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올빼미 농장 (특별판) 작가정신 소설향 19
백민석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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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작가라고 알고는 있지만 그의 작품을 한 권도 읽지 않았을 때, 난감해진다.

특히, 서평을 쓸 때는 더 ---

이전에 어떤 책을 읽었는데 좋았다, 이상했다, 이번책은 달랐다, 비슷했다 뭐 이런 얘길 한 줄 정도 적어 줘야할 거 같은데 아는게 없으니 뭐라 할 수가 없다.

말로만 듣던 엄친아와 마주쳐서는 '니가 말로만 듣던 그  엄친아냐?' 대 놓고 묻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얼마나 잘났길레 하며 짧은 순간 하나하나 따지고 파헤치고 할 겨를도 깜냥도 못되니 난감할 수 밖에.

고작 한다는 말이 (진실은 차치하고) '만나서 반가워' 정도?


백민석이라는 알려진 작가의 처음 만나는 단편 '죽은 올빼미 농장'은 나쁘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읽게 되어 조금 반갑기까지 했다. 책을 덮을 즈음엔 '다음에 또 만나' 내가 가려는 그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고 싶어졌다.

잘못 배달된 두 통의 편지 속에 적힌 (존재조차도 모호한) 죽은 올빼미 농장을 찾아 떠나는 로드뷰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 얽히고 헝클린 인간관계의 근원을 찾아 보고 싶은 내면을 향한 로드뷰로 읽히기도 했다.

제목에서도 암시되는 어딘가 음침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소설 전반에 깔려 있는데, 어릴 적 자장가를 기억해 내려는 주인공의 도착적 증세와 사람인지 인형인지 구분이 모호한 주인공과 끊임없이 복화술로 대화하는 '인형'이라는 존재가 그렇다. 


평범하지 않는 주변 사람과 평범하지 않는 주변의 물건들도 이 소설의 분위기를 조금 더 암울하게 한다.

아이를 낳고 싶어하다 자살로 마감하는 게이 가수, 태어난 동네와 살던 아파트 주변을 벗어나 본 적없는 연인, 어릴적부터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서른이 넘은 작곡가인 남자의 자아가 투영된 인형(人形), 그리고 천정에 매달려 기괴하게 울어대는 앵무새 오르골-


누구 하나 사람과의 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매달리려 하지 않는다. 나름의 처철한 몸부림이 있었겠지만 미련없이 생을 포기하고 아쉬움 없이 인연을 정리하고 상관없는 일에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약간의 도착증과 편집증을 가진 주인공은 실체가 없는 사람이 보낸 실존하지 않는 죽은 올빼미 농장을 찾으려 필요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려 한지도...


죽은 올빼미 농장이 있었으리라 추측되는 근방에 들샘을 파서 인형을 던져 넣으며 인형과 그렇게 애타게 기억해 내려던 자장가의 완성된 복원을 포기한다. 주인공도 왜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자장가를 왜 부르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신인 가수에게 부르게 함으로써 그를 둘러싸고 있던 어두운 깊은 심연에서 빠져 나오려 하는 듯 했다.


'죽은 올빼미 농장'이 작가가 소설가를 그만두기 바로 전에 나온 책이라는 말을 되새겨보면 작가의 마음이 얼마나 어둡고 깊은 우물속에 있었는지를 가늠해 보게 된다.

누군가에게 선물로 줄 들샘을 죽은 올빼미 농장 근처에 팠듯이 독자들의 마음에 마르지않는 샘물을 퍼올리는 글을 오래 오래 쓰는 작가가 되기를...

그래서, 나도 알려진 작가의 재미있는 책을 계속 읽어 가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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