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노래야? - 미리보는 교과서 속 고전시가 정인어린이 6
서찬석 지음, 해밀 그림 / 정인출판사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인생에 있어 공부가 전부는 아니지만 공부하는 그 시절들이 아름다운 시절이었음은 주로 지나고 난 사람들이 되뇐다.

'그때가 좋았지...하며!'

좋았다는 것은 꿈을 꾸며 뭔가를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이 넘치도록 내재되어 있던 이유였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돌아갈래? 물으면 흔쾌히 돌아간다고 말 할 수 없는 이유는 그놈의 지긋지긋한 "공부"가 싫어서 주춤할듯 싶다.

영어, 수학은 말 할 것도 없고 한문과 국어 그중에서도 고전문학..지금 생각해도 머리가 아프다.

 

시야? 노래야? 이 책에 적힌 목차를 훑어보니 이런, 이런...

이건 지겹도록 밑줄을 긋고 토를 달고 의미를 해석하고 한문과 병행해 외웠던 그 시가들이 아닌가?

아으, 동동다리!! 아으, 디롱다리!! ㅠㅠ

내용만 생각하면 한숨 먼저 나오는 어려운 시들이 어린이 책으로 나왔다니 요즘 아이들 다시 봐야겠다..싶었다.--;;

 

공무도하가, 황조가, 구지가, 서동요, 제망매가, 도솔가, 헌화가, 찬기파랑가...

흠,,, 나를 당혹케 했던 주옥(?)같은 14곡의 노래들이 엮어져 있다.^^;; 개성만점인 캐릭터와 더불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각각의 노래가 지어진 배경과 담겨있는 설화들을 중심으로 옛 얘기를 듣듯 조근조근 읽다보면 이건 24부작 드라마잖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억지로 외우려고 했던 것과는 달리 곁들여진 그림과 더불어 쓱~ 읽기만 해도 쏙쏙 들어오는 내용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만화와 설명을 적절히 배합해 아이들의 집중력을 유도하는 구성과 지식과 상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친절한 설명으로 비단 시 뿐만이 아니라 우리 선조의 삶과 역사를 이해하는데도 무척 도움이 되던 책이었다.

그냥 노래로만 알고 있거나 시로만 알고 있던 곡들의 원문까지 함께 실어 준데 나아가 향가로 불리우는 노래는 향찰(특수문자로 읽히기도 했던..--;;)쓰여져 깊이있는 이해로 가는  길도 열어 두었다.

 

접근 방법이 다른 이유였음일까?

그렇게 골치아프게 외웠던 고전문학속의 시들이 하나도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읽히더라는 것이다.^^

아이도 재밌어하고 나도 이전에 알았던 내용을 더듬어 읽다 보니 고전 시들이 이렇게 다 재밌는 것이었나? 싶은 고전문학의

새로운 이면을 발견한 듯 기뻤다.

 

아이가 나의 전철을 밟지 않고 알아가는 기쁨으로 학문에 임하고 알면 더 재밌게 공부 할 수있다는 물꼬를 터 준 것 같아

괜히 뿌듯하다.

 

좋은 책을 만들어 준 출판사에 넙죽 감사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이를 위한 흑설공주 두 번째 이야기 흑설공주 2
노경실 외 지음, 정문주 외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편견을 갖는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로 인한 생각의 오류가 아니라 어쩌면 반복되는 정보로 인한 세뇌가 아닐까?

살아가는 동안에 가지는 각종의 편견의 시작이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에서의 영향력도 무시못한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조금 무서워진다. (비약이리라 여기지만..)편견을 싹트게 하는 책이라는 생각을 하면!

아름다운 공주는 항상 멋진 왕자와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아야하고, 새엄마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한데다 주인공을 항상 구박하기만 하고, 못생기고 뚱뚱한 아이는 주인공이 될 수없다는...반복되는 구성속에 자연스레 습득되는 편견의 세뇌!!

이뿐 건 착한것이고 못난건 나쁜것이라는 은연중에 자리잡은 생각들이 안 하면 이상한 인위적인 성형수술로 표출되고 있는 건 아닌가..씁쓸하다

.

각설...

흑설공주!!

첫 번째이어 두 번째 책이다.

눈처럼 하얀 피부의 아이대신 검은 피부를 가진 흑설공주가 거울에게 가장 못생긴 사람을 알아내 사람들이 세운 아름다움의 기준은 하루 아침에 바뀔 수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누구에게나 깃들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게 해 준다는 결론이다. 장미는 장미대로 아름답고 제비꽃은 제비꽃대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시각의 전환을 열어주는 참신한 책이었다.

퓨전 동화라 할 수도 있지만, 여지껏 우리가 알아오던 이뿌기만 하고 불의에 맞서는 일없이 당하기만 하다 (얼굴이 너무 아름다워 지나칠 수 없었던 왕자로 말미암은..ㅠㅠ) 행운으로 불행을 탈출할 수 있었던 공주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이야기들이어서 반가웠다. 모두가 공주가 될 수없고 모두가 아름답기만 할 수없듯  누구나 다 100년씩 잠을 자며 왕자만을 기다릴 수도 없는 일이니까!

 

전편이 흑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 나무꾼과 선녀, 콩쥐 팥쥐...주로 공주들이 많았던 반면, 두 번째 이야기는 뚱뚱이와 홀쭉이 나라를 여행하는 걸리버, 놀림에 대해 묵묵하지 않고 반항을 하는 반쪽이, 못난 뷰티를 달가워하지 않는 야수..등 왕자를 대변하는 주인공들이 눈에 띈다. ( 물론, 얼굴의 허물을 벗지 못하고 못생긴채로 씩씩하게 살아가는 박씨전, 왕자님과 결혼을 거부하고 제비나라로 날아가 취재를 하고 글을 쓰며 일생을 보내는 엄지공주 이야기도 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차별'하지 않고 나와는 다른 '차이'를 알아가게 하는 시각을 갖게 하는데서 이 책의 오롯한 가치를 발견할 수있다. 서로 정 반대의 나라에서 서로 다른 모습들을 보면서 각각이 가진 특성을 인정하고 (이상한 나라의 걸리버P.8)), 열등감에 사로잡힌 반쪽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나향이를 통해(반쪽이가 떠난다.P.32),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이야 말로 시들지 않는 아름다움이라는 걸 알게 되는 야수(못난이 뷰티와 야수P.58).

 

편견과 차별을 뛰어넘어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모든 사람을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알게 하는 편견 방지용 책으로 읽혀 내심 흐뭇했다.

너무 유명해서 식상한 주인공들의 유쾌한 뒤집기 한 판도 멋있었지만, 누워만 있어도 행운이 찾아오는 공주가 아닌, 스스로 자기 일을 결정하고 선택하는 공주의 모습을 이제라도 보게 되어 내가 더 고마웠다.^^ 평면으로 보여지던 동화속의 주인공들이 입체적으로 부각되어 스스로의 행동과 생각의 반경을 넓히는 것을 아이들이 읽으며 이전보다는 업그레이드 된 생각과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될 것이라 여긴다.

 

볏 다섯에 하나 더 얹어 주고 싶은 책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로 보는 명작소설 스토리엔 4 - 타임머신/배스커빌가의 개 스토리엔 시리즈 4
허버트 조지 웰즈.아서 코난 도일 지음, 이주혜 옮김 / 토마토북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만화로 된 명작소설.

이젠 그다지 새로울 것도 첨예한 찬반론을 펼 것도 없는 자연스런 흐름처럼 받아들여진다면,

문제의식없이 흐름만 쫒는 사고의 결여가 있는 사람으로 생각되어 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이들이 읽고 있는 거의 모든 분야의 책들이 만화로 되어나오고 활자로만 된 책보다는 호응이 좋고

이해가 쉬워 아이들이 선호하고 있는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니 명작을 만화로 만나는 게 새로운 일이 아니고

자연스런 흐름인 것도 사실이다.

책을 보는 여러기준이 있지만, 내 경우엔 일단 잘 읽히고 끝까지 읽히는 책이 고맙고 좋은책이다.

아이들에게 책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책읽기를 강요하지만 아이들도 아이들 나름의 기준이 다 있는지라

강요에 의해서 읽는 책은 한계가 있음을 많이 봐 왔다. 다 읽기는 하되 건성으로 읽어 책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거나

한 장 넘어가기가 수 삼일이 걸리는 경우가 그렇다. 

개울로 끌고 간 말이 물을 안 마신다는데야... 어쩔 수 없다.--;;

말들이 물을 마셔주어야 양질의 젖을 낼 수가 있고 새끼들도 잘 자랄 수 있게 되는데...젖은 소가 더 잘 짜내니 소 한테나 가서

알아보라고 강짜를 부리는 꼴이랄까! ^^;;

이런즉,

물 맛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고, 그 물로 인해 몸에 윤기가 돌고 생기가 흐르게 되는 줄 모르는 말들에게 '딱 한모금만 마셔봐,

그래도 맛 없음 안마셔도 돼!' 하고 회유할 수있는 당근이 만화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활자로 된 책은 깊지만 느린 대신 만화로 된 책은 얕으나 빨리 스며든다.

몸에 좋으나 벌컥벌컥 들이키기엔 목넘김이 좋지않은 약초로 달인 물보다는 단번에 갈증을 씻어내는 정수기의 시원한 물에 손이 먼저 가는 것 처럼 만화책의 이점은 단 시간에 갈증을 털어내고 다음 갈증을 해소할 초석을 마련해 준다는 점이다.

그림만 훑어도 이해되는 내용과 내용의 이해의 다음단계인 활자책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준다는 얘기다.

재밌더라는 사전인식이 사후의 인내가 요구되는 작업들을 이겨낼 수있는 면역력을 키워놓은 상태라 여기면 어떨까?

....말이 길었다.ㅠㅠ

 

H.G.웰스가 쓴 타임머신과 아서 코난 도일의 원작 배스커빌가의 개 두 편이 실린 책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800세기를 건너뛰어 미래의 세계로 가서 겪는 얘기와 배스커빌 가문에 나타나는 의문의 사건들을 파 헤치는 셜록홈즈의 활약을 그린 내용이 담겨있다.

두 편 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내용도 타임머신이라는 (아직은) 신기하기만한 기계를 타고 미래로 가서 겪는 이야기와

사건의 음습함을 파헤치는 탐정소설이다 보니 아이도 책에 빠져 다 읽은 책을 또 넘기고 또 넘기고 하는걸 봤다.

재밌다는 얘기다!! 성공!^^

 

할애된 페이지가 많지않고 만화라는 구성 때문에 내용의 축약이 불가피해 심도 있는 이야기 진행이 방해 받은지라 페이지마다 이어지는 질문이 많아진다. 불감청 고소원..원하던 바!!

즉시, 니가 건너 뛴 깊은 숨소리가 담겨 있을 것이니라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활자책의 권유로 어이지는 자연스런 흐름.^^

 

부모가 하기 어려운 지적 호기심을 유발시켜주고 그 호기심을 지적 습득으로 이어지게 하는 구름판 역할을 하는 책.

고마울 따름이다. 그냥 만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원작자와 구성작가의 소개, 책을 읽고 난 후 독후활동과 논술에 대비한 토론할 문제들, 아이들이 직접 글을 써 볼 수있는 지면까지 할애한 것은 만화책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는것을 느끼게 한다.

 

포에버를 외치던 개그맨처럼 "시리즈여, 영원하라!!" 흉내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흰 뱀이 잠든 섬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2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고백컨데,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오래 들고 읽었던 책이다.

야금야금 아껴서 읽었다기 보다는 책을 읽을라치면 자꾸 뭔가 잡스런 일들이 끊이지않아  주저앉길 자로 했다는 얘기다.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주인공들과 호흡을 같이하며 다음 장면 속으로 달려나가야 하는데, 우리 가속도를 높여  달려볼까?...싶으면

잠깐만!을 외치며 불쑥 불쑥 나타나는 현실속의 사람들!!

심장 박동수를 올리려던 나와 그들은 그 '잠깐만!'의 격리동안 데면데면해 지고 말아 다시 만나면 '우리 달리려던 참이었지?'가 아니라

'맨손체조부터 다시 해야겠는걸...' 하며 각개로 워밍업만 쉰 다섯번쯤 했었다.

이러다 나도 섬 어디쯤(.. 바다를 등지고 산기슭에 위치한 '신궁지역'쯤 이었으면...^^)에서 길을 잃고 끝내 빠져나오지 못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13년만에 돌아오는 대축제를 맞아 사토시와 함께 배를 타고 외딴섬을 들어간 건 분명한데, 섬에서 맨손체조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보니 사토시는 사토시대로 나를 등한시 (약간은 불신하는 눈빛으로--;;)해 잘 불러주지도 않더라는 것이다.

미안, 사토시....

 

제목이 주는 신화적인 느낌처럼 외딴 오가미섬의 13년만에 돌아오는 축제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신비스런 이야기와 지념형제로 묶여진 사토시와 고이치의 우정이야기다.

성장소설로 보기엔 주인공들의 연세(?)가 좀 있으셨고, 비밀을 파 헤쳐가는 스릴러라 하기에도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애매모호한 장르여서 내 맨손체조의 시간이 더 길어졌다고 잠시 핑게를 댄다. 또 미안, 사토시...--;;

육지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갖가지의 금기와 규칙, 섬 특유의 풍습들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은근한 스릴도 있어 맨손체조만 하고 있기에는 달릴 시간이 모자란다고 채근,채근!

 

근지구력이 부족해서일까?  고이치의 말대로 물을 달라면 맥주를 내 놓는 오기미섬의 특이한 풍습과 그들이 안고사는 신화 속으로 전력질주를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밀물과 썰물의 질서가 흐트러지고, 생체시계가 고장 난 느낌, 섬의 중력에 익숙지지 않는 사토시처럼 나도 같이 우왕좌왕 했다. 

사람들을 동요시킨 소문의 진원지인 '그것'이 섬의 정체성을 간직한 상징적인 존재로 더 깊이 숨겨졌었더라면..

생각은 다르지만 지념형제로 맺어진 사토시와 고이치의 우정이 환상적인 상황이 아닌 땀냄새가 풍기는 현실속에서 확인되었더라면..

오르막에 비치된 음료수를 발견한것 마냥 기꺼워하며 더 힘을 내서 달렸을텐데..목은 마른데 마실 건 없고.. 어쩔수없이,

다시 외치는'잠깐 쉬고!'

 

사토시와 고이치의 구도에서 아라타와 이누마루의 등장은 다르면서도 묘하게 서로를 반등시키기에 알맞은 캐릭터로 묘사되어 신화적인 느낌으로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었다. 그들이 그들만의 세상에서 조용히 인간들의 축제를 즐겨보며 흐뭇해 했었더라면 나는 그들은 좀 더 애정 했을텐데..

섬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현상에 대해 모험을 하며 우정을 키워나가는 이야기일 거라는 향방을 혼자 정해놓은 탓인지 얼마쯤의 현실과 얼마쯤의 환상속에서..어지럽기도 했지만, 지념석을 단 뱃머리가 정체모를 떠있는 것들에게 공격을 당하지 않듯.. 믿음으로 이어진 마음은 간악한 꾀임에도 벗어날 수있다는 우화적인 교훈까지 읽어 낸 느낌이라 정체모를 뿌듯함까지 느꼈다면 오버일까?

 

사토시와 고이치가 싸운 '그것'은 환상일 수도 섬이 만들어놓은 관념일 수도 있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동안 무수히 부딪혀야할  벽과 사랑, 그리고 정체성의 또 다른 모습일 수도 있음을 가르치는 축제의 진정한 의미.

인간의 마음속 가장 깊은 부분과 닮은 오가미섬이, 섬에서 잉태한 아들들을 가르치는 오가미섬 만의 방법!!

아, 이 무슨 등에 비늘 돋을 결론인가 말이다....ㅠㅠ

 

또 다시 맨손체조....정말, 미안 사토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앨라배마 송
질 르루아 지음, 임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명 픽션임을 밝혔으나 픽션으로 읽히지 않는 얘기들이 있다.

오래전에 읽은 로댕의 연인 까미유 끌로델의 이야기가 그랬고, 지금 만난 피츠제럴드의 아내 젤다 세이어의 이야기가 그렇다.

 

환하게 빛나는 조명들에 눈이 어리다가 그 빛들이 스러져 갈 때쯤 발견되는 조명판들.

환한 불빛들이 더 화려하고 눈부셔 보였던 건 뒤에 버티고 서 있는 조명판 역할이 컸음을 늦게야 감지하듯, 그녀들의 이야기는 더 환한 빛은 내기위한 불빛들의 묵묵한 배경된 조명판처럼 내게 다가왔다.

불빛의 뜨거운 열기를 가슴으로 받아내다 그 열기로 인해 종내는 자신이 허물어지는 아픈 삶.

젤다 세이어를 만나기 이전엔 몰랐던 피츠제럴드의 뒷모습을 감지해 낸 것도 아픔이라면 아픔이다.

 

젤다 세이어.

스콧으로 인해 가려진 삶이었다거나 그의 명성으로 인해 상대적인 그늘에 묻혀 있었다는 고루한 얘기는 말기로하자.

단지, 불빛에 어려 보지 못했던 ( 어쩌면..관심이 없어 존재의 유무조차 생각해 본 적이없었던 )젤다 세이어를  만나게 된 행운만을

얘기해 보기로 하자.

 

대법관의 딸이자 상원의원의 손녀, 미스 앨라배마,그리고 대작가 피츠제럴드의 아내.

책의 첫 머리에 소개되는 그녀의 모습은 이 모든 배경을 다 지워도 스스로 타오르는 불꽃처럼 강인함과 정열을 품고 있는 모습이다.

팜므파탈의 관능과 뜨거운 정열을 가슴에 품은 채 세상을 향해 던지는 다소 오만한 눈빛.

그 시대 젊은이들이 꿈꾸던 화려한 파티와 주목받는 무대 위에서 각광받는 주인공으로의 손색없음을 한 눈에 본다.

스콧과 젤다가 서로 사랑했음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국 남부의 근엄하고 무거운 가문의 구속에서 달아나기 위해 젤다는 스콧을 선택했고, 가난한 스콧에게 젤다는 상류층 신분에 (이용가치가 높은--;;)후광이 탐나는 놓치기 아까운 여자였음에 분명하다.

정략적인 면이 있었지만 노래와 춤, 계속되는 파티와 알콜속에서도 그녀는 빛이났고 어디서나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삶을 소진시키며 현실의 궤도를 일탈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동안 스콧과의 관계는 예정된 것처럼 파국의 길로 치닫고 젤다는 절망하면서도 갈망하는 모습으로 스콧을 바라본다.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으면서도 끝내 버릴 수 없는 이름으로 가슴에 간직한 젤다의 태양이자 신이었던 구포.(구포는 젤다가 부른 스콧의 애칭이다.) 가슴의 불꽃이 꺼지기도 전에 정신병동의 불꽃속에서 어이없는 생을 마감한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삶을 살다간 그녀.

분명, 픽션이라 했는데.. 픽션인데..

무슨 까닭으로 행복했던 순간들만 픽션처럼 읽히고 글쓰기를 꾸던 소망과 스콧을 능가하는 재능, 그녀 스스로를 파멸로 이끈 가슴속의 불꽃들은 만져질것 같은 다큐로 읽히는 건지..

 

불꽃속에서 살다가 불꽃속으로 진 알라배마의 영원한 노래 젤다 세이어.

그녀를 위해 해 줄 것이 아무것도 없음이 또 이렇게 안타깝다.

책만 자꾸 쓰다듬는다. 픽션이라고 했는데...픽션이라고 했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