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형사 부스지마 ㅣ 스토리콜렉터 6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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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잭의 고백’ 이후 여섯 번째 만난 나카야마 시치리입니다.

‘연쇄살인마 개구리남자’를 기준으로 하면 만 8개월 만에 5편의 작품을 읽은 셈인데,

이만큼 특정 작가의 작품을 단기간에 많이 읽은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더구나 시리즈(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 스탠드얼론 할 것 없이 골고루 섞여있어서

이 작가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새삼 놀라게 됩니다.

 

이번에 나카야마 시치리가 관심을 가진 쪽은

소위 ‘온갖 잡귀들이 모여 살고 상식이나 상도덕이 통용되지 않는 세계’인 출판계입니다.

수록된 다섯 작품에는 작가지망생, 공모심사위원, 편집자, 애독자는 물론

소설을 원작으로 드라마를 만드는 프로듀서까지 출판과 관계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 사이에 극히 위험한 형태로 존재하는 갖가지 악의에 의한 살인사건이 등장합니다.

 

요즘은 어느 직종이나 인터넷을 통해 그 실상이 널리 알려져 있어서

작품 속 출판계의 아수라장 같은 모습 자체가 그리 낯설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살인자와 피살자 사이의 증오와 살의만큼은 굉장히 현실감 있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 현실감을 더욱 배가시키는 것은 바로 명탐정 역할을 맡은 소설가 부스지마인데,

그는 소설가가 되기 전 괴팍하면서도 최고의 능력을 지닌 형사로 일한 바 있습니다.

불행한 사건 때문에 경찰을 떠나긴 했지만 그의 능력을 인정한 조직의 배려로

그는 지금 현재 ‘형사 기능지도원’이라는 이름으로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중입니다.

 

출판관계자가 얽힌 살인사건이다 보니 자연스레 부스지마가 적역으로 떠오르긴 했지만,

담당반장은 물론 검거율 1위 형사 이누카이마저 그를 불편하게 여기면서 협업을 꺼린 탓에

엉뚱하게도 신참에 가까운 여형사 아스카가 부스지마와 함께 살인사건 수사에 나서게 됩니다.

아스카는 수사를 거듭할수록 기행에 가까운 부스지마의 행태를 지켜보며 혀를 차지만,

어느새 자신도 부스지마처럼 독설과 기행을 서슴지 않게 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실, 수록된 작품 속 사건들은 그리 어렵지도 않고 유력한 용의자도 금세 특정됩니다.

나카야마 시치리 특유의 폭발적인 반전도 별로 없고, 살인 트릭 역시 아마추어 수준입니다.

그래서 작가의 전작에 익숙한 독자 입장에선 좀 심심하게 읽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출판계라는 폐쇄적이면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세계 속 사람들의 행태라든가

작가 겸 형사이자 기행을 일삼는 부스지마의 캐릭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이 추구하는 재미는 실컷 맛볼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모두가 꺼려하는 난폭한 독설가 부스지마의 캐릭터가 기대만큼 세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뭐랄까, 좀 특이하긴 한데, 그리 독하지는 않다고 할까요?

용의자를 몰아세울 때 상대방의 인격이나 입장 따윈 안중에도 없이

멋대로 웃고, 멋대로 지적하고,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돌직구 같은 독설을 날리긴 해도

궁극적으로 그는 ‘훈훈한 형사’처럼 보인 면이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전작들처럼 잔혹한 스토리와 충격적 반전을 기대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소소한 재미를 맛본 작품이라 충분히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엄청난 다작을 쏟아내는 나카야마 시치리가

다음에는 어떤 소재, 어떤 이야기를 들고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하고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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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새의 비밀 - 천재변리사의 죽음
이태훈 지음 / 몽실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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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함과 성실함으로 정평 난 천재 변리사 송호성이 인적 드문 골목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송호성과 죽마고우이자 라이벌 변리사인 강민호가 유력한 용의자로 몰리게 되고,

송호성이 직접 선발한 어딘가 비밀스러운 사연이 많아 보이는 수습 변리사 선우혜민 역시

강남경찰서의 수사선상에 오르게 된다.

숨진 송호성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영수증 한 장.

그리고, 그 뒷면에 적힌 수수께끼 같은 메모, ‘AERUS-IL’에 숨겨진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익숙하지 않은 변리사라는 직업을 소재로 삼았고,

특허전쟁이라는 문제를 살인사건에 대입시킨 점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이었습니다.

또, 작가 본인이 오랫동안 특허 업계에 종사한 만큼

변리사나 특허라는 소재에 관해서만큼은 디테일이 잘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천재 변리사가 살해되고 그 죽마고우가 용의자로 꼽히는데다

베일에 싸인 듯한 수습 변리사 역시 용의선상에 오르면서 사건은 시작됩니다.

또, 수사를 맡은 강남경찰서 내 형사들 간의 갈등과 공 다툼도 동시에 전개되는데,

1주일 뒤 국정원에게 수사권을 넘기기 전에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시간제한 설정까지 더해져

그들 간의 치열한 다툼은 수사 자체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특허’와 ‘변리사’가 연루된 사건이다 보니

당연히 특허분쟁을 둘러싼 갈등, 정치권과 기업이 개입된 이권 다툼이 예상됐는데,

거기에 주인공들의 과거사, 형사들의 공 다툼, 국정원 요원의 탐욕까지 끼어들면서

분량에 비해 이야기가 다소 복잡해지기도 했고 사족처럼 늘어난 대목도 많았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동원된 다양한 리소스들이 제대로 배합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주요인물들의 유년기의 이야기나 강남경찰서 형사들의 공 다툼은 꼭 필요해 보이지 않았고,

천재 변리사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특허분쟁은 너무 뻔한 공식대로 전개되는데다

현실감마저 부족해 보여서 긴장감을 갖고 따라가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인지 ‘특허’와 ‘변리사’라는 주요 소재가 딱히 인상적으로 느껴지지 않기도 했습니다.

또, 탐욕스러운 정치인과 국정원 요원은 설정된 캐릭터에 비해 어설픈 언행만 거듭했고,

미스터리를 푸는 역할을 맡은 변리사나 형사는 주인공다운 포스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현실감 없는 설정들도 눈에 거슬렸는데,

그토록 천재 변리사라 불린 인물이 왜 그렇게 가난에 시달렸는지도 잘 모르겠고,

국정원은 당장 수사권을 회수할 상황에서 왜 1주일씩이나 경찰에게 시간을 줬는지 모르겠고,

USB, 영수증, 메모 등 주요단서들은 너무 쉽거나 안이하게 발견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미스터리로서의 치밀함도, ‘특허’와 ‘변리사’라는 소재의 특별함도

제대로 독자에게 어필하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작가의 변’을 보면 작가가 이 작품에 쏟은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지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미스터리 서사나 소재의 특별함 가운데 하나만 제대로 살았더라도

작가의 의욕이 어느 정도 독자에게 전달되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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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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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작은 마을 앤더베리에 사는 에디와 미키를 포함한 12살의 다섯 친구들은

어느 날 숲속에서 머리가 사라진 소녀의 토막시체를 발견한다.

이후 그들의 일상은 ‘세차게 흔들고 다시 내려놓은 스노볼’처럼 완전히 달라진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현재, 숲속 사건을 책으로 내고 싶다는 미키의 방문에 당황한 에디는

그의 방문과 동시에 날아든 (숲속 사건을 암시하는) 익명의 편지에 더더욱 놀란다.

흐지부지 마무리됐던 경찰의 수사결과와 달리 별도의 진실이 있다고 믿게 된 에디는

결국 30년 동안 기억 속에 묻어뒀던 숲속 사건의 진실을 찾기로 결심한다.

 

● ● ●

 

숲에서 발견된 10대 소녀의 토막시체, 순수와 악마성을 겸비한 12살 소년소녀들의 혼돈,

사랑과 평화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안으로는 균열 투성이인 가족들,

축제, 폭력, 낙태, 교회, 권위 등으로 뒤범벅된 소도시 주민들 간의 노골적인 갈등,

그리고 30년이 지난 후에 당시 사건 관련자들이 벌이는 느닷없는 진실 공방 등

‘초크맨’은 꽤나 다양한 서사를 한데 버무린 작품입니다.

심지어 읽는 동안 곳곳에서 스티븐 킹의 호러 판타지의 느낌을 종종 받곤 했는데,

책을 다 읽고 서평을 쓰기 전 출판사의 소개글을 보니 스티븐 킹 본인이

“내 스타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작품도 좋아할 것이다.”라는 코멘트를 했다고 해서

제가 잘못 읽은 건 아니구나, 라며 안심(?)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초크맨’은 정통 미스터리나 스릴러로 보기는 어려운 작품입니다.

오히려, 끔찍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12살 소년소녀의 성장소설의 면모가 더 강합니다.

동시에 30년이 지나서도 12살 무렵의 악몽에 여전히 발목이 잡혀있는,

어쩌면 평생 그 짐을 짊어져야 하는 운명에 빠진 엉망진창 중년들의 회상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주인공 에디가 30년 전 숲속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주된 서사이고,

관련자 하나하나를 만날 때마다 그날의 진실이 양파껍질처럼 거듭 새롭게 밝혀지며,

결국엔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과정을 거쳐 진범이 드러나는 미스터리 구조임엔 분명합니다.

하지만 ‘우연과 우연이 겹친 끝에 만들어진 운명 같은 필연’이 연이어 등장하고,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몽환적인 설정’이 꽤 비중 있게 다뤄지는데다,

메인 사건과 연관 있긴 해도 별개처럼 보이는 소소한 해프닝들이 적잖이 전개돼서

‘간결하고 명확한 한 줄 스토리 정리’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별 1개를 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워낙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이 등장하고 인물관계도 복잡해서

그 내용들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두루뭉술한 서평이 되고 말았지만

어쨌든, 캐릭터들은 생생하고 다양한 크기의 반전들도 끊임없이 등장하며,

호러와 미스터리가 겹겹이 쌓인 덕분에 페이지는 무척 잘 넘어갑니다.

또, 흐트러진 단서들이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 역시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선명한 스토리라인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약간은 질척이는 전개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한 진범 찾기 이상의 복잡한 서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꽤 좋은 성적을 낸 ‘초크맨’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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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지켜보고 있어 ㅣ 스토리콜렉터 65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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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임상심리학자 ‘조 올로클린 시리즈’의 (한국 출간 기준) 네 번째 작품입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지만 뛰어난 직관과 추리력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온 그가 이번에는 곤란한 상황에 빠진 자신의 환자를 돕다가 의문의 살인사건에 개입하게 됩니다.

거액의 빚만 남기고 종적을 감춘 남편 때문에 매춘까지 하게 된 마니는 주변 인물들이 연이어 살해당하자 용의선상에 오릅니다. 정황 외엔 물증도 단서도 없어서 체포는 면하지만 마니는 눈앞에 닥친 현실 때문에 남편을 찾는 일이 시급해졌고 담당의사인 조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조는 마니의 사연을 심상치 않게 여기곤 퇴직 경찰인 루이츠와 함께 조사에 나섭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니가 감췄던 비극적인 과거사는 물론 사건의 진상을 목도하게 됩니다.

 

전작인 ‘미안하다고 말해’가 심리학자보다는 명탐정으로서의 조 올로클린을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두 캐릭터가 잘 버무려진 조를 그리고 있습니다. 살인사건에 말려든 자신의 환자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인 마니를 도우면서 심리학자로서의 통찰력은 물론 명탐정으로서의 추리력까지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작품 중후반에나 설명되는 중요한 설정이라 자세히는 소개 못하지만 마니의 심리적 문제가 이번 사건의 핵심 단서로 등장하면서 조의 전공인 임상심리학이 모처럼 그 진가를 드러냅니다. 또,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마니를 점찍은 경찰과 달리 조는 마니의 남편이 사라지기 직전에 연락했던 사람들을 하나하나 만나면서 마니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애쓰기도 합니다.

 

독자의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또 다른 중요한 설정은 작품 제목대로 ‘끊임없이 마니를 지켜보고 있는 그 누군가’입니다. 마니의 수호천사처럼 보이기도 하고, 거꾸로 위협적인 인물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 누군가’ 때문에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속도감과 긴장감을 얻게 되는데, 아쉬운 점이라면 이 대목이 꽤 늦게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밑바닥을 전전하는 마니의 궁핍한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꽤 많은 분량이 초반에 할애되는데, 그런 탓에 마이클 로보텀 작품답지 않게 초반 100페이지가 넘도록 느슨함과 지루함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막판에 밝혀진 마니의 비밀의 폭발력을 위해 꼭 필요한 토대인 건 맞지만 동어반복처럼 읽힌 게 사실입니다.

 

중후반부터 스릴러의 미덕이 발휘되면서 재미를 배가시켰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 남아있어서 “역시 마이클 로보텀!”이란 찬사가 저절로 나오기도 했지만, 가장 아쉬운 점 하나만 꼽으라면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진 ‘범인’의 실체입니다. 동기도 방법도 목표도 비현실적인 면이 과하다고 할까요? 물론 그동안 조가 맞닥뜨린 범인들 모두 비정상적으로 뒤틀린 심리적 문제를 갖고 있었지만 그들은 나름 소시오패스로서 현실감 있는 캐릭터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의 범인은 인공미가 강하게 느껴진 게 사실입니다.

 

별거 상태에 있는 조의 가족들을 비롯 여경감 베로니카, 심리학자 빅토리아 나파르스텍 등 전작에 등장했던 매력적인 조연들이 안 보인 건 아쉬웠지만, 거의 투톱 주인공처럼 활약한 퇴직 경찰 빈센트 루이츠는 여전히 압권의 캐릭터였습니다. 또, 딱히 조를 괴롭히는 악역이 눈에 띄지 않아서 긴장감이 좀 떨어지긴 했지만, 그 공백을 메울 만한 크고 작은 조연들이 충분히 자기 역할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아쉬움 때문에 별 0.5개를 빼긴 했어도 흡입력 강한 마이클 로보텀의 ‘글빨’과 연민과 응원을 자아내는 조 올로클린의 매력 덕분에 이번에도 기대한 만큼의 만족스러운 책읽기가 됐습니다. 들은 풍문에 따르면 조만간 후속작인 ‘나를 쳐다보지 마’(Close Your Eyes)가 출간될 것 같은데, 한 해에 두 편이나 조 올로클린의 이야기를 만나는 건 정말 특별한 행운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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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을 파는 가게 - 아시베 다쿠 연작소설
아시베 다쿠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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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헌책방을 드나들며 고서를 수집하는 ‘나’는

마법에 이끌리듯 들어서선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낡고 허접한 책자를 집어 든다.

오래전 문을 닫은 정신병원의 입원 안내서, 무명작가가 직접 쓰고 제본한 삼류 탐정소설,

결말을 맺지 못한 채 끝나버린 소년 만화, 매혹적인 여인의 사진이 실린 영화 서류철 등...

수수께끼 같은 헌책을 입수한 후 나타나는 섬뜩한 징조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계속 빠져들고

급기야 자신의 행동이 초래할 결과를 알지 못한 채,

작가를 찾아 나서거나 내용의 진위를 파헤치거나 미완성 부분을 직접 메우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책장 안쪽의 세계가 서서히 현실을 침범해온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지금은 인터넷으로도 중고서적을 쉽게 검색하고 구입할 수 있지만

여전히 ‘헌책방’에 대한 아날로그적 느낌은 아련하고 애틋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 작품의 주요 무대인 헌책방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소설 중심의 헌책방이 아니라

병원 안내 서적이나 영화제작 관련 서류철 등 그야말로 종이로 된 모든 것이 보관된,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오래된 종이들의 보관소’ 같은 느낌입니다.

 

헌책방을 찾는 ‘나’를 그린 다섯 편과 헌책방을 운영하는 ‘나’를 그린 한 편까지

모두 여섯 편의 단편이 수록된 작품집입니다.

다섯 편의 ‘나’는 그다지 잘 나가지 못하는 작가지만 헌책방에서 구한 귀한 자료들을 통해

작품의 영감을 얻거나 그 자료들 속에 숨어있는 진실 찾기에 나서곤 합니다.

‘나’는 늘 헌책방에서 구한 자료들을 볼 때마다 기시감 또는 묘한 운명 같은 걸 느끼는데

실제로 그 자료들을 추적하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인연이 닿아있음을 감지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 추적의 끝이 대체로 파국에 이르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파국은 마지막 수록작이자 표제작인 ‘기담을 파는 가게’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미쓰다 신조 류의 기담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 작품에 수록된 기담들 자체는 공포심이나 여운에 있어 그리 파괴력이 크진 않습니다.

여름에 어울리는 소름 돋는 기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소소한 해프닝의 기록이라고 할까요?

물론 마지막 수록작에서 밝혀지는 ‘기담을 파는 가게’의 진실은 꽤나 놀라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작가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마지막 수록작에서 모두 밝혀집니다.

 

무서운 기담을 바랐던 독자에게는 좀 실망감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미쓰다 신조와는 좀 다른 톤의, 그것도 헌책방에 관한 소소한 기담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나절이면 완독할 수 있는 이 작품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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