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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 ~유리 겔라 씨, 이젠 당신의 얼굴도 잊어버렸습니다~
마츠오 스즈키 지음, 야마모토 나오키 그림, 김정규 옮김 / 길찾기 / 2018년 8월
평점 :
한국에서는 문화적으로 나대도 엄청 구설수를 타면서 때론 법의 심판까지 받는다. 그게 또, 어그로의 허들이 낮아 툭하면 욱하는 개떼들이 넘쳐나는 촌동네의 매력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일베-메갈-워마드. 싸갈기는 것들의 협업 패치워크, 얘네들 게시판도 정치나 윤리 차원에서가 아니라 밑바닥 정서의 표현 충동으로 봐 줄만 하다. 한국은 일부 게시판 문화의 패드립들이 크리에티브하지 솔직히. 좌나 우나 어디서 주워 모은 낱말 카드 대여섯 장으로 이거 떨어지면 저걸로 돌려막는 뻔한 말 자판기, 민주주의를 경멸하게 만드는, 악에 대한 일차원적인 개념을 가진 다수 개돼지 아님 기회주의 6두품 꼰대 스퀘어들, 지긋지긋하다.. 여튼 만화 얘기로 돌아오면, 머리 속에 쏙 들어오진 않지만 파편들을 아귀 맞추는 게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니뽄 만화니까 니뽄 필의 - 참으로 안이한 수식어로군 - 부조리 펑크 만화. 나른하고 선선하고 니힐하지만, 반투명 비닐 덮개로 얄쌍하게 감싸이는 맛이 있다.
초안은 영화 시나리오 였는데 자꾸 영화화가 안되고 엎어져서 야마모토 나오키에게 작화를 맡겼다고 한다. 작가 후기를 보면 키가 183센치인 모 밴드의 여자 드러머를 모델로 여주인공을 만들었다고 한다. 마음에 들었는데 세븐 일레븐에서 알바하고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고?
주인공은 다 망해가는 작은 인쇄소 2대째 사장 카즈시, 어느날 인쇄소 기계에 직원 손가락 두 개가 잘려나가면서 운명의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한다. 장신의 팜므파탈 미츠코의 계획. 이게 밑바닥까지 아래로 당기는 끈적거리는 늪의 힘이다. 한편 카즈시는 유리겔라가 일본에 방문했던 어린 시절에 아빠 손잡고 티브이에 출현해서 숟가락을 구부러 뜨리려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이게 반대 방향에서 잡아당기는 초중력의 힘. 이 두 힘이 충돌해서 피날레에서 파열을 일으킨다. 인물들의 윤곽선이 가는 펜 하나로 서늘하게 그려졌다. 위태로워 보이지만 종잇장처럼 하늘 하늘 펼쳐져 있어서 서정적인 밤 기운까지 깃들어 있다.

야구 빠따. 텅 비고 경쾌한 알루미늄 펑크.

이 만화에서 즉각적인 타자 공감 혹은 그런 제스쳐란 없다. 모두 제 할말만 떠들다가 서서히 서로 젖는다. 녹아든다. 우주 종말.

친 엄마.

순경이 핵심을 짚었다. 요즘 순경이란 말 안쓰지?

지가 병신인 걸 그 이유를 투사해서 남을 미워하면 당장엔 불안이 1g 감소하겠지만 이자 붙여서 돌려받게 된다. 황폐감. 이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개족보라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