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김하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서 미어캣 티몬과 멧돼지 품바, 사자 심바가 밤하늘 아래 누워 대화를 나누고 있다.

 

품바 : 티몬, 저 위에 반짝이는 점들이 뭔지 궁금하지 않아?

 

티몬 : (한심하다는 듯) 품바, 난 안 궁금해, 난 알거든.

 

품바 : 오, 저게 뭐야?

 

티몬 : 저건 반딧불이야. 반딧불들이 저 크고 검푸른 것에 끼여 있는 거야.

 

품바 : 이런. 난 언제나 저것들이 몇 십 억 마일 떨어진 곳에서 타오르는 가스 덩어리라고 생각했는데...

 

애니메이션의 대화를 보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농담이라는 제목의 한 단락을 출판사가 덜컥 책의 제목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저자는 책은 도끼다로 유명한 박웅현의 후배이다.

 

독서와 인문학적 통찰력으로 유명한 박웅현이라는 걸출한 카피라이터 아래 어설픈 팀원이 존재하기는 힘들었을까?

 

 

소소하고 정겨운 일상들의 이야기를 가벼운 에세이처럼 덤덤하게 흘려 내려가며,

 

그 덤덤한 일상들이 모여 가장 빛나는 하루를 만들어내듯 책은 기분좋은 눈부심이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 따위를 하며 '그 쓸모없음을 나는 사랑한다'라는 범상치 않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내공은 도가의 자연을 이야기 하는 듯 초월하다.

 

가볍게 흘러가다, 카피라이터의 전문영역에 대한 간단한 사례를 들어주며, 마케팅 전문서적이 아닌 사례들에서 느껴지는 개인적인 감성으로 다시 돌아 자기계발서와 에세이의 경계선을 대수롭지 않게 넘나든다.

 

 

온전한 지식인으로서 (요즘 말로 좌파) 방심하며 몰입할 때 쯤, 현실에 대한 질타와 꾸짖음도 잃지 않는다.

 

 

좋은 사람이 쓴 좋은 향기가 베인 책이다.

그 쓸모없음을 나는 사랑한다.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 1960년대 흑인 인권운동가 안젤라데이비스

신이 인간을 창조하고 패션이 이를 수정, 보완하였다./ 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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