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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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한참동안 넘겨보지 못한 책이었어요.

첫 장을 읽자마자 왜 이제서야 보았을까라는 후회와 함께, 첫 장부터 이 책은 내 마음에 와 닿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도대체 이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류시화 시인은 꽤나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져서 친숙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산문집은 사실 미리 예상하기가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아마 첫 장을 넘기기까지 오래 걸렸는지도 모릅니다.

 

도대체 저 그림이 뭘 의미하는걸까? (그림책 공부를 하면서, 표지 하나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게되는 습관이 생긴것같네요)

왜 사람의 모습이 새에 함께 겹쳐져 있는걸까?

 

이런 생각으로 첫 장을 펼치게 되었고, 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라는 제목 그대로 나온 이야기는 중후반부에 나오게 되었죠.

이번 산문집의 모든 이야기들이 류시화시인이 겪거나 들은 일화들을 이야기해주고, 그 이야기들에 보태어서 류시화 시인이 얻은 지혜를 풀어놓는 형식이었어요. 얼핏 제가 적거나 하는 문구들이 누구나 아는 이야기인듯 보이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자기계발서에 흔히 나오는 이야기로 보여질지도 모르지요). 그 이야기들을 함께 읽게되면 우리가 흔히 겪는 일상에서도 찾을 수 있는 지혜이고, 그래서 더 확! 와닿게 되리라 믿어요.

 

삶은 자주 위협적이고 도전적이어서 우리의 통제 능력을 벗어난 상황들이 펼쳐진다. 그 때 우리는 구석에 몰린 소처럼 두렵고 무력해진다. 그럴때마다 자신만의 영역으로 물러나 힘을 고르고, 마음을 추스리고, 살아갈 힘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숨을 고르는 일은 곧 마음을 고르는 일이다. -15p

 

제일 처음, 저에게 와닿았던 내용이었죠.

아직은 젊다면 젊은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가장 많은 생각이 들었던것이. 참 생각만큼 되어지지 않는다는 것. 모든 게 생각했던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사실, 그 "생각대로", "생각했던대로" 라는 것 역시 제가 원한 바람들인데 그대로 되지 않으면 쉽게 좌절하고 자책하며 지내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야말로. 두렵고 무력해짐을 느끼죠. 여기서 말한 소이야기는 투우 경기장의 소 이야기예요. 숨을 고르며 자신의 체력을 다시 가다듬는 장소가 있는데 그 장소에서 숨을 고르면 어느 투우사도 쉽게 소를 굴복시킬 수 없다는거죠. 그래서 소가 그 곳에 가기전에, 혹은 가지못하게 하려는 투우사의 이야기. 어쩜 이 세상, 삶이라는 것이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해요. 숨 고를틈 없이 몰아부치기도 한다구요. 하지만 그럴때마다 자신만의 영역을 꼭 찾아내어 물러나서 숨을 골라야 다음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는 거예요. 이게 진리이죠.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뒤돌아보는 새는 죽은 새다. 모든 과거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날개에 매단 돌과 같아서 지금 이 순간의 여행을 방해한다. -201p

 

"문제는 물병의 무게가 아니라, 그대가 그것을 얼마나 오래 들고 있는가이다. 과거의 상처나 기억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오래 들고있을수록 그것들은 이 물병처럼 그 무게를 더할 것이다."

과거를 내려놓고 현재를 붙잡는 것이 삶의 기술이다. 오래 전에 놓아 버렸어야만 하는 것들을 놓아버려야 한다. 그 다음에 오는 자유는 무한한 비상이다. 자유는 과거와의 결별에서 온다. '나무에 앉은 새는 가지가 부러질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는 나무가 아니라 자신의 날개를 믿기 때문이다.' -204p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과거에 연연해지 지내왔는지 모르죠. 그냥 흔히 이야기하면서도 "예전엔.." "저번엔.." "~그랬는데!!" 라는 말들이 꼭 들어가는걸 보면 얼마나 많이 과거를 생각해오는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나도 모르게 그 모든 기억들을 안고 가기 때문에 쉬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현재이고 현재는 또 다른 미래의 과거이니,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데도 과거에 대한 미련이 꼭 남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이 순간의 여행을 즐기기위해선 과감히 과거를 놓아버리는 노력이 필요하겠어요.

 

사실 많은 방법들이 넘쳐나는 요즘에 자기계발서의 많은 이야기들이 와 닿고, 그대로 해야만 하는 것 같고. 그래서 책을 읽을 때 꼭 뭔가 중요한 걸 찾아내야 할 것 같고. 그래서 조금은 삭막해져가는 독서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가벼이 읽어내려던 책에서 오히려 생각지못한 보물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마저 드는 것은 그래서겠지요.

요즘 제 독서 방향에 대한 생각에서 삶을 살아갈 때 지혜를 발견한 것 같아서.

 

인용은 많이 쓰지 못하겠어요. 이야기들도 함께, 모두 읽어질 때 온전히 이해가 되고, 마음이 동하기 때문이니깐.

 

쉬이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지만, 조금 천천히 읽어나가도 좋을 책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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