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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이다 1 : 훈련병 편 - 몸으로 쓴 나의 군대 이야기 ㅣ 나는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이다 1
윤태상 지음 / 바른북스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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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로 전역한 아버지를 둔 친구가 있었다.
아버지 이야기할 때 '우리 아버지는 군인이었는데...'로 시작하면, 꼭 이렇게 태클거는 아이가 있었다.
'야, 대한민국 남자치고 군인 아니었던 아버지가 몇이나 되냐? 우리 아버지도 군인이었어!'
맞다! 우리는 대부분 대한민국 예비역인 아버지들을 두고 있고, 이런 아버지와 아버지가 될 분들 때문에 우리는 생업에 열중하고 먹고 마시고 다리 펴고 잘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나라를 위해 헌신한 아버지들의 노고가 너무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어 구별되어 치하받지 못한 가슴 아픈 부분이 좀 있다. 모두가 국가 유공자들인데...!
[나는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이다]는 지금의 군대 얘기가 아니라 좀 올드한 아버지들의 군대 이야기다.
군대 얘기 하면 벌써, 또 축구하던 얘기 아냐? 싶겠지만 이 책에선 아직 군대에서 축구하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1980년 12월 8일 논산 훈련소에 입소해 양구 2사단 노도부대에 전입가기 전까지의 [훈련병편]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록의 대단함이 얼마나 위대한지 다시 깨달았다. 1958년생이면 우리나이로 환갑을 맞을 나이인데 훈련소 입소 날의 날씨, 분위기, 소회를 어제일 처럼 분단위로 적어 나갈 수 있었던 건 기록의 힘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대충, '그땐 그랬었다'가 아니라 '정확이 이랬었다'라고 개인 기록 문화유산으로 남겨도 될만큼 충실하고도 꼼꼼한 내용들이었다.
귀동냥으로 들은 훈련소에 들어가면 머리 빡빡 밀고 면회도 안되고 전화도 못해서 편지를 엄청 기다린다는거, 그리고 혈당이 기준치 이하로 내려가는 기이한 집단 돌린림병에 걸려 초코파이는 초코파이 이상의 존재라는 걸 알게 되는 시간이고, TV에서 웃으며 보던 유격이며 화생방, P.T체조는 생과 사의 갈림길을 오가는 힘든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민간인의 탈을 벗은 사람에서 군인이 되어가는 시간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보면 짧은(훈련병들에게 훈련소의 하루는 민간의 1년과도 같은 시간이겠지만)기간 동안 그렇게나 많은 일들을 해 내고 배우고 익혀가고 결국은 해 낸다는 것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 대부분의 청년들이 군대에가면 훈련 받다 얼차려도 좀 받고 점호 마치면 불침번 정도 서겠지 생각하며 입대 했다가 이거 뭐야? 군대서 이런것도 해? 싶었을 일들 앞에서 당황했을거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어떻게든 해 내서 훈련소를 퇴소하는 날을 맞으니 '군인정신은 제 정신이 아니다'라는 말이 이런데서 유래된 거 같다.
흔히, 어른들이 남자는 군대갔다와야 사람이 된다는 말을 하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힘들고 어려운 시절에 배운 인내와 그런 일도 했는데 이런일 쯤이야 하는 정신과 여러 사람이 같은 내무반에 지내면서 익힌 공동체를 위한 배려와 이해가 쌓여 인격의 성장으로 이어져 그런말들을 하는 것 같았다.
어릴적 엄청 말썽쟁이고 문제아였던 동네 오빠들이 군대갔다와서 사람이 달라지고 의젓해 진 케이스가 왕왕 있었던 건 사실이다.
책을 읽으며 안쓰럽기도 했지만 작가의 타고난 성실과 긍정적인 마인드가 80년대 초반 그 혹독하고 힘든 시절을 잘 버텨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음을 읽을 수있었다.
하루하루 낯선 시간을 버티기도 힘들었을 텐데 이렇게 이 잡 듯 세세한히 기록을 남긴 것도 대단하지만, 이 기록물들을 30년이 지난 지금의 시간까지 잃어버리거나 훼손하지 않고 잘 간직해 왔다는 것도 작가의 성품이 보이는 것 같았다.
덕분에 그시절 훈련병들의 모습과 훈련소 환경과 생활모습을 알게 된 재밌는 시간이었다.
훈련소를 퇴소해 본격적인 자대 생활이 시작되는 [이등변 편]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