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 어린이 한국사 첫발 3
청동말굽 지음, 김혜란 그림 / 조선북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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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리에 얽힌 이야기라면 조선초 정몽주와 이성계와의 정쟁 싸움에서 이방원의 철퇴에 맞아 숨진 곳으로 명명되는 선죽교가 다였다. 대한민국의 발전사와 맞물려 수많은 다리들이 만들어지고 부숴지고를 반복했지만, 어릴때 배운 각인된 기억이라 그런지 수많은 다리들 사이에서 생각나는 다리는 선죽교 밖에는 잘 떠오르지 않았었다.

 

<다리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를 읽으며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자태와 사연이 담긴 다리들이 많구나..를 새삼 느끼고 다리마다 담긴 한구사의 애잔하고 의미있는 역사들에 새롭게 눈을 뜨는 시간이었다.

 

1장. 백성을 사랑하는 어진 와의 마음이 깃든 다리 - 살곶이 다리, 만안교, 수표교.

2장. 곧은 절개를 지닌 선비들과 함께한 다리 - 선죽교, 판석보.

3장. 깊은 궁궐의 비밀스런 기억을 가진 다리 - 월정교, 취향교,지당석교.

4장, 전쟁의 아픔을 겪은 다리 - 남박다리, 여수흥국사 홍교, 한강대교, 자유의 다리.

5장. 특별한 기억을 자진 다리 - 사근다리, 상섶다리, 성수대교.

 

5장으로 나누어진 테마에 맞춰 사연이 비슷한 다리들을 묶어 총 15개의 다리에 담긴 사연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익히 들어 온 다리도 있지만,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다리들이 더 많아 생소함을 더했지만, 그 다리마다 담긴 사연을 읽고는 마음이 짠~ 해지기도 하고 한국사의 아픔들이 고스란히 다리에 새겨져 있음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 진도 남도석성 앞의 남박다리

 

몽골에 대항해 고려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무릎을 꿇지 않은 삼별초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다리라고 한다.

몽고에 대항한 저항정신이 담긴 다리라고 생각하니 그 시대의 아픔이 함께 했으리란 짐작을 쉽게 할 수있지만, 다리에 깃든 아픈 한국사의 단면을 잠시 접어 두고 , 눈으로 감상하기에도 어찌나 아름다울뿐 아니라 소박하면서도 정교한지 보는 내내 감탄을 마지 않았던 다리다.

돌 하나 하나의 정겨움과 둥근 아치형의 완벽한 조화, 균형미까지 느껴져 건축이나 조형을 공부한 적이 없음에도 탄성이 절로 나왔다. 뒤로 울타리처럼 쳐진 남도석성의 배경까지 훌륭한 조화를 이뤄 우리다리의 멋과 아름다움을 한꺼번에 느낄 수있었다.

책을 들고 꼭 한 번 이 다리를 보러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한 다리다.

다리에 담긴 시대적 상황을 그림과 함께 보여주면서 아이들이 잘 알지 못하는 역사적 사실을 따로 설명해 주는 배려까지 있어 역사 공부에도 도움이 되게 하였음도 고마웠다.

당시의 상황을 어렵지 않게 구성한 이야기와 함께 남박다리가 남도석성 앞에 세워지게 된 상황을 읽다 보면 옆에서 맛갈나게 이야기를 잘 하는 할머니 무릎에 누워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몽고항쟁을 배울 땐, 지루했던 시대적 상황이 다리에 담긴 옛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하니 귀에 쏙쏙 들어온다는 아이의 대답을 흐뭇한 모습을 지켜 볼 수있었다.

옛 시대속에 나오는 다리 뿐 아니라 근대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성수대교에 담긴 가슴아픈 사연들도 다리를 보는 시각을 달리 하게 되었다.

돌이나 나무로 만들어진 다리뿐 아니라 철근으로 만들어진 다리도 우리의 역사가 되는구나...를 생각하며, 사람을 위한 다리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비극은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튼튼하게 잘 만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배우기도 했다.

등교하는 학생들, 출근길의 일반 시민들, 그위를 지나가던 자동차에 탔던 사람들이 느닷없는 사고에 목숨을 잃은 걸 생각하면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지만, 얼마되지 않은 사건이라 아이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말 이런일이 있었냐? 수차례 물으며 읽는데, 다리를 건널때 성수대교를 생각하며 혹시, 이 다리가 무너지면 어쩌나..하는 괜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지는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했다.

책의 마지막에 부록으로 첨부된 다리야, 너 어디 있니?는 이 책에 소개된 다리가 있는 위치와 다리가 갖고 있는 역사적인 기록들, 특징을 요약해 정리해 두었다.

이 기록들만 보아도 각 다리의 개성을 한 눈에 비교하고 역사적인 사건을 익히는데 부족하지 않다.

 

책으로 배우는 역사에서 조금 벗어나 우리나라에 산재해 있는 다리로 배우는 역사는 다리라는 소재로 국한되는 단점이 있지만, 다리를 통해 그 시대의 아픔과 사연을 연결시켜 쉬 잊혀지지 않게 각인시켜 주어서 좋았다.

더우기, 아이가 주변의 사물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고 동네에 놓인 다리도 예사로 보지 않는 관찰력도 좋아졌음도 덧붙인다.

 

역사라는 시간들이 존재했기에 지금 우리가 숨쉴 수 있는 것이고, 우리도 언젠가는 역사속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임을 안다.

역사와 역사를 이어주는 다리가 우리가 되 듯, 다리와 다리속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 또한 우리의 모습임을 느낄수 있었다.

 

우리의 이야기이자, 우리 민족의 이야기!!

생생하고 재미있는 다리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조상들의 멋과 강인하고 아름다운 정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날씨가 좀 더 따뜻해 지면 책을 들고 아이와 함께 현장학습을 떠나자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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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 20세기 한국사 1 - 일제 침략과 의병운동 특종! 20세기 한국사 1
이광희 지음, 이상규 외 그림 / 한솔수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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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다 알겠지만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 고려 조선까지 넘어 오면서 진을 다 빼 대한제국 성립부터는 근세가 되다보니 이전의 시대에 비해 시험출제 빈도가 낮고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소개되는 경우도 많아 대충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주마간산격으로 훑기가 일수고 자세히 모르면서도 잘 알고 있는 양 착각에 빠지기 쉬운 부분이 20세기의 한국사 부분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가장 많은 변화와 격동의 시간을 겪은 시간이 1900년부터 2000년 까지의 100년이다. 그 100년을 우리는 얼마만큼 깊이 알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면 이 책의 활용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제의 침략과 강점기, 해방 전후사, 산업화와 민주화, 6.15남북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 기자가 지겁 바롤 뛰어 기사를 쓰듯 잡지 형식으로 만든 책( 책머리에 쓰인 말 중)이 이 책이라는 소개로 볼 때, 우리가 간과해 온 현대사를 제대로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상식을 넓히고 지식의 축척까지 확대할 수 있는 유익한 책임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이 배우는 사회책 속의 국사는 딱딱하고 외울것 투성이라 아이들이 선호하는이 아니지만, 이 책 속에 담긴 역사 이야기는 다각화된 시선으로 다양한 접근으로 이루어져 있어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다는 점에서 점수를 또 한 번 줄 만하다.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한 장의 포스터로 처리해 놓아 사건의 핵심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강화도 조약은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려는 구실을 위한 우리에게는 불리한 조약이었구나! 갑신정변은 개화파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뭔가 잘못 되었구나, 안중근의사는 한 놈을 쐈는데, 그 놈이 이토 히로부미였구나...영화 포스터처럼 꾸민 한 장에는 주연 조연 개봉일시가 사건이 일어난 시대와 역사적 인물에 맞춰 구성되어 있어 일부러 외울필요도 없이 머리속에 쏙쏙 들어온다.

포스터 한 장으로 대충의 사건을 이해하고 나면 이렇듯 세세한 인터뷰를 통해 그 사건이 일어난 배경 역사적인 의의 우리의 입장과 일본의 입장등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평가 할 수 있도록 침을 튀기면서 열심히 설명을 보충시켜 주었다. 대충의 사건 전말은 아로 있었지만 인터뷰 내용을 읽는동안 어른인 나도 모르고 이었던 내용들을 알 수있어 책의 고마움을 다시 느꼈었던 부분이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이 영상에 길들여진 아이들이라 텍스트만으로 구성된 내용에는 금방 실증을 내게 마련인데 역사적인 사건을 만화로 구성해 뛰어 넘을 수 없게 만든 치밀함(?)도 흐뭇했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안중근의사의 모습이 얼마나 비장한지 글로는 충족시킬수 없는 표정의 디테일이 만화의 효과로 더 생생히 전달되었었다.

부모들이 제일 좋아하는 확인학습코너!!^_____^

시험문제처럼 정색을 하고 덤비는 것이 아니라 문제와 답 속에도 유머와 위트가 있어 풀면서도 재미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교과서에서 배우고 익힌 내용들이 전부 문제로 나와 공부에도 도움이 많이 되어 진작에 이 책을 봤더라면...하는 아이의 안타까운 혼잣말을 자주 듣게 되었다. 이제라도 알게 된것이 얼마나 다행인지..옆에서 듣고 있는 나는 흐뭇함이 더 했다.

뿐만아니라 같은 시간 20세기 전반에 일어난 세계 여러나라의 사건을 특파원들이 전해주는 코너와 그 시대의 유행과 새로 나타난 풍습, 생활모습도 눈여겨 볼 만 하다.

 

공부를 무조건 하라고 하면 하는 아이도 시키는 부모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주고 도와줄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 준다면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가지게 되는데 훨씬 수월하리라 본다.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은 역사 공부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에도 도움이 된다면 일석이조가 틀림없다.

 

<특종! 20세기 한국사>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20세기의 크고 작은 역사적 그림을 세세히 그리는데 많은 도움이 될 책임에 틀림없다. 일제 강점기가 시작되는 다음 시리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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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안에 달 - 작은 일상의 크리에이티브한 발견
김은주 글.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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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안에 달이 숨어 있었구나.

달을 품은 달팽이?^^;

달팽이하면 떠오르는 건 곤충계의 철학자라는 생각이다.

서두르지 않는 여유(?)와 사유하는 듯 움직이는 꾸준한 걸음걸이, 그리고 짊어진 내 집 한 채면 평생 족하지 않느냐는 안분지족의 삶의 자세.

다시보니 이름안에 달까지 품고 있었구나...오, 이 우아함이라니!!

 

<달팽이 안에 달>은 놓치기 쉬운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일상을 줌 업해서 바라보고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작가 특유의 감성을 풀어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아트 에세이다.

<1cm>라는 작가의 전작을 우연히 폈다가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가급적 빨리 읽지 말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으라고 경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다른 작품을 보고 싶던 차에 만난 <달팽이 안에 달>은 <1cm>느낀 감성의 흐름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거창한 고준담론을 소개하거나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자계서 용 핏발서있는 글이 아니라서 더 좋았다.

남들이 생각하는 것과 내가 생각하는 것, 같은 사물을 보면서도 달라질 수 있는 차이, 소소한 일상에서 깨닫게 되는 작은 철학, 감사할 줄 알고 상대를 인정 할 줄 알 때 느끼는 행복감..

'맞아, 나도 그런 적 있었는데...'

끄덕거림이 잦아지면서 글은 어느새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걸어 마음속으로 들어오더니 따뜻하고 환한 달 하나 띄워 놓았다.

 

남의 일기장을 몰래 들춰보는 설렘이더니 어느새 내 일기를 적어가고 있는 듯한 착각.

책 어느 페이지를 덥썩! 펴도 전혀 낯설지 않은 평범한 소시민들의 자잘한 일상이 오버랩되어 있고, 생각해 왔지만 미처 정리되지 않은 감성들이 펼쳐져 있고, 공감백배의 가지런한 생각들이 하이파이브라도 한 번 해야 할 듯 싶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책 앞의 재미있는 책 소개와 책 뒤의 등장인물 속에서 또 한 번 행복해진다.

일상 속 순수한 의미들외에 화학첨가물이나 인공감미료가 사용되지 않은점과 책의 유통기한은 구입 시점부터 빌려 준 뒤 실수 혹은 고의적 의도로 돌려 받지 못한 시점까지.

캐릭터의 (닥터, 사슴남, 종이컵인간, 햇맨, 소녀) 소개는 테마별 이야기에 적합한 이미지로  책 안 내용을 더 풍성한 상상력으로 읽게 해주어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좀 느리게 살아도 되는구나.

심호흡을 하고 주변을 둘러 볼 줄도 알아야 겠구나.

지나고 나면 이렇듯 아름다운 시간이 되기도 하는구나...

책읽는 내내 오랫 동안 알고 지낸 친구와 따뜻한 차를 나누며 마음속 얘기들을 나눈 기분이었다.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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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초등 국어 교과서 4학년 미리 보는 초등 국어 교과서
김임숙 엮음, 유현주 그림, 권오삼 외 글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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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성적이 중학교 3학년 성적이라는 광고를 전적으로 믿을 건 아니지만, 4학년부터 공부가 어려워지기 시작하는 건 틀림없다.

단순히 보이는 답에서 추리와 응용적 사고를 넓혀서 답을 생각해야 하니 어려워질 수 밖에!

사교육으로 인한 예비학습과 선행학습이 난무하는 방학은 어쩌면 아이들에게 방학이 아니라 방옥(放獄)이 아닌가 싶을 만큼 한학기의 진도를 나가고 또 나간다.

 

아이마다 기질이 다르고 특성이 다르겠지만, 내 경우에 선행학습이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만 줄 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지적 호기심이 충만해 새로운것을 배우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하는 아이에게 선행학습은 100%효과가 있겠지만,(주여, 저에겐 왜 이런 아이를 주시지 않으셨나요...ㅠㅠ)보통의 아이들에겐 선행학습이란 억지로 하긴 하지만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기쁨보다는 시키니까 어쩔수 없이 한다는 마음들이 대부분이다.

 

<미리보는 초등 국어 교과서> 이 책도 어떻게 보면 선행학습의 한 종류가 아닐까..여기지기도 한다.

선행학습 나도 싫고 아이도 싫어하는데 굳이 이런 책을 사서 보게 해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책이라면 호기심에 읽어보지만 교과서라는 말이 들어가고 보면 분명 '아..됐다구요!'할 게 뻔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나마 너무 넋놓고 살고 있는건 아닌가..하는 조바심과 불안감에서 였다.

초등 4학년 성적이 중학 3학년 성적이라는데..하는, 광고가 뇌리에 박혀 떠나질 않은 탓도 크다.(이 광고 카피라이터 상 받아야 될거다..그치만, 학부모에겐 너무나 가혹하고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광고다.ㅠㅠ) 

 

이런 전차로 이 책이 내 손에 오게 되었지만, 결론은 대에~박!! ^_______^

학습과 관련되었다는 부담감 전혀 없이 단편 동화를 읽는다는 생각으로 읽다보면 어느새 책 속으로 쏙 빠지게 된다.

창작동화에서 전래동화 위인전, 동시까지 각 단원에 맞춰 장르별 이야기가 골고루 담겨 있어 4학년 책 내용에 이렇게 재밌는 내용이 많구나!! 아이도 나도 너무 재밌게 읽었다. 더구나 2학기 내용까지 실려 있어 완전 감사다.

 

국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라고 하면 끝까지 한꺼번에 읽어 내기란 쉽지 않다.

교과서라는 선입견 때문에 읽기가 싫어지기도 하지만 책을 펴는 순간, 공부라는 피로감 때문에 딱, 보기가 싫어진다는게 아이의 말이다. 똑같은 교과서의 내용임에도 큰 글씨와 시원한 그림이 들어간 동화책 처럼 보이는 책이어서 그런지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단숨에 읽어내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

 

강요의 공부가 아닌 즐기면서 하는 공부, 학이시습지 열호아의 경지를 아이가 느끼게 된 것 같아 기뻣다.^^

선행학습의 폐해를 경험한 나에게 선행학습의 희망을 보게 한 책이다.

미리보는 초등 수학, 사회, 과학, 음악, 미술....혹시 이렇게 시리즈로 나오지 않을까? 

내가 더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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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평전 : 시대공감
최열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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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에서의 박수근

박수근이라는 이름을 어디서 처음 들었었나 생각해보니 고 박완서님의 소설 '나목'을 읽을 무렵이었지 싶다.

'나목' 속 인물중에 미군 P.X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가 박수근을 모델로 했다는 말을 흘리 듯 들었지만 그때 뿐이었고,

박수근은 미술과 무관하게 살아온 나에겐 먼 인물이었다.

그러다 남편의 직장관계로 잠시 강원도 양구에서 살게 되었는데 그때 박수근을 새롭게 만나게 되었고 그 우연찮은 만남으로 인해 박수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나라 화가 중 한 분이 되었다.

내가 살던 때만해도 문화적인 행사라고는 거의 없던 양구 좁은 시골 읍소재지에 (내 기억이 맞다면 )봄이 올 무렵 행해지는 '박수근 추모전'은 큰 행사였다.

아직 박수근 미술관이 양구에 생기기 전이었고, 그의 그림이 지금처럼 높은 경매가를 갱신하기 전 일 때의 일반인에게 막 알려지기 시작한 박수근을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추모전에 걸린 그림들의 진위을 떠나 황량한 읍소재지에서 만난 그의 작품들에서 받은 느낌은 '이렇게 단순하고 황량한 풍경의 그림에서 어떻게 이런 따뜻함이 스며 나올까?'였다.

거칠거칠한 질감과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단순하면서도 삶의 무게가 담긴 사람들의 모습,그리고 뼈대를 드러내며 굴하지않고 서 있는 나목들을 보면서 이전의 어떤 그림에서도 느낄 수없었던 '감동'을 느꼈었다.

인쇄한 그림을 팔기도 했던터라 그 중 한 장을 사서 한 동안 거실벽에 붙여 두고 봤었는데, 잦은 이사로 어디로 갔는지 행방은 묘연하지만 그림에서 받은 위로가 그림값(?)이 몇 백 배였음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박수근 평전

박수근의 일대기를 통해 함께 더듬어보는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책이다.

평전이라는 다소 딱딱할 수있는 장르지만, 평전이라기 보다는 전기에 가깝다는 느낌이었다.

태어나서 자란곳으로 부터 청년시절의 고생과 노년의 궁핍함까지 가는 동안 그의 손에는 항상 붓이 있었고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흑백의 조화로 독창적인 기법을 완성해 냄으로 한국미술사에 '박수근'이라는 이름을 새겨 넣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히 읽을 수 있다.

생전엔 늘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불운했던 화가였지만, '밀레와 같은 훌륭한 화가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던 어린시절 부터 그는 언제나 주변의 사람들의 모습에 애정을 가졌고 배경이 되는 학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수상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끊임없이 그리고 그려 내 분야를 개척했던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때론, 기존의 것을 답습하지 않은 그의 새로운 기법은 평론가들에게 질책의 대상이 되어 주눅이 들기도 하고 생활고로 인해 작품을 사달라는 편지를 적기도 하지만 언제나 그는 '진실한 생활에서 고귀한 예술을 추구'하는 예술가이고 싶어 했다는 것을 책 전반에 읽을 수 있다.

 

 

 

박수근은 매우 개성적인 작가로 회백색계의 단조로운 색조의 두꺼운 색층과 오톨도톨한 특유한 마티에를 가지고 한국의 토속적인 정서를 진하게 담았다.(P.255)

 

 

 

사후에 평가되는 그는 생전의 그가 받았던 대우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할 만큼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절대적인 입지의 인물로 평가 받게 되지만, 그의 삶을 돌아보면 안타깝고 안스러운 장면이 많아 더 가슴아프기만 하다.

 

'못된 세상의 변두리에서 조용히 그리고 남에게 힘이 겹지 않게, 그렇다고 대단한 위엄도 ,자세도 취해보이지 않는 채 일하고 있었다. 한눈 팔 겨를 없이 오직 정진과 애정, 영적인 자기 세계를 형성한 작가일 뿐만 아니라 한국적 작가의 하나의 이상상'(P253)이라고 말하는 석도륜의 회고는 박수근을 가장 정확하고 심도있게 파악한 사람이 아니었나 여겨진다.

 

다시 박수근

그의 그림은 이제 그림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귀한 느낌보다는 얼마에 거래되고있는 엄청난 그림이라는 인식이 앞서 개인적으로도 참 속상하다.

고흐가 그러했듯 생전에 그의 그림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늘 배가 고팠고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그림에 대한 애정과 애착을 버리지 않았기에 오늘날 우리는 박수근이라는 위대한 작가를 가질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그의 그림이 주는 따스함과 삶을 이겨내며 부지런히 살아가는 그림속의 조용한 사람들에게 나는 또 힘을 얻는다.

박수근의 그림이 여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따뜻하게 남아 있는 것은 그의 맑고 순수한 정신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림에 들어있어서가 아닐까? 여긴다.

 

그림에 전혀 문외한인 나를 한국 미술사 도록을 펼치게 하고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아오며 조명 받은 작가들은 누구였나를 살피며 화풍을 비교하게 한 건 순전히 박수근의 힘이다.

물론, 지금도 대부분의 화가를 알지 못하고 그림을 읽는 법도 보는 법도 잘 모르지만, 보이는 그대로 그림을 보면되고 느껴지는 그대로 감동 받으면 된다는 걸 알게 해 준 박수근에게 항상 감사하고 있다.  

 

인쇄된 그림으로도 원작 못지 않은 감동과 가치가 느껴지는 그림은 박수근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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