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생각의 지도 - 아트북 + 철학 에세이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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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주제로 써내려간 글은 아니다...

 

사실 이 책은 이렇게 접근 하였다.

 

소크라테스 부터 현대의 철학자까지 예술과 철학은 친부 살해의 욕망으로 기존의 텍스트와 회화의 기법 등을 부수며 성장하는데 이런 사고의 바탕이 어떻게 진행되는가의 문제와 그런 생각들의 현재 어떤 의미가 부여 되는가의 시점이었다. 그러나 책은 내 기대와는 사뭇 다르긴 했다.

 

 

그때 그때 시점의 흘러가는 화두를 고도의 철학적 사유의 텍스트로 접근하여

 

가상의 지적 놀이공간 안에서 문제를 규정하고 해체하여 절대지성의 길로 인도한다.

 

 

삶과 예술, 미디어, 현실과 허구, 사실과 믿음, 정체성, 정치성, 존재와 생성, 예술과 진리, 그리고 디지털 까지...

 

진중권 교수의 삶의 궤적에서 일관되게 이야기된 사유들이 총망라되어 다양한 주제로 펼쳐진다.

 

 

별 생각없이 감동받으며 읽다가 P.288에서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비독서의 미독)이라는 장표에서 빵 터지고 말았다.

 

 "가장 진지한 독서는 화장실에서 이루어진다. 그곳에선 따로 도모할 일이 없기에, 번잡한 관심에서 해방되어 완벽한 집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장실에 들고 갈 책을 선정할 때에는 신중해야 한다. 서가에서 책 고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압력도 증가하지만, 그렇게 증가한 압력은 후에 증가된 쾌감으로 돌아오기에, 인내에 따르는 그 참기 힘든 고통 속에서도 궁극적 해결과 더불어 도래할 지고의 열락에 대한 벅찬 기대가 존재한다."

 

지식인의 유희란 이런것인가? 이런 고등 유머를 던지시는 진중권 교수님에게 찬사를 보내 마지 않는다.

 

화장실 유머로 시작된 텍스트는 읽지 않은 책으로 논문 심사를 통과한 방법에 대한 노하우로 시작하며 라틴어를 인용한 유식함을 더한 화룡점정으로 우리나라 지식인들의 체계를 살짝 비틀어 주시다가, 결국 원고료도 지급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지극히 자본주의적으로 절망한다.

 

이 짧은 텍스트에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고도의 층위가 참 부럽다.

 

지식인의 소일거리로 전문적인 텍스트를 쓰다 지칠때 산보하듯 가볍게 쓴 들일텐데... 나는 평생이런 성취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고 만다.

 

Ctrl C -> Ctrl V하고 싶은 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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