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곁 - 오늘이 외롭고 불안한 내 마음이 기댈 곳
김선현 지음 / 예담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란색의 겉표지와, 창문같이 도려낸 종이 사이로 보이는 명화의 모습.


오늘이 외롭고 불안한 내 마음이 기댈 곳

이렇게 책의 작은 제목이 주어져 있습니다.

그냥, 차분해지는 느낌 그 자체를 안겨줍니다.

생각보다 두꺼운 책의 두께에 놀랬다가, 안을 열어보고 나서야 왜 그런지 알게 되었습니다.

일반 종이가 아니었고, 내지가 모두 두꺼운 종이였습니다.

아무래도, 명화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함이었겠지요.

명화와 친하지 않지만, 지금 보이는 화가들의 그림들보다 훨씬 따뜻한 느낌들을 안겨주는게 명화이니,

사실 그 자체로도 여러 명화를 접할 수 있으니. 저에겐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때로는 설렘을 주고, 때로는 포근한 담요처럼 따스했던 수많은 그림 중 80여 점의 그림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마음속이 먹구름으로 가득 찬 날엔 눈부실 만큼 환하고 밝은 그림 곁에, 얽혀버린 털실 뭉치처럼 인생이 꼬이는 날엔 담담한 그림 곁에 마음을 내려놓고 잠시나마 숨을 돌리며 살아왔습니다.


이 책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책에 펼쳐진 그림들이 그녀들의 얼굴에 작은 미소나마 선물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머리말 중에서


1장 정답은 없지만, 조금씩 답에 가까워지기

-설렘, 연애, 결혼 등 사랑에 관련된 그림과 글들을 담았습니다.

2장 사람들 사이에서 나를 잃지 않기

-친구, 가족, 동료 등 관계에서 나를 지켜낼 그림과 글들을 담아냈습니다.

3장 '내안의 나'와 둥글게 살아가기

-나, 그리고 '내안의 나'와 둥글게 살아가기 위한 그림을 담아냈습니다.

























 


그저, 다른 해석이나 제 감정보다 이 책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너무 아름다워서.

그리고 토닥거려주는 위로의 손길이 좋아서 사진을 몇 장 담아봅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빨리 달려야 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스스로 원해서 달려가는 것도 있지만 상황이 몰아치면서 달려가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탈길로 가기도 하고 눈이나 비를 피할 틈도 없이 맞고 가기도 합니다. 이렇게 달리다보면 어느 순간 인생의 목표들이 이루어지고 삶의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시기들이 옵니다. 이 때 역시 내가 만들기도 하지만 상황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 안에는 화로나 벽난로가 있을 것 같고 따스한 차나 수프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온몸이 노곤해지면 잠시 잠을 청해도 좋겠습니다. 밖에는 흰 눈이 가득 쌓여 인생을 돌아보기에 좋습니다. 세상의 많은 부분을 덮어버린 하얗고 깨끗한 세상과도 마주할 수 있으니까요. 지치고 힘들게 달려온 인생길을 되돌아보며 눈이 쌓인 빨간 집에서 우리도 잠시 쉬어가면 어떨까요?


책장을 넘겨가며 어린아이처럼 사랑스러운 그림도 있고, 푸르름이 느껴지는 그림도 있고. 당당한 여인의 모습을 담은 그림도 있었어요.

하지만, 어떤 그림에선 한참을 바라보기도 하였죠.

특별한 해답이나, 결론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럴때가 있어요.

내 마음을 한번 들어나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물론,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 모두 저에겐 너무 소중하고 너무 힘을 주는 존재들이지요.

하지만, 자신의 감정이 때론 말로 설명이 안될때도 있고.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때가 있어요.

그럴 땐, 가끔 이 책을 펼쳐보며 넘겨서 시선이 멈추는 그림을 바라보고 글을 읽고.

잠시 숨을 골라도 좋을 것 같아요.


바삐 지내온, 아니 바삐 지내오지 않았다해도 이미 많은 시간들과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이 책이 잠시라도 쉼의 시간을 주지 않을까. 감히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해, 역사가 바뀌다 - 세계사에 새겨진 인류의 결정적 변곡점
주경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꽤나, 무거움이 느껴지는 표지와는 달리, 책의 내용은 내가 이제껏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 제가 생각해도 그동안 너무 편협한 생각들을 하며 지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역사적 사실들과 그 속에서 겪게 되는 전환의 시기를 읽어낸 것이 나에겐 크게 와 닿은 책이었습니다.


띠지를 드러내면 보이는 네 숫자(연대)가 이 책의 핵심내용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1492 / 1820 / 1914 / 1945


흔히들 배우고 알아왔던, 세계 속에서의 대 전환 시기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둘러싼 많은 학자들의 연구들과 그 결과들을 그대로 하지만 너무 어렵지않게 펼쳐냈습니다.



세계 대 전환을 읽는 4가지 코드


1492, 에덴동산 입구에 도달하다

1820, 동양과 서양의 운명이 갈리다

1914,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다

1945, 세계는 평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어차피 쉬운 답은 오답일 가능성이 높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답을 제시하는 것보다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문제를 잘 파악해야 좋은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넓고도 넓다. 이 광대한 세계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과거를 공부하는 것은 회고적 취미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고 만들어가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 서문 중에서


<책 속 밑줄>

1492, 에덴동산 입구에 도달하다

만들어진 신화, 콜럼버스 이야기.


콜럼버스는 바다로 밀려 내려오는 거대한 민물을 보면서 에덴동산이 여기서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4개 강 중 하나는 바다로 직접 들어간다고 자기 스스로 정리하면서 말이지요. 그러나 사실 그 민물의 정체는 오리노코강이었습니다. 콜럼버스가 항해할 때가 마침 홍수 때라서 엄청나게 큰 물이 내려온 것입니다. 여기에서 콜럼버스는 자신이 드디어 에덴동산 입구에 도달했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당장 그곳에 들어가는 것은 허락되지 않을 것이고, 하느님께서 다만 자신에게 위치를 가르쳐주셨다고 이해합니다. 마지막에 그곳으로 인류를 인도한느 과업은 마지막 황제라든지 다른 주인공이 맡게 될 테고 자신은 그런 사업의 보조 역할을 한다고 스스로 정리합니다. 그리고 지금이 에덴동산에서 시작된 인류사가 에덴동산으로 회귀하는 거의 막바지 시점이라고 생각하고는, 교황 알렌사드로스 6세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냅니다.


제가 드디어 에덴동산을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수많은 성인들과 신학자들이 믿었던 그 사실을 이제 저도 분명히 믿게 되었습니다.

-p69


중요한 점은 콜럼버스만인 그런 생각을 체계화시키고 또 실제로 실행에 옮겼다는 것입니다. 종교적인 동기에서 출발한 꿈이지만, 실제 새로운 항로를 기획에서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여서 결국 그것을 달성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원래 목표는 지금 시각에서 보면 어긋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의 집요한 노력 덕분에 세계사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p75


1820, 동양과 서양의 운명이 갈리다

15세기 세계 최강의 세력이었던 중국은 대선단을 이끌고 인도양을 누비던 정화의 대항해를 마지막으로 바다를 버렸다.

반면 유럽은 그 직후부터 바다의 지배자로서 첫발을 내딛는다.


'중국의 통합'과 '유럽의 분열'이라는 현상은 세계사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해봅시다. 분열과 통합, 어느 족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까요? 우리는 왠지 통합되어 있으면 더 큰 힘을 발휘하리라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 세계사가 말하는 바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근대 세계사는 유럽이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에 훨씬 더 강력한 힘을 키웠다는 것, 서로 간에 부국강병 경쟁을 하는 통에 이것이 각각의 국가들이 힘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바로 이것이 근대 세계사에서 유럽이 패권을 차지하는 기본 배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p88


1914,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다

인간과 자연, 그 복잡다기한 관계를 이야기하다.


인디언들의 세계관에 따르면 세상은 본래 인간과 동물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사는 상태, 곧 '피마다지윈'한 세상이었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하며 인간은 그동안 '친구'라고 여겼던 동물들을 대량 학살해 멸종까지 이르게 했다. 인간과 자연환경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11914년은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파나마 운하가 개통된 해이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상징적 사건이 일어난 해이기도 하다. 1914년은 엄청난 개체 수를 자랑하던 나그네비둘기가 인간에 의해 멸종된 해다. 파울 크뤼천은 오늘날을 인간의 활동에 의해 지구 환경이 변화하는 지질 시대, 즉 '인류세'라고 명명했다.



1945, 세계는 평화를 향해 가고 있는가

국가가 독점한 폭력과 문명화


"지금이 예전보다 더 폭력적이라는 것은 우리의 착각일 뿐 현대사회는 예전에 비해 훨씬 더 안전하고 비폭력적이다."

국가가 폭력을 통제하는 지금, 우리 사회는 문명화 된 것일까?


과거 사람들은 오늘날 우리와 감수성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과거로 갈수록 몸, 육체성면에서 훨씬 더 자유롭고 '천진난만'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자기 몸에 대한 수치심이 약한 상태였다가 현대로 올수록 내면의 통제가 강화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결국 폭력성이 줄어드는 것과 통합니다. 지금은 "나이프나 포크를 상대방을 향해 들지마라. 그러면 위협적으로 느껴지니 항상 자기 쪽으로 향하도록 하라"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는 정도를 넘어 그런 위협을 연상시키는 행위까지도 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내면의 통제가 강화된 것입니다.

이것이 엘리아스의 문명화 과정의 의미입니다. 현대인은 이렇듯 육체성 혹은 폭력성이 확연히 줄어드는 대신 갈수록 정신적 특성이 강화되는 존재로 변모했습니다.

-p251~252



<내 마음으로>


책을 덮으니 세계사를 아주 광범위하게 한 번 훑어낸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부담감보단, 옛날 사람들의 생각, 인식들을 이전과는 달리 공감하면서 읽어나가게 되었지요. 예전같으면 그저 다른 생각들이 너무 받아들이기 힘들었을텐데 말입니다.


주경철 교수님은 지금 세계의 모습들이 옛날 유렵과 유사한 궤적을 따라가고 있고, 그렇기에 장기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희망한다고 하셨습니다. 방향을 잡고 노력해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구요.


책의 광범위한 지식과, 아주 밝지만은 않았던 시절들 이야기에 비하면 낙관적인 전망이고 너무 간단히 언급한 게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였지만, 예전 시대들을 돌아보며 작은 희망이라도 가지자는 의미겠지요.


개인적으로는 과연 우리가 말하는 문명화된 지금 이시기가 언제까지 그 의미 그대로 '문명'화된 세계로 받아들여질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감히 생각해보지 못했던 세계사의 숨은 이야기들이 저에겐 책을 덮을 수 없을정도로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윤희영의 News English - 월드뉴스를 만나는 가장 쉽고 빠른 길!
윤희영 지음 / 샘터사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쾌하게, 영어를 즐기는 것


윤희영의 뉴스잉글리시

-월드 뉴스를 만나는 가장 쉽고 빠른 길



책 표지부터, 외국 팝아트가 !!

뉴스를 보며 이 여자는 왜 그리 놀란걸까요? ^^


마지막 말이, 저는 너무 와닿네요.


부디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 읽으며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수험생들에겐 잠시 머리를 식혀주면서 자연스레 공부도 되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


저조차도, 이 책을 보면서, 재미를 느꼈으니 말이죠^^




목차 부분이예요.

비문학 도서는 이렇게 차례를 꼭 챙겨보게 되는군요^^

즐거움 / 감동 / 과학 / 세계

네 가지로 구분되어져 있고, 기사의 제목들이 있어요.


각 기사들을 어떻게 적어냈을지 궁금하죠^^


전과 50범 절도범을 잡은 12세 소년의 이야기가 나오네요.

신문 기사를 배경으로, 실제 아이와 절도법 사진도 나오구요.


이 부분이. 아무리 영자 신문을 실었다고해도.

그 부분에 있어서 부담감을 줄이고자 노력한 작가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어요!

기사를 해석하였지만, 중간에 영문으로 적어 두었지요.

흔히 보고도 넘어가기 쉬울 문형을 이렇게 넣어둔 거예요.


그리고 뒷면엔, 이렇게 기사 원문을 실어놓았지요.

확실히, 저 앞의 문형이 함께 적힌 번역본을 본 후 원문을 보니.

조금 더 눈에 익은 듯하고 좀 더 이해하기에 부담스럽지만은 않더군요!


개인적으로, 전 약간 활자 중독인지. 영문을 보자마자 괜히 기분이 좋아졌네요 ^^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번 더 이렇게 구절을 따로 빼 내었어요.


영문법, 영문기사 공부책들이 많이 나오는 요즘인데 말이죠.

개인적으로 전 이 책이 꽤나 좋더라구요^^


영어를 하루 한 페이지라도 눈에 넣고싶다면,

가벼이 한 챕터씩 보기에 좋을 책입니다^^



윤희영의 뉴스 잉글리시

작가
윤희영
출판
샘터
발매
2011.10.28.

리뷰보기


<윤희영의 뉴스 잉글리시1> 책 미리보기 > http://goo.gl/P4E52W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제가 있습니다 - 때론 솔직하게 때론 삐딱하게 사노 요코의 일상탐구
사노 요코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혀 예상치못하게, 마음에 맞아가는 책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 책처럼요.

정말 이 책이 이리도 단숨에 읽힐거라곤 예상도 못했지요.


저자인 사노요코는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전쟁이 끝난 후 일본으로 돌아옵니다.

<염소의 이사>를 펴내며 그림책 작가를 펴냈고,

<사는게 뭐라고> <죽는게 뭐라고> 등의 수필을 썼습니다.

수필집 <하나님도 부처님도 없다>로 고바야시 히데오상을 받았고, 2010년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책의 뒷 부분에는 고바야시 히데오상을 받을 당시의 수상소감도 실려있지요.

 

표지를 보고, 우리 딸이 제일 좋아하더군요^^

뭔가 재밌으면서, 고양이도 보여서 그런가봅니다.

처음엔,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지. 짐작도 안가더군요.

 

하지만, 점점 책에 빠져들게 되었고, 이 부분에선 한 페이지를 모두 기억하고 싶을 정도로 가슴에 새기고 싶었어요.

교훈이 담겨있다기보다, 정말 사심없이 빼거나 더함이 없이 제 내면도 동시에 들여다볼 수 있는 순간이었거든요.


총 4장으로 이뤄진 에세이책은, 각 이야기들이 2~3페이지에 불과할정도로 길지 않은 이야기들이지만

저에겐 어느 작가의 이야기들보다도 더 진실되게 여겨졌고,

솔직히 드러내기 힘든 이야기들조차도 오히려 초월한듯한 느낌으로 작가만의 연륜이 묻어나게 그려냈다고 생각이 들어요.


가난했던 가정이야기. 가정적이지 않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들.

치매 걸린 어머니와의 이야기. 90이 되어가는 본인의 노인으로써의 이야기들.

너무 아무렇지않게 이야기해나가는 모습에 뭔가 간질간질거리는 내면을 들킨것 같고,

그 내면을 긁어주는 느낌까지 들더군요.


<책 속 밑줄>

할머니는 또 "슈바르츠 헤르츠" "슈바르츠 헤르츠"하고 흥얼거리며 부엌 쪽으로 갔다. 당황한 나는 사전을 들고 할머니를 따라갔다. 할머니는 역시 '검정'을 가리키고 '마음'을 가리켰다. 검은 마음은 나쁜 마음이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검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검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알아본다. 너도 나도 검은 마음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나는 안젤리카도 슈바르츠 헤르츠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양팔을 벌리고 어깨를 으쓱하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할머니와 나는 같은 종류의 인간이라는 것을.

안젤리카와 대화할 때보다 할머니와 있는 시간이 더 편안하다는 것을.

p82


나도 언젠가 죽겠지. 암으로 죽어도 사고로 죽어도 좋아. 하지만 치매만은 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아가는 길은 선택할 수 있지만 죽어가는 여정은 선택할 수 없다. 엄마도 치매가 되겠다고 선택한 게 아니니까.

요즘 엄마는 '고마워'와 '미안해'라는 말을 홍수처럼 쏟아낸다(엄마, 평생 그 말을 저축해뒀구나. 이제 일생을 마치기 전에 다 써버리려고 하는구나).

엄마 침대에 같이 누웠다. "엄마, 나 이제 지쳤어. 엄마도 지쳤지? 같이 천국에 갈까? 천국은 어디 있을까?"

엄마가 말했다. "그래? 의외로 근처에 있는 모양이야."

p96~p97


그네를 부딪친 남자 아이는 항상 난폭했다. 그래서 겁먹었던 것 같다. 여자친구가 생긴 기억은 없는데, 아마 있어도 잊었을 것이다. 아이들 집단에는 장난이 심한 아이가 한둘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어른이 되어 야쿠자 두목으로 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보통 아이였다고 생각한다. 현실이란 그런거다.

세월이 흘러 이젠 내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닌다. 나는 엄마의 귀와 엄마의 눈을 가지게 되었다. 엄마의 눈으로밖에 아이들을 보지 못했다.

p121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 채 죽어갈 것 같다. 마당에 풀이 무성하다. 엉겅퀴, 도라지, 큰까치수염... 그 외에 두셋정도 이름을 말할 수 있을 뿐 대부분 모른 채 끝난다. 아는 것도 이름만 알지 그 이상은 전혀 모른다.

하늘 가득 별이 반짝인다. 나는 우주에서 어떤 존재인지도 모른다.

거기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뿐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p128


어른들이 작은 물고기 모양부터 큰 것까지 차례차례 잘라내어 아이들에게 건넸다. "그리고 싶은 대로 그려봐"라고 하니 아이들 모두 흥분하여 굵은 붓으로 원색을 더덕더덕 칠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열다섯 마리 정도의 파워 고이노보리가 완성되었다. 추상적인 자태로 마치 몸부림치는 듯한 모습이었다.

제일 큰 비단잉어와 보통 잉어는 어른 둘이서 만들었는데 비늘 같은 걸 성실하게 그렸더니 바보처럼 평범해보였다.

바닷가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넓은 하늘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스무 마리 가까운 잉어가 나란히 바람에 날리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가장 큰 비단잉어와 보통 잉어는 죽은 것처럼 보였다. 둘 다 미대 출신인데.

둘이서 "좀 창피하네"하고 얼굴을 붉혔다가 "우리 아이들 천재다"하고 웃었다.

p182


완성되고 나니 기타카루이자와가 몹시 마음에 들었다. 일 년 내내 여기서 지냈다. 살아보니 일 년 중 겨울이 가장 좋았다.

매일 이곳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소중했다. 봄이 끝날 무렵엔 산이 온통 잿빛을 띤 분홍색으로 부풀어 올랐다. 마치 산이 웃음을 참는 듯 보였다. 새싹이 하룻밤 사이에 1센티나 자란 걸 확인했을 땐 정말 놀랐다. 신기하게도 매년 놀란다. 놀라움은 기쁨이다. 그 기쁨은 공짜다. 마당에 자란 머위의 어린 꽃줄기도 두릅도 다 공짜다. 소리없이 쌓이는 눈을 멍하니 볼 때의 도취감도 끝없이 펼쳐진 은세계도 공짜다. 7월과 8월에만 스토브를 켜지 않았다. 나는 매일 장작을 넣고 춤추는 불꽃을 응시했고, 불꽃이 켜지는 걸 보기 위해 스토브 옆에 딱 붙어 담을 흘렸다. 안타깝게도 장작은 공짜가 아니었다.

p19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무 고민하지 말아요 - 소중한 것을 놓치고 싶지 않은 당신
히라이 쇼슈 지음, 예유진 옮김 / 샘터사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부드러운 질감만큼이나, 표지의 그림만큼이나 내용도 따뜻한 책을 만났습니다.
끊임없이 외우고, 치면서도 고민을하게 했던 시험을 끝내고 만난 책이라
달콤한 커피향처럼 은은히 퍼지는 책이었습니다.

히라이 쇼슈는 일본 젠쇼안의 제7대 주지이십니다.
불교, 불교 중에서도 선불교에 몸담고 계신 분이시죠.
하지만, 스님이 행하시는 강연과 좌선회는 일본 관공서, 대기업에서 실시하는 직원 연수와 CEO 세미나 등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구요.
저서로는 <최후의 사무라이 야마오카 테츠슈> <구속받지 않는 연습> <꽃처럼 살다> 등이 있으며,
국내에는 <좌선을 권하다>가 출간되었습니다.

국내 혜민스님이나 법륜스님처럼, 따뜻한 조언들로 우리 마음을 다독겨려주는 듯합니다.


 

전 이 그림을 보고 어찌나 귀엽던지요^^
고민이 있는 듯하고 생각에 빠진 듯한 고릴라의 표정과
고릴라를 비추는 조명의 은은한 노란 빛은요.
밤에 잠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무슨 생각에 빠져 있는 걸까요?

 

1장 소중한 것이란 무엇일까?
2장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을 발견하는 방법들
3장 '소중한 것'을 깨닫기 위해 마주하는 고민들

3장으로 이뤄져 있고, 각각 짧은 글들로 우리의 마음에 의해 상처받던 생각들과,
그 생각들을 거둬내기 위해 또 우리의 마음을 만져줘야하는 것에 대해 짧지만 간단하게.
어려운 어휘나 미사어구를 사용하지 않고 조용히 말해주지요.
물론, 불교적인 (특히 선불교) 용어가 사용되지만,
그 용어들의 의미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들이니.
이질감이라기보단 이런 의미였구나, 라며 다시 생각해보게 해주죠.

<책속 밑줄>

마음을 완전히 비워버리면 사소한 일에도 감동하며 고맙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완전히 비우는 것은 생각이 마음에 머물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가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괜찮습니다.
그러나 그 생각이 마음속에 머무르며 자리 잡아버리면 그때부터는 얽매이게 됩니다.
생각이 흐르는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마음을 비우는 비결입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언제나 그러한 마음가짐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 분명히 계속해서 풍요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p17~p18

지혜의 길이 확실하고 신뢰할 수 있다면, 누구의 길이든 어떤 길이든 그 길을 따라가면 괜찮습니다.
같은 길이어도 보폭도, 속도도, 밟는 힘도,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다릅니다.
열심히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길이 자신의 길이 됩니다.
자, 이제 주의를 기울여 당신만의 지혜를 길을 발견해보세요.
p58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어도, 해야 할 일은 지금 눈앞에 있는 일입니다.
그러면 눈 앞의 일에 매진하세요.
점차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 할 일로 바뀝니다.
이렇게 생각을 달리하면 거리 차가 좁혀집니다.
'대지황금' - '그곳이 어디든 혼신의 힘을 다하면 그 장소가 황금으로 빛난다'는 선불교 용어입니다.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어느새 그 일에 흥미를 느끼고 거기에서 보람도 찾아낼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에 거리가 있다고 느꼈다면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우선 '눈앞의 일'에 최선을 다해봅시다.
p94

'고작'에 마음을 쓰는 사람은 모든 것에 마음을 쓰는 사람입니다.
그럼 먼저 문을 여닫는 사소한 일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사소한 일에도 마음을 쓴다는 마음가짐은, 신경 써서 식사 준비를 하고, 신경 써서 식사하고, 신경 써서 차를 내고,
신경 써서 청소하고..., 우리의 모든 일로 이어집니다.
(중략)
큰 바다도 큰 산도 기원을 거슬러 가보면 한 방울의 물, 한 줌의 흙에 불과합니다.
'고작'에 마음을 쓴다는 것은 한 방울의 물을 붓는 일이고 한 줌의 흙을 쌓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적당히 해 버리면 큰 바다, 큰 산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은 사소한 일이라고 적당히 해버리면 충실하고 행복한 인생은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지금가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고작'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 한 가지에 마음을 써보세요.
그 하나에 신경을 쓰는 일이 어떤 일에도 마음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한 걸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p172~p173

<내 마음으로>
어찌나, 처음의 마음은 가벼이 여기고, 처음 했던 것들이 사소하다고 생각했었는지 모릅니다.
일본어를 공부한 당시를 생각하면, 일본어를 회화까진 가능하게끔 배웠지만 자격증까진 따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다음에 다시 미련이 남아 잠시 보았을 때 히라가나가 어찌나 가벼이 여겨지던지 모릅니다.
모든 것은, 그 기본이라는 것에 충실할 때만이 단단하게 세워져 올라가는 법인데.
어린 마음에 그게 쉬워 보였지요. 그리고 무시했었지요.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에 대한 지식이 지금에 와서는 어찌나 얕은 지식이었고
그 마음이 얼마나 거만했었는지 생각해보면,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고작"이라는 이 단어가 한참을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작은 "고작"이라 여겨지는 것도 제대로 살피지 못하면서,
대단해 보이는 것만 신경쓰려하였다니요.

귀여워 보이는 책 표지와 달리, 안의 내용은 따뜻한 격려인 듯 하지만.
어떤 조언과 충고보다도 강하게 와 닿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