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구도감 - 궁금한 것을 찾아 연구해 보자!
아리사와 시게오 지음, 김창원 옮김, 쓰키모토 카요미 그림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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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이 다방면에 지식이 많고 한 분야에서 특출난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아졌다는 건 틀림없다.

책을 읽는 양과 수준도 내가 자랄때와는 비할바가 아니고 생각의 논리성도 어른에 뒤지지 않아 아이들의 괄목할 성장을 보고 있으면 과히 눈부시다.

하지만, 너무 지식의 축척에 힘을 쓴 탓인지 아이들이 하늘을 보거나 바람소리를 듣거나 꽃이 피는 걸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기에는 모두 시간이 너무 없어보인다.

학교 교과를 보충하기위해, 예술적 기능을 익히기 위해, 새로운 외국어를 익히기위해...

학교에서 학원으로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의 발걸음만 분주해진 아이들만 보이는 게 실상이다. 

안타깝게 내 아이도 예외는 아니고 가끔은 아이가 안되보여 아이에게 학업과 기능만을 익히는 학원이 아닌 자연과 감성을 느낄 수있는 곳으로의 방향전환을 시도해 보고 싶을 때가 많다.

부모의 그릇이 작은 탓에 학업 기능의 연마를 포기하고 완전히 유턴해 바람의 노래를 들어보아라~가 되지는 않지만, 주말만은

학습에서 벗어난 하고 싶은 일을 해 보자고 선언했었다.

 

아이가 좋아함은 당연지사!

그런데 여기에도 예기치 못한 복병이 숨어 있더란 말씀!

학습 말고는 게임이 유일한 낙인 아이를 게임만은 안된다고 선언하는 순간, 아이는 공황상태에 빠진 듯 멍~해했다.

공부와 게임을 하지 않는다면 무얼해야 하는지 허둥대는 아이를 보고 쿵, 가슴이 내려앉는 걸 느꼈다.

세상에...공부와 게임이 아니면 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라니!!

친구와 같이도 좋지만, 혼자서도 유익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는데 아이 혼자 할 수있는 일이 많지가 않은 것도 문제다.

그렇다고 맨날 도서관이나 박물관만 데리고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매주 친구들을 불러서 운동장에서 뛰어 놀 ( 주말에 운동장에 나가 뛰어 놀 수있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는것도 새삼 놀랬던 일이다.) 수도 없는일.



 

그런 중에 만난 이 책은 거의 구원서와도 같았다!!^^

주변에서 할 수있는 쉬운 연구 주제를 찾아 혼자서 혹은 친구들과 할 수있는 흥미로운 과제를 제시해 줌은 물론이고 그냥 심심풀이로 해 보는 장난이 아닌 기록물을 남기고 정리를 통해 성취감과 탐구 정신을 높여 갈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하루, 일주일, 끈기를 필요로하는 주제별 테마와 주제에 따라 어떻게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정리와 완성을 해야할지의 조언을 쉽게 설명해 주어 따로 조언할 어른이 필요 없을 만큼 친절한 책이다. (어려우면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라는 조언도 들어있다.^^)

 

주제들도 거창하거나 어렵지 않아 주변에서 얼마든지 소재거리를 찾아 재미있게 연구할 수있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음도 이 책의 고마운 점이다.

장수 풍뎅이에서 나비, 달팽이, 나팔꽃, 콩, 감자에 이르기까지 채집의 방법,거미줄 치는 모습 관찰과 개미의 먹을 것 찾기 같은

얼마든지 실행 가능한 프로젝트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대상을 찾는 방법에서 기르면서 유의하고 꼭 기록해 두어야 할 사항, 필요시에 익혀두면 좋을 삽화그리기와 사진찍는 방법, 돋보기와 현미경 사용법, 위험한 동물과 식물 식별방법, 간단한 응급처치 방법까지! 보이스카웃 교범을 보는 착각마저 든다.^^

궁금한 대상을 찾아 연구해 기록할 수있는 자유연구수첩은 아주 요긴하고 감사한 덤이다.

기록시 꼭 필요한 몇 가지 항목들을 적어둠으로 아이들이 연구시에 무엇에 촛점을 맞추어 관찰해야하는지를 넌지시 일러주는 좋은 선생님 노릇을 한다.

 

자유도감에 나오는 모든 프로젝트를 다 실행할수 있을지, 아이가 언제까지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흥미를 지속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아주 흡족하다.

혼자서 벌써 강남콩도 심었고 송사리 대신 금붕어로 관찰을 하고 있는 중이며 나뭇잎의 표피를 벗겨 관찰하는데 돋보기로는 한계가 있다며 학습용 현미경을 사달라고 조르고 있으니!!^^

 

학원과 게임외엔 뭘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 지모르던 아이가 눈빛을 반짝이며 뭔가를 유심히 관찰하고 의욕을 가지며 도전할

일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작은 이 책의 의미는 크나크다.

시리즈가 나온다면 챙겨서 구독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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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 스도쿠 프리미어 - 이뉴 버전 스도쿠 고급
컨셉티스 지음 / 보누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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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뭔가를 끈기있게 집착하거나 끝까지 승부를 거는 편은 아니지만, 혹하는 게 있으면 날밤 새는 줄 모르고 올인하는 경향이 있다. 올인을 하기는 하되 어느 순간이 되면, '아..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될 것도 아니고 이쯤하면 됐어..' 하면서 딱, 접고 마는 용두사미형이라 주위로 부터 핀잔을 많이 듣긴한다.

하지만, 나한텐 새로운 뭔가가  반짝거리며 다가와  필이 꽂히고 관심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고 생각되는 순간, 그간의 칩거와 동굴 생활을 끝내고 엔돌핀이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시기가 도래한다.^^;;

그런데,

나이 탓이라는 비루한 핑게를 대기엔 영 옹색한감이 없진 않지만 아니라고 말할수도 없는 게 정말이지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에 필이 꽂히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어, 괜찮은데..싶으면서도 시작해 본 들 내가 어느쯤에서 분명 그만 둘 것이란게 훤히 보이고, 그러고 나면 새로운 시작이니 도전이니 하는 펄펄 끓던 의지는 어느새 한 풀 꺽이고 그냥 '자스트 루킹 어라운드'로 꼬리를 내리기를 자로하더란 말이다.

 

새로운 시작을 향한 아드레날린의 감소 탓인지, 이것도 나이 탓인지 건망증의 활개는 의지의 꺽임이 크면 클수록 정 비례곡선을 그리며 날개를 달아 이제 이무기의 탈을 벗어 용이 되어 승천의 준비를 하고 그럴수록 자꾸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더 무서워지는 악순환이라니!!--;;

고스톱을 치면 좋댄다,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라, 끊임없이 손을 움직이는 일을 해라...

건망증을 위한 조언들은 사람마다 다르고 건망증으로 인한 해프닝들을 나조차도 낯설고 불편해하는 즈음 요 스도쿠와 딱 만나게 되었다.

워낙 숫자와 거리가 멀고 수학이라는 학문만 정복했어도 내 인생이 달라졌을 거라고 농을 하며 살아온지라 숫자들의 조합과 나열은 처음부터 관심 밖이었다.

듣기로는 일본에서 시작해 그해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 반열에 오르기까지 했다고.. 치매예방과 건망증 완화에도 그만이라고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숫자를 중복되지 않게 끼워 넣기만 하면 되는 거라는 아이의 권유를 싹, 무시했었다. 차라리 고스톱을 치마! 했었다.

 

코를 박고 혼자서 끙끙대며 풀고 있는 아이가 미련해 보이고, 무슨 할 일없는 일이래?? 하면서 곁눈질만 두어 달.

어쩌다 아이가 풀다말고 올려 둔 스도쿠를 심심파적으로 훑는데, 아이가 반 이상을 풀어둬서 인지 이게 이렇게 하면 될 것도 같다는생각이 드는 순간, 최근엔 내가 반기지 않아 통 걸음을 안하시던 그분이 오시고 말았던 것이다!!^^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뉜 난이도를 달리하는 스도쿠의 도전은 그날 부터 시작되었고 초급에선 야홋, 중급에선 해 볼 만하군, 고급에선 그래, 해보자 이거지!!  식음을 전폐하는 올인의 순간이 시작되었다.

남편 바둑판을 봐도 스도쿠, 격자무늬 창 살만 봐도 스도쿠, 아이들 10칸 국어 공책만 봐도 스도쿠가 연상되는 증상이 시작되면 이건 그 분의 강림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는 뜻이리!!

아무튼, 아직은 스도쿠의 매력에 한참 빠져있고 어려울 수록 의지를 불태우는 아드레날린의 분출로 나는 더 흥분된 즐거움을 만끽한다는 것이다.

이제 웬만한 건 슥슥 눈으로도 칸을 채워가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만난 프리미어 체인 스도쿠! 요놈을 같은 종이되 변이를 꾀한 놈이라 그런지 만만치 않다.

호락호락 봤다간 저녁 챙길 시간을 넘기기 일수다.^^;; 시간을 잊게하고 승부욕을 불태우게 하는 바람에 모든 일을 미뤄놓고 요놈과의 씨름에 올인을 하게 되는 불상사가 비일비재하다.

 

건망증이 좀 나아졌느냐?

글쎄...뭐, 악화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않은가?? 치매예방 효과도 있다하니 아직은 치매를 앓지 않음이 요놈 덕인가도 싶고.--;;

하여간 재밌다. 고스톱 치는 것 보단 보기에도 건전하고 두뇌 트레이닝에도 그만이다.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지루한 시간을 견뎌야 할 때 가방에 한 권쯤 넣고 다니면( 싸이즈도 크지 않아 완전 고맙다.^^) 알찬 시간으로 바꾸어주는 완소 아이템이 되기도 한다.

 

하이뉴 버전 스도쿠!!

뉴 버전 답게 도전의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힘든 만큼 성취감도 높아 푸는 재미가 더 있다. 아직은 7Χ7에서 헤매고 있지만, 9Χ9 단계의 업그레이드가 눈 앞에 있다. 간만에 뭔가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가족들의 칭찬은 덤으로 따라온다. 얼른 적고 또 스도쿠하러 가야지 싶은 바쁜 마음에.. 이만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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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요정 이야기
데니세 데스페이루 지음, 이주혜 옮김, 루아노 그림 / 글담어린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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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날 나를 가장 설레게 했고 한번쯤 꼭 만나고 싶었던 존재가 있었다면, 단연코 요정이다.

마술할멈, 마법사, 요술공주, 초능력인간..뭐 이름은 다르지만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인물들이 있었지만

가능하다면 요정이었으면..했다.

왜?

샬랄라~ 마술 봉을 휘두르며 꿈을 현실로 바꾸어 주는 임무는 여타의 인물들과 비슷한데비해 요정은 생긴 모습들이 모두 아름다이 작고 위압감을 덜 느끼게 해 금방 친해질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얼마나 다들 착하던가 말이다.^^;;

 

요정이 내 호주머니 속에 들어와 살면 얼마나 좋을까..

급할때마다 어디선가 뽀로롱~ 나타나 샤샤샥 어렵고 힘든일을 단번에 해치워 준다면 바랄게 없을텐데..

누구나 했을 법한 생각이지만, 예외없이 나도 오랜동안 이런 꿈같은 상상에서 (좀 오래)벗어나지 못하고 살았다.

정녕, 요정의 존재가 없다고 아직도 믿고 싶지 않음은... 내 삶이 팍팍해선지 유아기적 사고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퇴행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수없지만, 굳이 버리고 싶지도 않다. 꿈과 희망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 존재들은 많을 수록 좋은 법일테니.^^

 

신비한 요정이야기!

가히 요정 페스티벌이라 할 만 하다.

모든 요정을 한자리에 모아 분야별로 두각을 나타내며 활약한 요정의 행적을 모은 요정도감이자 요정 어워드를 수상하기 위해 참고로 할 참고문헌 같기도 하다.^^

요정을 오롯이 요정처럼 보일 수 있도록 나타낸 그림의 아름다움이야 말할 것도 없고!!

갖가지 모습의 아름다운 자태로 날아다니는(혹은 서거나 앉아있는^^) 모습들에 현혹되다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면

요정 아가씨들...생각보다 사는 곳도 하는 일도 이름들도 꽤 세분화 되어 있음을 알 수있다. 역시 최고를 지향하는 전문성!!^^

 



크게 숲의 요정, 물의 요정, 요정대모로 나누어지고 각각의 장소에서 활약상이 두드러진 대표 요정들을 소개했다.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낯익은 요정도 있고 처음 들어보는 요정이름도 수두룩... 대강 소개를 하자면,

익히 알고 있는 신데렐라에서 견우직녀(요건 버전이 중국 버전인지 옷도 사람도 중국풍이라 약간 의아??)잠자는 숲속의 공주에 이어 처음 만나는 복수의 요정( 착한 요정만 있었던건 아니었구료--;;),노그래프턴의 전설(우리나라 혹부리 영감 이야기와 비슷^^)을 담은 아일랜드 요정이야기, 웨일즈 전설을 참조한 린 호수의 요정이야기..

사랑을 이루게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지만, 복수와 인과응보의 응당한 결과를 알려주는 교훈 섞인 이야기도 골고루 있어

요정의 진면목을 다시금 확인하게 하는 아우라도 있다.^^

 

책에 수록된 요정들 이야기들을 참조한 목록들이 책 마지막(P.110)에 쫘라락~일목요연하게 나와있는데, 요정의 본 고향을 아는데 도움도 되고 요정에 대한 이야기를 더 깊이 알고 싶을때 검색용으로도 요긴했다.

 

내 아이가 간직한 꿈과 상상의 세상을 지켜줄 파수꾼으로 임명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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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스호퍼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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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덮거나, 다 읽었으되 방출 목록 우선 순위로 삼는 책이 비리거나 습한 책이다.

피의 끈적함이 묻질 않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 책, 눅눅한 말들을 발라야만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믿는 책.

됐거덩!이다.(물론, 그쪽에선 너나 잘하세요! 일갈을 서슴치 않는 것도 안다.)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그래스호퍼'는 단연 방출목록이다.

살인의뢰를 받아 사는 킬러들의 이야기인데다 그것도 모자라 킬러 서로에게 칼을 겨누어야하는 상황으로 전개.

피 좀 튀겠는 걸...마음부터 착 가라앉은 게 사실이었다.

 

이사카 고타로.

유수의 서평들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추리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골든 슬럼버에 대한 거침없는 애정토로에

귀가 가려워 '그래, 이가 썪는다고 설탕을 안 먹을 수야 없지..' 하는 마음으로 책을 구입해 읽으면서 만났던 작가였다.

'더 이상의 추리소설은 없다!' 정도는 아니었지만, 충분한 재미와 혹할만한 화려한 플롯으로 읽는 동안의 즐거움만큼은

확실했다. 그래, 기억해 두지..하면서 정말 기억만 해 두다가 그래스호퍼로 만났을 땐 오랜 지인처럼 펄쩍, 반갑기까지! 했다.

기억해 두고 있다는 건, 오래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이란 말야. 어깨를 툭,툭..치는 오버액션을 그가 눈치 챘을런지..

 

2 년전 교통사고로 죽은 아내의 복수를 위해 범인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에 입사하는 스즈키,

자기 손에는 피 한 방울 안 묻히고도 눈빛만으로 자살을 유도하는 구지라,

현란한 손 놀림으로 일가족 몰살을 전문으로 맡는 세미,

각각의 분야(?)에서 나름 지평을 굳혀가고 있을 때 우연히 '밀치기'로 인해 스즈키가 복수 대상으로 삼고 있던  사장의 아들이 죽게 되고 밀치기를 미행하는 것으로 사건은 급 물살을 타게 된다.

 

각개로 임무를 수행하던 킬러들이 어느순간 한 곳으로 눈을 모아 사건을 헝클었다 풀었다 한 명씩 쓰러지고 마지막에 생각치도

않았던 엉뚱한 사람이 사건을 평정한다식의 식상함이.. 사실은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식상한 플롯을 얼마나 작가 특유의 방법으로 긴장과 이완을 조절해 가는냐에 따라 독자의 평이 달라지는데

그런 점에선 이사카 고타로의 명성이 이 책에서도 무색치 않다.

킬러가 살인하는 걸 주저하고 무서워한다면 진정한 '뿌로'가 아니라는 걸 주지시키고 통찰된 의미로 슬쩍 던지는 유머 한마디로 분위기를 업 시키는 테크닉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킬러다운 깔끔한 솜씨와 서늘한 냉정, 그러면서도 작업(?)을 끝냈을때의 인간적인 소회로 일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는데 이사카 고타로는 세련된 방법으로 이런 정리를 참 깔끔하게 잘 한다.

비린 글이 비리게 읽히지않기 위한  유머와 통찰의 향신료들을 적재적소에 잘 뿌려 두었다고나 할까..^^

 

개체와 개체가 근접해서 생활하는 동물... 인간은 포유류가 아니라 오히려 곤충에 가까워."(P.7) 

어떤 동물이든 밀집해서 살면 변종이 생기게 마련 아니오. 색이 변하기도 하고 안달하게 되면서 성질이 난폭해지지.메뚜기떼의 습격이라고 들어봤소?(P.213)

 

인간의 특성을 곤충의 생태와 비교, 교집합되는 부분을 소홀히 여기지 않고 각각의 캐릭터로 중무장시켜 K1무대에 올려 놓은 걸

보는 느낌이었다면 (킬러의 눈빛을 살아나게 할 양이 아니라면) 비린거 싫다는 얘기는 이제 더이상 말아야 하는 걸까?^^;;

그래스호퍼!....메뚜기.

동종 개체의 시체도 먹어치우고 가는 곳마다 먹을 걸 싹쓸이하는 무서운 곤충.

메뚜기 떼의 습성보다 무서운 일들은 아무렇지 않게 해 내고 있는 게 우리 인간의 모습이 아닌지..이사카 고타로는 킬러들을 통해 넌 어떻게 생각하냐고? 넌지시 묻고 있는 듯 하다.

 

구지라가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은 책 제목이 그래서 "죄와 벌"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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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화났다 - 초등학생을 위한 동시조
유성규 지음, 어린이 62명 그림 / 글로연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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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확띄는 나비가 날아가는 노란 표지, 비뚤한 글씨로 쓴 책 제목!

슬쩍 들쳐보고픈 호기심이 저절로 발동하는 책이다.

애들이 엮은 동시집인가보다 싶어 요즘 아이들 시 짓는 수준은 어떤가 싶은 궁금증에 책을 펴면

짧은 시(?)와 시와 어울리는 누가 봐도 '아이들 그림이구나'싶은 천진하고 재밌는 그림이 쫙~ 펼쳐진다.

 

제법 잘 지었는데..하며 한 편, 두 편을 읽다보면 어느새 시들이 입에 척척 감김을 느낀다.

어라, 이렇듯 술술 잘 읽히는 시라면 제법 고학년일 듯 싶은데 시에 첨부된 그림에만 학년 이름이 표시되어 있을 뿐,

시를 지은 아이에 대해선 첨부 내용이 없다.

그제서야 이상한 생각이 들어 맨 처음으로 돌아가 책머리를 읽어보니 아뿔싸!!

망토를 잊고 길을 나선 슈퍼맨 처럼^^ 어쩐지 허전함(?)을 느낀 이유가 이곳에 그곳에 있었던 것을!^^

 

아이들이 썼으리라 여겼던 시들은 시조에대한 사랑과 열정이 남달랐던 여든이 가까운 시인이 쓴 동시조였다.

사라져가는 시조를 살리고 널리 알리기위해 애쓰고 계시는데 아이들이 생소해 할 시조의 형식과 시조가 지닌 매력을

앞서 설명해 두셨다.

 

초장, 중장, 종장이 3장 12구로 이루어지는 정형시!

요새도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시조를 외우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손바닥을 맞아가며 시조를 외우던

시절이 있었다.

맞으며 다 외운다고 지은의의 의도가 전달되는것도 아니고 숨은 뜻이 파악되는것도 아니었지만, 그저 맞기 싫어서, 숙제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외운 시조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안 잊혀지고 그 의미가 새록새록 되새겨지는 것들이 많아 그때의 손바닥

맞으며 외운 억울함이 감사함으로 느껴질 때가 왕왕있다는 것이다.

 

입에 척척 감기는 감칠맛이 오래전 3.4.3.4. 3.5.4.3 의 운율에 따라 시조를 외웠던 기억에서 비롯되었음을 알면서

책의 시조들은 노래하듯 읽혔다.

운율의 일정한 리듬을 가르쳐 주면서 아이와 함께 소리내어 읽어보자~ 하니 동시를 읽을 때와는 또 다른 어떤 일체감과

반복의 운율로 인한 리듬감이 살아나 하나만 더, 하나만 더..목이 아플 때까지 읽었다.^^

 

엄마의 손등에선

고사한 냄새나고

 

우리 아가 콧등에선

코코질 냄새난다

 

난 말야

향수 대신에

이 냄새를 뿌릴까봐

 

- 우리식구 (P.51) -

 

시조에 쓰인 말들이 쉽고도 어찌나 이뿐지 저학년 아이가 읽어도 이해가 안가 무슨말인지 모르겠다는 시조가 거의 없다. 

쉽고도 아름다운 말로 아이들 눈높이로 보는 세상을 재밌게 그렸다는것도 이 책의 고마움이다.

동시조를 읽히고 나서 떠오르는 느낌을 그림으로 옮겼음이 짐작되는 비뚤빼뚤한 그림들도 귀엽고 인상적이다.

 

시간 날때면 끝말 잇기가 전부였던 아이와 내가 쉽고도 재밌는 주제로 짧은 동시조에 도전하게 된 것도 이 책 덕분이다.

아직은 형식에서 벗어나고 앞 뒤가 연결이 잘 되지 않는 시조들의 난립이지만, 동시조라는 형태의 새로운 장르를 접하고

참여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책은 언제나 나를 키우고 아이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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