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서재 - 정여울 감성 산문집, 개정판
정여울 지음, 이승원.정여울 사진 / 천년의상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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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가 날정도로 시리도록 아름다운 글들을 써내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의 저자가 그러하다.

논리로 정리되어 구획되어진 이성의 촘촘한 그물로 엮어내는 잘 짜여진 글들에게서는 이정도의 느낌을 받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카뮈의 번역자로 유명한 김화영씨의 짧은 글머리말에 전율하며 몸서리치곤 했는데 그 느낌과 유사하다. 문장은 한없이 부드럽고 온화하며, 한글의 아름다움을 극한까지 끌어내는 어휘력과 저자 자신이 끝이 없고 쓸데없는 공부라는 인문학에 대해 깊이로 침잠하여 천착하는 내공 등이 모두 조화롭게 엮여 나를 꿰뚫어 발가 벗겨내는 문장의 날카로움은 작은 물방울로 단단한 바위를 끝내 파내어버리는 낙수의 힘을 보는 듯 하다.

아마 평생을 써도 이런 문장을 한 줄 쓸수 없을 것 같다는 열등감의 발로라 해도 무방할듯 싶다.

김훈의 글과 까뮈의 글을 보며 어느정도 이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 물론 그들의 문학적 성취와 인간존재의 성찰 및 실존에 관한 철학적 깊이를 이해한다는 것은 아니다 - 이는 특유의 덤덤함과 건조한 문체로도 위대한 문학을 할 수 있다는 데에 대한 일종의 자기 위안일 것이다.

다시 이런류의 글을 보니 잊었던 열등감이 피어오른다.

그러나 이 열등감은 불행함이라는 단어와 비등가의 공식으로 다가온다.

책은 가질수 없기에 바라보기만 할수 있는 글의 수준이지만 사람을 향한 한없는 애정으로 따뜻하고, 깊은 다양한 시선을 선사해준다.

이런 열등감이라면 때때로 꺼내어 목적없는 밤을 마음껏 유랑하고 싶은 날의 행복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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