 까지 밀치고 들어온 세상이라는 음식에 대하여 

총체적으로 입맛 잃어버리기 전까지. 


이 소설 훌륭한 작품인데, 거의 읽히지 않는구나.

트뤼포의 영화도 좋지만 소설과는 겨냥하는 각도가 다르다.

번안을 했드래도 코어를 이루는 작가의 심성 색채가 다르니까.

ADHD 소년의, 자기중심적이지만 솔직하고 투명하지만 난폭한 성정이 

더 어울리는 트뤼포 쪽이 앙리 삐에르 로세보다 덜 다정하고 인정머리가 없다.

둘 다 예술한답시고 뭔가에 홀린 듯한 삶을 산 에고이스트지만, 

로세는 예술가로서 실패한 야심 덕분에 좀더 겸손해진 게 아닐까. 

늙은 애의 자각은 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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