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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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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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생물들의 희한한 사생활
권오길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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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고 재밌게 풀어서 써 주는 책을 가장 좋아한다.

무엇에나 정통한 것이 없고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보니 어려우면 읽기 싫고 재미없으면 책을 덮게 된다.

그래서 원숭이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써 주시는 권오길 선생님을  존경한다.

살아있는 모든 생물들이 권오길 선생님의 글을 통하면 살아 숨쉬는 이웃이 되더라. 이름을 한 번 더 불러주게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 시켜 주고.


머위잎으로 쌈을 싸 먹다가가도 '이게 쌉싸름한 맛으로 입맛을 돋우는데는 최고지만 주위 식물을 질식시키는 무법자야, 그래서 우리가 식물계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많이 먹어 줘야 하는거지' 억지 논리도 펴고, 두더쥐와 같은 삽발을 가진 곤충이 땅강아지인데 땅강아지를 가장 즐겨먹는 대표적인 새가 인디언 추장의 머리장식을 쓴 후투티라는 새인데, 이 후투티는 말이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얘기로 아는 척도 좀 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교환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꼭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빗대어'알아두면 쓸데가 있긴하는거지?' 묻는 사람이 있는데 당연히 '오버 코올스~'다. 아는 게 힘이라고 하잖는가? 다 권오길 선생님 덕분이다.^^

 이 책의 맨처음에 소개되는 해양 동물이 개불인데 '발칙하고 민망스러운 해양 동물'로 소개되었다.

'발칙하고 민망스러'운에 하하 웃으며 개불에 담긴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있다. 비린내 나는 생선을 싫어하시는 부모님 덕분에 바다에서 나는 거라곤 갈치와 고등어 밖에 모르던 남편이 직장을 따라 바다가 있는 동네로 근무지를 옮겼을 때다. 새로 온 직원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동네 이장님이 인사차 수고 한다며 개불을 물통 가득 가져 오셨는데, 개불이 물에 퉁퉁 불어 있는 걸 처음 본 남편은 그야말로 발칙하면서도 민망스런 자태를 보고 기겁을 했고, 어떻게 먹는 건지도 모르겠고 (민망스런 자태로 인해) 먹을 용기도 생기지 않아 이장님 가시고 나서 그대로 바다에 방생을 해버렸다는!!ㅠㅠ

물어나 보지,그 비싸고 맛있는 걸...나한테 엄청난 지청구를 듣고서야 그 퉁퉁불어 요상스레 생긴 바다 생물이 '개불'이었음을 알았고 지금은 없어서 못먹는 개불 킬러가 되었다.^^

서양 사람들은 개불을 '남근 물고기(penis fish)'라고 보이는 그대로 쓴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았고 남편에게 이야기 해 주며 옛일을 회상하며 또 한 번 웃었다.


4부로 나누어진 책은 바다생물에서 시작해 조류,  곤충, 육지동물, 나무, 채소, 꽃에 이르기 까지 생물에 대해 총망라해 놓은 생물도감과도 같은 책이다. 거짓말 않고 빠진 동.식물 빼고는 다 있다.

사찰 주변에 왜그렇게 꽃무릇이 많은지, 박새와 곤줄박이 그리고 동박새가 어떻게 다른지,사는곳 마다 얼룩말의 줄무늬 수는 왜 틀린지 그리고 횡단보도를 zebra crossing이라고 하는 것도 아하! 하며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단순히 생물학적 특성만 소개해 놓은것이 아닌 저자의 생각과  소회, 경험과 유머까지 곁들여 놓아 독자들에게 '원숭이도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겠다' 약속도 지켰을 뿐더러 재미와 감동을 준다는데 더 큰 고마움이 있다.

영화의 등급을 따르자면 '전연령가독'이다.

이번 여름 휴가에 산이든 바다든 들판이든 어디를 가든 이 책을 들고 간다면 분명히 할 얘기가 생길 것이고 이야기 또한 풍성해질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주변의 사소한 풍경에 관심을 기울이고 풍경속에 아무말 없던 배경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환타지를 경험하게 될 지도 모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보아야 사랑스러운 것은 풀꽃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진.심.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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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갈자리에서 생긴 일 (특별판) 작가정신 소설향 15
이응준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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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 띠, 별자리... 구분지어 정의하고 틀에 가두어 생각하려는 것에  불편해 하는 나는, 내 혈액형이 뭐니 어떤 성향이고 띠가 대체로 그렇다더라 하는 얘길 듣곤 하지만 그런가?하고 괘념치 않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혈액형이 뭐라서 어떻다느니, 무슨 띠라서, 무슨 별자리라서 그런 얘길 (재미라곤 하지만)신봉하는 사람과는 얘기를 하기 싫어진다. 그런 틀이 사람을 가두어 더 편협해지고 크게 볼 수 있는 시야를 가리고 있을 것만 같아서.

관심이 없어서 그렇겠지만, 내가 태어난 별자리 정도는 알고 있지만 별자리에 담긴 특별한 이야기를 궁금해 본 적이 없다. 사실 별자리가 몇 개인지 어떤 별자리가 있는지도 정확히 모른다.

이응준의 [전갈자리에서 생긴 일]을 읽으며 전갈 자리라는 별자리가 있었구나..했다. (만약, 전갈 자리가 아닌 도마뱀 자리거나 돌고래 자리라고 했어도 나는 의심없이 그런 태생의 별자리가 있었구나..했을 것이다.)


11월 겨울밤, 전갈자리의 인생을 강요 당해 태어난 사람의 얘기다.

전갈은 절지동물 중에서 제일 먼저 육상을 정복한 무리라고 알려졌다고 하니 그 삶이 치열하기도 하겠지만 녹록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전갈자리 주인공의 생도 그러하다.


작가는 잔인한 어둠에 갇힌 한 사내의 몰락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의도한대로 효신이라는 이름을 가진 재벌 2세로 추정되는 이 사내는 베트남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온갖 향락과 탐닉에 빠져 산다.

섹스, 마약, 술, 여자 어느것 하나 정신적 공황을 메워 주지 않지만 타락의 끝에 다달아야 타락을 끝낼 수 있을 것 처럼 방탕하고 방종한 삶을 계획하고 계획한대로 실천해 간다.

그를 이해하기 위해선 정신병원에서 야윈 가슴 가운데에 쪼개진 유리창을 꽂고 자살한 재벌의 첩이었던 엄마가 있고,

사랑하지 않지만 재벌가의 명분을 유지시켜 줄 G라는 약혼녀가 있고, 거부 할수 없는 팜므파탈의 베트남 여인 T가 있다.

효신은 자신이 타락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한국에 돌아갈 수 없음도 알고 있다. 

마지막 기회로, 한국행을 택하고 악마의 아내인 T를 거부하기위한  자유의지를 선택 했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시피 파멸이라는 늪이 그를 쉽게 빠져나가게 하질 않는다. 계획했던 대로다.

타인의 행운에 기뻐하는 시간보다는 불행에 할애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것을 인정한다.

11월 추운날 전갈자리 태생의 한 사내 이야기의 끝을 읽으며 그의 불행에 대해 마음 아팠지만, 그의 불행에 시간을 할애하며- 처참하지만 끝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사람은 전갈자리니까 태생이 암울할 수 밖에 없었던 거라고! 운명에 대해 도전하며 이겨 내려는 노력을 한다면 전갈자리가 아니지...생전에 믿지 않았던 별자리 특성을 갖다 붙이고  몰락과 함께 그가 원했던 붉은 장미로도 제비나비로도 태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When this marine dies he will go to heaven becuse he has wasted his youth in hell.

베트남 시장에서 산 지포 라이터에 새겨진 문구처럼  그가 지옥에서 청춘을 낭비한 만큼 죽어서 천국에 임했기를 바랐다.


책 뒷편에 실린 이응준 작가와의 인터뷰는 책 내용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되었지만, 이응준이라는 작가가 어떤 사람인가를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어 끝까지 흥미롭게 읽었다.

그리고, 내가 전갈자리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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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올빼미 농장 (특별판) 작가정신 소설향 19
백민석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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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작가라고 알고는 있지만 그의 작품을 한 권도 읽지 않았을 때, 난감해진다.

특히, 서평을 쓸 때는 더 ---

이전에 어떤 책을 읽었는데 좋았다, 이상했다, 이번책은 달랐다, 비슷했다 뭐 이런 얘길 한 줄 정도 적어 줘야할 거 같은데 아는게 없으니 뭐라 할 수가 없다.

말로만 듣던 엄친아와 마주쳐서는 '니가 말로만 듣던 그  엄친아냐?' 대 놓고 묻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얼마나 잘났길레 하며 짧은 순간 하나하나 따지고 파헤치고 할 겨를도 깜냥도 못되니 난감할 수 밖에.

고작 한다는 말이 (진실은 차치하고) '만나서 반가워' 정도?


백민석이라는 알려진 작가의 처음 만나는 단편 '죽은 올빼미 농장'은 나쁘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읽게 되어 조금 반갑기까지 했다. 책을 덮을 즈음엔 '다음에 또 만나' 내가 가려는 그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고 싶어졌다.

잘못 배달된 두 통의 편지 속에 적힌 (존재조차도 모호한) 죽은 올빼미 농장을 찾아 떠나는 로드뷰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 얽히고 헝클린 인간관계의 근원을 찾아 보고 싶은 내면을 향한 로드뷰로 읽히기도 했다.

제목에서도 암시되는 어딘가 음침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소설 전반에 깔려 있는데, 어릴 적 자장가를 기억해 내려는 주인공의 도착적 증세와 사람인지 인형인지 구분이 모호한 주인공과 끊임없이 복화술로 대화하는 '인형'이라는 존재가 그렇다. 


평범하지 않는 주변 사람과 평범하지 않는 주변의 물건들도 이 소설의 분위기를 조금 더 암울하게 한다.

아이를 낳고 싶어하다 자살로 마감하는 게이 가수, 태어난 동네와 살던 아파트 주변을 벗어나 본 적없는 연인, 어릴적부터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서른이 넘은 작곡가인 남자의 자아가 투영된 인형(人形), 그리고 천정에 매달려 기괴하게 울어대는 앵무새 오르골-


누구 하나 사람과의 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매달리려 하지 않는다. 나름의 처철한 몸부림이 있었겠지만 미련없이 생을 포기하고 아쉬움 없이 인연을 정리하고 상관없는 일에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약간의 도착증과 편집증을 가진 주인공은 실체가 없는 사람이 보낸 실존하지 않는 죽은 올빼미 농장을 찾으려 필요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려 한지도...


죽은 올빼미 농장이 있었으리라 추측되는 근방에 들샘을 파서 인형을 던져 넣으며 인형과 그렇게 애타게 기억해 내려던 자장가의 완성된 복원을 포기한다. 주인공도 왜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자장가를 왜 부르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신인 가수에게 부르게 함으로써 그를 둘러싸고 있던 어두운 깊은 심연에서 빠져 나오려 하는 듯 했다.


'죽은 올빼미 농장'이 작가가 소설가를 그만두기 바로 전에 나온 책이라는 말을 되새겨보면 작가의 마음이 얼마나 어둡고 깊은 우물속에 있었는지를 가늠해 보게 된다.

누군가에게 선물로 줄 들샘을 죽은 올빼미 농장 근처에 팠듯이 독자들의 마음에 마르지않는 샘물을 퍼올리는 글을 오래 오래 쓰는 작가가 되기를...

그래서, 나도 알려진 작가의 재미있는 책을 계속 읽어 가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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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 (특별판) 작가정신 소설향 11
정영문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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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은 참 맛있게 먹는데 나는 어쩐지 비위에 맞지 않아 반 도 못먹는 음식이 있다.

그날의 기분 탓 일 수도 있고 원래 내 취향이 아니라서 그럴 수 도 있지만, 이런 경우 기분 탓을 하기 보단 취향에 안 맞다고 단정하고 다시 찾지 않았다.

그러나, 삶에 있어 절대라는 장담은 하지 않는 것이 살아가는데 유리하다는 걸 알고부터는 여지를 남겨 둔다.

'다음에 니가 먹을 때 한 입만 먹게 해 줘 봐~' 그래서 취향에 안맞았던 게 아니라 내가 제대로 그 맛을 몰라서 그랬구나를 알게 된 음식이 늘어가고 있다.  피(육즙이라고?^^)가  질질 흐르는 스테이크, 고약한 냄새로 썪은 걸 왜 먹지 싶었던 두리안, 코를 쥐어 짜면서도 또 먹게 되는 홍어...


정영문의 문학이 그렇다.

내로라하는 문학상이라는 문학상을 다 탄 작가인데 이 뭔가? 이건 어쩐지 재미가 없을 뿐더러 지리멸렬하기까지 하지 않나 싶었다. 내 취향이 아니어서 그런가? 싶으면서도 문학상을 줄 땐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내가 수준 높은 글을 읽어낼 줄 아는 깊이가 부족하거나 그의 문장 맛을 제대로 알기엔 그날 기분이 좋지 않아 그랬겠지..애써 속상함을 감추며 다음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드디어 '하품'이 내게로 왔다.

일단은 양이 많지 않아 질리지 않게 얇고 날렵한 모습으로!


오후의 동물원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자가 세 시 십사 분을 지나 네 시가 되기 전 헤어질 때까지의 이야기다.

이전에 잠깐 같은 일을 했었던(아마도 그 일이란게 청부살인 비슷한 떳떳한 일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두 사람이 지난날을 회상하거나 서로를 조롱하거나 의미없는 일상의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 나간다. 주제도 없고 맥락도 없고 그때 그때 생각나는 일과 사람들과 자신들의 근황을 비 맞은 중처럼 중얼거리다가 맞받아 치다가 어두운 내면으로 침잠되어 간다.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도 하품을 하지만, 읽는 독자도 하품이 나올 법한 지리멸렬한 대화이고 극적인 사건이 없는 전개다.

그렇지만, 이 얇고 날렵한 책이 가진 무게가 만만찮음은 책을 읽을 수록 알게 된다.

휘리릭 넘어가는 책도 아니고 휘리릭 넘길 책도 아니다.

'비루한 두 인간'이 서로를 멸시하고 조롱하면서도 끊임없이 서로를 위로하고 관심의 소멸에서 비껴 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썪은 사과를 나누어 먹고 코끼리에게 줄 강냉이를 아낌없이 내어 주면서 아직은 삶의 경계 안에 있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 그들이 하는 대화의 대부분이 하품만 나오는 말꼬리 잡는 얘기라 할지라도 생각해 보자- 우리라고 누구와 거대담론으로 조국의 위기를 걱정하며 우국충절의 결의를 다진 대화를 한 적이 있었던가를!

누구에게나 자기가 하는 말이 자신에게는 가장 절실하고 중요한 일에 관한 것들이 아니겠는가?


"아무런 문제도 없는 상태가 계속되는 게 두려워. 변화하지도, 진화하지도 않는, 전개도 반전도 없는, 다만 끈질기게 유지되는 생이 있을 뿐이지..."


그들의 중얼거림은 비루한 인간들의 무기력한 대화가 아니라, 깨달음의 경지에 올라선 선사들의 경전같은 말로 읽히기도 했다.

내가 무얼 읽었든 무얼 느꼈든 이전보단 훨씬 편한 마음으로 정영문의 작품을 마주했다는 것이다.

'못하는 말이 없다'고 핀잔을 받을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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