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사는 집
정정화 지음 / 연암서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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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표현은 다를 수 있지만 기분이 좋고 나쁨을 가려 낼 수 있다. 직접 느껴보지 않았지만 그런 기분이었을 거야..하는 공감을 이끌어 낼 수있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어떤 환경은 직접 체험해 보지 않고는 표현의 한계를 느낄때가 많다. 우주 체험같은 살아생전 경험해 볼 가능성이 희박한 공간이어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공기의 흐름이 있는 것이다.

정경화 작가의 [고양이가 사는 집]은 향토색이 짙다. 시골 농촌에서 살아 본 사람만이 쓸 수있는 시골의 정서와 피부로 느껴 온 세세한 애증의 풍경들이 글 속에 녹아있다. 멀수록 더욱 둏은 목가적인 풍경과는 거리가 있는시골에 살아 본 사람들만이 아는  삶을 지탱하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하는 관계와 사건들에 대해 작가는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우리를 안내한다. 인심좋고 순박하기만 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라고 생각하며 들어갔다 눈뜨고 코 베여 가는 곳이 서울만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주는 독한면도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비슷하다는 큰 틀에서 그 곳이 아니면 느낄 수없는 특별한 이야기들이 실린 책이 [고양이가 사는 집]이다.


다문화 가정,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부, 독거노인, 희망이 없는 젊은이,실직한 가장... 무두 10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사회전반에 걸친 약자와 소외계층의 사람들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농촌을 배경으로 할 때 작가의 문장은 빛나고 사람들이 더 돋을 새김되어 보이는 것은 작가의 태생지와 연관되어 읽히는 까닭일 수도 있겠다. 이주해서 배운 삶이 아니라 태생적으로 스민 삶이 녹아있는 글이라는 걸 시골이 태생인 사람은 금방 알 수 가 있다. 나처럼.


단편의 모두가 조금씩 어둡고 지치고 나름의 수렁 속에서 허우적대는 주인공들로 인해 읽는 독자도 함께 힘이 든다. 모질지 못한 사람은 모질지 못한 대로 억척스런 사람은 억척스런대로 입장이 있음이 이해가 되었다. 절대 악이 아닌 보편적인 정서와 상식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펼쳐지는 사건들이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나 그렇지...하는 누구의 편이 되어 소설이 읽히지 않음이 작가가 인물을 그려내는 힘이구나 생각했다. 


단지, 인물들이 그들이 가진 개성들을 한 껏 치닫게 내버려 두지 않고 어느선에서 슬그머니 거두어들여 무마시키고 다독여 삶을 이어가기를 작가가 관여하고 있는 듯한 작품이 몇 보인것은 아쉬웠다. 비슷한 듯 저마다의 힘든 삶이어서 안됐고 보듬어 주고싶지만 고만고만한 동네 사람들 이야기로 기억에 남는 사람없는 모두가 주인공이고 모두가 조연이 된다면 속상할테니까.


책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동네 아저씨, 할아버지, 아줌마, 아직도 시골에 살고 있는 친구 얼굴이 오버랩되어 읽혀 그들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다.  책 안의 사람들도 책 밖의 사람들도 모두 무언가에게 기대고 위로 받으며 잘 살고 있길..

비록, 그 대상이 길 고양이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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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으로 그린 그림
김홍신 지음 / 해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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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잠깐 짝을 했던 아이는 전교 1등을 하던 애였다. 섬이었고 시골이었던 학교에서 서울대에 원서를 쓴 아이였던지라 학교도 선생들도 관심의 대상이 되던 아이였다. 공부와 거리가 멀고 노는 일이라면 어디든 빠지지 않고 머리를 디밀던 나였는데 어쩌다 전교 1등과 짝을 하게 되었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짧은 기간 동안 전교 1등을 지켜 본 결과 (그땐 공부에 관심이 없었던지라 학이시습지 열호아의 경지가 어떤건지 알 지를  못했다.) '얘는 공부가 없었다면 참 심심했겠구나' 였다. 잠깐씩 졸기도 했지만 진짜 공부만 했다. 잠깐 공부하고 내내 퍼질러 노는 나랑은 차원이 다른 아이였다. 나와 다른 차원의 아이가 있다는 건 인정할 수 있었지만 나와 짝을 차원이 다르게 대하는 선생들의 태도는 인정하기 힘들었다.

그때 알았던 것 같다. 차원이 다른 사람들이 있고 차원에 맞는 대우가 있다는 것을!


세대를 약간 거슬러 올라가면 김홍신은 잘 몰라도 '인간시장의 장총찬'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다.

어지럽고 암울하던 시대에 가난하고 없는 자의 편이 되어 신출귀몰 협객으로 어디선가 누군가의 무슨일이 생기면 나타나 정의의이름으로 나쁜놈을 처단하고 억울함과 부당함을 해결해 주던 서민의 영웅 장총찬!

모두 그에게 열광했고 시대의 희망이자  우리의 친구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장총찬을 탄생시킨 사람이 김홍신 작가다!

'인간시장'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밀리언셀러 작가가 된 김홍신이 이후 국회의원이 된데는 장총찬의 그림자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물론, 의정활동도 열심히 했고 평가도 좋아 8년 연속 의정평가 1등 국회의원이었지만 그 열정과 소신으로 글을 썼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의 아쉬움이 있다.  

다시 글을 쓰는 작가로 돌아 온 김홍신은 한국 문학사에 있어 자신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아무에게나 붙은 수 없는 '최초'의 타이틀을 가진 작가이자 밀리언셀러 작가다.

그는 차원이 다른 작가인 것이다.

차원이 다른 작가의 신작 [바람으로 그린 그림]은 고희에 이르러 쓴 사랑 이야기다.

추억과 상처를 끌어나는 영원한 사랑의 향기를 찾는 '사랑과 용서로 짠 그름에는 바람도 걸린다'는 잠언의 한 구절 같은 말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작가의 세례명이기도 했었던 '리노'와 '모니카' 그리고 리노의 아들 '시몬'과 모니카의 딸'아녜스'로 이어지는 2대에 걸친 이루어 질 수없었던 사랑이야기다.

평범하지 않은, 운명적인 인연과 해독제가 없는 사랑 얘기를 써 보고 싶어서 작가 추억의 일부를 꺼내고 상상을 한껏 보태어 뜨거운 열정도 휴머니즘으로 발전해야 아름다움이 지속된다는 생각으로 원고지를 닦달해가며 쓴 소설이라고 한다.  

어쩌지-

차원이 다른 작가에게 해도 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실망했다.


TV드라마에서 물리도록 봐 온 출생의 비밀, 가난한 연인을 위한 헌신과 어쩔 수 없는 이별, 뜻밖의 죽음, 병마로 인해 눈 녹듯 사라지는 갈등요소, 모두가 해피엔딩.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의 소설이니.

그렇지만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있듯, 독자들에게도 차원이 다른 소설가에게 바라는 차원이 있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장총찬이 밧줄을 메고 건물을 기어오르고 지하실 문을 박차고 악의 소굴을 일망타진 할 때 먹혔을 이야기다.

그땐 아직 순애보가 살아있었고 신파가 먹혔으며 이렇듯 많은 막장 드라마가 선보이기 이전이었으니!

순애보가 나쁘고 신파라서 유치하다는 게 아니다.

순수한 사랑의 주제는 좋았으나 접근 방식의 낡아서 슬펐다. 운명이라고 하기엔 너무 억지스럽고 억지스럽게 꼬였던 운명들이 한 순간에 실타래 풀리듯 풀려 갑작스런 해피엔딩이라니-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그렇게 쉽게 이해가 되고 용서가 된다면 그렇듯 많은 막장 드라마가 재탕 삼탕을 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팔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 차원 높은 눈으로 보면 이 모든게 다 이해고 용서인 걸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라는 속담을 쓴다면 차원 다른 작가에게 행하는 청맹과니 독자의 무례이자 시건방일까.

그래도 끝까지 읽었다. 


내 짝을 결국 서울대에 입학을 하지 못했고 재수를 해서 선생님이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차원이 다른 선생님으로 차원을 나누지 않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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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비법 100문 100답 - 각종 자격증과 모든 시험 100% 합격한다! 100문 100답
곽상빈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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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인 중에 자격증 시험에 떨어져 본 적이 없다고 얘기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듣는 바로 머리가 특별히좋은 것도 아니고 노력형도 아닌데 그럴 수 있나? 미심쩍고 의아하기도 해서 비결을 좀 알려달라고 했더니, 답인 즉,

'붙을만 한 곳만 응시를 하면 된다'였다. 음, 그러면 그렇지......에레이!!


한동안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재수없다는 소릴 들어야 했던 책 제목이 있었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아- 어쩌란 말인가?

'공부가 제일 싫었어요'도 아니고 '공부가 제일 미웠어요'도 아닌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니!!

그런 얘길 할 수 있기까지의 과정과 내용은 별개로, 얼마나 싫고 어려운 일을 많이 겪었길레 이런 얘길 할 수 있나? 싶기보다는 그래, 머리 좋은거 자랑하냐?로 괜히 트집을 잡고 싶어지는 제목이었다.


공부가 제일 쉬운 사람들에게서 받은 트라우마가 채 가시기도 전에, 표지도 강렬하다! [합격비법 100문 100답]이 나타났다.

각종 자격증과 모든 시험 100%합격을 목표로 하는 30여개 자격증 소유자의 시험 합격비법을 공개한 책이다.

소위'합격의 신'으로 불리는 저자는 어떤 시험이든 반드시 '합격'할 수 있는 시험유형별 공부법을 공개하면서 '합격'을 바란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흠, 예사롭지가 않다...

수능 6등급에서 연세대학교 우등 졸업과 자격증 30개라니!

역시,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기를 죽일 셈인가?

아니라고 잘라 말할 순 없지만, 아무래도 밑바닥의 점수부터 시작한 사람이 쓴 책이니 뭔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썼지 않았을까? 위로와 기대가 되었다.

열등생에서 우등생이 되기까지의 과정 동안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 나만의 공부법을 터득한 결과물이라고 밝힌 이 책의 내용은 매우 친절의 점수를 줄 만하다.


흔히, 공부엔 왕도가 없다고 한다.

그저 열심히 하는 방법 외엔 딴 방법이 없다는 얘긴데, 모두 열심히는 하지만 점수가 천차만별인 까닭은 공부의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넓게 파는 것이 깊게 파는 것이다' 말처럼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부터 모든 시험의 노하우, 객관식 시험, 주관식 시험, 공무원 시험, 전문직 시험,내신과 학점, 수능까지 세상의 모든 시험에 대한 합격비법을 집약해 총망라한 '합격비법서'다.


결론은, 열심히 하면 된다!지만  합격으로 가는 통로마다 등불을 걸어두고 길을 인도해 주고 있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진작 읽었으면 좋았을 걸 싶은 노하우와 충고도 많았다. 이 나이에 다시 수능을 치거나 전문직 시험에 응시할 건 아니지만, 앞으로 수많은 시험에 노출되어 있고 수많은 시험을 거쳐야 하는 아이에게 주어 힘을 실어 주고 싶은 책이었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번외버전 '시험을 제일 즐겼어요'로 축약되는 책이다.

저자 블로그는 ttogong.com.또공 쩜 컴. 또 공부하고 있나보다. 부럽다. 이런 아들 둔 부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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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이다 2 : 이등병 편 - 몸으로 쓴 나의 군대 이야기 나는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이다 2
윤태상 지음 / 바른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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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이다] 1권 훈련병 편에 이어 2권 이등병 편이다.

인간은 민간인과 군인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는 시절 중, 민간인에서 군인으로 변신해 가는 과정을 그린 파란만장 훈련병 시절을 지내고 본격 군인으로 살아가는 이등병 시절 이야기들이다.

http://blog.naver.com/acacia0703/221081633592


작가의 이등병 시절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까라면 까던 그시절의 군대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더 호감을 가지게 된 것은 익숙한 지명들 때문이다.  

양구, 2사단 노도부대, 32연대, 내린천, 광치령, 리빙스턴교...수없이 등장하는 지명들은 나도 잘 알고 있는 동네였다.

5년을 양구에서 살았었다.

작가가 군대생활을 하던 시절보다는 15년 쯤 후의 일이지만, 그때도 양구는 오지였고, 오지게 추웠고, 군인들이 생활하기엔 악조건을 골고루 갖춘 악조건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은 읍이었다. 읍내 장날에 나가보면 사람 반 군인 반인 동네, 군기 사고로 인해 외박이나 외출이 금지되어 장기화되면 지역경제가 마비되어 군청에서 군기관으로 민원을 넣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그 시절이 좋았고 그 동네가 그리워지곤 했다.

작년엔가 내가 살던 동네에 박수근 미술관이 생겼다고 해서 다녀왔는데 소박하고 아담하면서도 자연과 조화를 잘 이룬 멋진 미술관이었다. 굽이굽이 지나던 신남 고개는 쭉 뻗은 길로 변했고 소양강을 거슬러 춘천으로 오가던 배를 타던 시절은 옛시절 정취를 느낄 때나 타는 배가 되었다고 했다. 춘천까지 터널이 뜷려 쾌속선 보다 빠르게 춘천시내를 갈 수있게 되었었다. 격세지감, 상전벽해...는 이럴때 쓰는 말이라는 걸 실감하고 온 여행이었다.


이런 기억이 있어 양구를 모르는 사람들이 2D로 읽을 내용들을 나는 3D 입체 영화를 보듯 읽을 수 있었다.

행군의 힘듦을 이야기 할 때 지나간 지명들은 내가 드라이버 하면서 지나던 운치있던 길이었고, 야외 훈련 대항군으로 뛰어다니던 산은 산나물을 채집하러 다니던 장소였다. 어느 고개, 어느 동네 할 때 마다 맛집이 생각났고 청정지역인 양구군 일대의 아름다운 명소들이 생각나 힘든 군시절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나는 내 추억과 오버랩되어 더 크게 웃거나 더 마음이 아팠다.


1권의 훈련병 시절에 못지않게 자대 생활도 녹록치는 않았다. 2사단 중에서도 가장 힘들다는 스키부대에 배치를 받은 작가는 온갖 훈련과 교육을 받으며 새로운 임무를 익히기에도 힘든 시간을 고참들의 얼차려와 허드레 일로 더 힘들어 했음이 안타까웠다.

지금 군 생활을 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작가가 생활했던 그 당시의 군대생활을 하라고 하면 군인권센터가 업무폭발로 먼저 문을 닫게 되지 싶다. 잘해도 맞고 못해도 맞고 내 잘못으로 얼차려 당하고 동기 잘못으로 얼차려 당하고...'그땐 그랬지'하며 웃을 수 있고 그것도 전우애의 한 갈래였다고 회상하는 대목에서 또 격세지감을 느꼈다.


'요새 군대는 너무 편해졌다' 이런 말을 자주 듣는데 정작 부대 안에서 군대생활을 하는 병사들에게 물어보면 '단군 이래 이렇게 힘들고 팍팍한 군시절이 없다'는 게 공통된 주장이다.

누구에게나 자기가 닥친 현실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법이니..할 말은 없다!

그렇게 힘든 시절을 건너 건너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으로 제대한 작가나 수많은 대한민국의 군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는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이다]가 제목인 걸로 봐서 앞으로 일등병 편, 상병 편, 병장 편이 계속해서 출간 될 예정인 듯 하다.

앞 권의 서평에서 말했지만 꼼꼼하고 세세한 기록에 의거한 그 시절 군생활을 전방위로 조명해 주는 이야기들이다. 새겨 들을 말도 있고 공감되는 이야기도 있고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도 많다.

단지, 아쉬운 점은 이야기가 너무 사실적 이야기로만 구성되어 있어 다소 건조함과 지루함이 있었다는 거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고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인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거의 없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에선 나올 수도 있겠지만..) 훈련병, 이등병시절의 이야기라 군기가 바짝 들어서 간장인지 콜라인지 구별하기 힘든 어리버리한 시절이었다해도 분명 그런 속에서도 재미있는 일은 있었을테고 웃기는 병사 한 명쯤 있기 마련인데...대부분은 괴롭히거나 갈구는 고참들이고 가끔 진지하고 인간적인 고참들이 등장한다. 웃을 여유가 없었던 건지 작가는 별로 그런 얘기는 쓰고 싶지 않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독자는 그렇다. 눈물속에서도 웃음이 있는 이야기를 읽고 싶어한다는거.


이건 소설이 아니고 기록물에 의한 실화라고! 조선왕조실록에 버금가는 이 시대의 기록 유산물이라니까!

이렇게 얘기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유머없는 고참들 속에서 생활했을 작가의 이등병 시절이었다면  암울하고 유머를 배제한 기록이었다면 우울하다.

다음편에서는 재미와 실화가 공존하는 기록물을 읽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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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이다 1 : 훈련병 편 - 몸으로 쓴 나의 군대 이야기 나는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이다 1
윤태상 지음 / 바른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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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로 전역한 아버지를 둔 친구가 있었다.

아버지 이야기할 때 '우리 아버지는 군인이었는데...'로 시작하면, 꼭 이렇게 태클거는 아이가 있었다.

'야, 대한민국 남자치고 군인 아니었던 아버지가 몇이나 되냐? 우리 아버지도 군인이었어!'

맞다! 우리는 대부분 대한민국 예비역인 아버지들을 두고 있고, 이런 아버지와 아버지가 될 분들 때문에 우리는 생업에 열중하고 먹고 마시고 다리 펴고 잘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나라를 위해 헌신한 아버지들의 노고가 너무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어 구별되어 치하받지 못한 가슴 아픈 부분이 좀 있다. 모두가 국가 유공자들인데...!


[나는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이다]는 지금의 군대 얘기가 아니라 좀 올드한 아버지들의 군대 이야기다.

군대 얘기 하면 벌써, 또 축구하던 얘기 아냐? 싶겠지만 이 책에선 아직 군대에서 축구하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1980년 12월 8일 논산 훈련소에 입소해 양구 2사단 노도부대에 전입가기 전까지의 [훈련병편]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록의 대단함이 얼마나 위대한지 다시 깨달았다. 1958년생이면 우리나이로 환갑을 맞을 나이인데 훈련소 입소 날의 날씨, 분위기, 소회를 어제일 처럼 분단위로 적어 나갈 수 있었던 건 기록의 힘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대충, '그땐 그랬었다'가 아니라 '정확이 이랬었다'라고 개인 기록 문화유산으로 남겨도 될만큼 충실하고도 꼼꼼한 내용들이었다.


귀동냥으로 들은 훈련소에 들어가면 머리 빡빡 밀고 면회도 안되고 전화도 못해서 편지를 엄청 기다린다는거, 그리고 혈당이 기준치 이하로 내려가는 기이한 집단 돌린림병에 걸려 초코파이는 초코파이 이상의 존재라는 걸 알게 되는 시간이고, TV에서 웃으며 보던 유격이며 화생방, P.T체조는 생과 사의 갈림길을 오가는 힘든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민간인의 탈을 벗은 사람에서 군인이 되어가는 시간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보면 짧은(훈련병들에게 훈련소의 하루는 민간의 1년과도 같은 시간이겠지만)기간 동안 그렇게나 많은 일들을 해 내고 배우고 익혀가고 결국은 해 낸다는 것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 대부분의 청년들이 군대에가면 훈련 받다 얼차려도 좀 받고 점호 마치면 불침번 정도 서겠지 생각하며 입대 했다가 이거 뭐야? 군대서 이런것도 해? 싶었을 일들 앞에서 당황했을거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어떻게든 해 내서 훈련소를 퇴소하는 날을 맞으니 '군인정신은 제 정신이 아니다'라는 말이 이런데서 유래된 거 같다.


흔히, 어른들이 남자는 군대갔다와야 사람이 된다는 말을 하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힘들고 어려운 시절에 배운 인내와 그런 일도 했는데 이런일 쯤이야 하는 정신과 여러 사람이 같은 내무반에 지내면서 익힌 공동체를 위한 배려와 이해가 쌓여 인격의 성장으로 이어져 그런말들을 하는 것 같았다.

어릴적 엄청 말썽쟁이고 문제아였던 동네 오빠들이 군대갔다와서 사람이 달라지고 의젓해 진 케이스가 왕왕 있었던 건 사실이다.


책을 읽으며 안쓰럽기도 했지만  작가의 타고난 성실과 긍정적인 마인드가 80년대 초반 그 혹독하고 힘든 시절을 잘 버텨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음을 읽을 수있었다.

하루하루 낯선 시간을 버티기도 힘들었을 텐데 이렇게 이 잡 듯 세세한히 기록을 남긴 것도 대단하지만, 이 기록물들을 30년이 지난 지금의 시간까지 잃어버리거나 훼손하지 않고 잘 간직해 왔다는 것도 작가의 성품이 보이는 것 같았다.

덕분에 그시절 훈련병들의 모습과 훈련소 환경과 생활모습을 알게 된 재밌는 시간이었다.


훈련소를 퇴소해 본격적인 자대 생활이 시작되는 [이등변 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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