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군함도 세트 - 전2권
한수산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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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도록 쉽게 끝낼수가 없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우리네 이야기였으니. 그럴 수 밖에요.

군함도에 한정되어서, 어떻게 2권이나 하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읽어나가면서, 생각지못했던 이들의 이야기들에.

그저 피해자인 우리의 입장만으로 끝나지 않는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기 소설이 시작되면서는 시대적인 연도나 날짜는 언급되지 않습니다만

후반부에 가면서 후쿠시마와 나카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는 그 상황에서만은

정확한 날짜와 시간. 세밀한 묘사를 하고 있기에 얼른 넘어가고 싶기도 했습니다.


소설의 인물들은, 초기 소설이 시작되면서부터 친한 이들의 하시마섬 (군함도)을 탈출하는 것을 바라보며

끝까지 보이게 되는 명국을 비롯하여

이름이 너무 아름다워서 더 슬픈 운명에 놓인 여인인 금화,

금화의 뼛조각을 평생 몸에 지니고 죽을때마저도 놓지 못한 우석,

친일파의 아들이나 자신의 기개, 신념만은 놓지않았던 올곧은 지상,

지상의 아내이자 친일파의 반대입장에 있던 치규의 딸 서형,

서형의 오빠이자 독립활동을 하기 위해 만주로 떠난 태형과

그의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아들이 자랑스럽던 치규와

그저 아들이 평범하게 밭을 갈며 곁에 있길 원하던 어머니.

그리고 일본인이지만 지상을 한 사람으로써 도와주고 이해하던 나까다와 그의 아끼꼬.

일본의 군인으로 불려가 작전이라는 이름 하에 어린 나이에 죽는 아끼꼬의 남동생.

지독하게 친일파의 입장에 서갔던 많은 이들.

일본인과 조선인.


수많은 인물들이 나오고 그들의 솔직한 속내들과 감정들.

그와 같게 혹은 상반되게 드러낸 행동들과 그로 인한 많은 결과들.


쉽게 읽혀갈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읽어야만 했던 소설이었습니다.



마치 발을 헛디디기나 하듯 마음이 지상에게로 넘어지던 날을 서형은 잊지 않고 있었다.

어둠이 내리던 저녁 무렵이었다. 지상은 샘밭 앞 소양강변의 하얀 모래밭을 바라보면서 말했었다.

"아름답게 살고 싶어. 난 그렇게 살거야."

"그게 어떤 건데요?"

"새처럼 나무처럼 풀처럼 사는거. 저 강물처럼 사는 거. 나 때문에 남들이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삶.

새나 나무는 저 자신을 위해 남을 괴롭히지 않잖아."

73p


어떻게도 피할 수 없는, 그랬다,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운명의 손아귀가 자신을 움켜쥐는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행렬에 끼여 앞으로 나아가며 옆사람의 몸에 부대끼면서, 지상은 한 발 한 발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마음을 다잡으려고 그는 고향을 떠올렸다. 아버지 어머니 아내...그리고 형, 형이 있었지. 이 항구를 제 발로 드나들었을 형이다. 그래, 두려워 말자. 형이 밟았던 항구를 이제 나도 밟는다고, 그렇게 생각하자.

101p


우석이 허공을 바라보듯 고개를 들더니 들릴 듯 말 듯 혼잣말을 했다.

서럽구나. 조선의 아들들아. 그러나 꺾이진 말아. 휘고 늘어지더라도 꺾여선 안 된다. 살아남아라.

118p


"세상은, 우리가 다 함께 사는 게 세상이다. 나한테는 남의 일이지만 그 사람한테는 손톱 밑에 가시만 끼어도 아픈 거, 그게 세상이다. 남의 일이냐 내 일이냐, 남의 탓이냐 내 탓이냐, 그렇게들 사니까 우리가 이 모양인 거다. 남의 일이 아니라 그게 결국은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생각을 해야 하는 거다."

우석을 바라보는 금화의 눈이 반짝인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건 혼자서는 안 되는 일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사람은 무릎 꿇고 살아서는 안 돼. 그렇게 해서는 살 수도 없고, 그러니 싸워야 해. 싸워도 함께 싸워야 해."

우석의 선명한 콧날을 바라보면서 금화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놀래라. 뭐 이런 남자가 다 있어."

고개를 든 금화의 눈길이 우석에게 얽혀들었다.

192p


"봐라, 면면히 흘러가는 거. 세상이 어떻게 요동쳐도 아이들은 태어난다. 아이들은 태어나고 우리네 사는 일도 면면히 흘러간다."

264p


하시마를 빠져나온 나를 살려준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일본에 와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집밥을 먹게 해준 사람이어서도 아니다. 사람답게 만났기 때문이다. 미움도 사랑도 아니다. 다만 사람과 사람으로 만났기 때문이다. 사람다움, 그게 바로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가치가 아닌가.

2부 413p


2부 후반부에 가서는 원폭투하 이후의 모습들이 너무나 세세하게 그려져서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괴로웠습니다.

일본인, 조선인 누구 하나 가리지않고 모든 사람이 그저 한 번의 빛 이후에 보게 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구요.

이 부분을 본 날은 한참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거리기도 했지요.


군함도에서 살아가며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고, 그럼에도 언젠가는 돌아갈 수 있으리라 믿던 조선인들의 모습.

탈출하고 나서의 삶 역시 끊임없는 징용공으로써의 삶.

원자폭탄이 투하되고, 죽음의 앞에 선 이들은...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전히 그들의 인신공격적인 말투와 태도로 일관하는 다수의 일본인들.

그것에 개의치않고 한 사람으로써 일본인을 대하게 되는 우리네 사람들.

'죽음 앞에서조차.' 라는 말이 절로 입안을 맴돌기도 하더군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역사속에서 우리가 보여야 할 태도에 대해,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꼭 읽어야만하는 역사 소설입니다.


http://naver.me/5ksERe4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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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머피 잠재의식의 힘
조셉 머피 지음, 김미옥 옮김 / 미래지식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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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성공철학 분야의 자기 계발서를 펼쳤습니다.

온라인 독서모임의 7월 선정 도서였기에,

의도하지 않은 책이었지만 제 마음가짐들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들어주었어요.

 

 

마음가짐을 잠재의식과 현재의식의 차원에서 해석하였고, 현재의식과 잠재의식의 차이점들을 함께 생각하게 하였고 내가 그동안 해 온 수많은 생각들, 일조의 '자기 암시'적인 생각들이 곧 잠재의식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흔히들 그러듯이 나 또한, 어떠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 큰 실망감보다는 소소한 만족감을 얻으려고 결과를 미리 예상할 때 안 좋은 결과를 예상하곤 하였지요. 그리고나서 이뤄진 일의 결과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다 해도 '그래, 이미 생각했던 대로야.' 라든가 '그래, 그럼 그렇지.' 라는 식으로 자기위안을 일삼곤 했구요.

의외로 그런 사람들이 많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바로 나의 잠재의식이 긍정적으로 변화된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런 불가능할거라 예측한다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것들을 다시 고개를 가로저으며 생각을 달리 해보려 노력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이것만은 작은 변화일지 모르나, 이것이 습관화되면 또 다른 큰 변화를 불러올 거라 믿고 있어요.

이것이 이 책이 나에게 준 가장 변화입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 이래로 철학자와 논리학자들은 삼단논법이라는 추론 형태를 연구해왔습니다. 당신의 마음은 삼단논법으로 추론합니다. 이것은 당신의 현재의식이 참이라고 생각하는 대전제가 무엇이든지 간에 그것이 잠재의식이 가져올 결론을 좌우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어떤 특별한 문제가 있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의 전제가 참이라면 그 결론은 반드시 참이 됩니다.

 

모든 잠재의식의 시작이 내가 결정한 대전제에서 시작된다는 논리예요. 자신이 바라는 바람직한 인생의 전반적인 모습을 그리고 그것이 곧 대전제가 되는 것이죠. 내가 생각한 나의 대전제는 무엇일까요? 정말 제가 원하는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 대전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전통적인 방법과 무관하게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세요. 모든 문제에는 항상 해답이나 해결책이 있습니다.

소원을 상상하고, 그것이 실현되어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면 무한한 생명원리는 당신의 현재의식이 선택하고 현재의식이 요구하는 대로 응답해줄 것입니다. 이것이 "기도하며 구하는 것을 이미 받았다고 믿으면 그대로 될 것이다."라는 말씀의 뜻입니다. 현대의 정신 과학자가 기도 요법을 할 때 시항해는 것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아직, 제가 원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이르기위해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 중이기에,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소망하는 내용이 특히나 와 닿더군요. 그리고 이 책들이 거의 모든 내용의 끝엔 항상 성경의 한 구절을 인용하고 있어요. 기독교를 믿지 않고, 워낙에 종교에 있어서는 민감한 한국에 살고 있기에 더 가까이 하기 힘들었는데 이 책에서 매 장이 끝날때마다 보게 되니. 성경 책을 한 번쯤 손에 쥐어보고싶기라도 하더군요.

여튼, 한 가지 일이 이뤄지고 또 그 일 안에서 생기는 다른 문제점에서 전전긍긍하게 되는데, 그것들에서조차 해결책이 있다니. 저에겐 그 어떤 말보다도 더 힘이 되었어요. 이제 더 이상은 "이건 답이 없어. 모르겠어."라고 손쉽게 포기할 수가 없으니 말이죠.

 

믿음이란 마음 속에 있는 생각입니다. 당신이 습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다라 잠재의식의 힘은 삶의 모든 국면에 스며듭니다.

당신 마음의 믿음이란 그저 당신의 마음이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을 해치거나 상처를 주는 것을 믿는 것은 어리석습니다. 당신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해롭게 하는 결과를 낳는 것은 당신이 믿는 존재가 아니라 당신의 믿음, 즉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당신의 모든 경험이나 행위, 당신 삶에서 부딪치는 모든 사건이나 상황도 전부 자신의 생각의 반영이며, 그에 대한 반응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 이 부분이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끊임없이 잠재의식을 이야기하고, 잠재의식의 힘을 믿으며 말하고 생각하면 그대로 이뤄지리라는 것의 그 바탕에는 확실한 '믿음'이라는 것이 깔려 있어야 하니깐요.

 

 

저의 긍정적인 모습을 미리 그리고,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강하게 가져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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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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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거의 반년 전에 선물받은 책을 이제서야 읽어내려갔습니다.

그 당시엔 바로 시험공부를 해야하고, 시험이 끝나고 보리라했는데 막상 시험이 끝나니 바로 교육을 받고.

홍보를 하고 일을 시작하면서 계속 미뤄지기만했습니다.

모두 핑계이지요. 핑계일 따름입니다.


이 책이 계속 눈에 띄더니, 늦었지만 한번 읽어내려가면서 왜 이책이 나에게 왔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선물해주신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지요.


책을 선물해주고 선물 받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대부분 신간의 것에 한정되어 있는 경우도 많은데.

이 책은 그 당시에도 보기에 신간은 아니었지요. 그래도 1년만에 5쇄를 발행했다니. 제가 너무 늦게 읽은 것이 아닌가싶습니다.



이미 지금은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는 분이오나, 그 당시엔 어떠했을지요.


1973년 1월 18일 이오덕 선생님이 일직에 계신 권정생 선생님을 찾아가 뵙고, 그렇게 만난 이후 편지로 소식을 전하고 전해받았던 것을 추려내어 이 책이 나왔습니다. 지금에는 편지라는 것이, 참 정겹고 그리운 것이 되었는데, 이 책의 편지들을 보니 더 그러하더군요.


이오덕 선생님

편지 받았습니다. 왠지 눈시울이 화끈 더워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사랑이 무엇이고 어떤 것이라는 것을, 선생님 글월에서 느꼈습니다.

출생지가 남의 나라였던 저는 여지껏 고향조차 없는 외톨박이로 살아왔습니다. 아홉 살 때 찾아온 고국 땅이, 왜 그토록 정이 들지 않았는지요?

나에게 한국이라는 조상의 나라가 있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어머니의 무명 치마폭에서만이 느낄 수 있었을 뿐입니다. 소외당한 이방인이었습니다. 고국은 나에게 전쟁과 굶주림, 병마만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 위에 몸서리쳐지는 외로움을 ...

제가 쓰는 낙서 한 장까지도 선생님께 맡겨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여태까지 살아온 것이 똑같이 반복되는 생활이었습니다만, 언제나 앞의 일은 어렵기만 합니다. 계획한 대로 되어지기가 힘들다는 것은 경험했으니,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겠습니다.

이현주 선생님과 하룻밤 지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아직도 생각나면 입이 벙실거려집니다. 말이 없어 보이면서도 좀 짓궂은 것 같아요. 그게 좋았습니다. 선생님 얘기도 했습니다.

이번 서울 다녀와서부터 왠지 선생님 생각하게 되면 이상하게 서글퍼집니다. 빈센트 반 고흐를, 그리고 그의 그림이 좋다고 몇 번 말씀하시던 것이, 어쩌면 선생님의 숙명처럼 느껴집니다.

선생님이 원하시는 길을, 저흰들 어찌 만류할 수 있겠습니까만, 가슴 아프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직 한길밖에 없고, 단 한 번뿐인 인생이지 않습니까.



이미 강아지똥, 몽실언니로도 익히 알려져있고 존경받아온 권정생 선생님의 삶과 생각들, 신념들이 고스란히 전해져왔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의 한결같은 마음도 함께 전해져오구요.


생각이란 것이 인간관계를 이어 주는 모양입니다.

이 한 문장의 글이 꽤나 오랫동안 제 마음에도 남아있고 여전히 생각이 들어, 쉽게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참, 외롭다 외롭다 생각이 들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나 응원을 받으면 다시 힘이 나기도 하구요.

하지만, 요즘은 정말 끈끈한 관계가 어디 있을지 싶기도 합니다.

그냥 편지 한 두장만으로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아니 그러고 싶은 분이 몇 있지만.

그분들 역시 그런 생각을 하실까요? 제가 보여준 모습이 신뢰를 가져다 드릴까요?

저 스스로 이상하게 참회의 생각으로 이어지게도 하는 글입니다.



여러 가지 바람직스럽지 못한 사태들이 문단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는 그런 것을 두려워할 것 없고 다만 작가적 양심으로 글을 씀으로써 모든 불순한 것들에 저항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권 선생님 편지 읽고 마음을 놓았습니다. 부디 좋은 동화를 계속 쓰시기 바랍니다.


혼자계시고 싶다 했지요? 나도 그래요. 남들과 같이 앉아있거나 여행하는 것 딱 싫어요. 밥 먹고 잠자는 것까지 혼자가 좋아요. 그런데 권 선생의 경우는 안돼요. 몸이 그렇게 돼 있으니 아플 때는 누가 있어야지요. 몸의 상태가 좋지 않을수록 연락을 해야 합니다.


이 가을에 권 선생님의 건강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빌면서 이만 몇 자 적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글이 알려지기를 원하며 백방으로 알아보고 사람들을 만나보고. 직접 글을 전달하며 노력하셨죠. 그러는 와중에 교직에 담긴 몸이기에 해야할 일들이 있어 미뤄지기도 했던 그 순간들 조차도 솔직하게 담담하게 말하며 사과를 구하기도 하시구요. 본인을 비방하는 이에게 반박을 위해 반박문 180매 써 놓으셨다며 약간의 흥분을 섞은 편지글조차 놀랍기도 하구요, 논문 120매 가량을 초안해 놓았다니. 지금 전 A4 1장도 적어내기 힘든데말이죠. 그 시대 당시의 출판계와 몇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들조차도 편지글이었기에 가능한 솔직한 이야기들에 전 흥미진진함이 더해져서 보게 되었어요.


두 분 모두 어린이들을 위한 일에 애쓰셨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기도 해서 좌절하기도 하셨죠. 지금도 살아 계신다면 얼마나 속상해하실까요? 그 당시의 시대상을 두고 두 분이 나누신 글들이 그 시절을 객관적으로 꿰뚫고 있다는 생각도 하였구요. 


그리고, 이 책은 계속 읽어 나가고 싶으면서도, 오래오래 읽고 싶었습니다.

쉽게, 빨리 이 책을 덮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평생 버리지 못할 책이 몇 권 있는데, 이 책 역시 그 책들 곁에 놓여질거구요.

이 분들의 책들, 이 분들을 이야기한 책들을 만나고 싶어졌고, 만나야겠습니다.

이 책의 문학적 가치, 의미, 이런 이론적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읽는 내내 마음을 움직였다면 그걸로 이미 충분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정우 말 듣고 눈물이 났다.

권 선생이 지금까지 그렇게

내 곁에 있는 줄 몰랐다. (2003.06.17)

-2003년 8월 25일 새벽에 숨을 거두었다.


"정웁니다. 그만 끊겠습니다."

딱 이 두마디 말만 하고 전화는 끊겼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의 맏아들이자 상준이네 아버지였습니다. 전화가 끊기고 나서 금방 알아차렸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셧다는 것을... (중략)

선생님, 이담에 우리도 때가 되면 차례차례 선생님이 걸어가신 그 산길 모퉁이로 돌아가서 거기서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 부디 큰 눈을 더 부릅뜨셔서 이승에 남아 있는 우리들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살아 생전처럼 호되게 꾸지람하시고요.

선생님의 영전에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진달래꽃 한 다발 마음으로 바칩니다.

2003년 8월 25일 오후 5시

권정생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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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독법 - 유쾌하고도 섬세하게 삶을 통찰하는 법
김민웅 지음 / 이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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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0편의 옛날 동화들을 풀어내며, 현실 삶을 살아갈 지혜를 조금이라도 얻어갈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껏 알고 지내온 예쁘게 포장된 동화의 모습이 아닌, 원작을 그대로 읽어내면서 그 속에 숨겨낸 속 뜻 들을 속시원하게 파헤지니. 어찌 동화가 정말 아이들만을 위한 동화겠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이야기, 미운오리새끼 이야기가 꽤나 깊게, 제 마음에 파고들더라구요.

지금 제 생활들에 가장 직접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요?

​사실 매번 생각하고 연민을 가져온 동화는 미운오리새끼 이야기였어요. 어릴 때도 작은 키에 조금은 자신감도 없었던터라 속으로 매번 생각하곤 했었어요. "나도 미운오리새끼처럼 언젠가 백조가 되어서 날아갈테지." 하고 말이예요. 지금 내 모습이 여전히 초라하게 느껴졌단 말이지요. 그런데 백조가 되고서도 고개를 숙인 아기 오리라 어찌나 안쓰럽고 애잔하던지 몰라요. 어쩌면 저 역시 그런거 아닐까? 지금으로도 충분히 날개가 펼쳐졌는데 그걸 믿지 못하고 고개 숙이는 것은 아닌걸까? 여전히 내가 작은 존재같이 느껴진다고. 

그간 너무 오래 집안에만 있었다고 여긴 미운 오리 새끼는 바깥의 맑은 공기와 햇살이 그리워졌고 물위를 떠다니는 게 얼마나 유쾌한 일인지를 떠올렸습니다. 점차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할 것인지를 의식하기 시작한 겁니다. 주체적인 성찰의 능력이 아주 조금은 성장하면서 강풍을 막아줄 집이 있어 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곳이 오랫동안 머물 곳은 아님을 안 거지요. 물론 또다시 위험이 닥칠 수도 있겠지만 집밖으로 나가는 편이 그래도 낫다고 생각하게 된 거예요. 고양이와 암탉은 그를 비웃습니다. 그러나 미운 오리 새끼는 결심합니다. "나는 저 넓은 들판으로 가고 말거야." -36p

부디 겉모습만 백조처럼 되려 하지 말고 어떤 내면을 지닌 백조가 되려는지, 그런 백조가 되면 이 세상은 얼마나 더, 함께, 행복해지는지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현실에서 진정한 "미운 오리 새끼"는 바로 이런 질문을 귀찮을 정도로 자꾸 던져서 우리에게 자기 영혼을 맑은 물속에 비춰 진정한 실체를 보게 만드는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그로써 절망에 빠진 이들이 그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희망의 가능성에 눈뜨도록 말입니다. 모두가 "저기를 어떻게 가?" 하면서 주저했던 울타리 너머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강하고 힘차게 날아오르는 미운 오리 새끼 백조의 모험을 우리 자신에게 기대해보면 어떨까요? -55p~56p​ 


제일 처음 나온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책을 덮을때까지도 계속 미운오리새끼 이야기가 떠오를 정도로 깊게 제 생각에 들어온 것 같아요. 다른 이야기들은 아무래도 더 큰, 공동체에서의 모습을 비꼬는데 반해 이건 개인의 마음을 이야기하구요.


그리고 두 번째가 신데렐라 이야기라니요 !!

이젠 동화가 동화로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냥 예쁘고, 착한 이들이 후에 노력과 고됨을 지나 꿀같은 열매를 받는다는 예쁜 이야기가 아닌거지요.


애초에 무도회에 보내줄 뜻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무슨 구실을 붙여서라도 가로막는 겁니다. 그렇게 이러면 해준다, 저러면 해준다, 하는 식의 헛된 약속을 민중들은 수없이 들어왔습니다. 혹시나 하고 기대하면서 이를 악물고 참아가며 권력자의 요구에 기력을 다해 응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속임수와 냉대인 것입니다. 아무리 노력하고 애를 써도 이들과는 함께 자리를 같이 할 수 없는 천대받는 존재가 확인될 뿐인 거지요. 이 대목은 당대에 힘없는 이들의 처지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70p


그러니까 신데렐라 이야기에 등장하는 유리구두는 단지 신분 상승의 상징이라기보다는 그토록 힘들게 살면서 부당하게 모욕당하며 짓밟히며 살아온 삶을 보상해주는 마음과 힘의 상징입니다. 맑은 유리구두를 통해 들여다보이는 발에는 지난 세월의 삶이 투명하게 드러납니다. 그 삶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 무도회에 오르게 하는 세상이 바로 신데렐라 이야기가 꿈꾸는 희망입니다. -86p


마지막은,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 희망이 그냥 희망이 아니지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 구두가, 그냥 예쁜 모습만을 말하진 않아요. 그 고됨을 그대로 껴안은 발이 훤히 들여다보이니, 그동안 살아온 힘든 순간들이 그대로 느껴지죠. 그냥 "왕자님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가 아닌거예요. 그 힘듦의 시간들을 지나 보상을 받게 되디란 희망을 이야기하는 거라 생각해요. 여전히 힘든 시간들 속에 있다해도 그런 희망마저 없다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일테니. 말도 안되는 핍박들 속에서도 견뎌내라는 거겠죠. 이것도 다 지나가리라고. 정말 허무맹랑하게 여겨진다해도, 믿고싶은 이야기.


신데렐라 이야기 다음으로.

솔로몬의 지혜 / 인어공주 / 토끼전 /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 양치기 소년과 늑대, 사자 가죽을 쓴 당나귀) / 헨젤과 그레텔 / 바보 이반 / 바보들의 나라 켈름 / 심청전

우리가 흔히 알고, 너무 익숙하게 생각되는 동화, 우화들의 이야기들이 이어져요.

그 이야기 속에서 우리들이 알지 못했던 속 뜻도 생각해보게 되구요. 다시 저를 둘러싼 이야기들, 현실의 모습을 둘러보게 됩니다.



아침이 서서히 깨어나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살아가는 시대입니다. 꽃들이 노래하는 계절의 아름다움도 자칫 놓치고, 속도의 원리에만 몸을 맡기며 주마간산의 경험에 만족하고 마는 현실이 되었어요. 보다 정밀해진 액정 화면에 고정시킨 시선으로 세상의 정보를 모두 알았다고 착각하는 기술사회의 우화가 우리의 머리를 녹슬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마음이 사막으로 변모하고 있어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길을 곧바로 달리는 것이 성공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주류가 되는 것은 모두에게 비극입니다.

다시 나룻배를 타고 강으로 나서니, 작열하는 태양이 은빛 물살을 출렁이게 합니다. 붉은 노을로 물든 산등성이는 어느 사이에 시가 되고 술 익는 마을의 세월이 되네요. 사는 일로 이리 채이고 저리 밀리며 낡아진 마음이 생기를 얻어 기분 좋은 기지개를 폅니다. 이 책이 그런 기운을 나누는 기쁨이 되기를 바랍니다.

존재 자체가 진정한 명품이 되는 길이 그렇게 열려갔으면 좋겠습니다. - 작가의 말 / 시작하며

그냥 흔한 동화를 해석하고 이야기하는 책이 전혀 아니었어요. 정말 유쾌하게 이야기하고 비판하면서도 토닥토닥거림을 느낀, 강약이 적절히 주어진 듯했구요. '여기에 이런 뜻이 숨어있었어? 이런 이야기였어?' 이러면서 순수하게 놀라면서 즐거이 읽어나가기도 했구요. 그리고 새롭게 나온 동화독법이 궁금해집니다. 이야기가 추가되었다고 하니 ^^;


딱딱하고 어려운 문체로 쓰여진 책보다, 훨씬 더 자신의 내면 모습과 현실의 모습, 우리네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음에 누구든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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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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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한참동안 넘겨보지 못한 책이었어요.

첫 장을 읽자마자 왜 이제서야 보았을까라는 후회와 함께, 첫 장부터 이 책은 내 마음에 와 닿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도대체 이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류시화 시인은 꽤나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져서 친숙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산문집은 사실 미리 예상하기가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아마 첫 장을 넘기기까지 오래 걸렸는지도 모릅니다.

 

도대체 저 그림이 뭘 의미하는걸까? (그림책 공부를 하면서, 표지 하나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게되는 습관이 생긴것같네요)

왜 사람의 모습이 새에 함께 겹쳐져 있는걸까?

 

이런 생각으로 첫 장을 펼치게 되었고, 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라는 제목 그대로 나온 이야기는 중후반부에 나오게 되었죠.

이번 산문집의 모든 이야기들이 류시화시인이 겪거나 들은 일화들을 이야기해주고, 그 이야기들에 보태어서 류시화 시인이 얻은 지혜를 풀어놓는 형식이었어요. 얼핏 제가 적거나 하는 문구들이 누구나 아는 이야기인듯 보이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자기계발서에 흔히 나오는 이야기로 보여질지도 모르지요). 그 이야기들을 함께 읽게되면 우리가 흔히 겪는 일상에서도 찾을 수 있는 지혜이고, 그래서 더 확! 와닿게 되리라 믿어요.

 

삶은 자주 위협적이고 도전적이어서 우리의 통제 능력을 벗어난 상황들이 펼쳐진다. 그 때 우리는 구석에 몰린 소처럼 두렵고 무력해진다. 그럴때마다 자신만의 영역으로 물러나 힘을 고르고, 마음을 추스리고, 살아갈 힘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숨을 고르는 일은 곧 마음을 고르는 일이다. -15p

 

제일 처음, 저에게 와닿았던 내용이었죠.

아직은 젊다면 젊은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가장 많은 생각이 들었던것이. 참 생각만큼 되어지지 않는다는 것. 모든 게 생각했던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사실, 그 "생각대로", "생각했던대로" 라는 것 역시 제가 원한 바람들인데 그대로 되지 않으면 쉽게 좌절하고 자책하며 지내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야말로. 두렵고 무력해짐을 느끼죠. 여기서 말한 소이야기는 투우 경기장의 소 이야기예요. 숨을 고르며 자신의 체력을 다시 가다듬는 장소가 있는데 그 장소에서 숨을 고르면 어느 투우사도 쉽게 소를 굴복시킬 수 없다는거죠. 그래서 소가 그 곳에 가기전에, 혹은 가지못하게 하려는 투우사의 이야기. 어쩜 이 세상, 삶이라는 것이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해요. 숨 고를틈 없이 몰아부치기도 한다구요. 하지만 그럴때마다 자신만의 영역을 꼭 찾아내어 물러나서 숨을 골라야 다음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는 거예요. 이게 진리이죠.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뒤돌아보는 새는 죽은 새다. 모든 과거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날개에 매단 돌과 같아서 지금 이 순간의 여행을 방해한다. -201p

 

"문제는 물병의 무게가 아니라, 그대가 그것을 얼마나 오래 들고 있는가이다. 과거의 상처나 기억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오래 들고있을수록 그것들은 이 물병처럼 그 무게를 더할 것이다."

과거를 내려놓고 현재를 붙잡는 것이 삶의 기술이다. 오래 전에 놓아 버렸어야만 하는 것들을 놓아버려야 한다. 그 다음에 오는 자유는 무한한 비상이다. 자유는 과거와의 결별에서 온다. '나무에 앉은 새는 가지가 부러질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는 나무가 아니라 자신의 날개를 믿기 때문이다.' -204p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과거에 연연해지 지내왔는지 모르죠. 그냥 흔히 이야기하면서도 "예전엔.." "저번엔.." "~그랬는데!!" 라는 말들이 꼭 들어가는걸 보면 얼마나 많이 과거를 생각해오는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나도 모르게 그 모든 기억들을 안고 가기 때문에 쉬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현재이고 현재는 또 다른 미래의 과거이니,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데도 과거에 대한 미련이 꼭 남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이 순간의 여행을 즐기기위해선 과감히 과거를 놓아버리는 노력이 필요하겠어요.

 

사실 많은 방법들이 넘쳐나는 요즘에 자기계발서의 많은 이야기들이 와 닿고, 그대로 해야만 하는 것 같고. 그래서 책을 읽을 때 꼭 뭔가 중요한 걸 찾아내야 할 것 같고. 그래서 조금은 삭막해져가는 독서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가벼이 읽어내려던 책에서 오히려 생각지못한 보물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마저 드는 것은 그래서겠지요.

요즘 제 독서 방향에 대한 생각에서 삶을 살아갈 때 지혜를 발견한 것 같아서.

 

인용은 많이 쓰지 못하겠어요. 이야기들도 함께, 모두 읽어질 때 온전히 이해가 되고, 마음이 동하기 때문이니깐.

 

쉬이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지만, 조금 천천히 읽어나가도 좋을 책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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