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 송
질 르루아 지음, 임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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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픽션임을 밝혔으나 픽션으로 읽히지 않는 얘기들이 있다.

오래전에 읽은 로댕의 연인 까미유 끌로델의 이야기가 그랬고, 지금 만난 피츠제럴드의 아내 젤다 세이어의 이야기가 그렇다.

 

환하게 빛나는 조명들에 눈이 어리다가 그 빛들이 스러져 갈 때쯤 발견되는 조명판들.

환한 불빛들이 더 화려하고 눈부셔 보였던 건 뒤에 버티고 서 있는 조명판 역할이 컸음을 늦게야 감지하듯, 그녀들의 이야기는 더 환한 빛은 내기위한 불빛들의 묵묵한 배경된 조명판처럼 내게 다가왔다.

불빛의 뜨거운 열기를 가슴으로 받아내다 그 열기로 인해 종내는 자신이 허물어지는 아픈 삶.

젤다 세이어를 만나기 이전엔 몰랐던 피츠제럴드의 뒷모습을 감지해 낸 것도 아픔이라면 아픔이다.

 

젤다 세이어.

스콧으로 인해 가려진 삶이었다거나 그의 명성으로 인해 상대적인 그늘에 묻혀 있었다는 고루한 얘기는 말기로하자.

단지, 불빛에 어려 보지 못했던 ( 어쩌면..관심이 없어 존재의 유무조차 생각해 본 적이없었던 )젤다 세이어를  만나게 된 행운만을

얘기해 보기로 하자.

 

대법관의 딸이자 상원의원의 손녀, 미스 앨라배마,그리고 대작가 피츠제럴드의 아내.

책의 첫 머리에 소개되는 그녀의 모습은 이 모든 배경을 다 지워도 스스로 타오르는 불꽃처럼 강인함과 정열을 품고 있는 모습이다.

팜므파탈의 관능과 뜨거운 정열을 가슴에 품은 채 세상을 향해 던지는 다소 오만한 눈빛.

그 시대 젊은이들이 꿈꾸던 화려한 파티와 주목받는 무대 위에서 각광받는 주인공으로의 손색없음을 한 눈에 본다.

스콧과 젤다가 서로 사랑했음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국 남부의 근엄하고 무거운 가문의 구속에서 달아나기 위해 젤다는 스콧을 선택했고, 가난한 스콧에게 젤다는 상류층 신분에 (이용가치가 높은--;;)후광이 탐나는 놓치기 아까운 여자였음에 분명하다.

정략적인 면이 있었지만 노래와 춤, 계속되는 파티와 알콜속에서도 그녀는 빛이났고 어디서나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삶을 소진시키며 현실의 궤도를 일탈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동안 스콧과의 관계는 예정된 것처럼 파국의 길로 치닫고 젤다는 절망하면서도 갈망하는 모습으로 스콧을 바라본다.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으면서도 끝내 버릴 수 없는 이름으로 가슴에 간직한 젤다의 태양이자 신이었던 구포.(구포는 젤다가 부른 스콧의 애칭이다.) 가슴의 불꽃이 꺼지기도 전에 정신병동의 불꽃속에서 어이없는 생을 마감한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삶을 살다간 그녀.

분명, 픽션이라 했는데.. 픽션인데..

무슨 까닭으로 행복했던 순간들만 픽션처럼 읽히고 글쓰기를 꾸던 소망과 스콧을 능가하는 재능, 그녀 스스로를 파멸로 이끈 가슴속의 불꽃들은 만져질것 같은 다큐로 읽히는 건지..

 

불꽃속에서 살다가 불꽃속으로 진 알라배마의 영원한 노래 젤다 세이어.

그녀를 위해 해 줄 것이 아무것도 없음이 또 이렇게 안타깝다.

책만 자꾸 쓰다듬는다. 픽션이라고 했는데...픽션이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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