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뱀이 잠든 섬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2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고백컨데,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오래 들고 읽었던 책이다.

야금야금 아껴서 읽었다기 보다는 책을 읽을라치면 자꾸 뭔가 잡스런 일들이 끊이지않아  주저앉길 자로 했다는 얘기다.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주인공들과 호흡을 같이하며 다음 장면 속으로 달려나가야 하는데, 우리 가속도를 높여  달려볼까?...싶으면

잠깐만!을 외치며 불쑥 불쑥 나타나는 현실속의 사람들!!

심장 박동수를 올리려던 나와 그들은 그 '잠깐만!'의 격리동안 데면데면해 지고 말아 다시 만나면 '우리 달리려던 참이었지?'가 아니라

'맨손체조부터 다시 해야겠는걸...' 하며 각개로 워밍업만 쉰 다섯번쯤 했었다.

이러다 나도 섬 어디쯤(.. 바다를 등지고 산기슭에 위치한 '신궁지역'쯤 이었으면...^^)에서 길을 잃고 끝내 빠져나오지 못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13년만에 돌아오는 대축제를 맞아 사토시와 함께 배를 타고 외딴섬을 들어간 건 분명한데, 섬에서 맨손체조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보니 사토시는 사토시대로 나를 등한시 (약간은 불신하는 눈빛으로--;;)해 잘 불러주지도 않더라는 것이다.

미안, 사토시....

 

제목이 주는 신화적인 느낌처럼 외딴 오가미섬의 13년만에 돌아오는 축제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신비스런 이야기와 지념형제로 묶여진 사토시와 고이치의 우정이야기다.

성장소설로 보기엔 주인공들의 연세(?)가 좀 있으셨고, 비밀을 파 헤쳐가는 스릴러라 하기에도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애매모호한 장르여서 내 맨손체조의 시간이 더 길어졌다고 잠시 핑게를 댄다. 또 미안, 사토시...--;;

육지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갖가지의 금기와 규칙, 섬 특유의 풍습들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은근한 스릴도 있어 맨손체조만 하고 있기에는 달릴 시간이 모자란다고 채근,채근!

 

근지구력이 부족해서일까?  고이치의 말대로 물을 달라면 맥주를 내 놓는 오기미섬의 특이한 풍습과 그들이 안고사는 신화 속으로 전력질주를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밀물과 썰물의 질서가 흐트러지고, 생체시계가 고장 난 느낌, 섬의 중력에 익숙지지 않는 사토시처럼 나도 같이 우왕좌왕 했다. 

사람들을 동요시킨 소문의 진원지인 '그것'이 섬의 정체성을 간직한 상징적인 존재로 더 깊이 숨겨졌었더라면..

생각은 다르지만 지념형제로 맺어진 사토시와 고이치의 우정이 환상적인 상황이 아닌 땀냄새가 풍기는 현실속에서 확인되었더라면..

오르막에 비치된 음료수를 발견한것 마냥 기꺼워하며 더 힘을 내서 달렸을텐데..목은 마른데 마실 건 없고.. 어쩔수없이,

다시 외치는'잠깐 쉬고!'

 

사토시와 고이치의 구도에서 아라타와 이누마루의 등장은 다르면서도 묘하게 서로를 반등시키기에 알맞은 캐릭터로 묘사되어 신화적인 느낌으로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었다. 그들이 그들만의 세상에서 조용히 인간들의 축제를 즐겨보며 흐뭇해 했었더라면 나는 그들은 좀 더 애정 했을텐데..

섬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현상에 대해 모험을 하며 우정을 키워나가는 이야기일 거라는 향방을 혼자 정해놓은 탓인지 얼마쯤의 현실과 얼마쯤의 환상속에서..어지럽기도 했지만, 지념석을 단 뱃머리가 정체모를 떠있는 것들에게 공격을 당하지 않듯.. 믿음으로 이어진 마음은 간악한 꾀임에도 벗어날 수있다는 우화적인 교훈까지 읽어 낸 느낌이라 정체모를 뿌듯함까지 느꼈다면 오버일까?

 

사토시와 고이치가 싸운 '그것'은 환상일 수도 섬이 만들어놓은 관념일 수도 있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동안 무수히 부딪혀야할  벽과 사랑, 그리고 정체성의 또 다른 모습일 수도 있음을 가르치는 축제의 진정한 의미.

인간의 마음속 가장 깊은 부분과 닮은 오가미섬이, 섬에서 잉태한 아들들을 가르치는 오가미섬 만의 방법!!

아, 이 무슨 등에 비늘 돋을 결론인가 말이다....ㅠㅠ

 

또 다시 맨손체조....정말, 미안 사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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